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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소금 가마를 지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해도, 저는 망설이지 않고 그 길을 가겠습니다.” 묘광 법사님이 전법을 하며 마음에 새긴 말씀입니다. 법당에서든 거리에서든 상대가 누구든 간에 보시의 인연을 권하며, 다만 스승께 배운 대로 법을 전하는 묘광 법사님의 세 번째 이야기 입니다.
만 배 절하는 것보다 모금함 들고 거리에 나가서 모금 한 시간 해보는 게 더 큰 공부가 될 거라는 보수법사님 말씀에, 안 하던 화장까지 해가며 100일 동안 저녁마다 거리모금을 나갔습니다. 어느 날, 검은 양복을 입고 새까맣게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을 보고 다가갈까 말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용기내어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금통을 들이밀었습니다. 그런데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이 “야, 줘.” 하니, 그 밑에 있던 사람이 “예!” 하며 호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움큼을 꺼내서 모금함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모금을 나가보면 ‘이 사람은 줄 것이다, 저 사람은 안줄 것이다’라고 상을 짓는 자신을 보게됩니다. 100일 거리모금의 중반이 넘어가니, 돈을 주면 줘서 좋고 안주면 안 주는대로 좋아서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숙이다 보니 법당에서도 더 잘 숙여졌습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엄청 추운 날, 길에서 파는 어묵을 하나 사먹고 싶어도, 거리모금한 돈으로 어묵 사먹는다고 할까봐 못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은 한쪽 팔이 없는 분이 법당에서 봉사를 했습니다. 이 분은 법당을 살펴보고 필요하다 싶으면 무엇이든 구해다 주고, 연등을 만들어 놓으면 달아주기도 했습니다. 참 고맙고 신기해서 '아, 절 일은 절로 절로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법륜스님 법문 테이프도 많이 듣고 수행법회에도 나오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 이 분이 스님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가끔 길에서 만나면 인사 정도 하고 지나쳤는데, 이 분한테는 '스님'이라고 부르기가 영 어색해서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습니다. 소낙비가 내리던 어느 날, 우산 없이 절 주변을 지나다 마침 이 분을 봤습니다. 저는 "스님!" 하고 부르며 뛰어가서 우산을 빌렸습니다. 막 웃음이 나왔습니다. 십여 년간 한 번도 '스님'이라고 부르지 않다가, 내가 꼭 필요하니 이렇게 숙이는 걸 알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스님'이라고 부릅니다.
총무 시절, 법당에 노숙자가 많이 찾아왔었는데 올 때마다 작은 상에 따뜻한 밥을 대접했습니다. 돈을 얻으러 오면 얼마간의 돈을 주며 "불전함에 천원 보시하세요" 권하고, 초파일에는 "천원짜리 연등 달아드릴게요."라고 하며 보시할 수 있는 인연을 지어주니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대전법당에는 천 원짜리 연등이 많았습니다. 그런 일이 잦으니 도반들이 "전보살, 네 친구왔다" 하면 '노숙자가 왔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중풍으로 몸을 가눌 기 힘든 분인데 5층 법당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냄새도 심하고 행색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집 나간 부인을 찾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원망하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밥 차려주고, 얘기 들어주고, 돈도 조금 쥐어주면서, 부인 욕하고 싶을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염불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차츰 부인 욕이 줄고 얼굴이 밝아지더니, 어느 날부터는 법당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잘생긴 남자가 빵을 들고 법당에 찾아와서 인사를 했습니다. 누구인가 했더니 바로 그 노숙자였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물었더니,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자나 깨나 염불하고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했더니, 중풍이 낫고 집 나간 부인도 이해가 되었다고 합니다. 법당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참 많습니다.
숙이고 또 숙이며, 전외자 님에서 쌍둥이 엄마로, 선주왕 보살에서 묘광법사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울고 웃는 수행의 길을 걸어온 묘광법사님의 일상의 깨달음 이야기 다음 이 시간에 네 번째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낭독_고정석
글,사진_대전충청지부 희망리포터
편집_온라인.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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