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0.24 북한 전문가 모임, 즉문즉설 개편 간담회, 김민해 목사 미팅
"인공지능 기술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아침 6시 20분에 스님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7시부터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했습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준비한 밥상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북한 주민들의 생활 상황을 살피고, 환율과 식량 가격의 변화를 점검했습니다.

이어서 평양 상공에 침투한 무인기에 대한 분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문제 등 최근에 남북 관계의 긴장감을 강화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자세한 정황과 향후 내용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새로 선출된 서울 교육감 관계자들이 찾아와 학생 인권과 교권 보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11시부터는 평화재단 10층 회의실에서 제34차 인도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성지순례에 참가하는 법사, 스태프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지난주에 추가로 모집된 인원을 보고하고, 전체 순례 일정에서 날짜별로 조정해야 할 사항에 대해 스님에게 묻고 점검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순례를 진행할 때 실무자의 편의보다는 효율적이되 순례가 의미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순례자의 입장에서 방향을 잡아주었습니다.

12시 20분에 회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즉문즉설 개편 회의를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방송 금요 즉문즉설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진행한 지 3년이 넘었습니다. 매주 5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하여 즉문즉설을 시청하고 있는데요. 온라인 전환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하고 더 나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각 파트의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실무 책임자들은 즉문즉설 강연의 개편 방향을 잡기 위해 스님의 조언을 들으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해 왔습니다. 그중 첫 번째로 정토회 사무처장이 즉문즉설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즉문즉설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즉문즉설은 대국민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전법을 하는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 즉문즉설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어떤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면 좋을지 토론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불교라고 하면, 첫째, 부처님을 믿는 종교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부처님을 믿으면 업장이 녹고 복을 받는다는 거죠. 또, 불교 신자라고 하면 업보윤회설(業報輪廻說)을 믿어서, 주로 자기에게 닥친 일을 내가 전생에 지은 인연(因緣)의 과보(果報)라고 받아들여서 수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것만 갖고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많은 고뇌를 해결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식인이나 젊은이들이 불교를 자꾸 떠나게 됩니다.

둘째, 불교에는 철학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심오하고 논리적인 불교 철학이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불교 철학을 많이 안다고 해서 내 괴로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불교 수행의 근본 목적은 열반(涅槃)을 증득하는 것입니다. 열반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불교 수행의 궁극적 목적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즉문즉설의 목적도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로 돌아가서 보면, 부처님께서는 어떤 사람이 괴로워하면 그 괴로움의 원인을 자각하도록 이끄셨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을 규명하고 제거해서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이르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사성제(四聖諦)입니다.

부처님과 대중이 대화를 할 때는 질문 자체가 자기의 괴로움을 하소연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아와서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 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 ‘왜 괴롭냐’ 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이러이러해서 괴롭다’ 고 자기 나름대로 원인을 얘기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과 여러 대화를 통해서 괴로움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로 인해 그것이 괴로워할 만한 일이 아님을 자각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문(法門)이라고 하면 보통 불교 사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들어가 보면, 불교 교리나 사상, 불교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법문이 아닙니다. 괴로워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 괴로움이 사라질 때 그것을 법문이라고 합니다. 그것처럼 즉문즉설도 그 괴로움의 종류가 부모 자식 관계든, 부부 관계든, 돈이나 욕망에 대한 것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문즉설의 목적은 괴로워하는 사람이 자신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끄는 대화입니다. 그러니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국민 행복 운동인 동시에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전법 활동인 것입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어떻게 브랜딩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장기적으로 즉문즉설의 가치를 높여 나가려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때 어떤 방향을 가지고 제작해야 할까요?”

“즉문즉설의 가치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길게 해설하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대화가 단순하고 직설적인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심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짧은 문답으로 고민이 해결되지가 않습니다. 길게 설명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불교 교리를 묻는 질문은 유튜브에 올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즉문즉설의 진가가 살아나는 것은 짧은 문답 식의 대화입니다. 어떤 지식적인 것에 대한 대화는 즉문즉설의 가치에는 맞지 않습니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자각을 일으키는 대화가 즉문즉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질문자가 자각을 하도록 초점을 맞추어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살려야 즉문즉설의 생명력이 길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명이 부족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다는 문제가 생기고, 설명이 길면 이해를 돕는 해설처럼 된다는 문제가 생기죠.”

마지막 질문은 즉문즉설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즉문즉설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법륜스님 이후의 즉문즉설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법륜스님이 강연한 영상을 계속 돌려서 볼 수 있게 할 것인지, 이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대체하는 방식은 즉문즉설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제가 즉문즉설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즉문즉설은 최대 1만 번 정도 하면 그걸로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 있더라도 1만 번 정도 했으면 어느 정도 끝맺음을 하고, 앞으로는 그것에 비추어서 문제를 풀어나가면 됩니다. 모든 사람이 법륜 스님에게 일일이 다 물어봐야 한다는 관점은 맞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도 살아 계신 당시에 말씀하신 걸로 끝내고, 그것에 비추어서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부처님 이후 모든 스승들의 말씀을 전부 경전에 수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즉문즉설 1만 편 정도를 빅데이터로 활용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면 법륜스님이 직접 즉문즉설을 하는 것과 꼭 같지는 않지만 유사하게 즉문즉설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계속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논리화하거나 지식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식화하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확산이 되는 장점도 있었거든요. 이 두 가지 장단점을 같이 감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조금 더 면밀하게 검토를 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실무 책임자들은 즉문즉설의 브랜드화, 프로그램 개선 방안, 즉문즉설 플랫폼 개설 여부, 질문을 접수받는 방법, 온라인 방청객 확대 방안, 즉문즉설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발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을 했지만 시간이 경과하여 보니 장단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즘은 다시 온라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오프라인 제안들이 많이 나와서 재검토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님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 보자고 당부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즉문즉설 강연에서 몇 가지 시정할 것이 있다면, 시정해서 시범적으로 진행해 보면 됩니다. 찬성과 반대가 있다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그 결과를 평가해서 조정해도 될 것 같습니다. 즉문즉설은 기본적으로 스님과 질문자가 대화를 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강연장에서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경우와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는 좀 차이가 나긴 합니다. 현장에서는 문답이 빠르게 오갈 수가 있는데, 온라인으로는 즉문즉설이라기보다는 스님이 질문을 듣고 거기에 대답을 하는 즉문즉답 형식이 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까 스님이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질문자가 말대꾸도 하는데, 온라인에서는 질문자가 말대꾸를 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온라인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을 수 있어서 널리 확산을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디테일한 부분에서 재미적인 요소, 문답의 자연스러움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니까 스님과 둘이서만 상담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긴장이 덜 된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청중이 있는 곳에서 질문을 하면 정신이 없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대화가 끝나도 멍하다고 해요. 그런데 온라인으로 할 때는 충분히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평가도 있어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논의를 하셔서 개선책을 찾아나가 봅시다.”

오후 2시 30분이 되어 즉문즉설 개편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후 3시에는 스리랑카에서 JTS가 긴급 지원을 할 때 봉사자 대표 역할을 했던 나말 님이 찾아왔습니다. 한 달간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중에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온 것입니다. 나말 님은 스리랑카에서 직접 가져온 차와 자연 원당, 그리고 직접 쓴 편지를 건넸습니다.

"우리나라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리랑카에서 자원봉사 해 주셔서 고마워요. 한국인 활동가도 나말 님에 대해 칭찬이 자자했어요."

나말 님은 내년에는 집이 없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와 암 환자 의약품 지원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스님은 부탄에서 진행 중인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의 사례를 들어 JTS의 지원 원칙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집을 지어줄 때는 마을 주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해요. 마을 사람들이 정말 이 가정이 도움을 받을 만하다고 모두 동의할 때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마을에서도 불평 없이 함께 동참할 수 있습니다.

또 지원을 할 때는 이와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첫째, 돈은 적게 들이고 유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그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야 합니다. 셋째, 가능한 한 지역 재료를 사용하고 지역의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사업이 마을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 스님께서 저희 대통령도 만나주시면 좋겠어요. 어떻게 국가를 경영하고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스님께서 아이디어를 주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웃음)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다음번에는 두북수련원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는 전남 순천에서 '사랑어린마을배움터'를 만들어서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민해 목사 일행이 스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은 문명 전환 운동을 시도하고 있다며 먼저 그 길을 개척해 온 스님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먼저 김민해 목사님이 스님을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30년 전에 저희는 개신교 안에서 ‘예수 살기’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그때 이미 문명 전환을 생각하시면서 새로운 운동을 하고 계셨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 발 앞서 가시는 스님의 길을 저희가 이제 뒤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생태 문명’이라고 하는 생태에 보다 가치를 두는 문명 전환을 시도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취지를 잘 살려서 하시면 되겠습니다.” (웃음)

목사님은 구체적으로 스님에게 조언을 얻고 싶은 내용을 질문했습니다.

민과 관이 함께하는 생태 운동 모델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는 30여 년 전부터 문명 전환 운동을 개척해 오셨기 때문에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이번에 순천시에서 민(民)과 관(官)이 함께 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지 스님의 지혜를 얻고 싶습니다.”

“정부 기관과 같이 할 때의 장점은 초기의 재정 부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인건비와 사무실 등을 지원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관은 기본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개발을 하는 것이 그 속성입니다. 그래서 말이 환경이지 환경이란 이슈를 내건 개발을 하려고 합니다. 환경을 아주 아름답게 가꿔서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식의 성공 케이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 기관과 같이 할 때는 너무 근본주의적으로 환경 운동을 하려고 하면 도중에 협력이 깨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기관과 같이 할 때는 너무 근본주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하는 정도를 목표로 잡고 환경 운동을 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환경을 앞에 내걸면서도 정부 기관이 하고자 하는 개발을 어느 정도는 수용하는 타협안을 갖고서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상대에게 그렇게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해 나가면 오래 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근본주의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면 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오히려 운동을 해나가는 데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정말 생태적인 관점에서 순수하게 환경 운동을 해나가고 싶다면 이현주 목사님처럼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 자체를 놓아 버려야 해요. 내가 먼저 그렇게 살고, 만약 동조하는 이가 있으면 같이 살면 되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 현실에서 조금 더 이 운동을 확산해 보고자 한다면, 필요에 의해서 조금은 개발을 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도모하려면 장소도 필요하고,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일을 하다 보면 해외에도 다녀와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에 기여하면서 활동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생태 운동에 어떤 효율을 얻고자 정부 기관과 협력도 하면서 동시에 순수성도 완벽하게 지키고자 하면 결국 얼마 못 가서 협력 관계가 깨지게 됩니다. 그러니 ‘다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는 관점을 갖고, 생태적인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은 하되 정부 기관의 요구도 어느 정도는 수용하는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 길을 꾸준히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태 운동을 꾸려 나가려면 교수진도 있어야 하고 교직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머무를 공간도 필요하게 되고, 인건비와 임대료가 들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나름의 방법이 필요해요. 저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원봉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원봉사를 통해서 해결한다는 원칙으로 30년을 이어왔어요. 그러나 규모가 작을 때는 가능했는데, 규모가 커지니까 자원봉사로는 점점 운용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지을 때도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필요한데, 정토회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난제였어요. 내부에서 자원봉사자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의견이 모아져서 결국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다 짓고 나니까 자원봉사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개원식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자원봉사 방식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건물에 출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훈련해서 건물 유지가 가능할 때까지 개원식을 늦추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자원봉사 방식으로 건물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관리하려면 전문 인력이 최소 7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토회는 자원봉사자로 건물 관리를 해야 하니까 150명이 필요했어요. 파트타임으로 교대 근무가 돌아가야 하니까요. 인력 면에서 보면 얼마나 비효율적입니까.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점점 원칙을 지키기가 어려워집니다. 정토회가 지금 부닥친 문제 중의 하나는 스님의 영상에 대한 수요가 커졌는데 영상을 편집해서 송출하는 일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보니 자원봉사자로는 그 수요를 다 맞출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책을 출판하는 일도 자원봉사자들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갈수록 사업을 확대하다 보면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지키기가 어려워져요. 해외에서도 사업 규모가 커지니까 월급을 주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자원봉사자를 구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에요. 현지에서 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직원 몇 명만 두면 효과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먹고살기도 바쁜 나라에서 무슨 재주로 자원봉사자를 구하느냐’ 이런 비판을 하게 되는 거예요.

사업을 확대하면 원칙을 지키기가 어렵고, 또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원칙을 조금 변형해서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 정토회에서는 규모를 늘리지 않고 원칙을 지킬 것이냐, 아니면 좋은 일을 더 넓게 확대하기 위해서 원칙을 조금 변형할 것이냐, 하는 두 입장이 대두되고 있어요. 정토회가 첫 번째로 맞닥뜨렸던 문제가 정토사회문화회관의 운영이었고, 두 번째로 맞닥뜨렸던 문제가 해외 구호 사업이었습니다. 세 번째로 맞닥뜨렸던 문제가 영상 편집과 출판입니다. 자원봉사자로 운영을 하려니 매번 사람이 바뀌어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지속성도 없고, 전문성도 약하기 때문이에요. 모두 자원봉사 원칙을 지키면서 사업을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로 인해 사업의 확장이 한계에 부딪치게 된 것입니다.

먼 미래를 본다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 예수님도 원칙을 지키면서 살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짧은 생이었지만 그의 삶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어요. 만약 예수님이 80살까지 사셨다면 어떻게 원칙을 다 지키셨겠어요? 젊었을 때는 원칙을 지킬 수가 있지만 80살까지 산다면 온갖 타협을 다 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그런 것처럼 먼 미래를 보면 규모를 축소시키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후대의 사람들에게 더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실 규모를 키우는 게 더 나아 보여요. 그래야 좋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환경 운동도 확산을 해야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생태 운동도 확장을 하려고 하면 어느 정도는 타협이 필요합니다. 원칙을 완전히 깨라는 것도 아니고, 타락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일정한 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 기관과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면 타협이 어느 정도는 전제되어 있어야 도중에 서로 그만두는 일 없이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잘 감안해서 어느 정도 선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 기관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감안하되 그 이상은 하지 않겠다든지, 환경 운동의 원칙을 지키도록 정부 기관을 설득하지만 어느 선까지는 그들의 요구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가 필요해요. 정부 기관에서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거나 다음 선거에 도움도 되어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만약 환경 운동에 참여하는 젊은 사람들 중에 원칙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져서 ‘이런 타협은 환경 생태 운동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 는 문제 제기를 받게 되면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와 민간이 협업해서 할 만한 일일까요? 저는 뻔한 결말이 될 것 같아 시작할 때 고민이 되었습니다. 또 막상 일을 하다 보니까 오락가락하는 거예요. 제가 어디까지 타협해야 하고,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혜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저 스스로부터 마음가짐을 잘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스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내가 사는 삶과 개인의 원칙에 있어서는 자신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필요에 의해 큰 집에 살아도 먹고 입고 자는 개인의 생활은 검소하게 한다는 자기 삶의 원칙을 지켜야 하겠죠.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대중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비타협적으로 하면 판이 깨지잖아요. 그런데 이렇게라도 같이 하는 게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는 본인이 판단을 해야죠. 이 방식이 일반 시민들에게 환경적인 의식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순수하게 그냥 나 혼자 바르게 살다 죽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느 것이 더 옳다고 볼 것은 아니에요.”

“저는 지금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부터 정부 기관의 지원은 받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점점 사업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이런 정토사회문화회관 같은 건물도 지어야 하고, 해외 구호 사업도 하다 보니까, 원칙을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 목사님과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원칙을 지켜보자. 내가 죽은 뒤에 후대 사람들이 원칙을 바꾸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원칙을 지키자.’

원칙이란 것도 영원히 지켜질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원칙을 지키며 살고 있는데, 목사님도 본인의 길을 선택하면 되죠. 그러나 저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타협을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은 타협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타협을 꼭 나쁘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이 자신이 정한 원칙과 타협을 하면 그것은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됩니다. 그러나 사업은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이 세상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는 사람들의 요구를 수용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긴 시간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저녁 6시 넘어서 미팅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김민해 목사님과 회의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목사님을 배웅했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과 저녁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9

0/200

우성준

건강하세요, 법륜 스님.

2024-11-18 14:53:05

실비아

즉문즉설의 목적은 괴로워하는 사람이 자신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끄는 대화입니다_()_

2024-11-02 03:46:25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10-29 14: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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