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6.11 업무 및 한반도 평화선언문 원고 작업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다가오는 6.13만인대법회에서 발표할 한반도 평화선언문을 여러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수정하는 일을 했습니다.

초안을 만든 다음 사회 원로 분들에게 보내서 수정 사항에 대해 의견을 받고, 다시 수정을 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오전에 선언문을 완성하고 오후에는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어르신들을 찾아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 형님 내외분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계셔서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누님 내외분도 찾아뵈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위독하셨는데 건강을 조금 회복하셔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6.13만인대법회에 참석하시는 내빈들의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5일 미국 버지니아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대화 나눈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개인적인 행복은 각자가 노력하면 실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그래서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나는 행복하지만 우리 마을에 큰 불이 났다거나 또는 내 주변의 이웃들이 굉장히 아픔을 겪고 있다면, 어쩌면 그것 때문에 내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가깝게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대결 상황을 볼 때도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나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에서 무고하게 고통받는 사람들도 함께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스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 무엇을 믿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헌법에 다섯 가지를 개인의 자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믿음, 신앙, 종교, 사상, 이념. 이것은 헌법에 보장이 된 개인의 자유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억압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령 어떤 특정한 종교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배척을 하거나 소외를 시킨다면 그것은 헌법정신에 위배가 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반대로 어떤 특정한 종교를 강요해도 헌법정신에 위배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즉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는 일, 성추행을 하거나 성폭행을 하는 일, 거짓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일, 술 먹고 취해서 남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 이런 행동은 상대를 괴롭히는 일이기 때문에 금지항목에 들어갑니다.

반면에 상대를 돕거나, 어려운 사람을 후원하거나, 이런 일은 권장사항에 들어갑니다. 권장사항은 선택사항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권선징악’이라고 말했던 겁니다. 선한 행동은 권하고, 악한 행동은 멈추게 한다는 뜻입니다. 또는 ‘지악수선’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악은 멈추고 선은 닦는다는 의미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가난에 처해 있다면 그를 돕는 것은 칭찬할 일이에요. 옆에 있는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는데 안 도왔다면, 안 도왔다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의 물건을 뺏었다면 비난받아야 할 일이에요. 그러나 안 도왔다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금지해야 합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은 권해야 합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안 했다고 ‘나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안 했다고 ‘착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서도 안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기가 태어나면 누군가 보살펴야 하는데, 아기를 안 보살폈다면 나쁜 행동입니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서 보살폈다고 해도 자기가 낳은 아기를 보살폈다면 그것은 선한 행동이 아니에요. 당연한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의 아기를 보살폈다면 그것은 선한 행동이에요.

그러면 부모와 다 큰 자식은 어떤 관계일까요? 성인과 성인의 관계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보살피는 행동은 동물계에는 없는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성인은 자기 생명을 자기가 책임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를 안 보살폈다고 해서 악은 아니에요. 부모를 보살피는 행동은 칭찬받을 만한 행동입니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이스라엘 사람을 공격해서 납치하고 사람을 죽인 것은 나쁜 행동이에요.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이 분노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시 공격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도 나쁜 행동이에요. 옛날에는 상대가 나를 한 대 때리면 내가 이튿날 가서 상대를 한 대 때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복수를 정당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는 복수를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내가 상대에게 한 대 맞았다면 그에 대해 사법부나 경찰에 고발을 해야 해요. 그에 합당한 처벌은 사법부와 경찰이 합니다. 내 아들이 누구에게 맞고 왔다고 해서 이튿날 상대를 찾아가서 때리게 되면 폭행죄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것은 옛날 시대에는 정당했습니다. 복수를 정당화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국제법으로는 정당화될 수가 없습니다. 국제사회에 호소해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800년 전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함무라비 법전을 만들었습니다. 이 법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어요. 상대가 내 눈을 빼면 나도 상대의 눈을 빼도 되고, 상대가 내 이를 빼면 나도 상대의 이를 빼도 된다는 내용입니다. 즉, 복수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을 만든 취지는 상대가 내 눈을 뺐는데 내가 가서 죽여버리거나, 상대가 내 이를 뺐는데 내가 가서 죽여버리거나,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과잉 복수를 금지하는 거예요. 3800년 전에 벌써 복수는 정당하되 과잉복수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복수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부처님도 ‘원수를 원수로 갚지 마라’라고 말씀하셨고,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성인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의 법이 복수를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복수를 정당화한 3800년 전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과잉 복수는 안 된다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고 있는 복수는, 복수를 하면 안 된다는 법칙에도 어긋나지만 과잉 복수를 하면 안 된다는 법칙에도 어긋납니다. 납치되거나 죽은 사람이 천몇백 명인데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죽은 사람은 3만 5천 명이 넘습니다. 20배나 넘게 과잉 복수를 한 겁니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학살에 해당합니다.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아이였습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하마스 요원들이 주민들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그걸 잡으려고 하다 보니 민간인이 다쳤다는 거죠. 이거야말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입니다. 옛날에는 주민을 다 죽이더라도 범죄자를 잡는 것을 정당화했는데, 현대에는 범죄자가 설령 숨어 있어도 주민이 다칠 것 같으면 주민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범죄자 체포를 뒤로 미뤄야 합니다. 어떤 강도가 인질을 잡았다고 하면 인질을 살리기 위해서 강도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현대에 들어와서는 그가 적이라고 하더라도 부상을 당했으면 죽이지 말고 치료해 주고, 적 편에 있다 하더라도 적군이 아닌 민간인은 폭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적군이 포로가 됐을 때 죽이지 말고 보호했다가 전쟁이 끝나면 돌려주는 것이 현대의 인도주의 원칙과 인권 원칙입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모든 현대의 인권적 원칙과 인도주의적 원칙을 위배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런 전쟁을 멈추게 해야 하고, 이런 폭격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이것을 옹호한다면 더 이상 인권이나 인도주의를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지금 미국이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야기해 온 인권과 인도주의적 원칙을 매우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폭격을 멈춰라’, ‘학살을 멈춰라’, ‘인도적 지원을 해라’ 이런 요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제가 볼 때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장입니다. 이 싸움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에게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 하는 뜻을 내비치는 것은 문제를 더욱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게 되면 다른 한쪽에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데모가 또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싸우고 있는 양쪽 나라 중에 어느 한 나라를 지지하는 것은 올바른 관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주의적 원칙과 인권의 원칙 또는 국제협약을 위반한 것을 기준으로 어느 나라든 그 기준을 어겼다면 문제를 제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대학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반대 운동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한쪽 나라에 편을 드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분쟁을 더 야기시킵니다.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라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든지, 자신의 종교가 무슬림이라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든지, 이런 방식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가 정한 인도주의, 인권, 평화의 관점에서 비판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폭격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폭격을 반대해야 합니다. 이런 행동은 미국의 법에서도 보장되어 있고, 유엔헌장에서도 보장되어 있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반도의 정세도 전쟁이 일어날 위기가 옛날에 비해 많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6.25 전쟁 이후로 긴장이 가장 고조되어 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대량 생산에 들어갔으며, 핵무기를 소형화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핵무기를 실전 배치까지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남한은 미국과 일본의 삼국 군사협력을 통해서 ‘도발만 해 봐라! 완전 초토화시켜 버릴 것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기술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의 고도화 기술로 사용된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의 고도화를 중지시키는 것입니다. 핵무기 폐기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우선 핵 확산을 막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단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옛날에 북한을 대했듯이 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쌀을 좀 줄게’ 하는 식으로 협상하는 것은 더 이상 북한이 수용을 안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서 식량과 석유를 이미 제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이 백그라운드가 되기 때문에 북한의 입지가 옛날과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북한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려면 북핵동결 북미수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출구 전략이었던 북미관계 정상화를 입구 전략으로 옮겨와야 됩니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고 표현하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비공식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대화를 하든, 백악관 앞에서 캠페인을 벌리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저도 미국 의회, 국무성, 주요 기관의 사람들을 만나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는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마음공부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먼저 음식이 주어져야 하고, 아픈 사람에게는 약이 주어져야 하고, 아이들에게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먹고 입고 살만하면 경제적인 문제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마음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 하는 마음공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특히 개발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제도 개선이라든지 경제 성장이라든지 이런 방식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법칙을 알려 주어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괴로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길을 갈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늘 마음이 걸립니다. 그러나 제가 한국에 살다 보니까 우리의 손길이 동남아시아까지는 좀 닿는데 아직 팔레스타인까지는 안 닿고 있습니다. 그곳은 분쟁지역이다 보니까 국제기구나 유엔기구가 주로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토회에서는 주로 유엔기구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돕고 있습니다. 로힝야 난민 문제의 경우 유엔기구를 통해 가스버너를 지원하거나 생필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국민들이 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장수 죽림정사로 이동한 후 6.13만인대법회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3

0/200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6-17 11:56:39

금광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4-06-17 07:43:44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6-17 06: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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