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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강원도 양구로 출발했습니다.
새벽같이 감자를 찌고, 밥 한 술 준비해서 아침여행을 떠났습니다.
중간 휴게소에서 밥과 감자로 푸짐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넓은 휴게소엔 청소하는 아저씨만 비질을 하고 계시고, 주변은 조용했습니다.
양구문화회관에 들어서니, 군복을 입은 군인 몇 명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양구군은 총 인구가 2만 2천명정도 되는데,
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군인 인구가 2만 2천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군인의 고장입니다.
강연장이 309석인데 420명이 참가해서, 복도에 앉고 뒤에 서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한 비구니 스님은 강연 참가자들을 위해 커피와 녹차와 뜨거운 물까지 준비를 해 주셨습니다.
양구지역에서 포교활동을 하시는 여러 스님들이 오셔서 스님을 반가이 맞이해 주십니다.
양구군 희망지기가 이번 강연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훈훈한 미담을 이야기해 줍니다.
법륜스님 강연 플랭카드를 보고, 양구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하는 분이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자기는 기독교인인데 법륜스님의 법문을 듣고 인생이 행복해졌다면서,
같이 홍보할테니 전단지 좀 달라는 전화였습니다.
그 분이 전단지 1000장을 들고 가서, 양구시장에서 시장온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시장통 가게에도 전단지를 붙이고, 심지어 아이 학교까지 찾아가,
쉽지 않은 기회니 학생들 전체 강연 참가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합니다.
몸집이 자그마한 분이였습니다.
포교는 억지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을 만나 인생이 행복해지면
저절로 주변에 행복을 전하게 된다던 스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분당지구에서 그동안 강원도 7개 지역을 담당해서,
직접 홍보도 하면서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오늘이 봄, 여름 100강 중 분당지구에서 맡은
강원도 지역 마지막 지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재미 있었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어
양구 강연장 질문 중 마음에 남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일찍 명예퇴직을 당하고, 귀농해서 살고 있는데 마음이 답답하고 갑갑하다고 합니다.
아들 둘이 대학교 다니고 있는데, 졸업반인 큰 놈은 지방대라 취직이 안 되고, 물가는 비싸고,
농사도 어렵다 합니다. 서민이 살기가 어렵다며 스님의 시원한 답을 원한다면서 질문을 하는데,
목소리에 세상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습니다.
힘들고 답답한 가장의 무게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일단 어렵다고 인정하구요, 한 번 이야기를 해 봅시다.
만약 내가 산다면 베트남에 가서 살래요? 한국에서 살래요?”
“한국에 살겠습니다.”
“베트남보다 한국이 살기가 낫겠죠? 그럼 중국에 살래요? 한국에 살래요?”
“한국에 살겠습니다.”
“그러면 한국이 살만한 나라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왜 한국에 못 살아요?”
“살긴 사는데, 요 근래가 어렵습니다.”
“요 근래라 하더라도 베트남에서 살래요? 한국에서 살래요? 살만 해요? 안 해요?”
“살만 합니다.”
“예, 대한민국이 살만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에 대해서 먼저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스님은 문답을 하면서 그 분의 분노를 잠재워주고,
그 분이 제기한 왜 살기 어려운지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현재의 서민 경제의 답답함의 원인이 되고 있는 양극화에 대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 알기 쉽게 맥락을 잡아가며 설명을 해 주십니다.
처음과 달리, 마이크에 대답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에서 가벼움이 느껴집니다.
양극화가 당장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왜 귀농한 가장이 답답하고 갑갑한지에 대해서
스님이 설명을 해 주시면서 마음을 받아주니까,
곰같이 큰 몸집을 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집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서민들의 현실의 모습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양구군에서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과천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천으로 가서 사람을 만나고, 다시 경기도 가평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과천에서부터 비가 솟아지기 시작하더니, 늦은 밤까지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국가는 곳마다 저수지가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밭작물은 해갈이 조금 되었는데, 저수지며, 댐에는 물이 차지 않았습니다.
오늘 내리는 비로 완전히 해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가평 강연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2층이 다 차지 않았는데,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꾸준히 왔습니다. 좌석이 649석인데 680명이 참가해서,
강연이 끝날 때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집중해서 듣습니다.
백발의 할머니도 계시고, 할아버지도 계십니다.
아빠가 있을 때는 억눌려 있다가 아빠만 없으면
동생을 때리고 엄마에게 욕을 하는 중학생 아들을 가진 엄마의 고민,
8년간 유학을 하고 돌아왔는데도 선생님과 부모님이 시키는대로만 살다가
이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나이 38살인데, 엄마의 과잉 보호로 직장을 가도 8개월 이상 다니지 못하는
정신이 약한 젊은이의 자립에 대한 고민,
결혼 전에는 긍정적으로 살았는데 결혼 후부터 친구들에게 몇 번 돈을 사기 당하면서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었다는 남자분의 질문,
요즘 신문에 나는 저축은행비리 등 수천억원 단위의 부정부패 현상을 보면서
서민들이 성실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인생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며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다는 60대 할머니의 문제의식까지 바로 바로 이어서 나옵니다.
스님이 왜 자녀를 3살까지는 꼭 엄마가 키워야 하고,
엄마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고 그렇게까지 강조를 하시는지,
왜 유치원, 초등학교까지는 돌봐주고, 사춘기때는 지켜봐주고,
성인이 되면 독립을 시켜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는지,
오늘 질문자들의 모습을 통해 인연과의 법칙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해서 친구와 원수가 되었다는 질문자에게
“친구가 돈을 갚지 않아 친구가 약속을 깨긴 했지만,
돈 안 갚은다고 친구를 버린 나도 친구의 의리를 저버린 것입니다.
남 탓만 하지 말고 자기를 돌아봐야 합니다.” 라고 하시면서, 정리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장님이 종업원을 고용할 때, 직원 좋은 일 시키려고 고용해요? 자기 돈 벌려고 고용해요?
자기 돈 벌려고 고용하죠? 직원이 취직할 때 사장 좋은 일 시키려고 취직해요? 자기 이익 볼려고 취직해요? 자기 이익 볼려고 취직하죠?
직원이 사장 심정을 조금만 이해해 주면, 사장이 직원을 회사에 오래 잡아두려고 하기 때문에
직원은 자기 직장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겠죠?
또 사장이 직원 입장을 조금만 생각해주면 직원이 회사를 나가려고 하지 않으므로
직원들의 근무가 안정적이라 회사가 발전할 수 있겠죠?
서로 조금만 이해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될텐테 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니까
서로에게 손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어리석어서 그렇습니다.”
항상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매 순간 ‘나’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강원도의 산천을 만나고, 강원도 가까이 위치한 가평의 사람들과도 만났습니다.
내일은 강원도의 동해안 고성과 동해로 갑니다.
여름 100강 중 강원도 마지막 날이 되겠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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