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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오전 강의가 있는 하동으로 출발했습니다.
하동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 섬진강을 만났습니다. 넓게 펼쳐진 강과 흐르는 푸른 물,
오래된 벚나무 가로수길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하동은 섬진강이 있고, 화개장터도 있고, 최참판댁도 있고,
박경리 소설 토지의 고향이기도 한 낯익은 지역입니다.
오늘은 공무원 교육을 겸해서 진행된 강연이었습니다.
하동군수님과 강연전 간단한 차담을 하고 강연에 들어갔습니다.
강연장은 678석인데, 630명이 참가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월례조례를 하고 참가를 해서, 시간 빠듯하게 우루루 몰려 들어왔습니다.
스님이 강연 서두에서 지역으로 내려오면 그 지역 사람들은 질문자가 별로 없고,
인근 지역에서 원정 질문자들이 많다는 말씀을 했었는데, 오늘도 첫 질문자부터 시작해서
마산, 창원, 진주 등지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61세의 사별한 아저씨의 질문을 옮겨 봅니다.
“사별을 했습니다. 다시 좋은 인연을 만나서 사는 것이 가능할까요?
다른 사람 소개로 두 번을 만나봤는데, 저는 다만 둘이서 오손도손 살고 싶은데,
상대편에서는 모두 조건을 붙입니다. 공무원 퇴임을 해서 재혼하고 제가 죽으면
당연히 재산이고 연금이고 다 넘어갈 건데, 미리 재산을 요구합니다.”
“젊은이들이 처음 결혼할 때도 상대가 어떤가 하고 이것 저것 조건을 따집니다.
그런데 60살이 넘어 재혼하면서 어떻게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이 나이에 재혼을 생각할 때는 서로 대화가 되는 친구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생활의 안정을 바라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만약 10살이나 많은 70대 할머니와 결혼을 해도 좋다면 조건을 따지지 않거나
아주 작은 요구를 할 겁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나이의 할머니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것부터 많은 조건을 내가 따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건을 따지는 상대를 탓하지 말고 이 나이에 결혼할 때는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며 이해하고 적절한 선에서 선택을 하십니오.”
하동 강연을 마치자마자 바로 구례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하동과 구례가 거리가 멀지 않아, 식사도 차에서 하다보니 시간을 조금 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례 화엄사로 향했습니다.
대웅전과 각황전, 국보인 사사자삼층석탑에 참배를 했습니다.
스님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셨습니다.
30분 정도의 여분의 시간으로 서둘러 화엄사 참배를 했는데,
그런 중에도 화엄사 각황전의 유래며, 사사자 삼층석탑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셔서
재미있게 화엄사 사찰 순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순천에서 스님 강연 들으러 왔다가 화엄사에 잠시 들렸다는 분도 만나고,
광주 과기대학원생들의 요청으로 함께 단체 사진도 찍었습니다.
화엄사 참배를 마치고 바로 구례 강연장으로 갔습니다.
구례도 분위기가 참 밝았습니다.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하동과 구례가 가까이 있어, 한 군데에서만 강연을 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스님께서 엄연히 다른 지자체니까 따로 해야 한다고 해서 오늘 강연이 만들어졌다고 하자,
대중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합니다.
옆에 앉아 계시던 백발의 할머니 세 분이 나란히 앉아 추임새를 넣으면서
열심히 강연을 들으십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할머니. 즐거우셨어요?”하고 물으니,
“즐겁지. 내가 차만 있으면 스님 다음 법문 하는데까지 따라 갈껀데, 차가 있나? 뭐가 있나?
이래 다리가 아파서 어데 따라 다니지도 못하고.”
“매일 TV로 스님 방송 듣제. 오늘 보니까, 부처님이 내려와서 법문하는 것 같다, 하하하”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저도 할머니들 이야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구례는 강연장이 320석인데 복도에 앉고, 서서 듣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490명이 참가해서 인생사에 대한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자원봉사자들 나누기에서는,
사회적인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강연이 하루에 3개나 되어 강연 마치고 다음 강연장으로 이동하기가 바쁩니다.
차가 막힐 수도 있어서, 구례 강연 후 바로 김해로 떠났습니다.
김해시청에 들어서니, 강연들으러 온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작년에도 김해시청 대연회실에서 강연을 한 경험이 있어서,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그 공간으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긴 줄을 보고, 스님이 바로 줄 선 사람들에게로 성큼 성큼 걸어가십니다.
100m나 되어 보이는 긴 줄 마지막까지 걸어가면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십니다.
“죄송합니다. 공간이 좁아서 혹시 못 들어가게 되더라도 양해바랍니다.” 하면서
고개를 숙여 일일이 인사를 하십니다.
“바로 시청 앞이 집이라서 시간 맞춰서 왔더만, 들어가지도 못하게 됐네예.아이구, 참...”하면서
아쉬워하는 아주머니도 계십니다.
강연장에는 로비에 앉은 사람들까지 1200명이 참가를 하고, 5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스님의 법문 CD 한 장씩을 드렸지만,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더운 로비에서 빼곡이 앉아 강연을 들으신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김해에서도 질문이 많았습니다.
의처증과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24년을 살다가,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100일전쯤에 집을 나왔는데 생활력이 없는 남편이 걱정이 되어 마음이 불편하다는 착한 아주머니,
고등학교 때 오토바이 사고로 건강한 남자로서의 성생활을 못하는 것에 대해
좌절하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의 질문이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에 있어서의 핵심은 상대가 아니라 나라는 것,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고,
나는 주변의 어떤 상황 속에서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스님의 말씀은
오늘도 강연장 안에서 강조되고 다시 강조가 됩니다.
김해는 스님 말씀에 대한 반응이 즉각 즉각 나타납니다.
박수도 우렁차게 치고, 박수 횟수도 많고, 박수만 치는 것이 아니라
큰 소리로 거의 떠드는 것처럼 웃습니다.
스님이 “좀 조용히 해 봐요. 이야기 좀 듣게.” 하실 정도로 사람들이 재미있어 합니다.
세 번의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스님이 “아이고, 하루 3개 하니까 좀 힘이 드네.” 하십니다.
스님은 몸이 힘이 들면 힘이 든다고 하시고,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몸이 힘이들고, 피곤해서 괴로워 하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보통의 저희와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힘이 들어도, 피곤해도 그냥 하십니다.
그런데 내일도 강연이 3개가 잡혀 있습니다. 굴비로 유명한 전라도 영광과,
완주에서 희망 강연이 이어지고, 대전에서 저녁에 북콘서트가 있습니다.
내일도 바쁘겠죠? 내일 영광과 완주,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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