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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법성행보살 그리고 화광법사로, 불리는 이름은 바뀌어갔지만 법사님의 한결같은 수행의 길은 어느덧 30년을 넘어왔습니다. 2015년 3월 1일 죽림정사에서 법사 수계를 받았습니다. 수계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법사 수계를 받으라는데 마음에 부담이 딱 되었습니다. '법사가 저것밖에 안 돼?' 이 소리 들을까 봐요. 막노동하는 농부인데 새초롬하게 있을 수도 없고, 수계를 안 받으려고 하니 내려진 건데 또 안 하면 스승을 따르지 않는 게 되고. 그때 당시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농사만 잘 지어도 법사다" 하시는 겁니다. 밥만 잘해도 법사라고 하시면서요. 그렇게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수계 받았다고 사람들이 방문만 열고 오면 삼배한다고 엎어질려고 합니다. 제가 하지 마라고 합니다. 이름하여 법사입니다. 저는 줄 것도 없고 오히려 봉사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저에게 보살님이라 그랬다가 할머니라 그랬다가 편안하게 대합니다. 법사 수계 받는 분들이 편안하게 받는 게 아니거든요. 갈수록 머리 숙여야 하고. 머리 쳐들면 절단 나는 거예요. 불법승 삼보에 목숨 걸어야 합니다.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나, 자연재해를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강력한 깨우침을 느꼈습니다. ‘정말 공한 세계, 무아의 세계, 참 다 허상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자기가 깨달아서 정신을 주는 것 외에는 남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지요. 얼마 전에는 제가 일하다가 독사한테 물렸는데 처사 한 분이 소독한다고 알코올을 바른 거예요. 근데 알코올을 바르면 독이 번지는 거였습니다. 할 수 없어서 병원에 갔는데 해독제가 안 맞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 저보고 선택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니 주사를 맞아도 죽을 수 있고 안 맞아도 죽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주사를 놓으라고 했습니다. ‘지금 죽으면 어떻노! 공의 세계에서 보면 하나도 문제 될 게 없어. 죽고 사는 것도 마찬가지! 언제 죽느냐의 문제지. 살아 있는 게 기적이야’
젊어서 회사 다닐 때도 사람들이 '쉬는 날 뭐하냐'고 물으면 '절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가면 뭐하냐고, 자기들이랑 같이 있자고 했지요. 그런데 그때도 저는 법당이 훨씬 더 비전 있다고 했습니다. 참 잘했던 것 같아요. 밖에 있으면 뭐해요. 여기서도 하고 싶은 거 다 합니다. 밖에 있으면 5계, 10계 어기고 살기 쉽잖아요. 자연 속에서도 계율을 어길 때가 많은데요. 저도 그래요. 지나가다 꽃 예쁘면 씨받아 오고, 홍시나 배 떨어진 거 봐도 가져오고, 버려진 것도 주우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자연 속에서 느끼고 배우고 익힌 것을 다시 회향하는 보살의 삶! 법사님의 모습은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 높고 바람 청량한 가을날, 법사님은 우리 곁에서 엄마 같은 넉넉한 품으로 환하게 미소 짓고 계십니다. 언뜻 바라본 법사님의 바지가 군데군데 꿰맨 자국투성이입니다. 법사님의 옷에서도 그 청정한 생활과 성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일구는 정토회의 슬로건을 몸소 실천하시는 법사님. 법사님의 말씀이 따스한 햇살로 와 닿습니다.
‘대중 법사님의 이야기’를 오디오북으로 만들며 전편과 다른 희망과 감동을 느낍니다. 가정과 법당에서 정진하고 수행하신 대중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행이 일상과 분리되어있지 않음을 봉사가 수행이고, 복을 지을 수 있는 지금 여기가 복밭임을 다시 알게됩니다.
저희가 전한 이야기는 법사님들께서 걸어오신 길 중에 작은 한 부분입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전국의 정토행자에게 전법의 씨앗이 되어 지혜의 싹이 트고 체득의 나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다양한 체험과 깊은 지혜를 나눠주신 법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오디오북 법사님 이야기 시리즈는 모두 마치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낭독_고정석
글,사진_대구경북지부 희망리포터
편집_온라인.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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