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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전법회원 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법회원들만 모여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여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전법회원들이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새해 들어서 첫 전법회원 법회가 되겠습니다. 이미 지난주 시무식에서 2024년을 맞이하는 새해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씀을 드렸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2024년 1월, 2월, 3월에 우리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소개하면서 여러분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다음 주 수행법회를 마치고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인도 성지순례를 하게 됩니다. 인도 성지순례가 끝나면 델리에서 교민들을 위해 법회를 한 후 부탄으로 갑니다. 부탄 왕실과 협의해서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느 주를 선정할지 답사를 할 예정입니다. 가장 규모가 작은 주, 가장 가난한 주, 가장 갈등이 높은 주, 이런 식으로 어떤 특색을 갖고 있는 주를 자세하게 답사를 해보려고 해요. 답사를 마치고 나서 어떤 곳이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기에 적당하고, 또 투자 대비 주민들의 행복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인지, 부탄 정부와 의논해 볼 계획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방콕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고, 청년들이 여러 가지 정신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해요. 그래서 새해에는 청년들이 조금 더 기운을 내도록 하는 일을 정토회가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제공하고요. 문턱이 높다면 문턱을 낮춰서라도 청년들이 쉽게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정토회 활동과 불교대학 운영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두 명이 질문을 신청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받아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 앞으로 여러 계획들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 지부 공청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필리핀 JTS에서 6년 이상 활동을 한 후 부서를 이동하기 위해 한국에 귀국한 두 명의 활동가들의 소감을 들어본 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몇몇 사람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하루에 나온 글에서 퀴즈를 내어 함께 맞춰보는 시간을 재미있게 가졌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한 해 동안 각 부서에서 열심히 활동해 온 활동가들을 격려한 후 공동체 생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이 공동체 생활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요. 그중 한 명은 공동체 생활에서 수면 시간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공동체 생활 규칙상 수면시간이 6시간입니다. 야근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내용을 의사 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의학적으로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을 7시간에서 9시간으로 보고 있는데 매일 6시간을 잔다면 피로가 갈수록 누적되어 수면 부채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수면 부채는 빚이 생기면 계속 쌓이듯이 수면 부족도 누적되어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반응속도 저하, 면역기능 저하, 과식, 무기력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뇌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치매도 유발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수면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길게 설명해 주셨어요. 공동체 구성원들의 건강 악화를 예방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취침 시간이나 기상 시간을 조정해 볼 수 있을까요?”
“부처님이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치료를 받는다면 의사가 부처님의 건강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의사의 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진단이 보편적인 것 같지만, 베트남 의사가 베트남 사람을 진단하는 기준과 인도 의사가 인도 사람을 진단하는 기준과 미국 의사가 미국 사람을 진단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릅니다.
의사로부터 수면 부족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일찍 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잠이 많아집니다. 이 경우는 게을러서 잠이 많은 게 아니라 약을 복용해서 생긴 현상이기 때문에 공동체 전체 대중에게 양해를 구한 후 일찍 자는 것이 맞습니다. 공동체에서도 이런 환자는 일찍 자는 것을 허용해 주어야 해요. 낮에도 약을 먹어서 졸리면 업무 시간이지만 한 시간이라도 잘 수 있게 양해를 해주어야 합니다. 질문자처럼 수면 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공동체 대중에게 일찍 자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야 해요.
어느 정도의 수면 시간이 필요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또 스트레스에 비례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잠을 많이 자야 됩니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 잠을 덜 자게 됩니다. 선원에서 스님들이 안거를 할 때는 하루종일 참선을 해도 3시간 내지 4시간밖에 자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명상 수련을 해봐서 알잖아요. 명상 수련을 할 때는 하루에 3시간 내지 4시간만 자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밤에 아무리 누워 있어도 잠이 안 옵니다. 물론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수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질문자에게 말한 내용은 공동체의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반론적인 의견일 수 있어요. 일반인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수면 시간이 충분해야 건강에 좋다는 것이 당연한 얘기인 거죠.
그런데 우리는 수행자를 지향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잠을 늘어지게 자면서 생활하는 것이 과연 수행자의 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6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식욕, 수면욕, 색욕, 세 가지는 수행에 방해되는 것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수행자들이 ‘과식하면 수행에 방해가 된다’, ‘잠을 늘어지게 자면 수행에 방해가 된다’, ‘성적인 에너지를 많이 쓰면 수행에 방해가 된다’ 하는 지침을 갖고 여기에 빠지지 않도록 정진하면서 살아왔어요. 수행자들이 이것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의사의 소견만을 듣거나, 사회학자의 의견만을 듣거나, 영양사의 의견만을 듣는다면, 수행을 할 필요가 없지요. 그럴 바에야 그냥 세상으로 나가서 살면 되지 무엇 때문에 수행 공동체에 들어와서 생활을 하는지 한 번 돌아봐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점점 늙어가기 때문에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제는 정토회 안에 요양 시설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양 시설의 수준이 수행자가 지내기에 합당한 지는 살펴봐야 합니다. 요즘 스님들 중에는 요양 시설을 호화롭게 짓고 사는 경우가 있는데, 수행자는 우리나라 서민 대중이 지낼 수 있는 정도의 요양 시설에서 지내야 합니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치료를 받을 때는 일반 서민들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치료인지, 소수의 부자들이나 받을 수 있는 치료인지를 고려해야 해요. 우리가 소수의 부자들이나 받을 수 있는 치료를 받는다면, 과연 우리가 수행자라 할 수 있으며 인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개인이 아프거나 힘들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안 됩니다. 우리가 큰스님으로 존경하는 분이 자기 몸 아프다고 미국의 고급 병원에서 하루 병원비가 천만 원이나 드는 치료를 하다가 돌아가셨다고 합시다. 이런 모습이 평생 계율을 지키고 가르친 스승의 말과 행동에 합당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모순을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물론 자기 몸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계율을 어기거나 수행자의 자세를 포기하고 산다면 굳이 수행공동체에 들어와서 살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차라리 밖에 나가서 세상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게 낫지요. 이런 관점을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합니다.
하루 6시간 수면은 수행자에게 충분합니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잠이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반대로 체질적으로 잠이 적은 사람은 하루 4시간 잠을 자고 사는 사람도 있고요. 이렇게 체질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어느 정도 용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 잠을 더 자야 하는 문제도 허용을 해야 하고요. 이렇게 관점을 갖고 ‘의사 선생님의 소견은 그렇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더 이상 질문이 없자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하고 공동체 지부 공청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전법회원들을 위해 생방송 법회를 했습니다. 전법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한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 운영, 사회 문제, 개인 고민 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다섯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최근 사회에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정치 혐오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요즘 보기 싫은 관료나 정치인들이 많아서 TV 뉴스나 SNS를 점점 더 안 보게 됩니다. 정치인들이 예전 같으면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언행을 대놓고 하거나, 거짓말을 했다가 금방 들통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해요. 최근에는 야당 당대표 테러 사건까지 있었는데요. 범인은 정치 혐오에 대한 글을 남겼다고도 합니다. 머리로는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정세가 더 나빠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꼴을 보기 싫은 마음이 더 큽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TV나 라디오를 틀어보면 긍정적이지 않은 뉴스들이 매일 나오죠.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뉴스보다 오히려 예능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이해는 됩니다만, 자꾸 정치를 외면하면 결국 정치가 소수의 극렬한 지지자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기 쉽습니다.
만약 투표율이 50% 밖에 안 된다고 합시다. 50%의 사람들은 투표를 아예 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면 투표한 50%의 사람 중 과반수가 겨우 넘는 26~27% 정도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된다든지, 국회의원이 된다든지, 시장이 된다든지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전체 국민의 4분의 1도 안 되는 지지만 받은 사람이 선출되는 거예요. 극단적으로 똘똘 뭉친 소수에 의해서 누군가에게 중요한 정치적 책임이 맡겨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갈수록 더 국가가 위기에 빠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정치에 무관심해질 것이고 결국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건강한 시민이라면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내 마음의 좋고 싫고에 너무 구애받지 않아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했을 때, 내 입장에서만 보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고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도 있어요. 따라서 그런 경우에 꼴 보기 싫어하기만 하지 말고 오히려 자세히 들어보고 진실을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잘 알기 위해서는 첫째, 신문이나 TV와 같은 공적인 언론을 잘 봐야 됩니다. 왜냐하면 공적인 언론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내면 반드시 나중에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에 따라서 어떤 편향은 있을 수 있지만 함부로 사실에 어긋나는 기사를 쓰지는 못합니다.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입장에 따라서 관점을 달리 할 수도 있고 사실을 약간 부풀리거나 왜곡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사실 자체를 확인하지 않고 쓰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SNS보다는 공적인 언론에서 정보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SNS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그냥 올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런 검증 절차가 없어요. 어떤 사람에 대한 소문이나 혐의 따위를 그냥 막 퍼뜨립니다.
SNS의 맹점은 첫째, 사실 확인이 전혀 안 된 정보입니다. 둘째, 한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내가 선호하든 선호하지 않든, SNS에 올라온 정보는 전혀 검증이 안 된 사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해요. 그러면 SNS를 절대 보면 안 될까요? 저는 시사 문제만큼은 SNS로 정보를 받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치가 몇몇 유튜버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두고 ‘그들은 밤의 황제다’, ‘실질적인 당의 총재다’ 이런 얘기까지도 합니다.
정당 간 대화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의사를 결정해야 하잖아요. 몇몇 유튜버에 의해 좌지우지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특정 유튜브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간의 견해 차이가 천양지차로 벌어져 더욱 극단으로 치우치고 있어요. 극단으로 치우친 사람들은 당 내에 또는 한 집단 안에서 합리적이거나 비판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은 바로 비난하고 매도합니다. 여러분들도 만약 유튜브만 보고 얻은 정보로 어떤 주장을 한다면 자신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해요
그러면 유튜브는 어떨 때 볼 필요가 있을까요? 공적인 언론은 혐의나 소문만으로 기사를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체적 내용이 부족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의견 차이가 나지?’ 이렇게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용 파악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유튜브를 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보면 혐의나 소문에 대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관계없이 마구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럴 때 ‘아, 저런 내용을 갖고 서로 다투고 있구나,’ 하고 파악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해요. ‘저 내용이 진실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재판을 할 필요도 없이 이미 결정이 됐다는 얘기잖아요. 하지만 그것은 단지 혐의 또는 소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검찰이 어떤 혐의를 얘기하거나 기소를 하면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생각해요. 이런 현상 때문에 수사기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겁니다.
수사기관은 단지 혐의가 있기 때문에 수사를 시작할 뿐이에요. 법정에서 판사가 여러 정황이나 증거들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죄의 유무를 판정해야 합니다. 그것도 대법원에서 3심까지 최종 판결이 나야 비로소 죄가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아직 죄가 확정된 게 아니므로 수사받는 사람을 혐오해서는 안 됩니다.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뿐이지 결코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혐의나 소문만으로 편견을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이런 편견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이 정치권력과 결탁하면 혐의를 먼저 퍼뜨리는 겁니다. 제대로 된 법의 심판 대신 여론의 심판을 받도록 해서 당사자의 기를 꺾어버리는 거예요.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그 어떤 것도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단지 그럴 가능성이 있고 그런 혐의가 있다’, 이렇게 상황을 바르게 바라봐야 됩니다.
또 어떤 사람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집행유예든 실형을 살았다면 본인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입니다. 대가를 다 치르고 나면 우리는 그의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가 자기 죄에 대한 대가를 치렀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계속 그를 소외시킵니다. 이것도 편견이에요. 그래서 한번 전과가 생긴 사람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거예요. 사회가 계속 배척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사람을 죽인 앙굴리 말라도 교화해서 새사람이 되게 했습니다. 2600년 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계속 ‘그럼 죽은 피해자는 억울해서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늘 복수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봅시다. 하마스가 먼저 공격을 한 건 잘못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10배도 넘는 사람들을 계속 학살하고 있어요. 네가 나를 괴롭혔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복수를 정당화해서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먼저 한번 피해를 받으면 피해자는 영원히 피해자고 가해자는 영원히 가해자로 바라봅니다.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가 형을 살고 왔으면 끝난 일입니다. 다시 죄를 지으면 또 벌을 받아야 하겠지요. 또 처벌이 부족했다면 다시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가를 치른 사람에게 평생 딱지를 붙여서 과거의 죄를 묻는다면 그는 처음에는 가해자였지만 피해자가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지금도 어떤 정치인에게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와 정치적 대화를 하지 않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업상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죄인이다’라는 편견을 가지기 쉬워요. 그러나 우리나라 법은 죄형법정주의입니다.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법이 정한 만큼 벌을 받아야지 감정적으로 그 사람에게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벌을 받았으면 없던 일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재발의 위험이 있다면 신원이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알려진 사람들은 행동을 조심하지만 언론에 나지 않는 사람들은 죄가 숨겨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죄를 지은 사람을 배척해서는 안 되지만 재발의 위험이 있다면 시민들이 알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감정적으로 편향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 언론을 볼 때도 입장이 편중되었다 싶으면 반대쪽 언론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립적으로 보이는 언론을 중심에 놓고 진보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또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살펴 균형을 잡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뉴스를 봐도 내용을 잘 모르겠을 때는 유튜브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진보 쪽 사건이면 보수 유튜브를 좀 보고, 보수 쪽 사건이면 진보 유튜브를 좀 보면 됩니다. 그들은 모든 혐의를 다 폭로하기 때문에 ‘아 이런 이야기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구나’ 이 정도로 참고하면 됩니다. ‘그렇구나’ 하고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아무것도 검증된 바가 없는 떠도는 소문, 자기 생각, 추리일 뿐입니다. 그러나 유튜브를 보고 ‘저런 문제로 다투고 있구나’ 이렇게 짐작할 수는 있어요.
북한에 대한 유튜브를 한번 보세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미 열두 번도 더 망했고, 북한 지도자는 서른 번 도 더 죽었으며, 북한 지도자의 여자는 백 명도 넘을 겁니다. 그런데도 유튜버들은 자신이 한 말에 아무 책임을 안 집니다. 정정보도도 없어요. 그냥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위해 사람들 호기심을 사는 내용을 함부로 이야기합니다. 이런 것을 보고 믿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유튜브가 편리한 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어요. 교양 면에서는 유튜브가 참 좋습니다. 하지만 시사, 정치, 이념적인 내용을 볼 때는 정신을 차리고 그냥 ‘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소문이 들린다.’ 이 정도로 봐야 해요. 유튜브에서 말하는 내용에 진실의 비중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검증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는다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보기 싫다고 외면하지 말고 그럴수록 수행 삼아서 더 자세히 듣고 내용을 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투표할 때나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좀 더 중도적이고 올바른 식견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보기 싫다는 이유로 무관심한 것도 양극단으로 치닫는 것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다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강원도 일대에 문을 닫거나 폐업 위기에 놓인 숙박업소 등을 둘러보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살펴본 후 저녁 8시가 넘어서 돌아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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