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02.06. 부탄 답사 4일째, 젬강
“친구들이 은연중에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 오디오로 듣고 싶은 분은 영상을 클릭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이틀 동안은 젬강 종각을 답사합니다.

스님은 새벽기도를 마친 후 아침 공양을 하고, 7시 30분에 강라(Ngangla) 게옥으로 출발했습니다.

젬강 종각은 8개의 게옥과 40개의 치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구는 1만 7천 명 이상입니다. 94% 이상이 산림이며, 식생과 동물이 풍부한 로열 마나스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젬강 종각이 극빈자가 많은 지역이라고 해서 스님이 직접 답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여덟 게옥 중에서 남쪽 지역의 네 게옥을 가보았습니다. 부탄 내각 기획책임자 린첸 삼드럽(Rinchen Samdrup)님과 젬강 종각의 실무 기획 담당자 노부잠트쇼(Norbu Jamtsho)님도 팀푸에서부터 계속 답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먼저 청년들이 운영하는 농업협동농장에 가보았습니다. 청년 대표 2명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도착하자마자 전체적으로 농장을 한 번 둘러보고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청년들은 앞으로 커피를 생산할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커피나무 묘목을 기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1년 정도 키운 묘목과 갓 키운 묘목이 비닐하우스 안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묘목은 아라비카 종이었습니다. 커피콩을 심은 다음 싹을 틔우면 작은 포트에 담아서 묘목으로 키워서 땅으로 옮겨 심는다고 했습니다. 부탄처럼 추운 곳에 커피나무를 키운다는 것이 생소했는데, 판방 지역은 인도 접경지역이라 열대 기후 특징이 있어 커피나무가 자라는 게 가능한가 봅니다.



청년들의 농장은 꽤 컸습니다. 양계장을 운영하여 600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었고, 달걀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물고기 양식을 위한 연못도 있었지만, 땅이 대부분 모래로 구성되어 있어서 물이 계속 빠지고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넓은 공터에는 수천 개의 파인애플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중 절반이 머리가 뽑힌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인근에 있는 마나스 국립공원에서 멧돼지 등 동물들이 내려와서 2천 개의 파인애플을 다 먹어버렸다고 합니다. 이곳도 트롱사처럼 야생동물이 농작물을 훼손하는 피해가 커서 울타리를 치기도 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한 시간가량 구석구석 모두 둘러보고 청년들에게 말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다 도시로 나가려고 하는데 참 잘했어요. 강이 가까운 평지에 농장을 잘 만들었네요. 이곳은 인도 국경과 가까운 곳이에요. 지금 인도 부자들은 차를 사고 집을 사지만, 10년 후 정도 되면 반드시 좋은 먹거리를 찾을 거예요. 그때 유기농으로 재배한 작물을 값비싼 가격으로 인도로 수출할 수 있을 거예요. 미래를 보고 한번 잘 운영해 보세요."

스님은 청년들에게 힘차게 격려해 주었습니다. 청년들도 스님의 조언에 눈빛이 달라지면서 스님의 두 손을 꼭 잡고 감사해했습니다.

스님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젬강 공무원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청년들이 어떻게 이런 좋은 위치에 평평한 대지를 얻게 되었을까요?" “

"젬강에는 비어 있는 대지가 많이 있습니다.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농지로 개간해서 쓸만한 땅이 많이 있을 겁니다."

스님은 같은 게옥의 레바티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가난하게 사는 한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이 여성은 남편을 잃고 남편 가족의 집에서 사는 중이었습니다. 집안 내부를 보니, 인도 둥게스와리보다는 내부가 넓고 깔끔해 보였습니다. 어려운 가정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정부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부엌을 보니, 땅바닥에 돌 세 개를 삼발이처럼 만들어 두고 그곳에서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최대한 많은 가정을 보고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잠깐 둘러보기만 했습니다.


레바티 치옥의 클리닉 센터에 도착하니 마을 사람들이 스님께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습니다.


다 함께 클리닉 센터로 이동하여 자리에 앉았습니다. 트롱사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레바티 치옥 클리닉 센터는 건강 보조사조차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돌아가면서 클리닉 센터를 지키고, 한 달에 한 번씩 건강 보조사가 파견해 오면 그때 진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급한 병이나 큰 병이 있으면 게옥의 센터로 가거나, 종각의 종합병원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클리닉 센터 담당자가 없으니 스님은 자리에 앉아 레바티 치옥 주민들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레바티 치옥도 주로 농업을 중심으로 합니까?"

"네."

"밭을 갈 때는 트랙터를 이용합니까?"

"소로 짓습니다."

"그러면 소가 있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두 사람 정도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소가 없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대부분 사람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에게 송아지를 줄 테니 그 송아지를 잘 키워서 어미 소는 여러분이 가지고 새끼를 낳으면 새끼는 돌려주면 어떨까요? 가능하겠어요?"

마을 사람들이 뜻밖의 제안에 재미있다는 듯 눈빛이 또렷해졌습니다.

"농사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입니까?"

나이 지긋한 한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물이 문제입니다. 사실, 식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수원(水源)이 말라서, 다른 곳을 뚫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은 사람들의 삶에 직결되어 있었습니다.

"식수도 부족한 상황이라고요?”

스님은 한참 동안 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마땅한 수원이 있는지, 자재와 경비를 지원하면 마을 사람들이 수로를 지을 수 있는지, 물 공급에 대한 다른 아이디어들은 없는지 등을 확인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다른 곳을 볼 수 없어서 대화를 마쳐야 했습니다.

"물 이야기는 일단 이 정도로 합시다. 혹시 레바티 치옥 사람 중에 살기 어려운 집이 있습니까?"

한 남자분이 본인의 집으로 스님을 안내했습니다.

"이 집은 몇 년 전에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제게 지어준 집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당 같은 공간에서 딸 셋과 아들 한 명,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곧 사춘기가 될 텐데 각자 방이 있어야겠네요.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렇게 분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사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아요."

스님은 집을 나와 레바티 치옥 절로 이동했습니다. 절이라고 하기엔 안에 불상도 없이 불단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이 절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중대사를 의논도 하고, 함께 일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종의 마을 회관 같은 곳이었습니다. 레바티 치옥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곳 사람들의 공동체성이 느껴졌습니다.

이어서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학교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전체 학생 수는 7명이었습니다. 내부 시설은 다른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레바티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판칼 게옥의 창날잠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주 큰 출렁다리를 지나서 직조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몇몇 마을 여성들이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서 온 일행을 위해 직접 생산한 바나나, 오렌지, 달걀, 구운 음식 등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이 마을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물이 밑에 흐르는데도 물 구하기가 어려운가요?"

"강물은 끌어올리기에 거리가 너무 멉니다. 기존에 있던 수원이 말랐습니다."

"무엇을 주로 생산하나요?"

"오렌지와 카드멈이 주 생산품입니다."

오렌지가 알도 크고 굵었습니다. 맛도 정말 좋았습니다.

"인도나 부탄에서 먹었던 오렌지 중에 가장 맛있어요. 올해만 그런 것인가요, 아니면 평균적으로 이렇게 맛이 좋은가요?"

"올해가 작황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이 상태에서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인도 국경이 바로 앞이잖아요. 수출해도 좋겠습니다. 인도는 오렌지가 일반 채소보다 비싼 음식이고 많이 먹습니다. 우리 수자타 아카데미에도 아이들에게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오렌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있어요. 그런데 가격은 이것보다 비싸고 껍질이 두껍고 퍽퍽해서 맛이 없어요. 오렌지 농장을 더 늘릴 수 있다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스님의 조언을 듣자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무원들 눈빛도 생기가 돌았습니다. 스님은 다시 큰 출렁다리를 건너서 에코 롯지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리마퐁 치옥으로 갔습니다. 먼저 절에 들러 참배를 하고, 학교, 우유 가공소, 보건소 순으로 둘러보았습니다.


학교 부지는 크고 운동장도 넓었습니다.

"지금까지 답사해 보니 부탄은 교육을 잘 지원하는 것 같아요.”

우유 가공소에 가보니 치즈, 버터, 요구르트 등 다양한 유제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가정마다 소를 한두 마리씩 키우는 집들이 모여서 젖을 짜고, 초기 재정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아서 유제품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요구르트도 맛보니 아주 담백하고 좋았습니다.


"이 제품들은 주로 부탄 내에서 소비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어려움이 무엇인가요?"

"가공 시설이 낙후되었고, 유제품 판매가 늘면서 시설 확장도 필요한 상태인데, 정부에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여러분이 처음에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시작도 못 했을 사업이잖아요. 정부는 초기에 여러분이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고, 그다음부터는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은 여러분이 해야 하는 거예요. 언제까지 정부에게 해 달라고 할 거예요? 그건 여러분이 자립하지 못하는 것이지, 정부가 할 일이 아니에요."

스님의 따끔한 경책에 마을 사람들이 일순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경청하며 스님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물을 공급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물 문제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물 문제는 총체적으로 정부와 상의해 봐야겠네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에게 치즈와 버터를 선물로 주고 싶어 했지만, 스님은 비용을 치르고 받았습니다. 치즈와 버터는 리마퐁 절의 주지 스님께 보시했습니다.

"절에 아이들이 많던데 나누어 주세요. 한창 먹을 나이잖아요."

주지 스님이 감사해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고싱 게옥에서 운영하는 보건소를 들르고, 게옥에서 가장 어려운 한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대나무를 엮어서 사방을 두르고 지붕만 얹어놓은 집이었지만, 방 안은 아주 깔끔했습니다. 집 앞에는 기초 석이 세워져 있고, 터를 닦고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한 여인에게 집을 지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지붕을 얹어주기로 약속하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는 도중에 농지로 개간할 만한 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물이 가까운 평지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6시 30분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지금까지 답사한 내용을 정리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오늘 본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주민들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지려면 여섯 가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의식주 등 생활의 향상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생활이 지속되려면 생산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 교육 개선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 보건 의료 시설을 개선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물, 전기, 수도, 도로 등의 인프라를 개선해야 합니다. 여섯 번째, 전통문화의 보존입니다. 한 가지가 더 있는데, 환경 문제입니다. 와서 보니 환경 문제는 이미 잘 지켜지고 있어서 뺐습니다.

어제오늘 트롱사나 젬강을 봐서는 농촌에서 전통을 지키는 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건소는 그 정도면 최소한의 기준은 갖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병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큰 병원에 대한 지원 구상은 아직 없습니다. 각 게옥 단위의 클리닉에는 분만실이나 환자 입원실이 대부분 있었습니다. 그중 트롱사 같은 경우는 기온이 낮은 지역이므로 분만실이나 환자 입원실에 난방 기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학교도 지금까지 본 곳들로만 이야기하면, 기본적인 시설은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열악한 곳이 있었지만, 곧 폐교해야 할 곳이었기 때문에 수리를 해야 할지는 고민입니다.

생산 시설은 제가 제대로 보지 못해 아직은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파로 같이 강변에 땅이 있다면 우리가 수로를 놓아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는 강변에 땅이 거의 없었습니다. 농업용수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더 큰 문제는 식수였습니다. 그래서 식수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생산의 문제는 농업용 수로를 만들고, 농작물 보관 창고를 짓고, 농업 도로를 개설하고, 돈벌이 작물을 개발하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답사해 보니 도로 문제나 농수로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농작물 보관 창고를 어떻게 지을지, 지역별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돈벌이 작물을 어떻게 재배하고 유통할 것인지가 생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답사하면서 파악된 돈벌이 작물은 트롱사 삼초링 치옥의 녹차, 젬강 판방 지역의 카드멈과 오렌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오늘 청년들의 농장을 보니, 청년들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커피도 돈벌이 작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생각해 본 돈벌이 작물은 사과입니다. 한국의 좋은 품질의 사과나무를 트롱사 같은 고산 지역에 재배해서, 인도로 수출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인도나 부탄의 사과는 크기가 작고, 식감이나 맛이 떨어집니다. 가끔 인도에서 나오는 좋은 품질의 사과가 있지만 전부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입니다.

축산 부문에서는, 닭을 한꺼번에 많이 키우려면 사료를 먹여야 합니다. 그러나 사료를 먹이면 단가가 비싸져 경쟁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각각의 집에서 닭을 10마리씩 키우고, 여러 가구가 계란을 모아 판매하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젖소 우유, 치즈, 버터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가격이 싸면서 품질이 좋으면 소비자는 좋지만, 생산자에게도 수익성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생산 시설에 대한 부분은 여러분이 보여준 게 많지 않아서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개선입니다. 첫 번째, 집입니다. 주민들과 대화해 보니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은 집이 없거나 매우 열악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하위 10%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금 사는 집보다 그 바로 윗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사는 집 정도로 개선해야 합니다. 더 좋게 해 버리면 윗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부엌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곳은 가스를 사용하는 가구가 드물고 대부분 나무를 태워 음식을 조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연기를 마시지 않는 시설이 갖춰져야 합니다. 불을 피우는 시설을 추위 때문에 집안에 두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젬강처럼 추위가 덜한 곳은 불을 피우는 시설을 집 밖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부엌을 따로 두고, 굴뚝과 환기 시설을 만들어 생활해야 합니다. 요리할 때는 몸을 구부려서 하지 않도록 키에 맞는 조리대가 있어야 하고, 요리하는 곳은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수 시설이 갖춰져야 합니다.

세 번째, 가난한 사람들은 매트리스와 이불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제가 파악이 덜 된 부분은 식량 부족이나 영양실조인 사람들이 있는지, 옷을 헐벗은 사람들이 있는지 아직 파악이 안 되었습니다. 또 농사를 효과적으로 짓고 있는 상황인지를 못 봤습니다. 예를 들어 가구마다 삽, 호미, 괭이 같은 농기구가 얼마나 있는지, 망치, 드라이버, 펜치 등으로 집을 수리하거나 물건을 수리할 때 쓰는 기본적인 도구가 있는지입니다. 기본적인 몇 가지는 있어야 합니다. 자주 쓰지 않는 큰 기계나 도구는 마을 회관에 두고 서로서로 빌려 가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못을 박는 전기 드라이버나, 경운기, 작은 트랙터는 마을에 공용으로 한두 대 갖춰 두고 공용으로 같이 쓰는 것입니다.

치옥 규모의 시골은 이렇게 몇 가지 장비들을 추가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굳이 기계화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보다 더 잘 살겠다는 것은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문제입니다.

원래 살던 사람이 아닌 청년들이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에 유입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방문했던 농사를 짓는 청년들이 이 지역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면 지역에 공터를 제공하거나, 돈벌이 작물 품종을 지원해서 초기 인프라 구축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로 사는 것에 대해 젊은이들이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일 정도 현장 답사를 했는데 이 정도로 제가 느낀 것을 말씀드립니다. 내일은 가능하면 생산에 관련된 것, 주민들의 생활 시설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보건소를 보는 것도 좋은데 이미 봤으니까 생산 시설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회의를 마치니 밤 아홉 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젬강 지역을 계속 답사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일 즉문즉설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친구들이 은연중에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오래된 친구들이 있습니다. 오랜 유학 생활과 무기력증으로 인해 지난 3년간 거의 백수로 지내며 그동안 친구들에게 자주 밥을 얻어먹었습니다. 친구들이 이제는 저를 은연중에 무시하는 것 같아요. 평등한 관계가 아닌 상하관계도 진정한 친구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 친구들을 제외하면 저는 친구가 별로 없게 됩니다. 친구 없이 사는 삶도 괜찮은가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제 곁에 좋은 친구들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남에게 베풀지 않으면서 자신은 남에게 도움을 받기를 바라거나, 노력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거나, 남에게 나쁜 말을 하면서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기를 바라는 사람은 어리석다고 합니다. 좋은 친구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잘해줄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남에게 잘해주지도 않고 베풀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나를 계속 존중하고 나를 위해 베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주면 좋은 친구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은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질문자는 어리석은 사람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에 장애가 있거나, 병이 있거나, 능력이 없어서 남의 도움을 받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면 국가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입니다. 사는 데 어떤 지장이 있어서 도움을 받는 것은 꼭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도움을 주면 주인이 되고, 도움을 받으면 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또래이고 서로 알고 지내면서 한 사람은 늘 도와주고 한 사람은 늘 도움을 받는다면, 당연히 거기에는 주종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도움을 받는 자는 늘 고맙다고 해야 하거나 상대가 도와주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친구를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친구라고 생각하지 말고 인간관계라고 생각해 보세요. 인간관계에서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면, 그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이 설사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기분 나빠하거나 미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아무런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의무가 없음에도 나를 도와준다면, 그것은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한 번 도와주고 말아도 고마운 일이고, 열 번을 도와주다가 말아도 고마운 일이며, 계속해서 도와주면 더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껏 나를 도와주다가 더 이상 안 도와준다고 해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질문자는 일종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처지이어서 스스로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사람들이 질문자에 대해 약간 무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면 더 이상 도움을 받지 않으면 됩니다. 계속 도움을 받고 싶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친구’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 관계에 대해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어요. 친구란 그저 알고 지내는 사람을 뜻합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그저 알고 지내는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면 더 이상 도움을 받지 않으면 됩니다. 도와주는 사람으로부터 약간의 무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내할 수 있다면 계속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이렇게 사실만 바라보고 가볍게 받아들여야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겪는 번뇌는 진정한 친구 관계를 너무 이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을 뜻합니다. 여러 인간관계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여러 인간관계에는 애인 관계, 부부관계, 부모와 자식 관계, 사업 관계 등이 있습니다. 애인 관계도, 부부관계도, 부모와 자식 관계도, 사업 관계도 아니면서 서로 잘 알고 지낼 때를 친구 관계라고 합니다.

질문자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남을 도와주는 일을 즐겁게 계속하는 사람도 있고,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마다 다릅니다. 계속 도와주면 진정한 친구이고, 도와주다가 그만두면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도와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안 도와준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안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특별히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좀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들이 도와준다면, 내가 비굴하게 굴 것 없이 밝은 얼굴로 고마움을 표현하면 됩니다. 너무 위축될 필요도 없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좀 더 가볍게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친구 관계를 여러 인간관계 가운데 하나로 보고 가볍게 생각하겠습니다. 제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인생의 단 한 번 뿐인 백일!
백일 동안 출가해 보는 프로그램에 참가해보실 분들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 배너를 누르면 자세한 소식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히보기
▲ 자세히보기

전체댓글 51

0/200

드림하이

인간관계에서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면, 그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이 설사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기분 나빠하거나 미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아무런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의무가 없음에도 나를 도와준다면, 그것은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2024-03-26 20:00:58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

2024-02-26 14:02:07

양주경

어렸을때 경험했던 것들이 쌓여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는것같아요. 그런 이유임을 알고 있는 지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2024-02-21 19:21:1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