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6.10. 농사일
“직장 일이 지치고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6.13만인대법회 행사에 발표할 한반도 평화선언문 원고를 쓰고, 행사 준비에 집중한 후 해 질 녘에는 논에 나가 모내기를 도왔습니다.

오늘은 폭염주의보가 내렸습니다. 농사팀 행자님들은 3일째 모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낮에는 더위를 피해 잠시 쉬었다가 오후 4시부터 8백 평 논에서 모내기를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원고를 마무리하고 논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논 한쪽에서는 이앙기로 모를 심고, 한쪽에서는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모판을 옮겨 이앙기에 싣고, 빈 모판을 차곡차곡 정리해 두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 날씨에 논에서 손으로 써레질을 하는 행자님들을 보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기계로 할 때 제대로 했으면 몸이 고생을 안 할 텐데......”

“다음엔 제대로 해보겠습니다.”(웃음)


스님은 모판을 옮겨놓고 오랜만에 밭을 둘러보러 갔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동네 어르신의 밭을 주로 스님이 도맡아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올해는 스님이 해외 일정이 많아서 농사를 지을 새가 없었습니다. 밭에 도착하니 풀밭이 되어있었습니다.

“풀 농사가 아주 잘 되었네요.”


마늘을 심었던 위에 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로 심은 적 없는 명아주만 무성히 자라 있었습니다.

“명아주밭이 되었네요.”


보리를 심어두었던 산 아래 밭도 가보았습니다. 농사팀에서 보리를 다 수확하고 빈 땅이 되어 있었습니다. 밭 끝에 보리 한 줄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건 따로 수확을 해야겠네요. 저 보리만 해도 이 밭에 절반은 심을 수 있겠어요.”



다음은 산밑 밭으로 가보았습니다. 호박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밭으로 가는 길이며 밭 주변에 풀이 무성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스님과 행자님들이 예초기로 풀을 다 벴을 겁니다. 산 위 밭도 가보려고 했지만 다리에 통증이 심해서 다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는 평생 할 것 같더니 다 옛날 일이 되었네요. 6.13만인대법회가 끝나면 또 해외에 가야 해서 한동안 못 오겠네요.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옛날만큼 농사를 못 지을 것 같아요.”

차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밭을 다 둘러보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스님은 다시 밤늦게까지 6.13만인대법회 한반도 평화선언문을 교정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4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직장 일이 지치고 힘듭니다

“직장에서 일한 지 18년 정도 됐습니다. 스스로를 몰아붙여 가며 저 자신을 갈아 넣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지칠 때가 많고,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요즘 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입니다.”

“요즘 질문자가 괴로워하고 있는 일이 뭐예요?”

“회사가 작년에 미국에 지사를 내면서 책임자로 오게 됐는데 처음이라 모든 게 힘든 상황입니다. 인사 관리부터 회사 매출까지 제가 일일이 다 신경 써야 합니다. 안 하던 걸 하다 보니 잘 안되면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닌지 자학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쭉 살다가 미국으로 파견되면 좋은 일 아닌가요? 미국 구경도 해가면서 이 일 저 일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질문자의 역량은 회사가 평가할 일이지 스스로 부족한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 측에서 질문자가 적임자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파견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 스스로 자학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훨씬 더 힘들어서 괴롭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하면 힘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다면 욕심 때문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계획이 지나치게 크거나 바라는 결과가 너무 큰 게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질문자의 역량을 수치화했을 때 100이라고 한다면, 200만큼 하겠다고 욕심을 내면 힘들 수 있습니다. 애초에 회사가 질문자의 역량을 평가해서 파견했고, 질문자는 자신의 역량만큼 하면 됩니다. 그런데 회사의 기대치에 부족하다고 재평가되면 질문자를 다시 소환할 것입니다. 소환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인데, 그게 왜 괴로울 일인가요?”

“아마도 임기 내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가기 싫으면 회사가 소환할 때 사표 내고 여기서 살면 되잖아요. 아무 연고 없이 이민 오는 사람도 있는데, 질문자는 공짜로 연습도 했으니까 정착하기에 오히려 유리합니다. 회사에서 돌아오라고 하면 돌아가면 되고, 돌아가기 싫으면 사표 내고 정착하면 되는 일인데, 그게 왜 괴로울 일인가요? 괴로울 일이 아닙니다.”

“네,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행복에 대해서 질문했는데 괴로움에 대해서 말한 이유는, 바로 괴로움이 없는 게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하면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으면 필연적으로 괴로움이 뒤따릅니다. 그래서 즐거움과 괴로움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거예요.

건강이라고 하면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 청년, 노인, 장애인,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 상태로 아프지 않은 것을 건강이라고 합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예요. 괴롭지 않은 상태가 바로 행복이에요. 행복을 추구하고자 즐거움을 쫓는다면 끝이 없습니다. 괴롭지 않은 것을 행복의 기준점으로 잡고, 지금 괴로운지 살피고, 왜 괴로운지 탐구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자에게 ‘괴로운 일이 뭐예요?’ 하고 질문했던 것입니다.

일의 성과가 잘 안 나서 괴롭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성과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성과를 수치화해서 100을 기준으로 하면 80의 성과를 냈을 때 불만족을 느끼게 되지만, 50을 기준으로 하면 80의 성과에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보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기준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준을 높게 잡으니까 대부분이 성과에 대해서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학교에서 시험 볼 때 다들 한 번씩 경험했을 거예요. 학생들 중에서 시험을 잘 봤다는 사람이 많아요? 못 봤다는 사람이 많아요? 못 봤다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예요. 대부분이 기준점을 높게 두니까 결과가 항상 기준점에 못 미치는 것입니다. 욕심을 갖고 기준점을 높이니까 아이도 문제이고, 남편도 문제이고, 부인도 문제이고, 회사도 문제이고, 다 문제로 여겨지는 겁니다. 그런데 기준점을 낮추면 어떻게 될까요? 남편도 이만하면 괜찮고, 부인도 이만하면 괜찮고,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사실은 세상에 문제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질문자는 올해 나이가 몇 살입니까?”

“45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45세에 해외 지사 책임자로 파견을 보냈다는 것은 질문자가 부정행위를 한 게 아니라면 질문자의 부족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회사에서는 질문자를 가장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길 필요가 있을까요?”

“제 기준을 좀 낮추겠습니다.”

“물론 회사가 정해놓은 기준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직원 중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해서 뽑힌 것이기 때문에 질문자 스스로 자기 역량을 판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사의 기대가 높다면 저평가될 것이고, 회사의 기대가 낮다면 높이 평가될 겁니다. 그것은 질문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질문자는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이곳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도 사업하기 힘든 마당에 외국에서 온 사람이 처음으로 하는 일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욕심입니다. 몇 번 실패할 수 있고, 실패를 연습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대만큼 안 돼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실패라고 생각하기보다 2년간 미국 구경 잘하고 간다는 마음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6.13만인대법회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한반도 평화선언문 원고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0/200

무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6-19 13:29:43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6-15 12:07:36

무구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6-15 11: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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