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0.23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종교인 모임을 하기 위해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 주교님, 교령님이 모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하자 다 함께 식사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지난주에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시리아 접경 지역에 4천 명이 다니는 학교를 준공하고 온 소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시리아는 내전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거기다가 지진 피해가 워낙 컸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4천 명이 다니는 큰 학교를 새로 짓다 보니까, 준공식에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내빈들이 많이 왔고 호응이 좋았습니다.”

박경조 주교님이 준공식 영상을 보고 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께서 정말 큰일을 하셨네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유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다음 주에는 또 어디로 가십니까?”

“부탄에 갑니다. 농업을 하고자 하는데, 지난번에는 모내기를 함께 했고, 이번에는 추수를 하면서 같이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몸으로 보시를 하시네요.”

“우리가 스님이 하시는 일을 도와주고 싶어도 함께 갈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는 그냥 멀리서 스님이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요.”

“돈만 지원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논과 논 사이에 농로가 없어서 농로를 만들어주려고 하는데, 주민들은 논에 모를 하나라도 더 심어야 하는데 자기 논을 길로 내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젊은 실무자는 그걸 이해를 못 해요. 그래서 제가 가서 논두렁에 앉아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면서 앞으로 농로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런 문제는 돈만 갖고는 해결을 할 수가 없어요.”

이어서 다음 달에 진행할 예정인 수운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 순례 프로그램 초안을 함께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최제우 대신사가 태어난 생가와 깨달음을 얻은 동학의 발상지 등 순례할 코스, 동학사상이 한국 근현대사에 미친 의미에 대한 대화 마당 등 세부 프로그램, 숙박 장소, 이동 방법에 대해 최종 확정을 한 후 대화를 마쳤습니다.

박종화 목사님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파병된 북한군 소식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 중에 사상자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총알받이가 된다고 봐야 하거든요. 민족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안타까워요.”

박남수 교령님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남한 정부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해서 북한을 자극하니까, 북한에서는 오물 풍선을 날리고, 지금 파주, 철원, 연평도에 사는 사람들은 도저히 못살겠다고 아우성인 상황입니다.”

박경조 주교님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남한에서 보낸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날아서 전단을 살포한 건 명백하게 정전협정 위반이거든요. 북한도 정권이 위태롭고, 남한도 현 정부의 지지율이 최악의 상황이고, 그러다 보니까 양쪽 다 엉뚱한 짓을 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옛날에 김일성과 박정희가 긴장 국면을 이용해서 독재를 강화했던 것처럼요.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려고 하면, 우리 종교인들이 전쟁 반대를 위해 탱크 앞에 서서 깔려 죽는 것부터 결의를 합시다. 우리는 나이도 많아 누릴 것을 다 누렸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살날이 많고요.”

스님도 현재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내일 당장 전쟁이 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게다가 의료 대란 문제도 갈수록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 같아요. 정치가 해결을 못 하고 있으니까 큰일입니다.”

다음 달에 다시 모여서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9시 30분이 넘어서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분들을 배웅한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 정토회 회원들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죠? 올여름은 무더웠는데 비가 온 뒤에 기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서늘한 가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초겨울이 된 것처럼 추운 날씨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기온이 더 떨어진다고 하네요. 서울은 5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는데,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더 떨어지겠죠. 여름에 더울 때는 겨울이 오지 않을 것 같더니 벌써 겨울 날씨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옛날 사람들이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으니까 옷을 따뜻하게 입고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첫 추위에 떨면 1년 내내 떤다는 말이 있습니다. 첫 추위에 한기가 들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저는 남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커서 기대하는 만큼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또한 일할 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몸이 힘들 때도 많습니다. 작년에는 논문을 쓰는 학기였는데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해서 정형외과를 간 적이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몸에 특별히 새로운 문제가 생긴 건 없고 스트레스로 인해 어깨가 뭉치고 아픈 것이라고 합니다.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하얘져서 결국에는 한 학기를 휴학했습니다. 논문만 생각하면 괴로워서 게임이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같은 순간적인 쾌락에 빠졌습니다. 복학을 했지만 논문은 쓰지 않고 수료만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제가 논문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머리가 하얘지고 불안과 부담감으로 주변 환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제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마주하고 당차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누구나 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긴장을 좀 하게 됩니다. 선을 보러 간다고 할 때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좀 긴장하게 되고, 면접하러 간다고 할 때도 합격하고 싶으니까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험생도 시험을 잘 치고 싶으니까 긴장할 수밖에 없고, 운동선수가 경기를 할 때도 잘하고 싶으니까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림픽에서 양궁 선수들의 심박수를 측정해 봤더니 활을 잡아당길 때는 긴장을 하기 때문에 심박수가 평소보다 빨라진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선수들의 심박수가 70bpm 정도라면 활을 쏘기 직전 대다수 선수의 심박수는 100bpm 정도가 보통이라고 해요. 그런데 한국 양궁 선수 중 한 명은 심박수가 평상시보다 약간 높은 80bpm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침착했다는 방증이죠.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으려면, 첫째, 자신감이 있으면 됩니다. 둘째,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됩니다. ‘내 실력대로 해서 잘되면 다행이고, 못 돼도 그만이다’ 하고 생각하면 되는데, 대다수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죠. 실력이 없는데도 실력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욕망이 있으니까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나 이런 긴장은 결과적으로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성적으로는 긴장을 하면 손해인 것을 알아도 무의식 세계에서는 잘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누가 긴장을 하고 싶어서 합니까? 긴장이 저절로 되는 걸 어떡하라는 겁니까?’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긴장이 되는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누구에게나 다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너무 지나치게 긴장하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 어떤 사람은 시험을 치러 가는 날에 지나치게 긴장해서 공부를 다 해놓고도 시험장에 못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며칠 전 즉문즉설에서 어떤 질문자는 공부는 했는데 너무 긴장돼서 시험 치러 안 간 경우가 네 번이나 된대요. 그러면 공부를 안 하면 되는데 또 시험을 치려고 공부를 한다는 겁니다. 이 정도로 심하면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신 질환 수준까지 이르렀다면, 첫째, 신경정신과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증상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사람은 긴장이 좀 많이 될 때 안정제를 먹으면 조금 긴장이 가라앉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긴장되는 걸 조금 완화해 주는 물질이 신경안정제예요. 의사의 진단 결과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도는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긴장하는 것보다 조금 심한 정도면 안정제를 먹으면 긴장을 조금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차멀미를 하는 사람이 차를 타기 전에 멀미약을 먹고 차를 타는 것과 같아요. 그것처럼 신경안정제도 어떤 특별한 치료약이 아니라 긴장을 약간 완화해 주는 약이에요. 열이 나면 먹는 해열제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자꾸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 하고 반문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런 증상이 있다면 그 증상에 맞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합니다.

둘째, 수행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은 잘하겠다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내려놓는 겁니다. 잘하려고 하다가 결국 긴장을 해서 결과가 더 나빠진다면, 잘하겠다는 생각이 결과를 나쁘게 만드는 게 되잖아요. 잘하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결과가 못 나오고, 잘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결과가 더 낫다면,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잘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자’ 이렇게 의도적으로 자기를 조절하는 게 필요합니다. 잘하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더라도 ‘잘하겠다고 하면 결과가 나빠지니까 그냥 있는 솜씨대로 하자’ 이렇게 자꾸 자각을 하는 겁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까 기대를 좀 내려놓는 거예요. ‘저는 지금 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도문을 가지고 절을 해보세요. 욕심을 부리지 말고 그냥 ‘지금도 이대로도 좋습니다’ 하고 자기에게 암시를 주는 겁니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돼서 결과가 더 좋으면 좋지만, 안 되는 이대로도 좋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하고 명심문을 되뇌면서 절을 해보세요.

셋째, 우리에게는 언제든지 마지막에 쓸 수 있는 삼십육계라는 게 있습니다. 논문을 안 쓰면 됩니다. 논문을 써야 될 이유가 없어요. 논문을 쓸 때마다 너무 긴장이 된다면 논문을 안 쓰면 됩니다. 논문을 써야 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6개월을 휴학하고 매일 영화나 보고 그럴 바에야 논문을 안 쓰는 게 낫지 않나요? 왜 꼭 논문을 써야 합니까? 논문을 쓸 때마다 긴장이 되고 몸이 아프다는 것은 논문을 쓰는 것 자체가 질문자의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거예요. 누군가로부터 테스트를 받는 것이 질문자의 적성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겁니다. 면접을 볼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면 질문자의 경우 직업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테스트를 받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면 됩니다. 농사를 짓거나 내 가게를 꾸리는 일을 하면 남으로부터 테스트를 안 받아도 되잖아요. 장사가 잘되려나 하는 긴장은 되겠지만 그건 내가 손해 보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누구로부터 평가받는 직업을 안 가지면 됩니다. 자기 체질에 안 맞는 직업을 굳이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자기 체질에 안 맞는 직업을 가지면 계속 긴장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앞으로 병이 날 텐데 왜 그런 직업을 갖느냐는 거예요.

첫째, 신경정신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둘째, 안정제를 가지고 있다가 긴장될 때마다 먹는 거예요. 셋째, 매일 절을 하면서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도를 해봅니다. 이렇게 대응을 해보고 도저히 안 되면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서 살면 됩니다. 내 적성에 맞는 직장을 구한다는 관점을 가지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논문을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6개월간 방에 틀어박혀 있느니 논문을 안 쓰기로 하고 그냥 편안하게 사는 게 낫지 않나요. 그러나 삼십육계는 처음부터 무조건 쓰면 안 됩니다. 삼십육계가 상징하는 의미는 ‘이걸 해도 안 되고, 저걸 해도 안 된다면, 항상 안 하는 길도 있다’ 하는 겁니다. 이것저것 다 해봐도 안 되면 항상 마지막에는 안 해버리는 길이 있습니다. 마지막 계책은 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써도 되니까 다른 것부터 먼저 해보시길 당부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 마지막에 삼십육계를 써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11시가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다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달 세미나 주제는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입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님이 세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히틀러의 파시즘을 경험했던 독일은 68혁명 이후 빌리 브란트 정부가 히틀러의 세계관을 뿌리 뽑는 것이 진정한 과거청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우슈비츠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독일 교육개혁의 목표였고 '야만적 경쟁 교육'을 없앤 교육개혁의 결과로 가장 성숙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2020년 9월 초 그리스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 화재로 갈데없는 1만 5천 명의 시리아 난민을 독일 정부가 2,700명을 먼저 수용하겠다는 발표에 40개 도시에서 수만 명의 항의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베를린 시위대는 피켓에 '인간 존엄에 걸맞은 거주지를 제공해라, 모두 독일로 보내라'라고 글씨를 적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은 모두 경쟁 없는 교육에서 나온 것입니다.”

교수님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와 공정 이데올로기가 경쟁 이데올로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야만의 트라이앵글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님도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발표한 내용을 잘 들었습니다. 사실은 교육을 개혁하기가 정치를 개혁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학부모, 교사, 교육행정, 세 집단이 모두 과거의 교육을 받은 경험밖에 없는데, 아이들은 미래에 살아야 하거든요. 미래를 대비한 교육 개혁을 하자고 할 때 세 집단 중에 한 곳이라도 동조를 얻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교육감을 선거로 선출하니까 교육 개혁을 하게 되면 다음 선거에 떨어질 위험이 높잖아요. 그래서 개혁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교수님도 스님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세 가지 해결책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교육 혁명을 위해 세 가지를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대학 입학시험을 없애야 합니다. 대학 입학시험이 존재하는 한 모든 교육 개혁이 입시 개혁으로만 끝나버립니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만 보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일정한 자격만 통과하면 누구든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둘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 체제를 없애야 합니다.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교육으로 인식되는 한 어떤 교육 개혁도 불가능합니다. 셋째, 대학 등록금을 없애야 합니다. 이렇게 주장하면 저를 이상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세 가지는 이상이 아니라 유럽에서는 이미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유럽에는 대학 입학시험이 있는 나라가 없어요.

이를 위해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 100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서 교육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존엄한 인간이다’ 하고 학생들이 외쳐야 합니다. 교사들이 각성해서 정치적 시민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OECD 국가에서는 교사 출신 국회의원 비율이 평균 10퍼센트입니다. 교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실질적인 교육 개혁이 가능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육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국민 여론, 정치권, 청와대를 모두 바꾸어야 교육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노력하면 8년 안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제시한 해결책을 끝으로 큰 박수와 함께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교수님은 시리아 학교 준공식 소식을 봤다며 스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스님께서 지진 피해가 난 시리아에 학교를 짓고 나서 현지 주민들에게 시리아 국민들 스스로 문맹 퇴치를 위해 국민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하신 글을 봤어요. 스님의 글을 보고 너무 감명을 받았습니다.”

“남이 학교를 지어주면 남의 학교가 되잖아요. 자기들이 나서서 해야 자기 것이 되죠. 남이 도와주는 방식은 오래 지속되지 못해요.”

교수님을 배웅한 후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국내의 여론 동향과 평화재단 20주년 기념식을 비롯하여 평화재단의 사업 방향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 일주일에도 많은 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을 해주셨습니다. 봉사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정토회는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회원들의 보시로 세계 곳곳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많은 일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자리를 빌려서 보시해 주시고 봉사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정토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크게 회원과 전법회원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봉사를 기준으로 하면 책임 봉사자와 자율 봉사자 두 종류로 나눌 수 있고요. 지금은 전법회원들이 2주일 동안 매일 300배 정진을 하는 정일사 정진 기간입니다. 정일사 정진을 하지 않는 회원 여러분도 이 가을철에는 정진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드립니다. 회원에게는 수행, 보시, 봉사가 권유 사항입니다. 그러나 전법회원에게는 수행, 보시, 봉사가 반드시 해야 할 의무 사항입니다. 그 이유는 전법회원들은 불교대학 학생과 경전대학 학생을 상대로 정토회를 대표해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법회원이 학생들에게 수행을 안내하려면 자기도 수행을 해야 하고, 봉사를 안내하려면 자기도 봉사를 해야 하고, 보시를 안내하려면 자기도 보시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법회원은 수행, 보시, 봉사의 실천 여부가 회원 자격 유지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나 회원 여러분은 의무 사항은 아니고 권유 사항이지만 정진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저녁에는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북한이탈주민들을 돕는 활동을 하다 보면, 그들도 도움을 받고 나서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어떤 활동을 함께 하면 좋을까요?
  •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해 교육을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스님의 법문 중에 ‘죄의 본성이 없음을 아는 것이 진정한 참회이다’ 하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점심에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즉문즉설 TF팀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스리랑카에서 긴급구호 봉사 활동을 한 나말 님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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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유투브 보다 우연히 김누리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공감이 많이 되었었는데 스님의 하루에서 다시 뵙게 되니 ~ 반가웠습니다 독일식 경쟁 없는 교육을 통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인간존엄성에 대한 그들의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2024-11-02 03:15:27

김민주

감사합니다

2024-10-31 22:57:02

임무진

애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대로 좋다는 말씀이 참 좋습니다. 뭘하든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늘 긴장하곤 했는데 스님 말씀 듣고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10-30 09: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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