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6.19.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생방송
"게임하고 TV 보는 아이들,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이 모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하자 다 함께 식사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6월 13일에 개최된 '만인대법회'를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각자 행사에 참석해 본 소감을 가볍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천지가 다시 개벽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천도교에는 후천개벽이라는 사상이 있는데, 다시 개벽하는 일이 죽림정사에서 일어나는 것 같았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이었습니다.”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국가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메시지가 참 좋았어요.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세균 전 의장과 주호영 의원이 함께 축사한 것도 참 좋았습니다.”


“대중들이 너무 질서 정연하게 움직여서 평양에 온 것 같았어요.” (웃음)

“이번 행사를 보면서 용성조사님의 유훈을 실현하고자 했던 도문 큰스님의 간절한 소원이 법륜 스님과 정토회를 통해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교인 분들의 소감을 듣고 나서 스님이 이번 6.13만인대법회의 취지와 앞으로 종교인 모임의 역할에 대해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이번 6.13만인대법회는 종교 행사가 아닌 시국선언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로서 용성조사님을 부각한 것이지 불교인으로서의 용성조사님을 부각하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용성조사님이 대한정국 800년이라는 유훈을 남기신 것도 불교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다만 정토회라는 불교 수행단체가 주관했던 것뿐입니다.

6.13만인대법회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

행사 이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6.13만인대법회를 시발점으로 삼아 평화를 향한 행보를 이어 나가는 것입니다. 첫째, 미국 대선 이후 북미 관계의 개선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전쟁 위기가 더욱 고조되면 서울에서 평화 행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전쟁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전쟁의 위험성을 얘기한다면 오히려 불안을 조성한다고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의 위험이 커진 상황이지만 전쟁의 위험을 대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추후 남북 간에 어떤 충돌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공개적인 평화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지난 2017년에 광화문에서 1만 5,000명이 모여 평화 행진을 했듯이 말입니다.”

“그때도 평화 행진을 정토회에서 진행했나요?”

“네, 정토회가 했습니다. 당시 민중 단체들과 연합해서 하려고 했는데 방향성이 서로 달랐습니다. 민중 단체들은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반대를 요구하고 있었어요. 제가 민중 단체의 대표와 만나서 ‘전쟁을 막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을 할 수도 있기에 방한을 반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고 설득했지만, 견해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와 시민단체가 같이 하게 됐고, 시민단체는 대중 동원력이 떨어지다 보니 결국 정토회 회원들 1만 5,000명이 모여 평화 행진을 했습니다.

둘째, 국민 통합을 위해서 헌법 개정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종교인 모임에서도 이미 논의해서 세 가지를 합의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켜 의원내각제와 같은 구조로 가야 합니다. 둘째, 중앙 권력을 분산시켜 지방자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선거법에 승자 독식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이어서 종교인 분들이 향후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해 주었습니다.

“현재 전쟁의 분위기가 굉장히 고조되어 가고 있습니다. 평화 문제가 기후 문제,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버릴 것만 같은 위기의식이 느껴집니다.”

“저는 이번 6.13만인대법회에서 아주 때를 잘 맞춰서 선언을 잘했다 싶습니다. 여기서 멈출 것이 아니라 평화 문제를 풀고 소통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했던 만인평화선언이 크고 작은 후속 행동으로 쭉 이어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 모임에서 천주교 주교나 각 종단의 수장들을 예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화 행진과 같은 큰 대회를 하기에 앞서 정치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을 예방해서 미리 소통해 놓는 일이 추후 결집 시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전쟁의 위기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금 국지전이 일어날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불가침 조약이 있지만, 북한이 지금 남한의 행동을 선전포고라고 규정지어서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높아진 전쟁의 위기

가령 남한이 북한을 향해 전단(대북 전단)을 보내고 대북 확성기를 틀면 북한은 이것을 선제공격이라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확성기가 있는 쪽으로 포를 쏠 수가 있습니다. 이러면 국지전이 일어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서해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한이 주장하는 서해 NLL을 북한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분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남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서해 NLL에서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대북 선전 방송 같은 대응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국지전을 막는 방법입니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나 대북 확성기 재개를 전쟁 선포로 바라보고 공격해 올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전쟁이 내일 당장 일어날 수도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스님의 우려에 종교인 분들 모두 공감했습니다. 다음 달 모임 때 더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하고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정토회관 방송실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 전해종 님이 6.13만인대법회 진행 결과를 발표하고 6.13만인대법회를 5분으로 편집한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대중은 삼배의 예로 스님께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6.13만인대법회를 준비한 정토 행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난주 6.13만인대법회에 참석해 주시고, 행사가 원만하게 잘 치러지도록 봉사해 주신 모든 정토행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난 두 달은 정토행자 모두가 바빴습니다. 4월부터 초파일 행사 준비로 바쁘게 한 달을 보냈습니다. 초파일이 끝나자마자 6.13만인대법회를 준비하며 또 바쁘게 한 달을 보냈습니다. 임원단들은 일주일 전부터 죽림정사로 가서 준비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원만하게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음에도 질서 정연했고 행사가 물 흐르듯 진행되었습니다. 내빈들께서도 그 많은 사람이 참석했는데 휴지를 버리는 사람 하나 없고, 뙤약볕에도 그늘을 찾아 우왕좌왕하지 않고 질서 정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 감동하였다고 합니다. 행사 내용도 중요하지만, 여러분 만 명이 한마음을 모아준 것이 더욱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평화재단 기획위원장을 비롯해 행사의 콘텐츠와 내용을 만든 분들, 각 지부, 지회, 사무처, 그리고 사무처장님을 중심으로 500명의 자원봉사자가 빈틈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전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이런 큰 행사를 치르다 보니 소소하게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물 샐 틈 없이 준비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이 일반 대중이 아니라 모두 정토 행자였고,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과 위기 요인을 극복하고자 하는 원을 가지고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6.13만인대법회에 참석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조에는 뇌경색을 앓고 있는 북한 이탈 주민 학생이 계십니다. 더운 날 뙤약볕에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몸이 안 좋으신 분들은 행사에 참여가 어렵다고 하니, 처음에는 자신이 참가해서 폐를 끼칠까 봐 망설이셨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다시 연락하셔서 '저도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제 가족도 북한에 있어서 그날 죽더라도 이 평화를 발원하는 장소에 꼭 가 보고 싶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반 담당, 지회장님께 그분 말씀을 전하고 소통했습니다. 모둠장님, 지회장님, 담당 법사님이 직접 그분 댁에 가셔서 건강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해 주시고 '정말 이분이 가고 싶구나!'라는 걸 확인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운전해 주실 회원도 섭외해 주셨어요. 운전 봉사를 해주실 거사님은 경주에 사셨는데 아침 일찍 경주에서 이분이 사는 경산까지 와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분이 만인대법회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분은 '정토회 회원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아줘서 고맙다'라고 하시며 봉사자분들께도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셨습니다. 저는 이 한 분을 위해 서로 소통하고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모실 수 있을지 연구하여 참석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정토행자가 행사에서 받은 감동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만인대법회를 준비하면서 평화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정토회 회원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으며, 많은 이들과 함께 평화의 가치를 나눈 경험이 자랑스러웠습니다."

"3.1 운동 때 종교 지도자들이 독립을 외쳤듯이, 이번 대법회에서 평화와 통합을 외친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

"만인대법회에 참석하면서 질서 정연한 정토행자들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 통합, 국가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꼭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사를 참석하며 느낀 소감과 더불어 봉사를 하며 느낀 소감도 나누었습니다.

"동선 안내 봉사를 맡으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여한 모든 분의 도움 덕분에 행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혼합 차량의 차장 역할을 하면서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혼합 차량을 운영하는 방식을 개선하면 좋겠습니다."

"내빈 화장실 안내를 맡았습니다. 내빈 외에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안내해서 죄송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장애인 안내를 맡으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음 행사에는 장애인을 더욱 고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만인대법회는 많은 이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함께하는 힘을 보여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소감과 제안은 앞으로 더 나은 행사를 준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소감과 더불어 질문도 받았습니다.

  • 6.13 민족 대통합 발원문에 평화통일이 아니라 평화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셨는데요. 통일과 통합은 무엇이 다른가요?”

  • 도문 큰스님께서 6.13만인대법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혜등명’이라는 법호를 주셨는데, 그 뜻을 더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11시가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다시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12시부터는 이재정 의원이 찾아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기획위원회 회의에서도 6.13만인대법회를 평가하고 앞으로 국민 대통합을 위해 평화재단이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논의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만인대법회를 준비하고 참여한 모든 정토행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현재 국제정세와 한반도의 긴장 상황에 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참석자들이 만인대법회에 참석하며 느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주차 봉사를 맡았던 활동가는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보며 느낀 감동과 청년 불교대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습니다.

소감을 나눈 후 두 명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한 분은 자녀를 키울 때,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어도 괜찮은지에 관해 물었습니다.

게임하고 TV 보는 아이들,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까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늦게 자면, 제가 짜증이 나고 불안해서 아이들에게 눈치를 주고 갈등을 했습니다. 현재는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봐도 제가 괴롭거나 힘들지 않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 둡니다. 그런데 때로는 저의 이런 태도가 아이들을 너무 방치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이들과 갈등이 일어나는 게 싫어서 얘기를 안 하다 보니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는데, 정말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걸까요?”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번 보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엄마가 들어오기 전에 방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엄마가 문을 열었을 때 아이가 공부하고 있다면 아주 좋아하겠죠. 반대로 아이가 계속 방에서 공부하다가 휴식 시간에 잠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문을 열면 아이를 보고 화를 내고 야단을 칠 거예요. 그런데 엄마의 이 반응이 과연 아이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가 계속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엄마가 볼 때 잠깐 공부했는데 착하다고 하고, 계속 공부하다가 엄마가 볼 때 컴퓨터 게임을 잠깐 했는데 화를 내잖아요. 그것은 엄마가 볼 때 좋은 거지 실제로 아이를 위해서 좋은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화를 낼 때는 항상 상대가 문제가 있어서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문제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볼게요. 남편이 부인 몰래 늘 바람을 피우고 살아도 부인이 모르면 아무 문제를 안 삼아요. 그런데 남편이 우연히 학교 동기를 만나서 술 한잔을 했어요.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닌데 그 사실을 가지고 엄청나게 싸우기도 합니다. 이것도 정말 남편이 문제가 있어서 화가 난 걸까요? 부인이 보기에 그런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진실은 보지 못하고 내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문제로 삼아서 화를 내고 싸우기가 쉽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그 나이대에는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것이 더 좋고, 책보다는 게임이나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것이 이해됩니다. 만약 엄마가 못 보게 하면 아이들은 숨어서 보려고 할 겁니다. 아이는 놀기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게 특징이에요. 아이는 어른이 아닙니다. 질문자가 어른이잖아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안 한다고 아이에게 성질을 내는 것은 아이를 학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스스로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서 항상 아이들을 볼 때는 ‘그럴 수 있다’ 하고 봐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게 아이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게 재밌지?’ ‘영화가 재밌지?’ ‘놀이가 재밌지?’ 이렇게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먼저 공감을 해야 해요. 공감하면 일단 화가 안 납니다. 화가 안 나니까 화를 낼 일이 없잖아요. 화가 나니까 ‘화를 낼 거냐, 안 낼 거냐?’ 하고 참는 일이 생깁니다. 화가 안 일어나면 참을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첫째, 아이들 관점에서 이해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둘째, ‘어리다’는 말에는 어리석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아이가 아무리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도, 온종일 게임만 하면 아이의 미래에 좋지 않잖아요. 엄마는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잡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화를 내서 공부하라고 하는 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자기가 기분이 나빠서 하는 얘기예요. 아이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게임이 재밌니?’ 하고 물어보고, 지금까지 얼마나 했는지 물어봐야 해요. 아이가 몇 시간을 했다고 대답하면 ‘게임하고 싶은 건 엄마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온종일 게임만 하면 지금은 좋지만, 미래에 네가 살아가는데 많은 장애가 된단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게 어떻겠니?’ 하고 말해 줘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면 30분만 더하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얘기해야 해요.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엄마가 생각한다면 그 길을 아이에게 똑바로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야단을 치거나 강요를 하면 아이가 억지로 방에 들어가더라도 그냥 누워서 자버리거나 공부를 안 합니다. 효과가 없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먼저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게 많으니까 내가 보호자로서 아이가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내 눈에 거슬리고 내 생각에 안 맞으면 바로 화를 내기 쉽습니다.

질문자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면 반발을 하니까 아예 말을 안 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자기 문제예요. 그렇게 말을 안 하면 안 되죠. 예를 들어 아이가 총을 사달라고 했어요. 엄마가 위험해서 안 된다고 하니까 아이가 막 악을 쓰고 공부도 안 하고 반항을 해요. 그제야 엄마가 ‘알았다, 알았다. 사줄게!’ 하면서 사주면 그게 가장 안 좋습니다. 야단을 쳐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결국 위험한 걸 사줘서 아이를 위험에 빠뜨렸잖아요.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해 주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 갖고 싶구나! 그러나 엄마 생각에 그것은 위험해서 안 된단다.’

아무리 아이가 울고불고해도 ‘아이고, 미안하다. 그런데 엄마는 널 보호해야 하니까 안 돼!’ 이렇게 딱 분명히 선을 긋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에게 야단은 야단대로 쳐서 심성에 상처를 줘놓고 아이 하자는 대로 해서 버릇을 나쁘게 만듭니다. 늘 이렇게 두 가지 다 나쁜 결과를 만들기가 쉽습니다. 아이를 이해하면 야단칠 일이 없으니까 상처를 줄 일이 없어요. 또 엄마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은 딱 못하게 하면 아이가 ‘이런 거는 안 되나 보다!’ 하고 받아들여서 나쁜 버릇이 들지 않습니다. 부모에게는 이런 두 가지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행하면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대부분 수행을 안 하고 성질대로 살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어릴 때 마음의 상처를 입는 거예요. 그러면 그 아이들도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이 대를 이어가면서 되풀이되죠. ‘성격’이라는 것도 다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대부분 엄마로부터 물려받았거나 부모님 집안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많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성격을 두고 ‘그 집안 내리기’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러나 수행자는 내가 화내고 짜증 내는 성격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하더라도 내 아이에게 더 이상 물려주지 않도록 끊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윤회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밤하늘에는 어제보다 더욱 동그래진 달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오후에는 2024년 평화재단 정기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0/200

이하연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024-06-28 09:09:34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

2024-06-27 10:59:21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6-25 11: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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