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02.04 부탄 트롱사 답사 1일째 (납지, 발링 치옥)
“매일 새벽마다 해야 하는 수행이 부담됩니다”

안녕하세요. 부탄 트롱사주 답사 1일째입니다. 오늘은 한국에서 온 농업 전문가들과 함께 납지 치옥 주민들에게 유기농 농법을 교육하고, 발링(Baling) 치옥으로 이동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후 극빈자 가구를 방문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뒤 숙소에서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온 농업 전문가 주형로, 방미숙, 이영선 님과 회의를 했습니다. 세 분은 한국에서 유기농 벼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농업 전문가로 부탄의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초청했습니다. 이들은 2월 2일부터 7일까지 납지 마을에 머물며 마을 주민들에게 벼 파종 방법을 교육하고, 화학비료 대신 겨울철 땅에 유기 작물인 풀과 유채를 재배하여 거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실험할 예정입니다.

스님보다 하루 먼저 납지 치옥에 도착한 농업 전문가들은 그동안 조사한 농토의 상태를 공유했습니다.

회의하는 중 트롱사 주지사가 숙소를 방문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주지사는 이번 답사 일정의 대부분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스님은 납지 프로젝트의 일환인 농수로 공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납지 치옥의 촉바(마을 대표)가 주민들이 이번에 수로를 잘 만들어서 꼭 보여드리고 싶다며 앞장서서 안내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1월 젬강주를 답사하기 전, 납지 마을의 농수로 공사 현장을 잠시 들렀습니다. 당시 공사 현장까지 도로가 나지 않아서 주민들이 무거운 시멘트를 어떻게 운반할지 걱정되었는데, 오늘 와 보니 농수로가 깔끔하게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농수로를 따라 쭉 걸어보았습니다. 수로가 반듯했습니다. 스님은 주민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주민들을 독려하느라 애썼을 촉바를 격려했습니다.

“굿잡!” (잘했어요!)

농수로를 둘러본 후, 스님은 납지 치옥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납지 절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법당을 참배한 뒤, 일행에게 이 절이 부탄 사람들이 부처님처럼 모시는 ‘구루 린포체’가 이곳에서 싸우던 두 왕을 불러 평화 조약을 맺게 한 성지임을 설명했습니다.

이후 절 마당으로 나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가을 추수는 어땠나요?”

“네, 잘했습니다.”

“카드멈 농사는 잘됐어요?”

“네, 괜찮았습니다.”

“축제는 잘 치렀나요?”

“네, 싸우지 않고 잘했습니다.” (웃음)

“저와 JTS 활동가들을 납지 축제에 초대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참석하고 싶었지만, 한국인 불자 400여 명을 인솔해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오느라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축제 때 시간이 맞으면 꼭 참석하겠습니다.”

“네, 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님.”

“나무 위에 올라가 탈춤도 췄나요?”(웃음)

“네.”(웃음)

스님은 주민들이 만든 농수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했습니다.

“촉바의 안내로 농수로를 잘 둘러봤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몇 가구가 참여했나요?”

“15가구가 3주 동안 일했습니다.”

“그럼, 나머지 가구는 참여하지 않았나요?”

“네, 다음 주부터는 다른 수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가구는 그때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남자들은 다 어디 가고 여성들만 많이 앉아있네요? (웃음)”

“다 일하러 나갔습니다.”

“무슨 일 하러 갔나요?”

“카드멈을 심었던 땅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로 놓는 일이 많이 힘들었죠? 할 만했나요?”

“힘들었지만, 우리를 위한 일이니 즐겁게 했습니다.”

한 분만 계속 대답을 하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입이 없고, 이분만 입이 있나 봐요. 왜 다른 분들은 말이 없어요?” (웃음)

“다 생각은 하고 있는데, 용기가 안 나서 말을 못 하는 거예요.”

스님은 유기농 농법에 관해 설명하며, 한국에서 온 농업 전문가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세 분의 농업 전문가도 오셨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농사를 지을 때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화학비료를 쓰면 땅이 산성화되고, 농약을 뿌리면 해충뿐만 아니라 논에 사는 생물들까지 모두 죽어버립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자연과 땅을 살리기 위해 농약도 치지 않고, 비료도 주지 않으며 유기농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저도 유기농 농사를 지어 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첫째, 잡초가 너무 많이 자랍니다. 둘째, 비료가 부족해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습니다. 셋째, 병충해가 발생해도 농약을 사용할 수 없으니, 작물이 쉽게 피해를 입습니다. 그래서 유기농은 뜻은 좋지만, 실제 농사를 짓기는 쉽지 않습니다. (웃음)

하지만 오늘 모신 선생님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기농 농사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계십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기질 비료를 잘 만들어야 하고, 논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처럼 논을 너무 바짝 말리면 안 됩니다. 적절한 습기를 유지해야 미생물이 잘 자랍니다. 또한, 모내기 시기도 지금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야 하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현재처럼 너무 촘촘하게 심으면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병해충이 생기기 쉽고, 김매기도 어렵습니다. 줄을 맞춰 모를 심으면 김매기도 쉽고 수확도 편리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익숙해진 농사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어떻게 유기농 농사를 짓는지 배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모신 주형로 선생님께서 유기농 농법을 설명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먼저 작은 규모의 논에서 실험해 보고, 효과가 좋으면 점차 확대해 나가면 됩니다.

무엇보다 좋은 쌀을 생산하려면 종자가 좋아야 합니다. 생산량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 내다 팔 때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쌀을 가공해 상품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이니,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주형로 님은 오리농법을 비롯한 유기농법을 설명했고, 주민들은 깊은 관심을 보이며 진지하게 경청했습니다.

주형로 님의 설명이 끝난 후, 스님은 주민들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주민이 마을의 현황 네 가지를 설명하며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납지 치옥은 인구가 많고 다른 마을보다 땅이 넓고 평평해서 논농사가 발달한 곳입니다. 그래서 논농사를 같은 날 시작하고 같은 날 수확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 먼저 수확하면, 남은 논의 벼를 새들이 모두 먹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지금도 제가 어릴 때보다 한 달 정도 일찍 모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한 달 더 앞당기면 4월이나 5월에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이 시기는 납지 치옥이 가장 더운 때입니다. 논에 가둔 물의 온도도 높아지는데, 어린 모가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생육에 장애가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내기를 더 앞당기지 않았습니다. 또한, 4월에 모내기를 하면 수확 시기가 7월이 되는데, 7월은 부탄의 우기입니다. 비가 많이 오면 수확이 가능할지 걱정됩니다.

세 번째, 물 문제입니다. 작년에 농수로가 생겨서 물이 많아지긴 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여전히 물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벼농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모든 논에 동시에 물이 필요합니다. 수로는 있지만 수원지에 물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4월에 모내기를 하면 우기 직전이라 수원지에 물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네 번째, 농수로가 생긴 덕분에 이모작도 가능할지 기대가 생겼습니다. 이모작을 할 수 있을까요?”

스님은 주민의 말을 경청한 후 답변했습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먼저 기후 조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모를 심었는데 물이 너무 뜨거워져서 모가 죽는다면 당연히 조정해야 합니다. 수확 시기가 장마철과 겹쳐도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내기를 앞당기면 수확량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기후 조건이 받쳐줘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실험을 해보고, 결과를 보며 판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로가 잘 정비되면 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가 와야 못자리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수로가 있으니 비가 오지 않아도 미리 못자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내기를 할 때 현재 있는 물이 부족하다면, 비가 올 시기에 맞춰 모내기를 해야 합니다. 또한, 논에 물을 한꺼번에 대는 대신, 2월부터 미리 땅을 촉촉하게 만들어 두면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내기는 동시에 하더라도, 논에 물을 가두는 것은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수로가 네 개 있는데, 이를 동시에 사용하면 물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주일 간격으로 수로를 순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있는 물의 양에 맞춰 계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을 기본으로 하되, 반드시 부탄의 기후와 물 사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방법은, 겨울에 수로의 물을 확보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강물의 흐름을 조절해 수로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현재 물이 부족하다면, 수원을 확충하는 것, 물의 유실을 최소화하는 것, 논에 미리 물을 저장해두어 사용량을 분산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마을 전체가 한꺼번에 모내기를 앞당기기 전에, 먼저 몇 개의 논에서 실험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를 일찍 심었을 때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해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방향을 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기후 조건이라면 충분히 이모작도 가능합니다.”

이에 한 주민이 추가 질문을 했습니다.

“지난번에 시범적으로 겨울에도 논농사를 지어 봤는데, 수확 직전에 새들이 벼를 다 먹어버렸습니다. 그 해가 새 피해가 가장 심했던 해였습니다.”

스님은 다시 조언을 건넸습니다.

“그렇다면 이모작을 시도하는 것보다, 이모작이 실질적으로 효과적인지 먼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쌀을 활용한 부업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쌀을 활용한 축제를 열거나,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제가 보드가야에서 성지순례를 하면서 보니, 부탄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부탄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앞으로 국내 여행객이 증가하면 납지치옥을 방문하는 순례객도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곧 겔레푸 신도시가 조성되면 고급 식료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입니다. 이때 ‘납지 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프리미엄 쌀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겔레푸에는 외국인도 많이 유입될 것이므로, 그들을 주요 소비자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한 주민이 말을 보탰습니다.

“국왕께서도 신도시가 생기면서 과일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농민들에게 과수 묘목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심은 묘목이 거의 다 죽었습니다.”

스님은 유기농 농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먹을 것을 생산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에 팔던 특수 작물도 유기농으로 재배하면 몇 배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부탄에서 유기농 농업을 실천하는 자체가 하나의 관광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부탄의 유기농 농장을 방문하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각 가정에서도 하수를 정화하는 문제부터 친환경적으로 생활하는 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입니다. 굳이 호주까지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도 잘 살 수 있습니다. 호주보다 부탄에서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사실을 여러분이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스님의 농담에 주민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대화는 더욱 활기차게 이어졌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한국 농업 전문가들이 가져온 김을 주민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트롱사 주지사와 공무원들에게도 보드가야에서 가져온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촉바와 공무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격려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일하려니 쉽지 않으셨죠? 주민들을 설득하고 독려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 납지 마을은 유기농 농법을 시도할 텐데, 이 과정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천천히 함께해 나가 봅시다.”

오전 11시 40분, 스님은 트롱사 주지사와 농업 전문가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랑텔 게옥의 발링 치옥으로 출발했습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납지 주민 20여 명과 함께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오후 1시에 발링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절 입구에는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솔잎이 가득 깔려 있었습니다. 솔잎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스님을 맞이하는 주민들의 정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절 안에서는 이 마을의 스님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법당에서 행사를 하는 동안 주민들이 준비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잠시 기다렸습니다. 행사가 잠시 쉬는 틈에 조용히 법당에 들어가 참배한 후 나왔습니다.

법당을 나오자, 마을 주민들이 줄을 서서 스님에게 축복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축복을 해주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발링 치옥의 촉바가 마을 현황을 설명했습니다. 촉바의 이야기를 들은 후, 스님은 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한국은 여기에서 동쪽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방콕이나 델리를 경유해서 가야 합니다. 아직 부탄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습니다.”

스님은 부탄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제가 부탄에 오게 된 것은 국왕의 초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국왕께서는 젊은이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을 걱정하고 계십니다. 부탄 안에서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 끝에 ‘겔레푸 신도시’ 구상이 나왔습니다. 현대적으로 개발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지역 공동체가 파괴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부탄은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국가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존에만 집중하면 현대 사회와 동떨어져 젊은이들이 해외로 떠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반대로, 현대식 개발을 하면 부탄 고유의 전통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탄 정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분리해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겔레푸 지역은 현대적 신도시로 개발하고, 다른 지역은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20년간 따로 운영한 후 다시 합해서 균형을 맞춰가려고 합니다.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이 너무 느리면 생활이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정부는 도로를 닦고, 전기를 공급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탄이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국가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빠르게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스님은 정부 지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생활 개선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힘을 모아 생활 개선 운동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요? JTS는 정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의 요청을 그대로 다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재료는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원하는 조건은 첫 번째,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돈이 없어서 재료를 구하지 못해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 JTS가 그 재료를 지원하여 함께 개선해 나가보려고 합니다. 우선 주거 환경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이 마을에는 집이 없는 가구가 몇 가구나 됩니까?”

“10가구 이상입니다.”

“모두 집을 지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산에서 나무를 벌목해 두었지만, 운반 비용이 없어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가 다 썩어버렸습니다.”

스님은 주민들과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해 논의하며 해결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돌과 흙은 준비되어 있지만 지붕재가 없다면 JTS에서 지붕재를 지원하겠습니다. 집을 지을 사람이 없는 경우, 동네 사람들이 도와주기로 합의하면 재료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집은 있지만 내부에 칸막이가 없는 가구가 있습니까?”

“대부분 없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 방이 나뉘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최소한 세 칸 정도는 나누어 부모님, 자녀, 부부가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집에 물건을 둘 수 있는 선반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선반이 있어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 물건을 두면 집이 더 좁아집니다.”

스님은 집안의 칸막이, 선반, 부엌 구조, 연통, 화장실 등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질문했습니다. 이어서 농업 및 생활 기반 시설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습니다.

“집에 논이 있는 가구는 몇 가구입니까?”

“대부분 있습니다.”

“농수로는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습니까?”

“아닙니다. 발링 치옥의 농수로는 흙으로 되어 있습니다.”

“농수로 보수 공사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언제 지급됩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JTS에서 시멘트를 지원하면 농수로를 보수할 수 있습니까?”

“네, 가능합니다.”

“일이 많고 어렵습니다.”

“네, 시멘트만 지원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겠습니다.”

스님은 도로와 울타리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마을의 울타리는 잘 정비되어 있습니까?”

“아니요, 울타리가 없습니다.”

“마을 안의 길은 흙길입니까,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습니까?”

“흙길입니다.”

“그러면 비가 오면 미끄럽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가다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멘트가 있으면 길을 포장할 수 있겠습니까?”

“네,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JTS에서 지원하는 생활 환경 개선 프로젝트의 목표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집, 울타리, 도로, 농수로 등 생활 환경을 개선하여 더 편리하고 깨끗한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직접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집을 짓는데 지붕재가 없다면 JTS에서 지원하겠습니다. 농수로를 만들고 싶은데 시멘트가 없다면, 이 농수로가 꼭 필요한지, 직접 만들 수 있는지를 검토한 후 지원하겠습니다. 앞으로 촉바와 상의하여 여러분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단,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스님은 다른 치옥에서 진행한 생활 개선 사례를 소개하며, 발링 치옥에서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실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현재 트롱사에서는 콜푸 게옥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납지 치옥에서는 주민들이 농수로를 시멘트로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콜푸 치옥에서는 가파른 지형에 시멘트 도로를 조성하여 차량이 다니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님숑 치옥에서는 집의 기초를 마련해 두었으나, 가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공사가 중단된 가정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집을 완성했습니다. 고싱과 레바티 치옥에서는 파이프를 설치해 식수를 공급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품졸 치옥에서는 한 가구의 집을 수리했습니다. 품졸 치옥에서는 절에 화장실이 없어 새로 화장실을 설치했고, 랑덜비 치옥에서는 불을 땔 때 연기가 원활하게 빠져나가도록 연통을 설치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은 여러분이 참고할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 진행해 본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함께 작업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겠습니까?”

“네!”

“대답만 잘하고 나중에 신청한 재료를 받아놓고 일을 안 하면 안 됩니다.” (웃음)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친 후,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점심 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을 마친 뒤에는 극빈자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빵주르, 발링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치옥에 도착한 스님은 트롱사 공무원들과 상의한 후 두 가구를 답사했습니다.


스님은 집안의 내부와 외부를 꼼꼼히 살펴보며 주거 환경을 점검했습니다. 한 가구는 지붕재만 지원하면 되었지만, 다른 한 가구는 집을 거의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해당 가구는 전면 개보수가 필요한 C급 주택으로 분류하고, 집주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답사 일정을 마치고 랑텔 치옥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한국에서 보내온 서류를 점검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랑텔 게옥의 장비 치옥, 랑텔 치옥, 유림 치옥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일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중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매일 새벽마다 해야 하는 수행이 부담됩니다.

“저는 천일결사 수행 맛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천일결사 입재식을 앞두고 쉽게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해진 루틴 속에서 나와의 싸움에 얽매여 살다가, 행복학교와 정토불교대학을 통해서 집착을 벗고 마음에 편안함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새벽에 한 시간씩 해야 하는 천일결사 수행이 한편으로 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 고민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저에게 도움이 될까요?”

"우리는 때로 자신의 생각과 규칙에 너무 얽매여서 남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괴롭힐 때가 많습니다. 마치 누에가 자기 입에서 나온 실로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 갇혀 사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과 규칙에 갇혀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에가 나방이 되어 고치에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날아가듯이, 우리도 자신의 생각과 관념의 울타리를 뚫고 자유롭게 날아가자는 것이 수행을 하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잘못되면 자칫 자유방임으로 흐를 수가 있어요. 처음에는 개인의 욕구나 욕망, 성질 등을 자제하며 살지만, 점차 자제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마음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한 히피 문화의 시대에는 불교가 한때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이 '아무런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라는 것으로 오인되어 젊은이들 사이에 퍼졌습니다. 이것은 기존 사회가 가지는 제약에서부터 벗어나는 일차적 해방이었어요. 하지만 이 해방이 자유방임으로 흐르면, 그것은 붓다의 가르침에 맞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을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타인을 배려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타인의 눈치를 보고 나를 옥죄며 살아간다면, 그것으로부터도 해방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좀 더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타인을 배려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때리거나 죽인다면 굉장히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래서 타인을 때리거나 죽여서는 안 됩니다. 또한, 내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누군가 빼앗으면 매우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타인의 물건을 빼앗거나 훔쳐서는 안 됩니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강제로 껴안거나 키스한다면 매우 괴로울 것입니다. 그래서 남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욕설이나 거짓말을 한다면 매우 괴로울 겁니다. 그래서 말로도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나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또한 미래에 과보를 받지 않도록 하여 나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을 속박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자기 욕구대로 살겠다는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검소하게 살아야 하고, 남는 것이 있으면 베풀어야 하며,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목에 힘을 주거나 교만해서는 안 되고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제(自制)입니다. 자제란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나 성질을 스스로 조절해서 마음에 평화를 유지하고, 타인에게 손해나 고통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강제적으로 나를 옥죄어 억누르고 사는 것으로부터 해방되더라도, 자기 스스로 자제를 해야 그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참 자유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카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자신의 욕망과 성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며, 자신의 어리석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자는 타인의 시선에 나를 옥죄며 살아가는 것에서는 자유로워졌어요. 그러나 그것이 남의 눈치를 안 보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자유방임으로 흘러가서 타인과 부딪히며 산다면 그것은 올바른 자유가 아닙니다.

수행은 긴장하고 이를 악물며 참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내려놓고 편안한 가운데 자신의 말과 행동, 마음의 작용을 알아차려서 자신을 절제해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너무 억압된 상태에서 자랐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사람은 그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수행이 나를 억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을 데리고 절에서 함께 산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북한에서 강제로 새벽 일찍 일어나 샛별 보기 운동을 하고, 저녁이 되면 서로를 비판하는 총화 시간에 참여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벽 기도 시간과 저녁 마음 나누기 시간에 대한 반발심이 컸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북한보다 더하다.’ 하면서 불평하거나, 저녁에 일과를 마친 후 마음 나누기를 하면 ‘북한과 똑같다’라고 말하면서 반발심을 자주 드러냈습니다.

질문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진정한 자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음으로써 마음이 편해졌다고 해서 ‘이것이 수행이다.’ 하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남의 눈치를 보고 사느라 고생했으니까, 질문자는 자유방임을 조금 더 경험해 보세요. (웃음) 조금 더 자유방임을 누리면 '이것도 부작용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러면 억압된 상태에 있는 것과 제멋대로 하는 것, 두 가지 치우침에서 벗어나 중도의 수행을 해나갈 수 있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질문이 조금 모자랐을 텐데 스님께서 제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나오신 것처럼 콕 집어서 얘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억압하지 않고 자제를 하면서 수행하는 불자가 되겠습니다.”

전체댓글 38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5-02-12 16:11:14

지명화

감사합니다

2025-02-11 14:44:19

도종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5-02-09 18: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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