스님의하루

10월 17일 법륜스님의 하루(대전정토회 가을강좌2)

간밤에 약간의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강연시작시간이 10시인데, 10시에는 사람들이 지난 주만큼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참가 인원이 좀 적을 건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어느새 법당엔 사람들이 꽉 차서 스님강연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습니다
.

 

오늘 주제는 내가 내 가족의 희망이 되어 화목하게 살겠습니다.’였습니다.
스님께서 즉문즉설 전에 화목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먼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함께 모여사는 최소의 공동체입니다. 가족안에서는 3가지 인간관계가 성립합니다.
첫째가 부부예요. 부부가 되면 자동적으로 인간관계가 하나 더 생겨납니다.
남편의 부모를, 아내의 부모를 내 부모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 다 잘 안되지요.
부부가 되면 이렇게 자동적으로 부모가 새로 생깁니다. 새로운 사람이 만나서 부부로서 맞추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운 부모랑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 아내와 남편은 내가 선택한 것인데,
부모는 내가 아내나 남편을 선택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살면 또 자식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를 중심으로 놓고 아내와 남편이라는 수평적 관계,
위로는 부모, 아래는 자식이라는 세가지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면 가족공동체가 화목해지고, 이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가족이 불화가 일어나고 나아가서는 해체가 됩니다
.

그런데서 내 개인이 어떤 상황에든 행복해야 한다는 자기인생의 문제와 내 인생이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공동체 안에 있기 때문에 가족이 화목해야 내 행복이 늘어난다는 가족의 문제가 있습니다
.
가족이 불행하면 괴로움이 늘어납니다.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이냐도 있고,
내 가족과 어떤 인간관계를 만들 것인가도 있습니다.

부부관계를 원만히 하려면 첫째, 득 볼 생각을 버리고 손해 볼 생각을 해야 합니다.
둘째,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부모관계는 내 아내와 내 남편이 좋다면, 여기까지 오도록 한 시부모님, 장인, 장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 그 다음에 자식은 내가 선택한 것이지, 자식 의견을 물어보고 낳은 것이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스무살까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어릴 때는 따뜻하게 돌봐주고, 초등학교 때는 모범을 보여주고, 사춘기 때는 시행착오하는 것을 지켜봐주고,
스무살이 넘으면 독립하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스님의 모두(冒頭) 강연이 끝나자 바로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결혼 10개월된 부인은 남편이 담배 피는 것에 대해서 계속 잔소리를 해야 하는지,
금연을 하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과 오가는 문답속에서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남편 담배 피우는 것 때문에
 내 인생이 괴로워질 필요가 없다
, 내 마음은 언제나 편안하게 가지면서 남편이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여
러 가지 방법으로 남편을 괴롭히라는 스님의 말씀에 사람들이 여태껏 스님의 답변과 다른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

 

여러 질문들이 오가고 오전 강연을 마쳤습니다.
공부 못하는 딸을 두어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다는 엄마는 스님께 호되게 꾸지람도 들었습니다.

스님 법문을 마치자 자원봉사자들은 살며시 일어나서 뒤로 빠져 나옵니다.
빈그릇운동 앞치마를 두르고 공양 배식을 돕는 사람, 책 판매하는 사람, 신발 주머니 수거하는 사람,
희망편지 앱 깔아주는 사람들이 주황색티를 입고 강연마치고 갈 사람들을 배웅할 준비를 합니다.
전체적으로 체계가 잡혀서 일사분란하게 진행을 잘 합니다.
강연을 마치자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서 나갑니다. 그러자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합니다.

저는 어릴 때 동네 절에 가서 먹는 절밥이 참 맛있었습니다.
오전 강연을 들으시는 분들도 바쁘시더라도 맛있는 비빔밥 한 그릇씩 드시고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전 강연을 마치고는 정말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내내 짊어지고 다니던 문서와 원고 정리를 하셨습니다. 잠시 휴식도 하셨습니다.
저는 대전시청 주변 산책로를 2시간 동안 걸으면서 오랜만에 가지는 여유로움을 맛보았습니다.
하늘도 파랗고 가을바람도 시원하고 울긋불긋 단풍도 아름다운 가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 법문에는 오전보다 항상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법당을 꽉 채웠습니다.
, 고등학생들도 엄마, 아빠와 같이 와서 강연듣고, 같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린 아이를 가진 엄마는 7층 소강당에서 법문을 듣습니다.

오늘은 오전보다 저녁 법문시간에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27년간 곡물유통업을 한 55세의 아저씨가 일어나서 질문을 합니다.

같이 일한 지 3개월된 작은 아들이 아버지는 올 가을까지만 쌀가마니 만지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제가 나이가 그만큼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후반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스님께 묻고 싶습니다.”

질문을 듣고 스님께서 질문자와 문답을 하면서 앞으로 3년은 더 아들과 같이 일을 하되,
절대 잔소리는 하지 마라, 땅이 있다는 지리산에 바로 내려가지말고 5년정도 기간을 두고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 삼일 내려 가보면서 점차적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키도 자그맣고 머리 숫도 적고, 몸으로 노동을 하는 분의 투박함이 느껴지는 55세의 아저씨가
감사하다며 스님을 위해 시를 읊어도 되겠냐고 묻습니다
. 대중들이 환호를 하며 반깁니다.

스님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스님을 늘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들의 삶이란 그래도 언제 어느 때 막이 내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내 눈 앞에 있을 때 나의 삶은 희망입니다

어느 날 혹여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스님이 곁에 있다면

아무런 두려움없이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는 날마다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내 심장이 스님으로 인해 숨쉬고 있기에 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글을 옮기는 지금, 눈물이 납니다. 아저씨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쓴 시를 보지도 않고 담담히 감정을 실어 시를 낭송하던 아저씨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법당도 순식간에 조용해졌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저씨가 시 낭송을 마치자
사람들이 또 환호를 하면서 박수를 칩습니다
. 스님도 환하게 웃으며 감사함을 전합니다.

 

저녁 강연도 즐거웠습니다. 사람들의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이야기가 법당에 가득찬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스님께서는 그 대중들 앞에서 질문자에게 답을 해주십니다. 바로 스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질문자와 스님의 오가는 문답을 바라봅니다.
그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어려움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 그래서 실제 질문은 10명이 하지만, 그 공간에 같이 앉아 있는 300, 400명의 사람들이
함께 질문하고
, 함께 답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오전, 오후 질문을 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내일은 스님께서 하루종일 평화재단 8주년 기념 심포지엄 준비를 위해 전문가들과 회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스님의 하루는 쉬겠습니다.

금요일은 오전은 충남 예산에서, 오후는 충북 옥천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금요일날 예산과 옥천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5

0/200

별먼지

아저씨의 시를 읽으며 저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br />그 마음이 이심전심이네요. 스님께도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 항상 깨어있겠습니다.

2012-10-20 11:01:40

혜향

아저씨의 소박한 마음이 담긴 詩도 감동적이고 희망봉사자분들의 앞치마도 사람도 아름답고<br />여러분 모두가 아름답게 이 가을처럼 물들어가고 있군요!!!<br />모두것이 감사합니다. _()_

2012-10-18 16:03:35

푸른하늘

아저씨의 시가 심금을 울리네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질문을 하고 어려운 마음속 표현을 해 주시는 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모두모두 건강, 안전,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 ()...

2012-10-18 15:41:0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