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3 수행법회
“재혼에 대해 상대편의 가족이 반대를 하니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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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겨울 하늘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고 첫 번째 수행법회 시간입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은 정토회 회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지난 열흘 동안의 안거 수련의 내용을 공유한 후 으뜸절의 실천 활동 모습과 연말연시에 곳곳에서 정토회 회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통일 기도를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정토회 대표님과 청년들이 삼천 배 철야 정진을 하였고, 구미 아도모례원, 창원 봉림사지, 경주 사천왕사지, 임진각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만 배 정진을 하였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은 정토회 회원들의 간절한 염원을 격려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남북 관계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새해를 맞아 정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점점 경직되어 가는 남북 관계를 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우리들의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 동안 얼어붙은 만물이 봄이 오면 녹듯이 남북 관계에도 봄과 같은 기회를 맞는다면 경색된 관계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과 같은 참혹한 비극을 피할 수 있는 길

새해 벽두부터 남북의 지도자들이 서로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내고, 공격적인 발언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게 되어, 결국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중동전쟁과 같은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 표출한 분노를 다른 한쪽에서는 더 큰마음으로 포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분노를 잦아들게 해서 전쟁과 같은 참혹한 비극을 피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분노가 분노를 키워서, 결국에는 전쟁과 같은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유도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정치적 갈등을 보면 유튜브와 팟캐스트로 인한 폐해가 큰 것 같습니다. 몇몇 유튜버들의 말에 현혹되어서 다른 의견에는 귀를 열지 않고 눈을 뜨려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점점 편중되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유튜브나 팟캐스트, SNS와 같은 새로운 언론 매체들이 갖는 편리성도 있고, 일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기존의 TV나 신문이 제공해 왔던 제한된 정보에 비해서 훨씬 확장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언론 매체는 진보나 보수 어느 쪽으로 편중되어 있는지 공정성을 감시하고 걸러내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유튜브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사실이 아닌 얘기, 주관적인 얘기, 개인의 편협한 생각이 걸러지지 않은 채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어서 앞으로 사회적인 갈등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정보는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정치든 종교든 어떤 것이든, 한쪽의 정보에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갖는 폐해

유튜브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정보를 한 가지 보게 되면, 관련한 정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옵니다. 또, 진보적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보수적인 정치인에 대한 온갖 비리들이 줄줄이 달려 나옵니다. 또, 보수적인 정보 하나를 들어보면 진보적인 정치인에 대한 문제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 이념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는 인간의 사고를 편중되게 만들기 쉽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편향된 생각을 갖고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항상 조심하라고 하셨습니다. 양극단을 아우르면서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는 중도의 가르침을 설하신 분이 부처님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막상 중도적 관점을 갖게 되면, 패를 만들어 패거리를 이루려는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소외되기가 쉽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 한 사람이 되어 남는 한이 있더라도 진리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다수에 의해 휩쓸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토회 회원들 중에서도 가끔 정치, 종교, 이념적인 부분에서 편중된 사고를 갖고 흥분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편향된 사고를 극복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항상 균형 잡힌 관점을 갖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사전에 세 명이 질문을 신청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즉석에서 두 명이 질문을 하고 스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한 명은 재혼을 하고 싶지만 상대편의 가족이 반대를 하니 너무 화가 난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재혼에 대해 상대편의 가족이 반대를 하니 화가 납니다

“8년 전 이혼을 하고 아이 둘을 혼자서 키우고 있습니다. 4년 전 이혼을 한 남자를 새로 만나게 되었고, 이 남자는 이제 12살 된 아이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남자에게 기대고 싶었던 마음이 큰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 남자를 보면 좋은 마음보다 화나는 마음이 더 많이 일어납니다. 저와의 재혼을 반대하는 아이와 어머니를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너무 화가 납니다. 그런데도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요. 다섯 가지가 좋은데 다섯 가지가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답답합니다. 좋은 다섯 가지를 위해서 싫은 다섯 가지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싫은 다섯 가지를 버리려면 다섯 가지 좋은 것도 같이 버려야죠. 경전에 ‘공덕천(功德天)과 흑암천(黑闇天)’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어떤 남자에게 공덕천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미인이 찾아와서 ‘이 집에 들어가도 됩니까?’ 하니까 남자가 ‘어서 오십시오’ 하고 환영을 했어요.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아주 얼굴이 검고 못생긴 흑암천이라는 여인이 찾아왔습니다. 흑암천이 ‘이 집에 들어가도 됩니까?’ 하고 물으니, 남자가 ‘안 됩니다’ 하고 거절을 했어요. 그러자 흑암천이 ‘조금 전에 들어간 분이 제 언니입니다. 우리는 자매지간이라서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공덕천을 받아들이기 위해 흑암천을 받아들이고, 지혜로운 자는 둘 다 쫓아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질문자가 공덕천을 받아들이려면 흑암천을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남자를 받아들이려면 그 아이도 받아들여야 하고, 그 어머니도 받아들여야 해요. 왜냐하면 그 둘은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둘을 딱 떼서 ‘너는 가고, 너만 오너라!’ 이렇게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나머지 둘이 싫으면 남자도 포기를 해야 합니다. 둘을 딱 떼서 좋은 면만 갖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아이와 아버지의 천륜을 끊어내려는 행위가 되고, 모자지간의 천륜을 거스르는 행동이 되는 겁니다. 내 이익을 위해서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서슴없이 한다면 그걸 어떻게 수행자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건 애당초 갈 길이 아니에요. 그리고 질문자 역시 재혼할 처지가 아니잖아요?

재혼을 하겠다면 둘을 받아들여야 하고, 재혼을 안 하겠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그 남자와 가끔 만나서 연애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지 안잖아요. 가끔 만나서 대화하고 즐기는데 그걸 할머니가 알겠어요, 아이가 알겠어요? 처음부터 만나지 말든지, 만나도 친구 정도의 관계만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상대편의 가족을 원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외로울 때마다 가끔 만날 수 있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하면 돼요.

질문자가 재혼할 처지가 된다면 상대에게 한번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해 보면 됩니다. 재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상대가 맺고 있는 관계를 다 수용할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혼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어떡하고 어머니는 어떡해요? 그 남자에게서 아이와 어머니를 떼어낸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고 세상에 분란을 일으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친구로 지내는 건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친구로 지내든지,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상대의 가족을 모두 수용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얼굴만 갖고 싶다고 해서 손발을 잘라낼 수는 없잖아요. 미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만 딱 가지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질문자는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따끔하게 이야기해 드린다면, 심보가 더럽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보를 고쳐야 합니다. (웃음)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연애는 둘만 좋으면 됩니다. 나이 차이가 나도 아무 상관이 없고, 외국인이랑 연애를 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결혼이란 둘이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결혼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나 혼자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만약 질문자도 남자친구가 재혼을 하자면서 질문자의 아이 둘을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면 결혼할 수 있겠어요? 본인도 안 되면서 왜 상대편에게는 아이와 어머니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말이 돼요? 애초에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저 친구로 지내든지, 그것도 안 하든지, 둘 중에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 이상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입니다. 괜히 질문했다가 본전도 못 건진 것 같죠?” (웃음)

“아닙니다. 정확하게 지적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더욱 수행 정진하여 심보를 곱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질문자가 수행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가 수행자니까 이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겁니다. 만약 제가 일반인을 상담하면서 ‘너 심보 더럽다’ 이렇게 말하면 큰일 나겠죠. 일반인에게는 그런 말을 못 합니다. 그냥 좋게만 얘기하거나 침묵을 하게 되죠. 그런데 우리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큰 대화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런 대화는 수행자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부처님께서는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요? 어떤 경쟁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죠?
  • 남편이 아파트를 사서 모으기만 합니다. 더 이상 대출이 안 되니 시댁 식구들 명의로 하고 협력을 안 하면 화를 내고 협박을 합니다. 어떡하죠?
  • 척추 장애 4급을 앓고 있는데 108배를 하는 대신에 의사가 권고하는 수영을 해도 괜찮을까요?
  • 요양보호사를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치매 할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어떤 도움을 드려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수행법회를 마친 후 정토회 회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이어 나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오후에는 동네에 몸이 편찮으신 어르신들이 많이 생겨서 어르신들의 집과 요양원을 방문하며 위로와 격려를 하였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텃밭에 남겨둔 배추를 수확하고 밭 정리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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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편향된 생각을 갖고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항상 조심하라고 하셨습니다. 양극단을 아우르면서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는 중도의 가르침을 설하신 분이 부처님입니다."

2024-03-23 14:07:17

오이별

양극단을 아우르면서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는 중도의 가르침이 이 시대에 너무 시급한 과제 인듯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가르침을 새기겠습니다.

2024-01-10 06:52:38

토촌

양극단을 아우르면서,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는 중도의 가르침. 부처님의 가르침.
" 정토회는 편향된 사고를 극복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그렇게 나아가도록 기도합니다.

2024-01-09 15: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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