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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군 현풍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오전 강연이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반가이 맞이해 주셨습니다.
질문자들이 많아 강연을 2시간 30분동안 진행했습니다.
그랬는데도 질문을 하지 못한 분들이 있어서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오늘 질문 중에 유독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아들 내외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현명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질문한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해 봅니다.
“저희는 영감, 할멈 둘 다 70이 넘었습니다.
4년전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사돈이 없는 고아랑 결혼을 하려고 해서 말렸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직장도 없는 내게 저런 여자가 딱입니다,
아니면 필리핀, 베트남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좋겠냐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 천도재를 지내주고 결혼을 시켰습니다. 며느리가 참 착합니다.
며느리에게 설에 옷꼬시(강정)를 해서 맛을 봐라고 하니까
치아가 안 좋아서 맛을 못 본다고 합니다.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치아를 못 고쳤다고 해서,
제가 데리고 가서 1500만원을 주고 다 고쳐 주었습니다.
시집와서 운전면허증을 따고 싶다고 해서 면허증도 따게 했습니다.
아이 하나 낳고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해서,
면허증은 있으면 좋은 거다 하면서 따게 했습니다.
애도 잘 키우고, 아르바이트도 하겠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이가 참 명랑하고 활발하고 문제가 없이 우리 맘에 쏙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우울증 비슷한 것이 있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 가니
우울증이니까 집에서 즐겁게 해 주라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니, 남편이 직장없이 노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가장이 돈을 벌어서 가정을 일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우울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며느리가 아들이 놀면서 가정을 책임지지 않는 것 때문에 이혼을 이야기합니다.
며늘아이가 “지금 이혼해서 나가도 남편보다 좋은 사람과는 만나겠는데,
어머님, 아버님 보다 좋은 분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합니다." 합니다.
겨우 달래서 다시 살기로 했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일 모레 이혼해도 손해날 것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안하게 사세요.
아들하고 의논해서, 처음 결혼할 때는 반대했는데,
너의 말대로 괜찮은 여자 만나서 사는데, 여자가 어떻게 룸펜하고 살 수 있겠니?
힘을 합해서 사는 시늉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니? 하면서
한 달에 50만원이라도 버는 직장을 구하도록 의논해 보세요.
부인이 원하는 것은 부모가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노는 것을 못 본다는 거잖아요.
마음을 며느리가 아들과 4년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이런 마음을 가지세요.
우리 며늘아이가 착합니다.
우리 아들이지만 저런 아들과 살아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맙습니까?
아이고, 우리 아들 장가라도 가보고, 가정이라도 꾸려봐서 감사합니다 하세요.
그리고 어떤 여자도 부모 유산만 받아먹고 사는 것보다,
남자가 나가서 제 역할을 해야 좋아합니다. 아들과 이야기해서 안 살려거든 보내줘라 하고,
살려거든 나가서 70-80만원이라도 벌어라 하세요.
요즘 엄마 같으면 난리가 났을텐데 질문하신 분도 참 착하시네요.
살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면 나중에 며느리가 집나가면 미워져요.
살아준 것만해도 고맙다, 고맙다 하면 살아주는 것도 고맙고, 가도 고맙습니다."
질문을 듣고 스님과 문답이 오가는 속에서 참 지혜로운 시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풍고등학교에서 강연을 마치고 곧장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가 있는 서울대로 향했습니다.
서울로 오는데 고속도로 공사가 이 곳 저 곳 많아서 정체되는 곳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스님은 바깥 상황과 관계없이 현풍에서 서울 오는 동안 차안에서 곤히 주무셨습니다.
서울대학교에 도착하니 강연 한 시간 전입니다.
강연전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원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식사를 못 하신 스님께 샌드위치를 준비해 주셔서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통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장님은 최근 유럽에 평화관련 탐방을 다녀 오신
이야기를 하시면서 20세기형 평화관리형의 한국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두 분이 서로 오래된 지인이라 거리낌없이 편안하게 사회문제와 통일에 대한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7시가 되어 강연장에 들어가니,
1600석 강당엔 1, 2층 모두 꽉 차고 복도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1800여명이 참가를 했다고 합니다.
200여명이 바닥에 앉았는데, 바닥이 카펫으로 되어 앉기에 좋았습니다.
기
오늘은 초대손님으로 시골의사 박경철, 서울대 교수 조국 님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새로운 100년’을 읽고 어땠는지부터 여러 질문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창조적인 삶, 진보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스님과 함께 이 자리에 앉아서 구시대의 낡은 통일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자체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강연장에 온 1800여명의 관객들은
모두 스님 강연을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 같았습니다.
스님의 통일에 대한, 역사에 대한 이야기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희망세상 강연회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아, 사람들이 이렇게 스님의 말씀에 공감을 하고 있구나.
오늘 강연 온 사람들은 정말 통일을 위해 통일의병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분위기에 취해서 감동하곤 했습니다.
통일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겠구나. 이런 열기를 모아 나간다면,
정말 통일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느낌으로 확인하는 희망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강연 마지막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 강연장 밖으로 나가서도 행동을 할 수 있는
실천방법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뭔가 통일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행동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자의 간절함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 때 스님의 하신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2000만 북한동포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데,
이것을 외면하고 어떻게 진리를 이야기하고,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맨 처음, 이들을 위해서 커피 한 잔 값이라도 먼저 기부를 하는 것에서부터
통일을 위한 준비는 시작된다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많이 다가왔습니다.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사람들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살짝 눈물을 보이시는 듯했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가슴이 찡-해지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인간이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구나....가슴이 아팠습니다.
북 콘서트가 오늘로써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처음 서울에서 북콘서트 하던 날, 이렇게 해서 사람들의 열의를 모아 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사실 앞섰습니다.
두 번째, 광주에서의 북콘서트를 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의를 가지고 있구나. 귀를 열고 듣고 있구나. 행동하려고 하는구나.
대전, 울산, 부산을 거치면서 조금씩 조금씩 분위기가 달구어져 왔던 것 같습니다.
오늘, 1800여명이 모인 서울대에서 같이 환호하고,
같이 손뼉을 치는 10대부터 머리 하얀 할아버지들까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감동이 밀려와서 저는 또 눈물이 났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기 위해서
스님이 얼마나 많은 날들을 거리에서 보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오직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을 돕기 위해,
통일을 위해 염원하고 또 염원하셨는지....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나 항상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시는 스님.
스님의 기도가, 이제는 우리들의 염원이 된 통일이 속히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내일은 사실상 여름 200강 마지막 날입니다. 순창과 진천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 강연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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