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2.31. 좁카트롱, 달리, 카마티 방문 및 쳅뎀파 치옥 이동
"퇴직하면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없어서 걱정입니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하는 정토행자들께 스님의 신년 메시지를 전합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2025년도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연말, 무안공항에서 비행기 사고로 무고한 인명 179명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모든 영가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고이 잠드소서! 왕생극락하옵소서! 유가족분들에게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매사에 주의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히말라야 남쪽 산기슭, 부탄의 오지마을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5.1.1. 자정, 지광 법륜 합장

안녕하세요. 부탄답사 8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좁카(Bjoka) 게옥에 있는 좁카 트롱(Bjoka Trong), 달리(Dali), 카마티(Kamati)를 방문하여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습니다.

스님은 좁카 게옥에 있는 게옥 손님 숙소에서 숙박을 했습니다. 산등성이에 있는 시골인 데다가 난방시설이 없어서 옷을 많이 껴입고 잤지만 추웠습니다. 스님은 새벽에 일어나 기도와 명상을 한 후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어느덧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늘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게옥 겁이 차를 스님께 먼저 올렸습니다.

스님은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한 후 숙소 근처에 800년이 된 고택이 있다고 해서 다녀와 보기로 했습니다.



고택 크기가 매우 컸습니다. 예전에는 이 한 건물에 공무원들의 사무실, 교도소 등 시설들이 모두 있어서 일종의 성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고택에는 현재 3 가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법당에 참배하고 주인 어르신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집주인 어르신께서 스님이 오셨다고 간단한 의식을 하고 음식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스님은 집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고 400년 되었다는 절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법당을 참배하고 법당 벽체를 둘러보았습니다. 벽에 전통 탈이 많이 걸려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좁카도 납지처럼 전통 공연이 아직 살아있나 봅니다”



곧 좁카 트롱 마을 사람들과의 미팅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좁카 게옥 산림청 소속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주민들 50여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좁카 게옥 겁이 스님께 환영 인사와 마을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스님이 마을주민들에게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가피입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없었다면 어떻게 저 멀리 한국에 있는 제가 이곳 부탄의 산골에 있는 좁카까지 와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웃음)

우리가 사는 곳은 멀리 떨어져서 서로 다르지만,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법 형제들입니다.

저는 아침에 좁카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방문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까, 옛날에는 이곳이 중심이 되어서 멀리는 인도까지 통치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좁카가 지금은 부탄의 아주 외진 시골이지만 옛날에는 이 지역의 중심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좁카 주민 여러분들이 자부심을 좀 더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부심이라는 것은 꼭 지위가 높고 돈이 많아야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문화를 지키고 스스로 자기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할 때 자부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은 재물을 많이 가진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물이 적으면 위축이 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죽어서 갈 때 재물은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죽어서 갈 때는 자기가 평생 살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 업식만 따라간다고 합니다. 정말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재물이나 지위보다는 자신의 업을 청정하게 닦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물질적 부족 때문에 너무 기죽지 말고 불자로서 부처님의 제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수행하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덕이 높은 수행자가 되지 못하다 보니 생활 문제에 끌려 급급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데는 마실 물이 있어야 하고 음식이 있어야 합니다. 입을 옷도 있어야 하고 잠잘 집도 있어야 합니다. 기초교육을 받을 학교도 있어야 하고 아플 때 치료받을 병원도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전기도 있어야 하고 다닐 도로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부탄은 대부분 다 갖춰져 있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우리는 가난하다 부족하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마다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물이 부족한 곳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옛날에는 물을 조금씩 썼는데 요즘에는 씻는 것도 빨래하는 것도 화장실도 물 사용량이 늘어나서 옛날 수원지로는 물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물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또 겁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라야냐 재단에서 집을 많이 지원해서 집 문제도 많이 해결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집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집 없는 사람의 집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이것은 정부가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하거나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의 프로젝트만 합니다. 그런 것들도 예산이 부족해서 다 못하는 상황입니다.

내가 사는 집을 고치거나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정부가 해줄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일입니다. 우리 마을 식수가 부족해서 식수시설을 개선한다는 것도 정부가 해줄 일이 아니라 우리 마을이 할 일입니다. 즉, ‘내 삶을 바꾸는 일, 내 집안을 바꾸는 일, 우리 마을을 예쁘게 하는 일은 우리가 하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고 싶어도 재료들이 필요한데, 재료비가 비싸서 재료를 구할 돈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JTS에서 필요한 재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마을이 살만하면, 다른 마을이 더 많이 도움받을 수 있도록 양보해야 합니다.

JTS의 기금은 한국의 불자들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모금한 기금입니다.

한국 불자들도 옛날에는 절을 짓거나 탑을 세우는 것만 불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은 ‘가난한 사람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 공덕과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아픈 사람에게 약을 제공하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제공하는 등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진짜 불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1천 원씩 아껴서 모으기도 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모금함을 들고 거리로 나가서 모은 돈입니다.

이렇게 불사금을 모으듯이 모은 돈이니까 여러분들이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 사용한다면 여러분들에게는 편리해서 좋고 보시한 사람들에게는 큰 공덕을 지어서 서로 좋은 일이 됩니다. 그러면 이 보시금이 어떻게 쓰여야 진짜 공덕이 될까요?

물이 없는 곳에 물을 공급하는 것,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곳에 음식을 공급하는 것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는 것, 집은 있지만 시설이 열악하다면 시설을 고쳐 주는 것

특히 여성을 위해서 부엌 시설을 편리하도록 고치는 것 등입니다.

집에 칸막이가 안 되어 있으면 칸막이도 하고 선반도 설치하는 것

그리고 화장실 없는 곳에 화장실을 짓거나 깨끗하지 못하면 깨끗하게 새로 짓는 것

또 논에 물 대는 농수로가 제대로 안 되어있으면 농수로를 만드는 것

짐승들이 곡식을 먹으니까, 울타리를 치는 것

초등학교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책상이나 화장실이나 책걸상 시설을 개선하는 것

또는 교육 기자재가 부족하면, 책 공책 같은 교육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

눈이 안 보이는 사람 눈 수술을 하는 것

귀가 안 들리는 사람 보청기를 끼우는 것

이런 식으로 사람들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쓰이면, 그것이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마을에 이런 사람이 없습니다.’ 한다면 우리는 더 가난한 마을에 JTS 기금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는 내 재정으로 충분히 내 집을 고칠 수 있는 사람도 JTS에 재료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제가 부탄에서도 젬강에 온 이유는 국왕께서 젬강에 어려운 사람이 제일 많다고 해서 젬강에 온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앞으로 5년을 노력하면 외부에 있는 사람이 좁카에 와서 하루 잠을 잤을 때, ‘부자 동네는 아니지만 참 편리하게 되어있고 깨끗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시골의 청년들은 도시로 안 나가고, 해외로도 안 나갑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불편한 것을 이야기하면 이건 정부가 할 수 있다. 이건 JTS가 할 수 있다. 이건 타라야냐에서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분류하면서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질문하실 분은 질문하세요."


마을 사람들이 여러 어려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타라야냐재단에서 집 짓기를 도와주어 집을 짓다가 공사가 중단되었습니다. 남은 집을 짓고 싶습니다

-절에 동자승들이 살고 있는데 숙소 시설이 없습니다. 절에 숙소 시설을 짓고 싶고 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생활시설을 만들고 싶습니다.

-식수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여기저기에서 식수를 지원받고 있지만 물이 없는 겨울 동안은 정말 힘이 듭니다. 식수 물탱크를 큰 것으로 교체하거나 가까운 수원지를 다시 개발하고 싶습니다.

-집이 가난한 아이들은 교복을 지원해 주고 싶습니다

-도로 일부 구간을 보수하고 싶습니다

“타라야나재단에서 70퍼센트를 지원받고 30퍼센트를 JTS 지원받는다면 집주인은 무엇을 한다는 것입니까? 그중에 정말 가난해서 30퍼센트도 부담할 수 없어서 중단된 집이 있습니까?

그런 집은 JTS 실무자가 현장 조사를 해보면 다 파악이 되기 때문에 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늘 술을 마시면서 돈이 없어서 30퍼센트 자부담도 없으니 지원해 달라는 것은 JTS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매일 술은 마시는데 아이들 교복값이 없다는 것도 지원이 안 됩니다. 오늘 나온 모든 이야기는 지원이 가능합니다. 다만 다시 조사를 해보면 JTS 사업에 해당이 안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일정을 함께하시는 주지사님도 좁카 트롱 주민들에게 JTS 사업 원칙에 대해 잘 이해하고 사업을 신청할 것을 당부하는 말을 했습니다.

달리 마을로 이동하던 중에 스님은 좁카 초등학교에 방문했습니다.

학생 수가 96명에 기숙 학생이 40여 명 되는 학교였습니다. 학교 안에 들어가 보니 구석구석 낡기는 했지만 비교적 깨끗하고 시설이 잘되어있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 보니 매트리스가 침대에 맞지 않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스님은 학생들을 위해 침대 프레임 교체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1시간 정도 이동해서 달리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법당에 도착해서 참배하고 전통식으로 환영식을 한 후, 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타라야나 재단에서 우리 마을을 한차례 지원해 줬는데 저는 그때 제가 달리에 없어서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저도 집이 없습니다.

-저는 집이 너무 작습니다. 부엌을 집안에 두면 집이 너무 좁아지니까 집 밖에 부엌을 따로 만들고 싶습니다.

-절에서 행사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부엌이 없으니 너무 불편합니다.

-보건소 철제 지붕이 노후되었습니다.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의 생활이 우선인 프로젝트입니다. 우선 절이나 보건소는 나중에 개인 생활 개선을 우선 한 다음에 필요하면 그때 하도록 하겠습니다. 타라야나재단에서 지원받지 못하신 분들은 JTS에 요청하시기를 바랍니다. 검토되면 재료 지원을 하겠습니다”

스님은 달리 마을에서 약 1시간가량 주민들과 대화를 한 후에, 달리 절에서 준비해 주는 점심 공양을 먹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이곳은 풍수학적으로 굉장히 좋은 곳이네요. 좌청룡 우백호가 쭉 뻗은 자리에 양쪽 계곡이 있고 정 중앙에는 둔턱이 올라와 있어요.”

스님은 자리를 설명해 주시고 스텝들을 모두 모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달리 마을을 떠나려는데 마을주민 한 분이 스님께 드리겠다며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왔습니다.

“스님 안녕히 가십시오. 오실 때 받는 선물이 있고 이것은 가시는 길에 드리는 선물입니다”

스님은 선물을 받고 감사의 보시금을 전했습니다.


다시 1시간 30분가량 이동해서 카마티에 도착했습니다. 카마티절은 저 건너 산꼭대기에 있었습니다.


절에 도착하여 전통식으로 환영식을 받고 스님은 바로 주민들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13년 동안 아프셔서 돌봐드리느라 집을 짓지 못했습니다. 자재만 지원해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엌에 선반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타라야냐 재단에서 집을 지원해 주셨는데 지붕재만 지원해 줘서 칸막이, 선반 아무것도 없고 부엌도 없습니다.

-야생동물을 퇴치하도록 울타리를 치고 싶습니다

-마을에서 공동 사용할 수 있는 경운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할 수 있는데 자재가 필요한 것은 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할 수도 없는 일을 하겠다는 것은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기술자를 고용해서 하겠다든지, 장비를 구입해 달라는 내용은 지원이 안 됩니다. 타라야나재단에서 지원을 받았는데 부족한 상황들은 일단 제출해 보시기 바랍니다. JTS에서 현장 답사를 해보고 결정될 것입니다”

카마티치옥까지 오늘 모든 방문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쳅뎀파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 일행과, 좁카 게옥의 겁, 그리고 부주지사님도 함께 이동하여 쳅뎀파 치옥에서 하루 숙박하기로 했습니다.

쳅뎀파 치옥의 촉바의 집에 도착하여 집 안에 있는 개인 법당에 참배하고, 촉바가 준비해 준 저녁 공양을 마치니 어느덧 밤 8시가 넘었습니다.

라마(스님)가 마을에 방문해서, 마을은 웅성웅성 들썩들썩 축제 분위기입니다. 밖에서는 밤늦게까지 마을 사람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월 1일 원주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퇴직하면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없어서 걱정입니다

“저는 34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5년 뒤에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직하면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솔직히 두렵습니다. 지금까지 제 삶을 돌아보면 학생 때는 그냥 공부했고 졸업한 뒤에는 그냥 직장에 다녔고, 이렇게 항상 어디에 다닐 곳이 있었고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퇴직하면 제가 뭔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고, 아직 그걸 찾지 못했습니다. 또 그걸 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두렵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특별히 좋아하는 일 없이 그냥 세월 따라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학생 때는 그냥 공부했고, 간호대학을 다녀서 졸업 후에는 간호사로 취직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간호사로 일하고 있고 이제 곧 퇴직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요?”

“지금까지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면서도 직장에 다니며 잘 사셨잖아요? 그러면 퇴직하고 나서도 무얼 좋아하는지 모른 채 논다고 해서 힘든 일이 있을까요?”

“제가 지금까지는 직장에 다녀서 괜찮은데, 이제 퇴직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아서 그게 걱정스럽습니다.”

“질문자는 인생을 살면서 시간이 늘 부족했나요? 아니면 시간이 남아서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사셨나요?”

“항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늘 부족하다가 이제 시간이 남을 것 같아서 고민이라면 저한테 오세요. 지금까지 제게 질문하셨던 분들은 시간이 늘 부족한 분들이었지 시간이 남아서 고민인 분은 별로 없었어요. 혹시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네, 들어봤습니다.”

“그것처럼 질문자의 고민은 걱정거리가 전혀 아닙니다. 실제로 퇴직하고 한 일 년만 지나면 직장에 다닐 때보다 훨씬 바빠져요. 그래서 이런 말이 생긴 거예요. 시간이 남을까 봐 고민이라면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요.”

“노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시간이 남아서 놀면 시간이 아까울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남는다면서 왜 또 시간이 아까울까요?”

“아무것도 안 하고 놀면 허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걸 찾고 싶어요.”

“담배는 피우는 게 쉬울까요? 안 피우는 게 쉬울까요?”

“저는 안 피우니까, 그냥 안 피우는 게 쉽습니다.”

“질문자는 그러시죠? 그러면 여기 청중 중에 담배 피우는 분께 물어보겠습니다. 담배 피우는 분은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어떠세요?”

“담배 피우는 게 더 쉽습니다.”

“저분은 담배를 피우는 게 더 쉽다고 해요. 아마 저분께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아주 힘들어하실 거예요. 질문자는 반대죠. 그러면 객관적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담배를 피우려면 우선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만큼 일해야 하고요. 또 담배를 사려면 가게에 가야 합니다. 또 포장지를 뜯고 입에 물어야 합니다. 피우고 나면 남은 재도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 저분은 담배를 안 피우는 게 더 어렵다고 하세요. 이렇게 우리가 좀 더 객관적으로 보면 담배를 피우는 건 피우지 않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담배에 중독된 사람은 피우지 않는 게 더 어렵습니다. 피우는 일이 더 쉽죠. 담배를 피우는 게 더 쉬운 사람은 습관 때문에 그런 겁니다.

만약 그게 직장이라면 어떨까요? 직장 일은 하지 않는 게 더 쉽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직장에서 퇴직하는 걸 두려워해요. 이것도 다 습관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런데 습관이라는 것도 변해요. 담배도 1년, 2년 계속 피우지 않으면 그 습관이 점점 없어집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무척 힘듭니다. 이걸 명현현상이라고 하는데 직장도 마찬가지예요. 늘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면 초기에 그런 현상이 생깁니다. 관성이라는 물리법칙을 봐도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고, 멈추어 있던 물체는 계속 그대로 있으려고 하죠. 직장도 이처럼 계속 다니던 사람은 관성이 있어서 멈추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한번 멈추면 다시 나가는 게 힘들어지죠.

퇴직하고 놀면 그게 더 쉽습니다. 왜 사회에서 정년제도를 두었을까요? 어려운 일을 하기보다 쉬운 일을 하라고 만든 겁니다. 나이가 들면 일하기 어려우니까요. 이제 쉬어도 된다는 뜻에서 정년제도를 둔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쉬셔도 됩니다. 그게 어렵다면 직장에 다니셔도 되고요.”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3개월만 쉬었다 돌아오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었어요. 하고 싶었던 여행을 할 수 있게 3개월만 휴가를 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퇴직하면 3개월이 아니라 10년이나 20년을 더 살아야 하잖아요? 이런 걸 생각하면 제가 직장에 다니지 않고 그냥 쉬면 만족하며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그건 어렵지 않아요. 첫째, 질문자는 아직 정년퇴직하려면 시간이 남았어요. 예를 들어 질문자는 젊은 사람보다 그전에 죽을 확률이 높죠. 그래서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둘째, 우리 사회에서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퇴직 나이를 좀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질문자가 지금 정년이 5년 정도 남았다면, 5년 안에 퇴직 나이를 연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정년은 최소 65세로 하고, 노인의 나이를 70세부터 하자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대한노인회에서는 노인의 나이를 75세로 높이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만약 노인을 75세부터라고 한다면 퇴직 나이도 70세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정년이 10년 정도 늘어나게 되겠죠. 그래서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셋째, 퇴직하고 나서 놀아보고 그게 훨씬 좋다면 그냥 노셔도 됩니다. 심심하면 다시 일하면 되고요. 지금 수준의 월급은 아니더라도 근무 시간이 좀 적고 급여가 낮은 일자리는 금방 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받던 수준의 월급을 포기하시면 돼요. 그렇게는 하기가 싫다면, 퇴직하고 심심할까 싶어서 생긴 걱정이 아니라 돈 때문에 생긴 걱정입니다.

직장에는 얼마든지 다닐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고집하면 좀 어려울지 몰라도 다른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람이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요즘 시골에 가면 마늘 심는 일이 한창입니다. 그 일을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데 일당으로 12만 원씩 준답니다. 또 그 일은 가을에 단기로 하는 일인데 일손이 부족하면 3만 원을 올려서 15만 원까지 준다고 합니다. 또 밤농사 짓는 분은 밤 줍는 일도 하루 일당을 15만 원씩 준다고 해요.”

“제가 그런 일을 한 번도 안 해봐서요.”

“기후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 중에서 밤 줍는 일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서툴다면 일당을 좀 덜 받으면 됩니다. 12만 원 받을 걸 8만 원만 받겠다고 하면 됩니다. 일손이 이렇게 늘 부족한 곳에는 그냥 가기만 하면 일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할지 고를 필요도 없고요. 지금 우리나라에는 외국인노동자가 200만 명 정도 들어와 있어요. 계절근로자처럼 봄에 와서 8개월간 일하고 그해에 다시 돌아가는 외국인노동자만 몇십만 명이 됩니다. 그래서 봄에는 한국으로 오는 항공권이 엄청나게 비싸요. 그 시기에는 한국으로 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질문자는 또 퇴직금이 나올 테니 퇴직하고 저한테 와서 자원봉사를 하실 수도 있어요. 제게 오시면 일감이 엄청나게 많아요. 오늘도 입구에서 접수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셨죠? 행복학교 수료하고 행복시민이 되면 일감이 무지무지하게 많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일입니다.”

“제가 이기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행복보다는 제가 우선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일하면 내가 행복해져요. 그걸 사람들이 잘 모르죠.”

“우선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요.”

“질문자는 좋아하는 일이 없잖아요.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그걸 못하면 괴로워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없는 것은 좋은 거예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괴로울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질문자는 직장생활을 잘하신 거예요.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 괴롭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첫째, 질문자는 정년퇴직 전에 죽을 가능성이 있어서 괜찮고요. 둘째, 우리나라의 퇴직 나이가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 퇴직하고 나서 놀아보고 노는 게 좋으면 계속 노셔도 됩니다. 심심하면 일하셔도 되고요. 일 좀 하다가 다시 노셔도 됩니다. 이것도 저것도 재미가 없으면 자원봉사를 해보셔도 되고요. 퇴직 후에 이것저것 해보다가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그걸 하시면 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뭔가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은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그 일을 못 하면 괴로우니까요. 그래서 질문자처럼 좋아하는 게 없다는 것은 무지무지한 복이에요.

마찬가지로 이성에 대해 특별히 취향이 없는 사람도 복이에요. 어떤 사람과도 결혼할 수 있고, 헤어져도 됩니다. 그런데 취향이 분명한 사람은 인생이 피곤해요. 우선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또 그런 사람과 헤어지거나 사별하더라도 힘들어요. 그래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직장이든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는 건 엄청난 복입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도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뭔가 좋아하는 게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착각이에요. 좋아하는 게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보시면 좋아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지금은 다른 데에 신경 쓸 일이 없어서 한 가지 일만 해왔지만, 퇴직하고 여러 경험을 해보시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농사를 지어봐도 좋고, 행복시민이 되어 자원봉사를 해봐도 좋습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걸 발견하면 좋은 일이고요.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좋아하는 일을 일부러 찾으려고 하면 못 찾게 되었을 때 괴로워집니다.”

“네,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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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그런데 취향이 분명한 사람은 인생이 피곤해요. 우선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또 그런 사람과 헤어지거나 사별하더라도 힘들어요. 그래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직장이든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는 건 엄청난 복입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2025-02-22 14:38:29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5-01-06 05:57:43

사랑

질문자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네요ㅋㅋ
착각을 멈추고 많은 경험해서 좋아하는일 찾길 바래요^^

2025-01-04 13: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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