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8.21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평화연구 세미나
“수행을 하면 할수록 과거의 상처가 떠오릅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부터 온라인으로 결사행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해 온 지난 5년을 평가하면서 앞으로 정토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하반기에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지, 스님이 먼저 문제의식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결자행자들이 활발하게 토론을 하는 동안 스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 주교님, 교령님이 모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하자 다 함께 식사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생명운동연대에서 자살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는 김대선 교무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습니다.

“통계를 보니까 2012년부터 한국의 자살률이 계속 감소해 왔는데 올해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들이 경기 회복이 안 되면서 20대와 30대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하루에 40명이 자살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통령실에 자살대책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요구도 하고 여러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교무님의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한마디 했습니다.

“자살대책위원회가 생기면 저한테 표창을 좀 해야 합니다. 제가 2012년부터 전국 300회 강연을 비롯하여 12년 동안 즉문즉설 강연을 많이 했는데, 그 사이 자살률이 계속 낮아졌거든요.” (웃음)

그러자 주교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은 자살률을 낮추는 데는 많은 공로가 있으시지만, 출생률 저하에도 기여를 하셨기 때문에 그 공로가 반감된 측면도 있어요.” (웃음)

한바탕 크게 웃은 후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올해가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인데, 기념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을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몇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종교인 모임에서 주최해서 최제우 대신사의 행적을 따라가는 버스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요? 경주에 가서 최제우 대신사의 탄생지와 깨달은 장소를 참배하고 학술 세미나를 한 후, 남원으로 이동해서 동경대전을 집필한 덕밀암을 참배하고 대신사의 사상체계를 살펴보고 동학 농민 혁명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마지막에 서울로 올라와서 동학사상이 한국의 근현대사에 미친 역사적 의미에 대해 심포지엄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시원, 최제우 대신사의 동학사상

한국의 민주주의가 전부 서양에서 전래된 것이 아닙니다. 일본이 패망하고 미국에 의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졌다고 보는 것과 3.1운동을 일으키고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졌다고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듯이 오늘날의 민주화도 단순히 서양에서 이식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그 뿌리에는 동학의 후천개벽 사상과 동학 혁명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민중의 자생적인 노력이 외세의 억압에 의해 실패를 했다가 그것이 다시 분출이 되면서 서양의 민주화 흐름과 결합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우리의 내부에서 일어난 자생적인 운동이 바탕이 되고, 거기에 외부의 영향이 결합되어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제우 대신사의 동학사상은 이후 3.1운동과 상해 임시정부로 연결되면서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의 제안을 듣고 박종화 목사님이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근현대사에 동학의 역할을 조명해 보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동학이 실패한 이후 기독교와 천주교 신자가 갑자기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비록 동학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당시 민중의 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품어지기 시작한 것이고, 이것은 이후 천도교, 기독교, 불교가 협력해서 3.1운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거든요. 결국 동학이 평화운동의 씨앗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그 의미를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좋은 제안이 많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실무 준비에 대한 부담도 있어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기념행사를 해볼 수 있을지 다음 달 모임에서 한 번 더 검토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11월 14일에 열리는 평화재단 20주년 기념행사와 내년 7월에 열리는 국제화해학회(IARS) 세미나에서 ‘종교 간의 대화’를 주제로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돌아가는 종교인 분들에게 두북 수련원에서 농사지은 밀로 만든 국수를 선물했습니다.

“저희가 농사지은 겁니다. 한번 맛보세요.”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 정토회 회원들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8.15 광복절을 맞이하여 전국 곳곳에서 정토회 회원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광복을 기념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습니다. 사천왕사에 가서 통일 염원 기도를 하고, 임진각 망배단(望拜壇)에 가서 평화를 염원하며 정진을 하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의 광복을 기념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참으로 장하고 기쁩니다. 그런 일을 한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어서 스님은 얼마 전 8.15 광복절 경축 행사에서 나타난 모습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깊은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8월 15일은 제79회 광복절 기념일이었습니다. 일제 36년간의 모진 고난으로부터 벗어난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그날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희망에 차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기념일에는 우려되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한 8.15 광복절 경축 행사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과거의 상처가 있다 하더라도 미래에는 과거의 상처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한일관계를 개선을 해나가자고 하는 것까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를 망각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심히 우려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안에는 진보적인 사람과 보수적인 사람도 있고, 야당 지지자와 여당 지지자도 있고, 불교인과 기독교인도 있고, 외국인인데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해서 사는 사람도 있고, 외국에 가서 살다가 다시 귀국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상, 이념, 믿음, 신앙의 자유가 있습니다. 누구나 다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헌법입니다. 헌법은 고정 불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든지 의논을 해서 헌법을 개정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1948년에 헌법을 제정하고 지금까지 오면서 8차에 걸쳐 헌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현재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그러면 현재 대한민국 헌법에는 무엇이 명시되어 있을까요? 대한민국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담긴 부분이 전문입니다.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첫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찬란한 문화를 계승한 우리 대한국민이 주어입니다. 둘째,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을 때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3.1운동을 일으켰습니다. 즉 3.1독립운동을 계승하여 나라의 독립을 추구하면서 상해에 세운 나라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입니다. 국가의 정체성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했기 때문에 ‘법통을 잇는다’ 하고 표현했습니다. 1948년 7월17일 제헌 의회에서 헌법을 선포할 때부터 헌법은 여러 번 바뀌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 정신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셋째,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다음에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하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서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헌법 전문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하나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나오고, 다른 하나는 4.19 민주 이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무력에 의한 통일이 아니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평화와 통일’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헌법 전문에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지켜야 합니다. 물론 국민 중에 누군가는 헌법 내용에 동의하지 않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론의 자유, 이념의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국가의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헌법에 손을 얹고 헌법의 가치를 수호할 것을 약속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든 공무원이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공무원 또는 유관 단체장이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한마디로 반국가 사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법을 부정하려면 공무원을 그만둬야 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어떤 다른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 공무원을 하는 동안은 헌법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견이 있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함께 토론하고 국민투표를 통해서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현재의 헌법 전문에는 5.16이 혁명이라는 얘기가 없어요. 물론 5.16군사정변을 5.16혁명이라고 헌법에 넣자고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공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현행 헌법은 지켜야 합니다. 이것은 진보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의 문제도 아닙니다. 여당과 야당의 문제도 아니고, 불교와 기독교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자꾸 진보와 보수의 문제로 보면 안 됩니다. 그가 진보든 보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헌법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유지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8.15 경축 행사를 포함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주장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규정하는 것의 위험성

현재 남한과 북한에 두 개의 정부가 세워져 있지만 남한이 북한보다 더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국가 이름도 대한민국이라고 그대로 쓰는 겁니다. 그런데 1948년에 남한에 하나의 정부가 수립되고, 북한에 다른 하나의 정부가 수립된 그때를 대한민국 건국으로 규정하면,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정통성을 주장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규정하면 그 이전에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이나 친일을 했던 사람들은 오늘날 대한민국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됩니다. 이것은 민족의 정기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정통성을 가질 때 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동했던 사람이 칭송을 받을 수 있고, 독립운동에 반대했던 사람이나 독립에 장애가 된 사람이 비판을 받을 수가 있는 겁니다. 물론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해 일한 사람들도 공헌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일제시대 때는 친일을 했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공로가 있다면, 친일을 한 것은 친일을 한 대로 비판을 해야 하고, 정부 수립에 공로가 있는 것은 그 공로대로 인정을 해야 합니다. 또한 독립운동은 했는데 북한 정부 수립에 이바지한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대한민국 독립에 이바지한 공로가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에는 해를 끼쳤다고 사실대로 기록해야 합니다.

8.15 광복절에 일제강점기 역사와 독립운동을 언급하지 않는 대통령

최소한 8월 15일 광복절만큼은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병하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었는지 사실대로 말해야 합니다. 우리의 토지를 빼앗고, 부녀자들을 위안부로 삼아 전쟁에 강제 동원하고, 청년들을 전쟁에 학도병으로 보내 총알받이가 되게 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는 등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다시는 이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더 국가를 발전시키고 지켜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과거에 집착하고 얽매여서 미래의 발전을 함께 도모할 일본과 계속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충분한 사죄를 하도록 요청하지만, 사죄하지 않는다고 관계를 끊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한일 관계를 잘 풀어나가자는 발언까지는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일본이 사죄하지 않으면 일본과는 협력하지 말자고 주장할 수도 있고, 그래도 협력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역사와 우리가 겪었던 고통에 대해서는 적어도 8월 15일 광복절에는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가 경제를 잘 운영하지 못한다, 노동 정책에 문제가 있다, 의료 문제를 제대로 해결 못 한다, 이런 것은 정부가 국가 경영을 잘못했다고 평가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과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정치적인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진보니 보수니, 여당이니 야당이니. 기독교인이니 불교인이니 하는 것과 관계없이 헌법에 기초해서 봐야 합니다. 특히 국가 공무원 또는 그에 준하는 유관 기관의 대표자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심각하게 우려되는 일입니다. 그분들은 빨리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직책을 유지하려면 더 이상 그런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하고, 과거에 그런 발언을 했다면 사과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견해는 개인의 자유에 속하지만, 적어도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국가 공무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8.15 광복절을 보내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모두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우리는 환인의 한나라, 환웅의 배달나라, 단군의 조선 나라를 이어서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그리고 발해, 고려,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자기 민족과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현 정부는 이런 발언이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서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서 국론 분열과 국민 의식의 혼란을 막아 주어야 합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 명상수련을 할 때 편안하게 임하라고 안내하기도 하고, 대결정심을 갖고 임하라고 안내하기도 합니다. 헷갈리는데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습니다. 강박증, 공황장애, 피해망상, 우울증 등 정신 질환도 부처님의 말씀으로 치유가 가능한가요?
  • 남편이 하는 말들이 저에게 상처가 되어 있습니다. 제 마음을 어떻게 살펴야 하며, 남편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11시가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다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달 세미나 주제는 ‘북한 엘리트의 특징과 생활’입니다. 북한 고위 관리를 지낸 분을 초청하여 북한 지도부의 선발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스님을 비롯하여 평화재단 연구위원들도 많이 참석하여 북한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시간 동안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평화재단 20주년 기념식을 비롯하여 평화재단의 사업 방향에 대해 두 시간 동안 논의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저녁에도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수행을 하면 할수록 과거의 상처가 떠올라 괴롭다며 어떤 관점을 갖고 수행을 해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수행을 하면 할수록 과거의 상처가 떠오릅니다

“지난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수행담을 듣는데, 그동안 잊고 있던 저의 어린 시절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 후로 새벽 정진을 할 때마다 과거의 상처들이 계속 떠올라서 괴로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물론 기도를 마치면,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더 많기는 합니다. 과거의 기억과 상처가 떠오를 때 그것을 직면해서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껏 잊고 있던 기억을 굳이 소환해서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듭니다. 제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수행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일까요?”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일부러 떠올려서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자는 정진할 때마다 저절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기 때문에 떠오르는 생각을 하는 게 좋은지, 안 하는 게 좋은지 묻는 질문은 맞지 않습니다. 생각이란 안 하고 싶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질문자는 과거의 기억을 묻어두고 살아온 겁니다. 다른 생각을 하며 살다 보니까 미처 그 생각이 안 났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수행담을 듣고 자극을 받아서 기도할 때 생각이 일어난 것인데, 묻어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드러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덮어둔 기억을 일부러 드러내서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덮인 건 그냥 덮인 채 두되, 저절로 벗겨져서 밖으로 나온 생각을 억지로 다시 덮으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절로 드러나는 생각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질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아픈 기억이 떠올라 분노와 슬픔이 생긴다면, 과거의 일이 상처로 남았다는 말입니다. 즉 트라우마(trauma)가 생긴 겁니다. 트라우마는 덧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슬픔과 분노가 생기고,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 부정적인 감정이 증폭됩니다. 이렇게 덧나는 현상이 삶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사는 데 많은 장애가 됩니다. 그래서 치유가 필요한 것입니다. 상처로 남았다면 치유해야 합니다. 상처가 심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면, 정신의학과에 가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으면 됩니다.

만약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도라면, 과거의 기억을 자신이 직면하는 게 좋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욕을 하고 큰소리치고 때렸다면, 엄마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상처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른이 되어 질문자가 엄마의 나이가 되었으니 다시 그때를 한번 되돌아보세요. 엄마가 질문자를 괴롭힐 작정으로 그랬을까요? 엄마 자신도 자기 성질에 못 이겨서 악을 쓴 것일 뿐입니다. 질문자에게 상처를 주려고 그런 게 아니고, 괴롭히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단지 엄마 자신의 삶이 힘들어서 악을 쓰고 성질을 낸 것입니다.

물론 엄마가 자식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면 좋겠지만, 엄마의 수준이 그만큼인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엄마에게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고 해도, 밥 먹이고 옷 입히고 빨래 해서 질문자를 이만큼 키워줬습니다. 만약에 질문자가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질문자도 성질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고함 지르는 행위를 할 수가 있습니다. 가끔 그렇게 할지라도 아이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크지 않겠어요?

어른이 되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엄마가 나를 미워한 게 아니라 엄마도 힘들어서 그랬구나’ 하고 엄마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렸을 때는 상처를 받았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돌아보니 별일 아니구나’ 하고 자기 치유를 해나가야 합니다. 기억을 떠올려도 더 이상 분노나 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치유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치유된 게 아니라 단지 덮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기억이 안 나서 상처가 안 일어나는 것은 언제라도 기억이 떠오르면 상처가 드러나게 됩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도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치유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행은 과거 상처를 잊고 사는 게 아닙니다. 상처를 치유해서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스스로 치유할 수 없을 만큼 상처가 크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치료해야 합니다. 상처가 그리 크지 않다면 스스로 치유할 수가 있는데 그것을 우리는 수행이라고 합니다.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면, 오히려 부모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때론 절도 하기 싫을 만큼 미움이 커지기도 하지만 ‘저를 낳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꾸준히 기도하다 보면 ‘부모님이 정말 나를 사랑하셨구나’, ‘나를 키우느라 고생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며 눈물이 쏟아지는 날이 오게 됩니다. 그렇게 치유가 되어 가는 겁니다. 수행은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스님께서 과거의 상처를 덮어놓은 것이라고 하셨을 때 깨달았습니다. 정진을 통해 그동안 덮어두었던 상처와 직면하면서 치유를 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상하다 보면 그동안 생각지도 않았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있던 일이 떠오르는 것일 뿐입니다. 안 떠오르면 안 떠오르는 대로 괜찮고,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치유하면 되는 일입니다. 통증이 있으면 안 좋은 느낌이 들지만, 통증이 있어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에 무릎의 연골이 찢어져도 통증이 없으면 모르니까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통증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병원에 가게 됩니다. 그래서 통증은 좋은 거예요. 통증이 없으면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살이 썩어도 알 수가 없습니다. 통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것입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저는 내일부터 스위스를 시작으로 독일, 튀르키예, 시리아, 인도, 부탄, 태국을 거쳐서 다시 호주, 뉴질랜드, 동티모르 그리고 캐나다, 미국까지 한 달간의 해외 일정을 떠납니다. 강연도 하고, 인도적 지원도 하면서 다닐 예정인데 강행군이 될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이거나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곳에 있을 때는 한두 번 정도 생방송 법회를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른 법사님이 법회를 하시거나 또는 지난 영상으로 법회를 대체하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점심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 취리히로 이동합니다. 내일부터 스님은 한 달 동안 해외 10개국을 방문하며 즉문즉설 강연과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9-06 05:52:01

소향원

감사합니다_()_

2024-08-30 09:05:57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8-28 07: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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