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7.10. 아시아 순회강연(2) 베트남 호찌민(Ho Chi Minh)
“여자친구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 주는 게 너무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시아 순회강연 중 두 번째 순서로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인 호찌민(Ho Chi Minh)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4시 30분에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공항까지 배웅을 나온 싱가포르 정토회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탑승구 앞에서 대기하다가 오전 7시에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를 출발해 베트남 호찌민으로 이동했습니다.

하늘길을 가로지르는 동안, 창밖으로는 구름 위에 떠오른 햇살이 찬란하게 펼쳐졌습니다.

비행기는 2시간을 이동하여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에 호찌민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데 줄을 선 사람이 많아서 2시간이 걸렸습니다. 현지에 사는 분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베트남 정부에서 공무원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겨우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베트남 정토회 회원들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베트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 가는 길에 강연을 준비한 책임 봉사자들이 스님께 점심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하여 숙소 인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에 도착해 쌀국수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저녁 강연에서 외부 안내팀, 내부 안내팀, 무대팀, 부스팀 등 각 꼭지별로 책임을 맡은 분들이었습니다. 6월 한 달 동안 포스터를 부착하고, 현수막을 걸고, 팀별로 정성을 들여 강연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한 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베트남 정토회 회원인 이혜진 님이 본인의 집을 숙소로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해 주었습니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가서 무척 덥고 습했습니다. 오후에는 더위를 피해 숙소에서 한국과 소통하며 업무를 본 후 휴식을 취했습니다.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6시 30분이 되어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베트남 호찌민 시 푸미흥(Phu My Hung) 신도시에 위치한 메르펄 크리스털 팰리스(MERPERLE CRYSTAL PALACE) 호텔입니다.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강연 참석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베트남 현지인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 큰 도움을 받았다며 연꽃 꽃다발을 건넸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스님은 인사를 나눈 후 강연장으로 들어섰습니다. 강연장에는 150여 명의 교민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모습을 보이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작년에 JTS에서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 4천 명이 다니는 학교를 준공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금 보신 영상은 시리아에서 2년 전에 일어난 터키-시리아 대지진 피해 지역을 복구하는 모습입니다. 이 지역은 터키 국경 지대에 있는 시리아 땅으로 당시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반군이 장악하고 있던 지역이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아사드 정권의 폭격을 받고 이에 저항하던 민주 반군이 활동하던 곳이었어요. 정토회에서 학교를 준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 반군이 아사드 정부를 몰아내고 시리아 정부를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시 복구 사업에 참여했던 이들이 시리아 정부의 대표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민간의 손길이 외교의 문을 열다, JTS의 시리아 복구

시리아는 약 12년 동안 내전을 겪으며 전 국토가 황폐해졌고, 여기에 지진까지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새 정부가 들어섰고, 현재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복구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는 데도 수십 년이 걸렸던 것처럼 시리아도 그렇게 회복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JTS의 활동이 작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아는 유엔 가입국 중 한국과 수교하지 않았던 유일한 나라였는데, 올해 들어 시리아와 수교를 맺게 되었습니다. 수교 협상을 할 때 시리아 외무부 장관이 ‘우리가 어려울 때 한국 시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하면서 JTS가 지은 학교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민간단체의 활동이 때로는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번 활동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강연장 입구에서 질문을 신청한 분들부터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11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여자친구가 힘들 때마다 하소연을 늘어놓는데 그것을 공감해 주지 못하면 심하게 화를 낸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여자친구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 주는 게 너무 힘듭니다

“저는 연인 관계에서 오는 힘든 일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7년을 넘게 만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한국에 있는데, 조금 힘든 일이 있으면 저에게 그 일들을 많이 털어놓습니다. 제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고, 저 자신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기 어렵습니다. 여자친구가 본인의 힘든 일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속적으로 쏟아내면, 제가 그것을 여자친구가 원하는 방식으로 받아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서운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럴 때 저에게 거친 언행을 보이고 욕설을 하면, 저는 그게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저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요?”

“친구라는 게 뭘까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게 친구 아니에요?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떠나서 친구라는 게 그런 존재 아닐까요? 친구라면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하고 말해 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친구라고 해서 무조건 ‘네가 잘했다.’라고만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친구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때로는 직언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친구 관계가 오래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냥 좀 괴롭다는 말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낫다.’라고 얘기해 주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처를 입거나 반발을 할 수 있습니다. 법륜스님이 그렇게 얘기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법륜스님한테는 반발이 좀 적습니다. 그 이유는 서로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가족이나 연인, 친구 사이에서는 어떤 해결책을 묻는 게 아니에요. 그냥 하소연을 하고 상대가 동조해 주길 원하는 거죠. 가족, 친구, 친지 관계에서는 그런 감정에 동조해 주었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물론 마약을 하거나 남을 폭행한 것을 잘했다고 해주면 안 되지요. ‘그 자식 한 대 때릴 만했다.’ 이렇게 동조해 주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불교에서는 남을 해치는 것,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 남을 괴롭히는 것, 남을 속이는 것, 마약이나 술에 취해서 행패를 부리는 것, 이 다섯 가지는 사람으로서 행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행위로 인해 결국 자신에게 손해가 온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 다른 일에 대해서는 연인 사이나, 친구, 가족 관계에서는 어지간하면 ‘그래, 네가 많이 힘들었구나.’ 이렇게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법륜스님한테는 뭔가 해결책을 찾고자 묻지만, 친구에게 물을 때는 꼭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오히려 ‘그래, 너 잘났다!’ 하고 기분 나빠할 수도 있어요.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어리광 부릴 때처럼 감정적인 위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럴 때는 공감의 말을 하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는 게 제일 낫습니다. ‘네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뭔가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아야 욕먹을 일이 없어요. 상대가 욕을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누가 몰라서 그러냐?’ 바로 이런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이런 일을 통해 상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몇 년 사귀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니 친구 사이인데도 제 뜻에 안 맞으면 욕설을 하고 그러는데, 결혼해서 살면 좀 시끄럽겠다고 예측이 되죠. 그렇다면 연애까지만 하고 결혼은 좀 어렵겠다 하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잖아요. 이걸 모르고 결혼했으면 결혼 생활이 어렵지 않겠어요? 아이가 생긴 후에 이혼을 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지죠. 그래서 이런 일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함께 살려면, 말로 이기려 들지 않아야 합니다.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것은 항상 말로 이기려고 하는 데서 나오는 일입니다. 말로 못 이기니까 힘으로라도 이기려고 하는 거예요. 가능하면 그냥 동조해 주세요. ‘틀린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동조를 해줍니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옳다’, ‘그르다’ 자체를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것을 따지고 싶거든 ‘법륜스님한테 물어봐라!’ 하세요. 저한테는 좀 따져도 됩니다. 나이도 많고, 스님이고, 본인하고 아무 이해관계도 없고, 제가 동조를 안 해줬다고 섭섭할 일도 없으니까요. (웃음)

어제도 한 분이 ‘화가 너무 나는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나요? 보듬어 주어야 되나요?’ 했더니 ‘중간쯤 해주세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이고, 그래. 너 잘났다.’ 이런 식으로요. (웃음)

결국 자기 잘난 맛에 그러는 겁니다. 화를 잘 내는 건 자기가 잘났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입니다. 상대가 미워지거나 화가 날 때는 자기 자신에게 ‘아이고, 너 잘났다.’ 하고 얘기하라고 했더니, 그분은 말귀를 빨리 알아들었어요. 추가 설명이 필요하냐고 물으니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요. 친구 사이에는 가능하면 공감해 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AI 시대가 도래했는데 AI는 종교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종교가 유지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결혼이나 출산을 생각하지 않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남과 비교를 하게 되면서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앞으로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할까요?

  • 방학이라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있으면서 공부 때문에 갈등이 너무 심합니다. 밝고 명랑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아들과 딸을 차별 없이 키우려고 하는데 나이에 따라 서열 정리가 필요할까요? 남녀는 차별이 없지만 나이는 어떤가요?

  • 스님이 책에서 언급한 ‘나를 버려라’ 하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요?

  • 스님도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스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

  • 주재원 생활을 1년 정도 한 상태인데 호찌민에서는 친구 관계 등 네트워크가 한국과 대비하여 좋지 않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살생을 하기도 했지만, 저도 바퀴벌레를 무수하게 살생하다 보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 부모의 권유로 20대에 어학연수를 온 지 1주일 되었습니다. 가끔 침울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열심히 생활하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질문자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변화가 많은 요즘 시대에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하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자신들이 주도하여 형성해 온 세계 질서가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가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꼭 ‘좋다’, ‘나쁘다’로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제와 비교하여 오늘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변화란 본래 그런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녀가 서로 좋아하다가 헤어지면, 남자의 입장에서는 좋아했던 여자와 헤어졌으니 나쁜 변화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를 좋아하는 또 다른 남자가 있다면 그의 입장에서는 좋은 변화일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변화는 그저 변화일 뿐, 본질적으로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좋고 나쁨은 어느 관점에서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법

우리는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대략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유추하면서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헤어지자’고 말하면, 그것은 관계의 변화입니다. 새로운 만남 또한 관계의 변화입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기보다 관계의 변화를 직시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유추하면서 그 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결혼 생활 중에 어느 날 갑자기 상대가 이혼을 하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상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생각해 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요. 예를 들어, 오늘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암이 오늘 생긴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있었던 암이 오늘 발견된 것입니다. 그럼 오늘 나쁜 일이 생긴 걸까요? 아닙니다. 오늘 오히려 암을 발견했으니 좋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어제는 암이 있었지만 알지 못했는데, 오늘은 암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은 것이지요. 의사에게 ‘암을 발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칭찬해야 하는 거예요. 암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그동안 대응하지 못했는데, 이제 알았으니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만 남는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익이 날 수도 있고, 손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손해가 날 가능성이 크다면, 손해를 덜 보도록 하는 것이 좋은 대응입니다. 주식을 만 원에 샀는데 앞으로 떨어질 것 같고, 지금 가격이 8천 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파는 것이 낫습니다. 5천 원일 때 파는 것보다 8천 원에 파는 것이 3천 원 이익입니다. ‘만 원 주고 사서 2천 원 손해를 봤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3천 원 이익을 봤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을 ‘손절매’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은 손해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만 원 주고 샀으면 만 5천 원, 2만 원이 되어야만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손해를 보는 거예요. 병을 치료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치되는 병이 있고, 완치는 안 되더라도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경우가 있고, 악화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도 있습니다. 치료란 병이 완전히 나아야만 치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치료라고 하면 완치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완치가 안 되면 괴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변화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중 어떤 선택이 나에게 이익이 될 것인지,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여러분이 암 진단을 받거나, 이혼을 요구받거나, 상대가 바람을 피웠거나, 회사에 부도가 났거나, 단속이 들어오거나,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관세를 매기더라도 ‘변화가 왔을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문을 닫는 것이 손실을 덜 보는 것이라면 문을 닫아야 합니다. 문을 닫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문을 닫는 것도 손실을 덜 보는 하나의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관점으로 살아간다면 모든 관계에서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곧바로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강연에 참가한 교민들은 길게 줄을 서서 스님에게 사인을 받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덕분에 정말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책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호찌민, 파이팅!”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스님은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묘덕 법사님과 함께 둥글게 모여 앉아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았다며 봉사가 곧 수행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법륜스님을 유튜브로만 보고 한 번도 못 뵈었어요. 그런데 오늘 호찌민에서 법륜스님을 직접 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강연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정토불교대학도 신청해서 듣게 되었고, 오늘 봉사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맺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온라인으로 불교대학 수업을 들어서 온라인으로만 뵙던 분들을 오늘 봉사하면서 직접 얼굴을 봐서 참으로 반갑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제가 큰 선물을 받는 기분입니다.”

“작년에는 강연만 듣고 갔는데, 그때 봉사하는 분들의 얼굴 표정이 너무나도 밝으셔서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저도 봉사자로 강연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제가 배우고 가는 게 더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생의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찾아와서 고민을 해소하고 가시는 모습에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하는 데 제가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여러 봉사자들이 협력해서 이런 행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모자이크 붓다가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수고한 서로를 격려하며 큰 박수와 함께 소감 나누기를 마쳤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밤 11시가 넘어서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호찌민 공항을 출발하여 홍콩으로 이동한 후, 저녁에는 홍콩에서 아시아 순회강연 중 세 번째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

0/200

이혜진

함께 한 모든 시절 인연에 감사합니다.

2025-07-13 07:59:43

서나윤

감사합니다. 🙏

2025-07-13 07:16:03

이수정

고맙습니다.

2025-07-13 07: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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