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0월 15일 법륜스님의 하루(안동, 달구벌고, 수성대)

새벽 일찍 일어나 천일기도와 300배 정진을 하고 615, 서울정토회관에서 안동으로 출발했습니다.
계속된 지방 강연 일정으로 인해, 서울에서 스님께서 점검하고 정리해야 될 업무들이 밀려 있어서
 스님께서는 어젯밤은 꼬박 하얗게 밤을 새우셨습니다
.
차에 타자마자 스님은 잠을 청하십니다. 안동까지 가는 동안, 스님은 한 번도 깨지 않고 주무셨습니다.

봉화정토사에서 불사일을 하다가 전기톱에 손가락이 잘려나가 봉합 수술을 한
공방
()’소속의 기술자이자 우리 천일결사자인 동영이가 안동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오늘 강연이 마침 안동이라 스님께서 안동병원에 들리셨습니다.
갑자기 스님께서 병문안을 가자, 환자는 어색해 하면서도 꽤나 반갑고 고마운 모양입니다.
부모님이 정토행자인 까닭에 워낙 어릴 때부터 봐 왔던 사이라 저희들도 동영이 병문안을 하게 되어
반갑고 기뻤습니다
.

 

병원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고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안동은 상반기 강연을 했을 때도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를 해서 반응이 좋았던 곳입니다.
오늘은 오전이라 참가자들이 많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강연장에 들어가니
1층에 사람들이 거의 다 찼습니다. 500명이 넘게 참가를 했습니다.

 

 

이번 강연을 준비한 안동 자원봉사자들이 새벽 1, 2시까지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홍보를 한 정성도 고맙고, 홍보물을 보고 이 자리까지 와 준 사람들도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입이 다 부르턴 자원봉사자들 이야기를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격려의 말 한 마디 하고 왔어야 했는데, 못하고 왔네. 우리야 다 준비해 놓은 곳에 잠시 들러서
2시간 강연만 해 주고 가지만, 그 지역 자원봉사자들은 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애정을 들였겠어
? 다 해 놓은 밥에 젓가락만 올리고 가네. 참 고맙다.” 하십니다.

안동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스님은 잘 알고 계십니다.
스님께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어서 이 강연이 가능하다고 하시고,
자원봉사자들은 거의 잠도 못 주무시고, 점심, 저녁을 김밥 드시면서 강행군하고 있는
스님이 계시기에 힘을 받아서 또 봉사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안동 강연에서는 마지막에 질문한 할머니 한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40-50
년간 절에 다니며 정성껏 공양물을 올리고, 부처님께 갈 때는 매사 모든 일을 다 제껴 놓고
다녔는데
, 다니고 다녀도 허탈하고 닦은 게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이렇게도 이야기해보고 저렇게도 이야기를 해 봐도 도저히 알아듣지를 못하십니다.

가방끈이 길다고 공부잘하는 것이 아니고, 가방이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범소유상이 개시허망이라.’ 생각을 내려놓고, 똥은 똥이라고 봐야 하는데, 똥은 오물이다,
혹은 똥은 거름이다 하며 집착을 합니다.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질문자는 법의 이치를 본 것도 아니고 행한 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법에 의해서 자기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보고 그것을 개선하는 것이 수행이예요.
어떤 사람은 화를, 어떤 사람은 관념을 깨는 것을 잡고 수행을 합니다.

불교 신자로서는 잘 했어요. ‘부처님 믿어서 이렇게 잘 살아왔습니다하면서 감사기도를 하세요.
 
그리고 처음 불법을 임하듯이 해서 불법의 이치를 먼저 터득하셔야 합니다.
알았는데도 안 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잡고 정진을 해 나가셔야 합니다.
안주해서도 안 되고, 나는 왜 안되나 하는 생각을 해서도 안됩니다.

인생은 한 발 한 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내가 장애면 장애를 인정해야 합니다.
장애 상태로부터 조금더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자신이 놓여져 있는 처지로부터, 현재 여기로부터 서서 출발해야 됩니다.”

40
, 50년 절에 다니신 할머니에게 기복적으로 다닌 불교 말고,
법의 이치를 바로 배우는 불교 수행을 다시 시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할머니가 워낙 스님 말씀은 안 듣고 자기 이야기만 하니까, 주변에서 그만 해라는 듯한 소리들이
웅성 웅성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그런데도 스님은 할머니에게 하나 하나 끝까지 설명을 해 주십니다.
마지막엔 할머니도 잘 알겠습니다.”하면서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절에 열심히 다니는 분들 중엔 이런 분들이 참 많겠다 싶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안동 강연을 마치고 대구 달구벌고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시애틀정토회 총무님도 함께 동행을 했는데, 여느때와 같이 스님과 함께 달리는 차안에서
 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

달구벌고등학교 운동장에 내리니, 바깥에 있던 학생들이 법륜스님이다.”하면서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교장선생님과 전 학생회장이었던 세연학생과 함께 사전에 간단한 차담을 나누고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학생회장인 세연이 고모의 인연으로 스님께서 달구벌고등학교 강연을 오게 되었습니다.
달구벌고등학교는 기독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대안학교로, 한 학년에 40명이 정원이라
총학생수가
120명이라고 했습니다.

학생들, 교사들, 주변에 있는 학부형들이 참가를 해서 230분에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스님은 왜 머리를 깎냐? 스님 나이가 어떻게 되냐? 인간관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애가 어렵다는 등 정말 가볍고 고민없는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한 선생님이 고전시간에 아이들이 많이 자는데 어떻게 안 자도록 가르칠 수 있냐는 질문에,
자는 애들은 재우고 나서 강의를 하면 된다는 스님 말씀에 아이들이 신이나 환호성을 지릅니다
.

 

잘 듣고 진지하게 질문을 하는 친구도 있는 반면 강연중인데도 뒤에서 자는 아이, 잡담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세연이 죄송해요. 너무 부끄럽네요.” 합니다.
고등학생들이 다 그렇지.”하시고는
“40, 50대는 내가 코드를 잘 못추는데, 고등학생들은 내가 코드를 제대로 맞추기가 쉽지 않네.”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오늘 스님 초청 강연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논의해서 초청한 것인데도
질문이나 고민이 정말 아이들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는 이런 교육현장에 오면, 현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고 부딪히는 선생님들이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



그래도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라
, 밝고 발랄했습니다.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수성대학교에서 강연이 있는데, 중간 시간이 조금 남아서,
대구정토회에 가서 잠시 휴식을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시간에 맞춰 수성대학교로 갔습니다.

강연장 1, 2층에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780여명이 모여서 스님 강연을 들었습니다.
스님의 시원한 답변에 사람들도 같이 시원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듣는 질문도 있고, 함께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질문들도 있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공기업이나 업체들과 부딪히다 보면 가족들에 대해 위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지 묻는 시민운동가
,
회사직원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고백을 했는데 아직 답이 없는데
이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묻는
38살의 나이든 총각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년차 교사인데 지금은 회의적이고 메느리즘에 빠지는 자신을 보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 4년동안 사랑했던 애인에게 차이고 상처가 커서 힘들다는 청년은
정말 얼굴에 힘들다고 쓰여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

평범한 가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아저씨는 공부 안하고 게임하는 아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물었습니다
. 마지막에는 중학교 3학년이 학교에서의 친구와의 성적 경쟁,
 
친하지 않았던 친구가 다가 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많은 질문이 있었고, 스님과 질문자간의 많은 문답이 있었고, 스님의 지혜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더 즐거워 하는 것 같습니다.
연애는 나이가 어리나 늙으나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을 하고, 단체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 3개 강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동행하는 사람도 다른 때보다 많았습니다.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은 광주와 청주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질문들이 스님을 기다릴까,
광주와 청주의 분위기는 어떨까 잠시 생각을 해 봅니다.
광주는 여태껏 스니과 대중들이 호흡이 잘 맞는 느낌이 있었던 곳이고, 청주는 질문자가
늦게 손 들긴 하지만
, 상반기 중 가장 많은 질문자가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내일을 또 기대해 봅니다. 오늘 강연 준비하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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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향

불사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친 그 청년을 찾아가 위로와 격려를 주시는 섬세하시고 다정한 스님!<br />그 사랑으로 그 청년 금방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_()_<br />오늘도 스님의 노고와 봉사자분들의 노력으로 감사한 하루입니다._()_

2012-10-17 06:19:37

도기말

스님의 동선과 강연장의 분위기를 세세하게 전달해 궁금증을 해소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12-10-16 22:18:13

이숙희

스님법문에 부푼가슴다독이며 수성대학정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봉사자의안내를 받으며 대강당5층에 도착했다.<br />봉사자들의 밝고 환한 미소들이 법륜스님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br />내심 그분들께 고개숙여짐을 느끼며 대인관계가 무서워지는 요즘의 나자신이 부끄러워진다.<br />전국을 다니시는 강행군속에서도 스님의 웃는모습은 한치도 흐트러짐없었고 강당을 가득메운 사람들은 스님의 미소속으로 빠져들어가는듯했다.<br />이천오백년전의 부처님께서 맨발로 인도를 걸어다니시면서 중생들의 근기에맞는 법문을 하셨듯이 비록 스님께서는 하얀고무신을 신으셨지만 질문자의 고통을 마치 겪어보신것처럼 중학생부터 오십대 아저씨까지 근기에맞춰 법문을 하실때 바로 이시대의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br />매일 스님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봐서인지 낯설지않고 매일보는 법당의 관세음보살보는듯하였다. <br />가벼운 즉문즉설인듯했지만 스님의 대답속에는 연기법이있었고 무상,무아,공이 모두 포함되어있었다.<br />아직 300회가 되려면 한겨울을 보내야될텐데 스님의 건강이 괜찮아야할텐데...라며 걱정도 해본다.<br />11월26일에 또 대구에 오신다니 그때를 기다린다.<br />그때는 온가족이 손잡고 가야겠다......<br />봉사자 여러분 고생많으셨고 감사합니다........

2012-10-16 18: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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