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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국제연대팀, JTS의 사업 책임자들과 하반기 해외 일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상반기에 이어서 하반기에도 스위스, 독일, 튀르키예, 시리아, 부탄, 호주, 뉴질랜드, 동티모르, 캐나다, 미국까지 10개국을 방문하여 JTS 구호 사업과 즉문즉설 강연을 쉼 없이 해나갈 예정인데요. 연말에는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하고, 내년 초에는 인도 성지순례를 가게 되는데, 세부 일정, 이동 방법, 준비 사항 등을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11시 30분에는 손님이 평화재단을 찾아와서 스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오후 2시에는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와 서하 문자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조성금 박사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불교 경전이 목판본 판화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물이 갖는 역사적 의미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앞으로도 불교 역사 유물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해줄 것을 당부한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4시에는 부탄에서 온 린첸다와 님이 스님을 찾아와 하반기 부탄 방문 일정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이 부탄을 방문할 때마다 린첸다와 님이 통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공유를 해주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젬강 주와 트롱사 주는 전체 마을을 다 답사해 봐야 해요. 젬강 주만 8개 게옥이 있고, 게옥마다 5개 치옥이 있으니까, 40개 치옥을 전부 답사해야 합니다. 하루에 3개 치옥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13일이 걸립니다. 마찬가지로 트롱사 주도 전체 마을을 다 답사해야 하고요. 그래야 앞으로 5년 동안 전체 주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가 있거든요.
마을 리더들을 전부 초대해서 버스 타고 다니면서 납지 치옥에서 농수로 공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콜푸 치옥에서 도로 공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님송 치옥에서 가난한 집 새로 지은 모습을 보여주고, 랑덜비 치옥에서 학교 보수 공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렇게 견학을 시켜줄 계획입니다. 특히 어떤 원칙을 갖고 사업을 한다는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각자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서 어떻게 마을 개발을 하라고 이야기해 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저도 전적으로 이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자원봉사자도 많이 모집할 계획입니다. 트럭 운전사, 포클레인 기사, 시멘트 미장하는 사람, 목수,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 중에 부탄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외국인인데 독일에서 봉사하러 오겠다는 사람도 있고, 캐나다에서 봉사하러 오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부탄에서 마을 개발 운동의 분위기를 만들려면, 해외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와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해줘야 합니다. 같이 일하고, 노래 부르고, 그렇게 해야 동네 주민들도 힘이 나거든요. 결국은 기분이 좋아야 일이 되는 법입니다. 마음이 틀어지면 될 일도 안 됩니다.”
이어서 스님은 부탄에서 의료캠프를 어떻게 진행할지 구상하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동네마다 안과와 치과, 이비인후과 치료를 해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아서 의료캠프도 열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의료 기계를 가져가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레이저 시술을 하는 기계는 너무 무거워서 큰 비행기에만 실리는데, 비행장에 내려서 젬강까지 이동시키는 것도 큰 문제예요. 그래서 숫제 동네 주민들을 인도 국경인 겔레푸(Gelephu)로 데려와서 의료캠프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님의 제안을 듣고 린첸다와 님이 제안했습니다.
“부탄 사람들이 인도 성지순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부처님 성지인 보드가야를 참배하고, 스님이 세운 수자타 아카데미를 방문한 후 거기서 의료캠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겔레푸(Gelephu)에 임시 병원을 지어서 의료캠프를 여는 방법도 있고, 보드가야로 데려와서 성지순례 겸 의료캠프를 여는 방법도 있겠네요.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서 의논을 해나갑시다.”
앞으로 부탄을 같이 답사하면서 계속 논의를 하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하루 종일 미팅하는 동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대화 나눈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실명을 해서 시각장애인으로 살고 있었는데, 몇 년 전 원인 모를 희귀병으로 쓰러져서, 말과 독립 보행도 전혀 못 하게 됐습니다. 또 그때 당시 가족으로부터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습니다. 남이 아닌 가족에게 이런 피해를 당하였다는 것에도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신체적, 건강적, 경제적, 가정적인 모든 문제가 한 번에 다 겪는 바람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마음이 점점 지쳐 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판단이 안 됩니다. 좀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혹시 제가 세상에 대해 괜한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님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장애인 등급은 받으셨어요?”
“네, 시각장애인 등급은 옛날에 받았는데, 희귀병에 관한 것은 원인을 몰라서 현재는 병명이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눈이 안 보이든, 귀가 안 들리든, 걷지를 못하든, 그래도 일단은 살아 있잖아요?”
“예. 살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리가 아프면 ‘다리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하고 바랍니다. 눈이 안 보이면 ‘눈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고, 귀가 잘 안 들리면 ‘귀가 잘 들렸으면 좋겠다.’ 하고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좋은 줄 누구나 다 알죠. 그러나 현실은 눈이 안 보이고 보행이 불편한 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것은 전생의 죄도 아니고, 하느님의 벌도 아니고, 사주팔자도 아닙니다. 다만 내게 그 병이 생긴 것일 뿐이에요.
저도 올해 나이가 71살인데, 지금까지는 산을 탈 때 저보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짐승같이 가볍게 폴짝폴짝 뛰어다닌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산에 갔다 와서 다리가 아파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연골판이 파열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제는 산에 다닐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냥 걷는 것도 불편하게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질문자처럼 시각장애인이 볼 때는 ‘스님, 그게 뭐 대수로운 문제입니까? 지팡이 짚고 다니면 되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과거만 생각하고 ‘예전에는 산에 참 잘 다녔는데’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지난 70여 년 동안 다리를 잘 썼다. 다른 사람보다 2배는 더 다녔다. 이제 고장이 날 때도 됐다. 앞으로 산에는 그만 가자.’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이제까지 자신의 삶을 잘 살아왔습니다. 아직 살아있고, 움직일 수 있고, 손도 쓰고, 내 손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내 힘으로 배변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아직 남의 손을 빌려 밥 먹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하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주식을 하거나 보이스 피싱을 당해서 돈을 날려버렸다면, 지금 와서 어떻게 할 거예요? 돌려받을 수 있는 영수증이 있거나, 고소라도 해서 내가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야 그렇게 해보라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조건일 때는 신경 써봐야 나만 손해입니다. 신경을 쓸수록 오히려 손해만 날 뿐입니다. 그렇다면 1단계 손해에서 멈추는 게 낫지, 2단계 손해, 3단계 손해를 보는 것은 바보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육체적으로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자꾸 옛날 생각을 하면 안타깝고 괴롭기만 합니다. 그래도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잖아요. 살아있음에 대해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신적으로도 안정이 되고 병의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달리 뾰족한 다른 대안이 없잖아요? 질문자가 불안해하고 답답할수록 병은 더 악화될 뿐입니다. 다만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면 오히려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늘 스님 말씀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재활 치료를 잘하겠습니다. 병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마음도 잘 추스르면서 지내겠습니다.”
“네, 재활 치료를 꾸준히 받으셔야 돼요. 효과가 크게 없더라도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돼요.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요. ‘의사를 잘못 만나 병을 못 고쳤다.’ 이렇게 불평불만을 갖지 말고 ‘치료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마음을 내야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좋습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동시에 재활 치료도 꾸준히 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고,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와 기획위원회 회의를 하고,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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