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4.4. 백일법문 47일째, 금요 즉문즉설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안녕하세요.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47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봉사자들이 즉문즉설을 들으러 온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220여 명의 대중들이 자리한 가운데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하며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생중계는 23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와 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한 후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다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회사 생활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가족들 때문에 과로를 하고 있다며 어떡하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힘들게 직장에 나가는 남편을 보는 게 괴롭습니다

“한 8개월 전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제 괴로움이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로 여러 곳에 상담도 받아보고, 질문도 드려 봤지만, 결국 문제는 남편이 아니라 제 마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남편이 8개월째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결국은 저와 아이들, 우리 가족 때문입니다. 저는 ‘그만둬도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남편은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고 있고, 그 모습이 제게는 계속 마음에 걸리고 괴로움이 됩니다. 20년 넘게 다닌 직장인 데다 월급도 많다 보니 그 수입에 얽매여 노예처럼 느끼는 것 같아요. 몸도 망가지고, 마음도 지쳐 있는데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편이 직장을 다니는 게 왜 본인에게 괴로운 일인가요?”

“제가 옆에서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로워요,”

“그냥 놔두면 되잖아요.”

“남편이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집에 계속 있어요.”

“집에 있는 게 뭐 어때요? 돈을 벌면서 집에 있는 것인데, 그냥 두면 되죠.”

“제가 좀 더 강하게, 진심을 담아서 ‘이제 그만둬도 된다.’고 말해야 남편도 결심할 수 있고, 병이 더 심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놔두세요. 정말 그렇게 아파서 죽게 되면, 그때는 건강한 남자랑 다시 결혼하면 되잖아요. (웃음)

죽고 사는 건 결국 본인의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에서 약 챙겨주고 도와주는 정도입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은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 해도 강제로 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대신에 이렇게 말할 수는 있어요.

‘여보, 이렇게 건강이 나빠지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무슨 소용이야? 차라리 그만두는 게 어때? 우리가 뭘 먹고살지 걱정된다면, 내가 직장이라도 나갈게. 조금 덜 먹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어?’

이 말을 남편이 받아들이면 다행이고, 안 받아들여도 어쩔 수 없어요. 안 받아들이면 방향을 조금 바꿔서 다시 제안을 해 보면 됩니다.

‘회사를 계속 다니는 건 괜찮아.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건강은 꼭 챙겨야 해. 한 달에 100만 원 더 번다고 해도 몸이 망가져서 일찍 죽어 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어? 차라리 오래 살아서 천천히 버는 게 우리 가족 입장에서는 훨씬 좋아. 당신만 생각하지 말고 나랑 아이들도 생각해 줘.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기면서 일하자.’

이렇게 얼마든지 제안해 보면 되죠. 그러나 괴로움이 생기는 이유는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가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괴롭지 않으려면 마음을 조금 다르게 가져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남편이 그렇게 일하다 죽겠다고 하면 그건 남편의 선택이야. 남편이 돈을 많이 벌다가 죽든 말든 나는 내 삶을 살아가야겠어. 나중에 외로우면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 다시 살아갈 수도 있어. 어쨌든 살아갈 방법은 있어.’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면 남편이 내 말을 듣지 않아도 더 이상 괴롭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편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으면 화가 나죠. 그런데 내가 마음을 바꿔서 ‘그래, 실컷 마셔라.’ 하고 받아들이면 남편이 술을 마셔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술을 안 마시고 들어오면 술 한 잔 따라줄 마음의 여유까지 생겨요. 내가 여유로운 태도로 대하면, 남편도 스스로 조절하게 됩니다. 내가 마음을 바꾸는 순간 그 문제로 괴로워할 이유가 사라지는 겁니다. 상황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가 있는 거죠.


나의 괴로움은 남편만 바뀐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수행이란 남편을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 관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태도로 남편을 대할 때 나의 괴로움이 사라지느냐가 핵심입니다. 남편이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정말 빨리 죽는 것도 아니고, 죽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오래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말들은 실제로 아무 효과도 없고, 내가 남편의 인생에 대해 개입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남편은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할수록 남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조급함과 걱정이 더 커지게 됩니다.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 죽는다고 해서 내가 당장 삶을 유지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살면 살아집니다. 혼자 살아도 되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살아가도 됩니다. 물론 지금보다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불확실한 미래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내가 내 이익을 위해 이혼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남편이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지 결정하는 것은 내가 대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건 내 인생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당신이 그렇게 살고 싶다면 그렇게 살아. 나는 내가 살아갈 방법을 찾아갈 테니까.’ 이렇게 마음을 열어 두세요. 체념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같이 사는 게 더 나으니까 최선을 다해 보는 거예요. 더 좋은 길이 있다면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차선책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면 인생이 훨씬 덜 괴롭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이 바뀌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걱정 없이 살 수 있느냐입니다. 남편이 술을 마시든, 회사에 다니든, 그것은 수행의 본질이 아니에요. 수행은 내가 괴롭지 않게 사는 것입니다. 남편의 삶은 그의 몫입니다. 남편의 삶을 내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 그게 나의 수행이에요. 이런 관점을 가지고 남편에게 제안을 해 보되, 나의 제안을 남편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내 나름대로 보완책을 찾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안 되는 걸 계속 말하다 보면 상대는 잔소리로만 듣게 되고, 결국은 내 스트레스만 더 커지게 돼요.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남편에게 음식을 정성껏 해주거나, 집에 들어왔을 때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스트레스를 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그렇게 조용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반대로 안 되는 걸 반복해서 말하면 갈등만 생기고, 내 걱정도 커집니다. 제안은 하되, 지나친 집착은 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편도 힘들고, 나도 지칩니다. ‘남편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이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나도 훨씬 편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저를 많이 힘들게 했던 형제들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홀로 계신 어머니께서 힘들어하실까 봐 걱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친 후 절망감이 너무 큽니다. 나이가 들면 더 힘들텐데 노후가 걱정입니다.

  • 강박증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를 친 후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규칙을 어겼을 때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여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 아들이 38살인데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술을 넘어질 정도로 마시고, 정신적으로 우울증이 온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아들을 바라봐야 제 마음이 편해질까요?

질문을 하고 싶어서 손을 든 분들이 많았지만, 못다 한 질문은 다음 강연에서 이어가기로 하고 12시가 다 되어 강연을 마쳤습니다.


대중과 함께 지하 1층 공양간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지하 대강당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시민들은 현장 접수를 하거나 질문 신청을 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유튜브에 5400여 명이 접속하고 현장에서 1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하고 나서 스님이 무대 위에 자리했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22분께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개월 넘게 한국 사회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정치 진영 간 갈등은 탄핵 국면을 거치며 극심해졌습니다. 스님은 지금 국민들이 어떤 관점을 가지면 좋을지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린 죄목으로 오늘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의 전원 찬성으로 탄핵이 결정되었습니다. 우리 헌정사에 이러한 불행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탄핵당한 본인에게도 큰 불명예이자 고통이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입은 손실과 대한민국 국민이 겪은 마음고생도 매우 큽니다.

대통령 탄핵, 왜 자꾸 반복이 될까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반복이 될까요? 이것은 지난 1987년에 직선제 개헌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고,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됨으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가진 지나친 권한은 역대 대통령들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서 대통령 권한 일부를 내각으로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안전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좋은 면도 있겠지만 5년이라는 임기 동안 이런저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모든 책임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떠안게 되면 임기를 무사히 마치기도 어렵고, 마친다고 하더라도 퇴임 후 감옥에 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은 대통령 개인의 자질 문제로 평가됩니다. 물론 개인의 자질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8명이나 되는 대통령이 모두 자질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국민은 자질이 없는 대통령을 반복해서 뽑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국민들이 자신의 주권 행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니까 주권을 회수하자는 주장과 다름없어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만, 그것은 국민 전체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일이기도 합니다. 개개인의 자질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원래 헌법에는 대통령이 국무 위원을 임명하더라도 총리의 제청을 통해 임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고, 총리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합니다. 각 부의 장관들도 마찬가지예요.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이 모든 국정을 결정하고, 장관들은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정을 실질적으로 맡아서 운영할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거나 추천하고, 그렇게 선출된 총리의 제청으로 국무 위원을 임명하고 국무 위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국무 위원만 사표를 내고 책임지면 됩니다. 권한이 있어야 책임도 지지, 권한도 없는데 책임만 묻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가 생기면 총리가 책임지고 내각이 총사퇴를 하면 되니까 재선거 없이도 내각을 다시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의 임기 5년도 안전하게 보장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내각 책임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여전히 ‘대통령은 내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의 중간 형태인 이원 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수가 있습니다. 이원 집정부제란,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를 맡으면서 국가 원수로서 활동하고, 총리는 내정을 맡아 운영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중간에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바뀌면 그 다수당에 총리 자격을 줌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그때그때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 선출되면 5년 내내 아무런 보완 장치 없이 가는 현재의 제도는 국가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 될 수가 있습니다. 중간에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수습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탄핵뿐이라는 점도 위험합니다. 이처럼 불행이 되풀이될 위험이 큰 상황에서 양당 간에 보복심이 작용하다 보니 갈등이 점점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갈등이 있어도 선거에 지면 승복을 하고 재판의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재판 결과를 두고 ‘재판이 잘못됐다.’며 승복하지 않고, 선거 결과 역시 ‘부정 선거’라며 부정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헌정 질서가 유지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그래서 이번에 자신이 지지하는 쪽이 판결에서 이겼다고 해서 만세 부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하나밖에 볼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치는 판사가 하는 게 아니에요. 정치는 국민의 뜻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률에 따른 판결은 최후의 수단일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모든 걸 다 법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그러면 정치가 왜 필요합니까? 법률만 있으면 되지요. ‘법에 맞느냐, 틀리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그것을 원하느냐, 원치 않느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가 복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안을 법원에 맡기는 일은 앞으로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를 지명해 준 당이나 지도자한테만 충성하고 국민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충성이 아니에요. 국민과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배신자입니다. 특정 세력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신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억울해하거나 분해하면 나만 손해입니다. 반대로 내가 바란 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하고 춤출 일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웃고 있을 때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현재 대한민국의 선거 제도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지지를 받으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지금처럼 진보와 보수가 거의 비등비등하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결국 승패만 반복하는 게임이 됩니다. 감정이 격화되면 언젠가는 폭력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의 불행한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나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그냥 지나치면 결국 다음 대통령이 또 희생자가 됩니다. 그때 가서야 뒤늦게 헌법 개정을 논의하려고 하겠지요. 이번 기회에 바쁘더라도 최소한 대통령의 권한 분산만큼은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한 뒤에 선거를 치러야 앞으로의 불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중앙 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고 지방 자치가 너무 약한 현재의 구조도 개선해야 합니다. 지방 자치가 도입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이관되어야 진정한 자치입니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 광역 지방 자치 단체로 이관되고, 광역 지방 자치 단체의 권한이 다시 기초 자치 단체로 이관되고, 그리고 기초 자치 단체의 권한이 국민에게 좀 더 이관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선거 때만 국민이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4년 내내 기관장들이 주인이 되는 구조입니다. 대통령은 임금처럼, 기관장들은 사또처럼 행세하는 방식으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어요. 지방 자치를 강화하자는 말은 지방 자치 단체장이 또 다른 왕처럼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라 국민이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임기 중 잘못했을 경우, 꼭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거치기보다는 국민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선거 제도의 개선입니다. 지금의 선거 제도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이 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왜곡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당이 5% 정도 더 득표했을 뿐인데 국회 의석을 70% 이상 차지하게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표(死票)가 줄어들도록 비례성과 대표성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의사와 의석수가 비교적 비슷하게 반영되어야 해요. 이렇게 대통령 권한의 분산, 중앙 권력의 분산, 승자 독식 선거 제도의 개혁, 이 세 가지만 이루어져도 상황은 한결 나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헌법 개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연성 헌법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헌법 개정이 너무 어려운 상태에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가 없어요. 기후 위기, 빈부 격차와 같은 현실을 고려하여 국민의 기본 생존권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헌법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헌법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헌법 개정 절차로는 반영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이번에는 여야가 비교적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기본 사항부터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부분은 여야 간의 합의가 비교적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음 권한을 가질 사람이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자신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중간에 잘못을 하게 되면 그때 가서 헌법 개정을 하려고 하지만, 그 시점에는 또 다음의 권력 주자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벌써 다섯 차례나 반복됐습니다. 매번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최소한의 개정만이라도 하고, 헌법을 연성 헌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런 후 새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다음 임기 중에 국민의 뜻을 폭넓게 모아서 세세한 부분까지 개정을 해나가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 화합하는 자세

현직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불행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이런 일을 단순히 승패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국제 정세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장벽, 미국과 중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우리의 미래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논해도 이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 지금처럼 내부가 사분오열되어 있으면 국운이 내리막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몇몇 지도자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국민 여러분이 주권자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화합하는 자세입니다. 패자는 승복하는 태도가 필요하고, 승자는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판결이 났다고 해서 사필귀정이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훼손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정상화시키는 일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는 올바른 자세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통합의 정신으로 국가 발전을 도모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여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자꾸 당하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자주 당하니까 억울합니다

“저는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자주 당하고 있습니다. 저를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들에게 도무지 감사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고, 억울한 마음만 듭니다. 저는 직장에서 어떤 점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까요?”

“감사한 일에는 감사해야 하지만, 부당한 일에 어떻게 감사해요? 누가 성추행을 했다고 해도 감사해야 하나요? 그건 어리석은 겁니다.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작용이 생긴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당하셨어요?”

“저는 정규직이고, 저희 팀에는 계약직 직원이 있습니다. 저희 팀은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소모품을 구백만 원어치 구매해요. 그런데 계약직 직원이 저와 상의 없이 먼저 물품을 구매하고 나서 저한테 확인 서명을 요구합니다.”

“그건 서명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렇게 했는데, 급하다면서 서명하라고 했어요.”

“그래도 서명하지 마세요. ‘당신 마음대로 구매했으니, 보고는 당신이 팀장님께 직접 하세요. 저는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명할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그냥 서명하라고 하셨어요.”

“그러면 서명하세요. 그러면 팀장의 책임이 됩니다.”

“그렇게 하면 결국 제가 감사를 받습니다.”

“감사가 나오면 ‘그건 제가 승인한 것이 아닌데, 팀장이 서명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했습니다.’ 하고 사실대로 얘기하면 됩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그렇게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어요. 녹음도 없습니다.”

“구두 지시였으니 당연히 자료가 없겠지요. 최근에도 대통령이 전화로 군 지휘관에게 국회의원들을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잖아요. 백 퍼센트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일부 인정되는 점이 있는 것입니다. 질문자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기록해 놓으세요. ‘몇 월 며칠, 누가 어떤 물품을 어느 정도 구매했고, 나는 승인하지 않았지만 팀장님이 서명하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노트에 적든, 컴퓨터에 저장하든, 기록을 남기면 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네, 알겠습니다.”

질문자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습니다.

팀장님이 저한테만 너무 많은 업무를 주니까 힘듭니다

”또 다른 문제는 팀장님마다 저에게만 너무 많은 업무를 주신다는 겁니다.”

“그건 오히려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저는 정말 필사적으로 일합니다. 야근도 많이 하고, 퇴근 후에도 쉬지 못하고 머릿속에 일이 떠나지 않아요. ‘그 일은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근거는 뭐지?’ 하면서 밤에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입니다.”

“그러면 업무 실력이 팍팍 늘어요. 좋은 일이에요. 젊을 때는 그렇게 일해야 합니다. 월급이나 시간만 따지는 것보다, 겁내지 않고 부딪혀 보는 게 낫습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팀장님들은 저를 마치 당연히 부려도 되는 사람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동료가 업무도 모르고 행정도 할 줄 몰라서 제가 다 했습니다. 연차가 저보다 십 몇 년은 많았는데요. 올해 동료가 바뀌었는데 팀장님은 또 제가 선임이라며 저보고 다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년에는 제가 후임이라서 다 했는데 이번에도 제가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과거는 묻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 이번에는 제가 막내가 됐는데도 미혼이고 아이도 없으니 저보고 주도적으로 하라는 겁니다. 왜 제가 만나는 팀장님들은 업무를 공평하게 분배하지 않고, 저만 부려 먹으려고 하시는 걸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의 실무자들에게 어떤 일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은 늘 제대로 일을 해오고, 어떤 사람은 늘 안 해 오고, 또 어떤 사람은 자꾸 틀려요. 처음에는 지적도 하고 고치게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은 이런 스타일이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1년만 겪어보면 대충 알아요. 그러면 일이 급할 때 누구에게 주겠어요?”

“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웃음)

“그렇게 되는 이유는 누가 선배여서도 아니고 누가 후배여서도 아닙니다. 상사는 일이 잘 굴러가야 하니까 결국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 일을 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왜 저만 시켜요?’라고 항의하면 저는 ‘네가 후배니까 열심히 해야지!’ 아니면 ‘네가 선임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동생하고 언니가 싸우면 엄마는 뭐라고 하나요? 언니에게는 ‘네가 언니니까 참아라.’ 하고 말하고, 동생에게는 ‘네가 동생인데 참아야지, 왜 언니한테 대드니?’ 하고 말합니다. 엄마는 상황마다 그때그때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저렇게 말하기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하는 말을 들어 보면, 동생은 ‘엄마는 맨날 동생이라고 나만 야단쳤다.’고 하고, 언니는 ‘엄마는 늘 언니라고 나만 혼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건 부모가 차별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말했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동생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왜 나만 해?’ 하고 반발하니까 엄마는 ‘네가 동생이니까 해야지, 누가 해!’라고 답하는 것이고, 언니한테 시키면 ‘왜 나만 해야 하죠?’ 하니까 ‘네가 언니니까 해야지, 누가 해?’라고 말하게 되는 겁니다. ‘언니니까 해야 한다.’, ‘동생이니까 해야 한다.’ 이런 고정된 원칙은 없습니다. 사람 사는 건 그냥 그때그때 흘러가는 겁니다. 만약 팀장님이 부처님처럼 지혜를 갖춘 분이라면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지혜롭게 일을 분배하겠죠. 팀장님이 그 정도 수준이 되나요?”

“한참 안 돼요.”

“그래요. 그래서 팀장님의 행동은 자연스러운 거예요. 절대로 팀장님은 질문자를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오히려 팀장님은 질문자를 신뢰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날 부려 먹는다.’고 느끼겠지만, 팀장님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한테 맡기면 제대로 해 온다.’는 믿음이 있는 겁니다.

질문자가 정말 일이 많아서 너무 힘들다면, 그럴 때는 좀 재치 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제시간에 일을 제대로 해 오니까 자꾸 일을 많이 주는 거거든요. 기한을 넘기고 엉터리로 해 오면 엄청나게 야단칠 겁니다. 그러면 비난을 좀 들으면 돼요. 몇 번 반복하면 이제 믿을 수 없다고 판단돼서 더는 일을 안 줄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 성격에 그렇게 하실 수 있겠어요? 질문자는 일을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팀장님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가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업무를 받아온 다음에 안 해 보세요. 어떻게 됐냐고 물으면 ‘아, 그거 제가 깜빡 잊어버렸습니다.’ 하고 말하는 겁니다. 이렇게 자꾸 바보처럼 행동해 보세요. 왜 안 됐냐고 물으면 ‘도저히 어려워서 아직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면 돼요. ‘나한테만 일을 많이 준다.’ 이렇게 말하면 불평이 되지만, ‘이건 제 실력에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알리는 것이 됩니다. ‘예전에는 잘하더니 왜 그래?’ 하면 ‘글쎄요. 제가 결혼을 안 해서 머리가 안 돌아가나 봐요.’ 이렇게 재치 있게 넘기면 돼요. ‘당신은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으니까 이 일 좀 맡아주세요.’ 이러면, ‘저는 아이가 없어서 머리가 안 돌아가나 봅니다. 아이를 가져야 할까요?’ 이렇게 웃으면서 대답하면 됩니다.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네요. 잘 안 됩니다.’ 하고 말하면서 일을 계속 미루면 결국 팀장님이 대책을 세울 거예요. 본인이 야근을 하든,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길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이렇게 할만한 배짱이 없어 보여요. 밤새도록 야근하는 건 해도, 일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어요?”

“제가 기한을 좀 넘겨 봤는데, 팀장님께서 삼십 분 동안 집요하게 혼내셨어요. 그 이후로도 계속 야단을 칩니다.”

“한 번 혼났다고 예전처럼 성실하게 해 버리면 앞으로는 계속 혼낼 거예요. ‘쟤는 혼내면 잘해 온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가축을 길들일 때도 당근과 채찍을 쓰잖아요. 말을 안 들으면 때리고, 말을 잘 들으면 당근을 주는 식으로요. 그런 식으로 상대가 질문자의 반응을 읽게 되면 조종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을 줄이고 싶다면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답은 하되, 그 일을 하지 마세요. 팀장님이 화를 내면 ‘죄송합니다. 요즘 힘들어서요.’ 이렇게 말하면 돼요. ‘일을 제대로 안 하면 자를 거야!’ 하면서 협박하더라도 ‘해고할 테면 해 봐라. 여기 아니면 직장이 없냐!’ 이렇게 반응하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가 여기에 있어야죠. 어디에 가겠어요?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습니다.’ 이러면서 버티는 겁니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보면 욕먹는 일보다 칭찬받는 일이 더 쉽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칭찬받는 방향으로 사는 겁니다. 질문자도 지금은 불평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욕먹으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생긴 대로 잘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쉬운 길입니다.”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질문자에게는 그게 쉬우니까 그렇게 사는 게 낫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잘하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일을 잘 하면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져요. 부잣집 아이는 용돈을 많이 받으니까 부모에게 불만이 없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는 부모에게 용돈을 못 받아도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평소에 용돈을 많이 받아온 아이는 조금만 용돈이 줄어도 불만을 가집니다. 회사도 똑같아요. 잘한다고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잘하는 만큼 요구가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지금 하는 일이 힘들다면 칭찬보다 건강을 선택해야 합니다. 건강이 칭찬보다 중요해요. ‘욕을 좀 먹더라도 건강을 되찾아야겠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셔야 합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일을 겁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이 있으면 그냥 다 하는 걸로 입장 정리를 하고 인생을 살고 있어요. 어차피 일이 겹치면 다 할 수도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사는 ‘혼내니까 말 잘 듣네!’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나니 저도 이제는 좀 대담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꾸준히 잘 해내든지, 아니면 혼나더라도 업무량을 조절하든지 해 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남편이 제가 말을 두 마디 이상 하면 버럭 화를 내고, 딸도 제가 말을 좀 하면 왜 또 말을 하냐는 식으로 화를 내서 너무 힘이 듭니다.

  • 대시했던 사람에게 고백하고 거절을 당했는데, 수치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 같이 공부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요점 정리 노트를 보내 주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분이 저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걸 보니 허탈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남을 도와야 할까요?

  • 신설 유치원을 열고 일을 잘 해 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갑질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억울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데 이 시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사홍서원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48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1080배 정진 참가자들을 위해 법문을 하고, 오후에는 방송·영화·연극·예술인들의 모임인 '길벗' 초청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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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대통령 권한 남용은 한쪽 정당에서만 벌어지는데 이게 대통령제의 문제입니까 아무리 잘못을 하고 자질이 없어도 한쪽 정당만을 찍는 사람들의 문제입니까?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 시위하는 국민 따로 대통령을 왕인줄 알고 떠받드는 국민 따로입니다.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내각제 도입한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2025-04-08 02:18:24

서지원

친일파 세력을 척결을 못해서 지금도 그 부작용이 큰데 도대체 스님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독일이 나치 척결하듯이 가해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있어야 피해자의 응어리가 풀리고 다시는 그런짓을 꿈꾸지 못합니다.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고상한척 그만하세요.

2025-04-07 21:06:36

서지원

내란공범과 잔당들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는 판에 무슨 개헌입니까?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세력에 대한 심판을 해야.ㅣ. 이게 스님이 말하는 중도입니까? 518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선상에 놓고 협치를 운운하는것이 중도입니까? 추기경님은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2025-04-07 20: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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