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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 님의 수행담은 불교대학 -> 깨달음의 장 -> 바라지장으로 이어지는 정토회 선순환의 고리를 따라갑니다. 바라지장 소감문이 뭐 다 비슷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요. 이 글에는 박형근 님만의 독특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사를 입사하면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이직을 반복하는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바라지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하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 글을 읽을 준비가 되신 겁니다.
2024년 봄불교대학에 입학해서 8월에 졸업했습니다. 예전에는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을 다녀와야 불교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말을 졸업식 법문에서 듣고, 나도 깨장을 다녀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9월에 자리가 나서 신청하고 2주 뒤 곧바로 참여했습니다.
별생각 없이 참여한 깨장에서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미운 마음이 말끔히 사라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버지만 떠올리면 뭔지 모르게 불편하던 마음이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웠고, 감사했습니다.
깨장에서 받은 선물이 너무 감사해서 무언가로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평생 봉사라곤 해본 적이 없어서 그저 봉사를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경전대학 수업이 없는 10월 첫째 주에 ‘바라지장’을 신청했습니다.
바라지장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처음 만난 도반들과 입재식을 하고 자기소개와 첫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처음 만난 사람과 마음 나누기를 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평소 요리도 해본 적이 없어서 공양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행히 팀장님이 비교적 쉬운 소임인 차를 끓이는 일과 김치를 써는 일을 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예불을 드리는 일도 영 어색했습니다. 아직 예불 경험이 없어서 눈치로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특히 발우 공양은 난생처음 하는 경험이라 무척 긴장됐습니다. 옆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마쳤는데, 그때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입니다. 발우 공양 후 체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불편했지만, 바라지장에 온 이유를 잊지 않고자 마음속에 명심문을 깊이 새긴 채 임했습니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을 깨장에서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식에 담긴 바라지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습니다. 받은 대로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서툴러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익숙해지면서 재미도 생겼습니다. 힘든 일도 별로 힘들지 않게 느껴지고, 함께한 도반들이 잘 알려주니 적응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고집이 세고 화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직장 생활도 힘들었는데, 회사를 입사하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길 반복하며 옮겨 다녔습니다. 업종도 계속 바뀌다 보니 남들이 직업을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여러 번 옮겨 다니면서 알게 된 점은 저에게는 힘든 일, 짜증 나는 일, 피곤한 일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라지장이 끝나갈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바라지장에 봉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하러 왔다면 어땠을까?’ 근무 환경으로 따지자면 제 기준에서 바라지장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모자라 공양간에 남자라곤 저 혼자다 보니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충분히 짜증 나고 힘들 만한 일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오히려 일을 하면 할수록 더 힘이 났습니다. ‘참 신기하네, 돈을 받고 일을 할 때는 짜증 나던 일이 왜 이곳에선 오히려 더 힘이 날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바라지장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왔고, 같은 일을 해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면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힘든 일, 짜증 나는 일, 피곤한 일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남 탓하고 환경 탓하면서 어쩔 수 없이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바라지장을 통해서 그동안의 이직이 다 제 마음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또 한 번 더 가벼워졌습니다. 앞으로 힘들고, 짜증 나고, 피곤할 때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먼저 내 마음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바라지장에서 또 하나의 큰 선물을 받으면서 문경 수련원이 좋아지고 봉사하는 일도 좋아졌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니 또 감사한 일이 생기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에도 문경 수련원과 두북 수련원에 봉사하러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선물을 혼자 가지지 않고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함께해준 도반들에게 모두 감사합니다.
글_박형근(부산울산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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