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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을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황사로 날이 흐려서 그런지, 엊그제가 보름이라 달이 밝을텐데도 새까만 밤입니다.
이제는 까만 밤에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것도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전남 곡성과 경남 남해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남쪽 땅이라 그런지, 벌써 아카시아꽃도 피고, 이팝나무 꽃도 하얀 눈처럼 피어 있고,
모내기를 이미 한 논도 있었습니다.
여름이 옆에 와서 팔짱을 끼며 장난스런 눈짓을 보냅니다.
전남 곡성 강연장에 도착했는데, 어린 학생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생들입니다. 교육희망연대라는 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중학생, 대안학교 고등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또 시골이다보니 60-70이 넘어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강연을 하시는 법륜스님과 무대 뒤에 앉은 중학생들>
스님이 “오늘 강연을 어느 기준에 맞춰서 할까?” 웃으며 강연장으로 들어가십니다.
강연장 무대위에 중학교 1학년생들이 우루루 앉았습니다.
2시간 가량 되는 강연을 조용히 앉아서 듣기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산만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스님이 무대에 앉은 학생들을 향해서 “질문할 것 있어요?”하며 대화를 시작합니다.
중학교 1학년생들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되는거죠?”
“스님 어디 사세요?”
“요즘 어떤 일 하세요?”
“학생들의 이성교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님은 왜 머리를 빡빡 밀었어요?”
“친구와 광주에 놀러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별로 답을 원하지 않으면서 질문을 하는 개구쟁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답을 해 주고,
그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오전 강연은 좀 산만했고, 10대부터 70대까지 참가해서,
눈높이를 어느 한 쪽에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경험이 되었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곡성지역 자원봉사자들>
오후에는 남해 강연이었습니다.
곡성 강연을 마치고 고속도로 IC로 향해가는 양쪽 길에 철쭉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었습니다.
요즘 전국을 다녀보면 각 지자체들마다 도로 정비나 도로 주변 조경을 참 잘해 놓은 것 같습니다.
남해는 해안도로밖으로 바다가 있고,
동백나무와 벚나무로 가로수를 해 놓아 잘 정돈된 느낌이었습니다.
점심식사는 곡성에서 남해로 가는 고속도로 첫 휴게소인 주암휴게소에서 먹었습니다.
지난 3월 한 달간 영상촬영팀 운전 자원봉사를 했던 거사님이
스님 점심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연락이 왔기에, 식사 대접은 안 받는다고 했더니,
정성껏 도시락을 싸왔습니다. 휴게소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 화장실에 다녀오시던 스님이,
“남자 4명이 서서 이야기를 하다가 인사를 하네. 우리 마누라가 법륜스님 팬입니다 하면서...”
요즘은 어디를 가도 스님을 아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TV에서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남해에 도착해서는 남해 보리암 참배를 했습니다.
전에는 등산로로 올라갔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차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5분 가량 걸어가니까 보리암이 있었습니다.
참배를 하고, 이 곳 저 곳 살펴보았습니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스님이 정성껏 삼배를 올립니다.
무엇을 생각하며 절을 하실까?
스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이 스님만의 원이 아니라, 이제 우리 모두의 원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리암 뒤에 있는 단군신전에 가서 참배도 했습니다.
<단군성전에 모셔진 환인상>
금산 정상의 봉수터에도 올라가봤습니다.
황사가 심해서 멀리 바다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변 경치가 좋았습니다.
<금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리암을 바라보며>
금산에서 내려와 상주해수욕장 앞을 한 번 돌아보고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남해군수님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간단한 차담을 나누고 강연장에 들어갔습니다.
군수님도 강연을 다 듣고 스님이 가시는 마지막까지 배웅을 해 주었습니다.
남해는 300명이 강연에 참가했습니다.
남자들이 주로 질문을 했고, 질문내용도 주로 사회적인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두 번째 질문이 “우리나라 통일이 왜 안됩니까?”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스님은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 주변 정세, 역사 속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얻을 것들,
이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십니다.
그래서인지, 통일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듣는 사람들이 아주 진지하고 호응이 좋았습니다.
남해 들어와서 바라보니, 온통 마늘밭입니다. 마늘이 엄청 많습니다. 남해 마늘이 유명한가 봅니다.
군수님이 스님께 건강하시라며 남해 특산물 흑마늘 한 상자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지금이 마늘농사로 바쁜 철이라 사람들이 강연 들으러 오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300명이면 많이 온 것이라는 현지 사람들의 설명을 들으며
자원봉사자들과 사진을 찍고 오늘을 마무리를 했습니다.
내일은 충남 계룡시에서 오전에 강연이 있고, 오후에는 경북 상주에서 있습니다.
내일은 충청도와 경상북도를 뛰게 되네요.
전국 유랑생활도 이제 안정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날 무렵에는 너무 많이 앉아 있어서, 앉아 있는 것도 힘들더니,
이제는 내 맞춤 자리인양 편안하게 앉아서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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