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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서울 정토회관에서 경북 군위로 향했습니다.
휴게소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아침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밤낮 기온 차가 커서 감기 걸리기 딱 쉬운 날씹니다.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나 산천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들판도 연노랑색으로 가을 채비를 하고 있고, 길가의 코스모스도 한들한들 춤을 춥니다.
짙푸르기만 하던 나무들도, 붉은 색 이파리 한 두 개 선보이며
붉게 타오를 단풍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경북 군위, 청송, 영천 3군데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왔다갔다 하며 강연장으로 향해 달렸습니다.
스님은 이동하는 차안에서 잠깐 잠깐씩 휴식을 취하셨습니다.
오늘 첫 강연이 있었던 경북 군위는 삼국유사가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강연 전 군수님과 잠시 인사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군수님 말에 의하면,
군위가 서울시보다도 더 면적이 넓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구는 2만 5천여명이 된다고 하네요.
천만명과 2만 5천명.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비도 바람도 피해가서 살기좋은 곳이라고 자랑을 하셨습니다.
강연 시작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별로 오질 않습니다.
예전에 거의 없던 풍경입니다. 강연장에는 자원봉사자까지 150여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청송도 같은 상황이었는데 추석 전이라 농사일이 바쁘다고 합니다.
태풍 이후 뒷정리도 해야 하고, 사과도 따야 하고, 고추도 따야 해서,
동네에 노는 일손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낮에 강연장에 올 사람이 없다며
아쉬워들 했습니다. 그래도 이 인근에서 올 사람들은 다 왔다고 합니다.
강연장에 사람이 많지 않아, 강연을 준비한 분은 스님께 죄송한 모양입니다.
스님께 말씀을 드리니,
“아이구, 괜찮지, 괜찮아. 태풍 뒷정리도 그렇고, 우리가 오히려 농사일을 도와 드리러 가야 하는데
못 가서 더 죄송하지. 온 사람들만큼 이야기 나누면 돼지.”
하시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연장으로 들어가십니다.
지역이라 질문이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구미에서 원정오신 분을 시작으로 질문이 6개나 되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질문에 성의껏 답을 하시고, 마지막에 행복에 대해서 정리를 해 주셨습니다.
“자기 행복은 자기가 만드는 것입니다. 자기를 행복하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어진 조건에서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처지를 비관하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살았네!” 하면서 산 것에 대해서 참으로 고마워 해야 합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이 기적인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다른 것은 별 것 아닙니다.
오늘 웃지 못하면 내일도 웃지 못합니다. 나날이 행복해야 합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긍정적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일 때 행복이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한 말씀, 한 말씀이 그대로 멋진 어록이 됩니다.
사과가 많이 나는 청송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 사과밭이 많았습니다.
올 해는 송이버섯도 풍년이라고 합니다. 길가에 자연산 송이를 판다는 광고도 곳곳에 보입니다.
청송도 추석전이라 사과 수확이 바빠서 강연장에는 15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스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24살짜리 아들 이야긴데요, 아들이 늘 당당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고쳐 주고 싶습니다.”
“어릴 때는 안 그랬어요? 본인은 안 그래요?”
“저도 남편에게는 그랬죠.”
“엄마가 그래서 그런 거예요.”
“저희 부부가 귀농한 후에 떨어져 살고 있는데, 아들이 기숙사에서도
남들에게 살짝 살짝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걱정마세요. 엄마는 남편한테만 그래요? 아니면 남들한테도 그래요?”
“남에게는 안 해요. 남편에게는 하게 되더라구요.”
“그럼 괜찮아요. 아이는 무조건 엄마 따라해요. 아이도 엄마에게만 그러고, 남에게는 안 그럴 거예요.”
“당당하게 키우지 못한 게 문제지만, 그걸 지금은 바로 잡아주진 못하나요?”
“이미 그렇게 자랐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가 있어요.
지금이라도 내가 고칠 것, 두 번째는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해서 한 거짓말이 오히려 아이를 나쁘게 만든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아들을 위해서 남편에게 참회를 해야 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용서를 구하세요.
위기를 살짝살짝 넘기지 말고, 이제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에게 슬쩍슬쩍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요. 우리 아들도 잘 살 겁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인연과의 법칙이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반드시 지어진 인연에 대한 과보는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받아들이던 질문자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영천으로 가는 양쪽 길에는 포도밭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거리에 상자를 포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창밖으로 무심히 바라보며 다음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영천은 인구가 10만 도시라 그런지 670여명이 참가해서,
강연장 좌석을 꽉 채우고 복도에도 앉아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게 참가를 했고, 질문도 다양했습니다. 준비하는 분위기도 밝고 활발한 느낌이었습니다.
스님 소개 영상이 나갈 때부터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열렬히 칩니다.
질문도 많았는데 그 중 마지막 질문을 소개합니다.
외국에서 살다온 20살 청년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실패했을 때 그것을 상처로 간직하면 부담이 되어서 장애가 되고,
교훈으로 삼으면 경험이 되어서 다음 일에 자산이 됩니다.
실패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실패 자체는 상처도 아니고 자산도 아닙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서 경험으로 간직해 보세요.
그러면 몇 번의 실패는 곧 경험이 되어서 당신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실패를 실패라 생각하지 말고 경험이라 생각하세요. 실력이 쌓이게 될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연습입니다. 실패를 상처로 간직하지 말고 경험으로 삼으세요.
상처는 나의 부채가 될 것이고, 경험은 나만의 재산이 될 것입니다.
수많은 실패가 나만의 절대적 무기임을 알게 되면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요즘같이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없어 하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스님의 이 말씀을 꼭 들려 주고 싶습니다.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서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습니다. 스님 앞에서 밝게
웃는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따라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오늘 낮의 가을햇살은 여름 햇살만큼이나 따가웠습니다. 곡식들이 잘 익을 것 같습니다.
곡식이 익듯이 우리 희망세상만들기도 하루 하루 강연을 치줘내면서 결실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각 지역에서 희망강연을 준비하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내일은 경남 함양, 부산대, 대구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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