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9.16 북미서부 순회강연(3) 산호세(San Jose)
"아내와 더러움의 기준이 많이 달라서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법륜 스님의 북미서부 순회강연 중 세 번째 강연이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산호세(San Jose)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4시 50분에 시애틀 정토수련원을 나와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까지 배웅을 해준 묘명법사님, 시애틀 정토회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에 시애틀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20분을 이동한 후 9시 50분에 산호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공항 출구로 나오자, 산호세 정토회 회원들이 꽃다발을 건네며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스님, 산호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오늘 숙소인 김준자님 댁으로 이동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스님은 곧바로 초청 강연을 하기 위해 산타클라라(Santa Clara)로 이동했습니다. 며칠 전 스님이 실리콘밸리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IT 기업인 ST Microelectronics에서 강연을 요청했습니다.


차로 30분 이동하여 본사 건물에 도착해 잠시 대기한 후 1층 로비로 갔습니다. 인근 IT 기업 직원들 40여 명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 정각에 초청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즉문즉설의 취지를 소개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강연은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오늘 저녁 7시에 제가 산호세에서 강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분들 회사에서 이렇게 강연을 요청해서 갑자기 마련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마련된 자리인데도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로 사람들의 어려움을 상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의문이 있거나 어떤 괴로움이 있을 때 고뇌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대화를 합니다. 담마 토크(Dharma Talk)란 불교의 교리나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어떤 스트레스나 고뇌에 관해서 대화하다가 그 고뇌가 사라지면 그것을 담마 토크라고 합니다. 담마 토크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많은 사람과 대화하셨는데, 어떤 의문이 있거나 괴로움이 있을 때 대화를 통해서 그 괴로움이 해결되는 상태에 이르도록 안내하셨습니다. 친구가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그렇게 편안하게 얘기하시면 됩니다.

저는 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기보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마태복음 25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섯 가지 종류의 사람이 곧 자기와 같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목마른 사람, 배고픈 사람, 아픈 사람, 헐벗은 사람, 나그네가 된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을 말합니다. 이 사람들에게 물을 주고, 밥을 주고, 약을 주고, 옷을 주고, 영접하고, 면회하는 것이 예수님을 돕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요즘 말로 하면 생존의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고뇌를 가진 사람들을 돕다 보면 그들이 굉장히 고마워하면서 저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기부를 많이 합니다. 저는 그 돈을 대부분 기본적인 생활조차 안 되는 사람들에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난한 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주로 정신적인 고뇌를 가진 사람들이겠죠. 무엇이든 자신이 가진 어려움에 대해 가볍게 대화를 나눠봅시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1시간 20분 동안 3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경쟁사회에서 일하다 보니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다며 직장 생활 가운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경쟁을 치열하게 하다 보면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Here in Silicon Valley, competition is fierce. We want more and more, and we get into unhealthy mechanisms. We want to achieve personal ambitions, especially financial stability, and we want to buy nice things, and then we work harder and harder. When competition is fierce, we often feel anxious. How can we find balance in our lives?”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건강에 해로운 메커니즘에 젖어들게 됩니다. 특히 재정적 안정을 이루고 싶은 개인적 야망을 이루고 싶어지고,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지고, 그러면 더욱더 과로하게 됩니다. 경쟁을 치열하게 하다 보면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좋은 것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돈을 빌리면 이자를 쳐서 갚아야 합니다. 맛있는 걸 먹게 되면 체중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날씬해지고 싶으면 배고픔을 좀 참아야 합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모든 것에는 다 그만한 대가와 결과가 따릅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그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자를 쳐서 갚기 싫으면 돈을 빌리지 않으면 되고, 돈을 빌렸다면 이자를 쳐서 반드시 갚을 생각을 해야 해요. 그것을 억울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으면 체중이 느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체중이 느는 것을 막고 싶으면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그런데 왜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요?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실컷 먹고도 체중이 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해서 괴로운 겁니다. 돈을 빌리고도 갚고 싶지 않은 길을 찾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하느님이나 부처님을 믿으면 안 갚아도 된다.’ 이런 걸 좋아합니다.

경쟁하는 생활이 힘들면 그만두면 됩니다. 경쟁에 뛰어들었으면 경쟁을 하면 됩니다. 꼭 이겨야 한다고 집착을 하니까 졌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 반드시 누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져도 운동이 되고, 이겨도 운동이 되니까요. 그런데 거기에 돈이 걸리면, 이기고 지는 것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그래서 연습 삼아 경쟁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경쟁하는 게임에서는 누군가는 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길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이기고 졌다고 해서 원수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저는 이렇게 여러분들이 어떤 운동을 연습하듯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놀이 삼아 일해라’ 이런 뜻입니다. 예전에 제가 어떤 유명한 골프선수를 상담한 적이 있는데 자꾸 성적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은퇴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골프 할 때는 재미있어서 했나요? 돈을 벌기 위해 했나요?’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했다는 거예요. ‘그때는 돈을 내고 했나요? 돈을 벌면서 했나요?’ 하고 물어보니 돈을 내고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이기든 지든 다만 얼마라도 돈을 받지 않느냐?’고 다시 물어봤더니 ‘1등을 못해도 10등 안에만 들어가면 돈을 법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돈을 내고 골프를 치는데, 당신은 돈을 받고 골프를 치잖아요. 그게 왜 힘들어요? 그러니 그냥 놀이 삼아 해보세요.’

그렇게 상담을 받고 나서 십 년 넘게 더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또 한번은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야구선수를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미국의 1부 리그에서 좋은 실력을 발휘하다가 2부 리그로 떨어진 시절이 있었습니다. 1부 리그에서는 비행기 타고 갈 때도 비즈니스석을 타고 개인 승용차를 태워줬는데, 2부 리그에서는 이코노미석 타고 버스를 타고 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저히 자존심 상해서 못 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제가 ‘언제부터 야구를 했나요?’ 하고 물으니 중학생 때부터 했다는 거예요. ‘그럼, 그때 뭐 때문에 했나요?’ 하고 물으니 재미있어서 야구를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실업팀에 처음 입단했을 때는 돈까지 받아서 얼마나 좋았나요? 그리고 당신이 지금 받는 돈이 처음 실업팀에 들어갔을 때보다 많아요?’ 하고 물으니 10배는 더 많이 받는다는 거예요. 그때는 10분의 1만 받고도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는데 지금은 10배를 더 받고도 왜 죽을상을 하고 있는지 되물어 보면서 놀이 삼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상담을 해주었는데 그 뒤로도 한 10년은 더 야구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여기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즐기며 일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목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사로잡힘에서 벗어나야 해요.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잘 안되면 그만두면 됩니다. 아무 문제도 없어요. 이 회사에 다니기 전에도 잘 살았잖아요.”

“Thank you.”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즉문즉설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라 개인의 고민보다는 일반적인 불교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 왜 스님들은 머리를 미나요?

  • 불교의 깨달음이 일반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요? 과학처럼 쉽게 이해할 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벌써 오후 3시 20분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스님은 회사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김준자님 댁으로 이동했습니다. 한국과 연락하며 업무를 처리한 후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저녁 6시가 되어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북미 서부 순회강연 중 세 번째 강연이 열리는 곳은 서니베일(Sunnyvale)에 위치한 성 토마스 에피스코발 교회(St. Thomas Episcopal Church)입니다.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교회인데 스님이 산호세를 방문할 때마다 공간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스님이 강연장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강연 참석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봉사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가 되어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오자, 청중들이 큰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미국 현지인을 포함해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작년 9월 쿠퍼티노의 퀸란 커뮤니티 센터에서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을 한 후 1년 만입니다. 먼저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서 여러분들의 의문이 풀리거나 괴로움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오늘의 대화는 ‘담마 토크(Dharma talk)’가 됩니다. 괴로움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냥 대화가 됩니다. 질문자와 저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청중 여러분도 귀 기울여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제이슨 님의 통역으로 10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와 더러움의 기준과 좋아하는 여행이 많이 다른데 어떻게 갈등을 풀어나가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내와 더러움의 기준이 많이 달라서 힘듭니다.

“With my wife I have a really different perspective and opinion and also about priorities in life. For example she wants me to clean something right away but I don't want to clean that right away because I have a priority like I have to do the dishes or something others. So my question is should I have to fit in? Because I asked a lot of people who already married and spent a lot of time. And they said you have to fit in because if the other person doesn't have a feeling to fit in. So that's my question. And actually my feeling is I feel bad that she doesn't care about this point because I'm kind of delicate and considerate but she is like a general so she doesn't think much. We have a different perspective and how can I handle this?”
(아내와 저는 인생에 대한 다른 관점과 의견을 가지고 있고, 삶의 우선순위도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는 어떤 걸 바로 치우기를 원하지만, 저는 설거지 같은 다른 일을 우선 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치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질문은 제가 맞춰야 하는지입니다. 이미 결혼하여 오랜 시간을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는데, 그들은 제가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맞추려는 마음이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제 질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아내가 이 점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서 기분이 상합니다. 저는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은 편이지만, 그녀는 마치 장군 같아서 그런 데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까요?)

“만약 질문자가 청소를 잘 하지 않는 사람하고 결혼했다면, 질문자의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집안은 좀 지저분하지 않았을까요? 아이들 교육상 크게 좋을 것도 없고요. 아내가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내가 제대로 못 하는 청소를 아내가 잘 해주고 있으니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잔소리하는 내용은 대체로 다 좋은 일이니까 따르는 게 현명합니다. 질문자의 친구가 ‘그냥 마누라 말을 따르라’ 하고 한 조언대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아내 말을 듣는 것에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아내가 청소를 해주는 것이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고마워, 여보!’ 하면서 아내의 덕을 보면 됩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기 고집이 있어요.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겁니다.

깨끗하게 사는 것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 중에서 비교하자면 스트레스를 받는 게 더 안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는 아내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됩니다. 대신에 아내의 잔소리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왜 잔소리를 하느냐’ 하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내가 잔소리를 할 만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미안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아내의 의견을 따라주는 게 좋지만, 나도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아내의 노예는 아니니까 모든 일을 다 아내의 뜻대로 할 수는 없어요. 다만 그럴 때는 ‘미안하다.’ 하는 말을 꼭 한 다음에 자기 마음대로 하세요.”

“For example we have a different opinion about like that she really loves to go vacation but I don't. I don't want to go and I just want to stay home. So I think there's no good or bad in this situation. So how can we decide about this one?”
(우리가 다른 의견을 가진 한 가지 예로, 아내는 정말 휴가 가는 것을 좋아하고, 저는 어디 가지 않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합니다. 이런 상황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잘 결정할 수 있을까요?)

“아내와 같이 살려면 그런 일은 따라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 게 너무 힘들다면 이혼하면 되고요. 이혼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이혼해 봤자 본전이에요. 왜냐하면 원래 혼자였잖아요. 서로 맞춰 가는 것이 결혼입니다. 결혼을 하면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결혼이란 ‘맞는 사람이 만나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나서 맞춰 가는 것’입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결혼 생활이 편안합니다.

인간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미 ‘나와 다를 거야’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같이 얘기를 해보니 한국 사람인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과 약간 가까워집니다. 더 얘기하다 보니 종교도 같은 기독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 더 친근감이 커집니다. 고향을 물어보니 동향 사람이에요. 여기에 취미까지 겹치면 친밀함이 더욱 강해지겠죠. 이렇게 서로 같은 점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친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연인이 되기도 하고, 결혼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뇌가 작용하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상대에게 발견되는 나와 같은 점이 하나에서 둘이 되고, 계속 늘어날수록 뇌가 앞질러 가버립니다. ‘아, 우리는 모든 것이 같다.’ 하고 단정을 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같이 살아보면 그때부터는 서로 다른 점이 하나씩 발견됩니다.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청소에 대한 개념이 다르고, 음식이 짜고 싱거운 것도 서로 다릅니다. 계속 다른 점을 발견하다 보면 우리의 의식은 또 어떻게 결론을 내릴까요? ‘성격이 너무 안 맞다.’,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 하면서 못 살겠다고 헤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집니다. 같은 것이 발견되어 만났다가, 다른 것이 훨씬 더 많이 발견되어 헤어집니다. 결혼까지 이를 때는 서로 같은 점이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결혼을 한 거예요. 그래서 헤어진 후 다른 사람을 만나보면 ‘그전 사람이 더 나은 것 같다.’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처음 만난 사람하고 결혼하든, 오래 연애한 사람하고 결혼하든, 사실 결혼 생활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처음 만난 사람끼리는 공통점이 적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뇌는 두 사람이 같다고 단정을 내리기 전이기 때문에 살면서 자꾸 같은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기대가 낮아서 실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해 본 사람과 결혼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만큼 기대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살아보면 어떤 사람이든 기대보다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꾸 실망이 커집니다. 길을 가다 만난 사람이든, 십 년을 사귄 사람이든, 살아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혼례식에서 처음 본 사람하고도 살았는데 이혼율이 별로 높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온갖 조건을 다 맞춰보고 동거까지 해보고 결혼하는 데도 이혼율이 높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맞춰가야 합니다. 맞춰가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제일 쉬울까요? 상대에게 내가 따라주는 게 제일 쉽습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럼 어떤 것이 제일 어려울까요? 상대를 나한테 맞추게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제일 쉬운 길을 버리고,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합니다. 수행은 쉬운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항상 어려운 길을 선택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결과입니다. 스트레스 받고 사십시오.” (웃음)

“Thank you”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한국 내의 진보 운동이나 제 주위의 진보 운동에 대해 저는 비판적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최근에 사업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순조롭게 가져갈 수 있을까요?

  • 미국에 이민을 온 지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돌아가게 되었는데, 두려움이 큽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 연애하다가 헤어졌습니다. 주위에서는 계속 결혼하라고 압박하는데, 저는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 ADHD 진단을 받은 16살 아들이 말을 안 듣고 사람들과 갈등을 많이 일으킵니다. 이런 아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까요?

  • 저는 욕망을 따르는 게 더 자유롭고 편합니다. 불교의 가르침과는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욕망대로 살아도 괜찮을까요?

  • 자기를 긍정한다는 것과 교만하다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 명상을 하고 있는데, 예전만큼 명상이 잘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 스님은 왜 출가했나요? 불교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밤 9시 30분이 되어 강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참석자들과 질문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청중들이 모두 강연장을 빠져나가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산호세!”

강연을 총괄한 이현주 님에게 스님의 책을 선물했습니다.

봉사자들은 강연장을 뒷정리하고 묘덕법사님, 법해법사님과 함께 마음 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숙소로 향했습니다.

미국 산호세의 밤하늘에도 추석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고 LA로 이동한 후 먼 거리를 차로 이동하여 LA수련원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오렌지카운티에 도착하여 온라인으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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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10-10 06:14:22

CACTUS

될 수 있는대로 아내의 말을 듣는 게 낫다 . 주로 남편들은 자기 주장이 강한 것 같아요. 어떤게 현명한 방법인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9-24 06:51:16

드림하이

그런데 문제는 계속 아내 말을 듣는 것에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아내가 청소를 해주는 것이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고마워, 여보!’ 하면서 아내의 덕을 보면 됩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기 고집이 있어요."

2024-09-22 00: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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