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3 정토사회문화회관 즉문즉설, JTS 간담회, 서울구치소 초청강연
“퇴직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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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오프라인 즉문즉설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지난달에 이어서 두 번째 오프라인 만남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강연 시간이 되어 지하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입구에는 즉문즉설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접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현장 접수를 한 후 번호표를 한 장씩 추첨함에 넣은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끝나고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늘 화면으로만 보던 스님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자 모두가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며 기뻐했습니다.


스님도 활짝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을 개관하고 나서 오전에는 즉문즉설 강연을 처음으로 해봅니다. 여러분 모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즉문즉설이란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믿음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내 마음 상태가 불안하다, 슬프다, 괴롭다, 이런 나의 상태를 드러내어 대화를 하면서 그 불안함, 슬픔,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대화를 하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이런 괴로움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입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을 미리 준비할 필요도 없고, 대답을 미리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즉시 묻고 즉시 답한다고 해서 ‘즉문즉설’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겁니다. 자, 그럼 대화를 시작해 볼까요?”

이어서 질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일곱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어떤 마음 자세를 갖고 퇴직을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퇴직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앞으로 1년 반 정도 지나면 정년퇴직을 할 예정입니다. 요즘 들어서 퇴직 후에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됩니다. 낯선 미래가 불안해서 생각도 많아지고 잠도 잘 오질 않습니다.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서 변화를 해야 되는데 변화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은퇴 이후에도 좀 더 당당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남은 1년 반 동안은 어떤 마음 자세와 준비가 필요할까요?”

“저는 질문을 들으면서 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만약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늦잠도 자고 놀러도 다니다가 이제부터는 출근도 제시간에 해야 되고, 주말 빼고는 회사에 묶여 있어야 되니 걱정이 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질문자는 직장에 쭉 다니다가 이제 은퇴해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게 왜 걱정인지 잘 모르겠네요. 아침에 늦잠을 자도 되고, 출근을 안 해도 되고, 상사의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고, 아랫사람을 관리 안 해도 되고, 그냥 퇴직금 받아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가 있잖아요. 물론 지금까지 돈을 많이 쓰다가 조금 적게 써야 되는 건 걱정이 되겠죠. 그러나 지금처럼 기후위기 시대에는 적게 쓰는 것이 미덕이에요. 돈이 있더라도 소비하지 말아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잘 됐잖아요. 소비만 조금 줄이면 아무 걱정이 없어요. 그런데도 걱정이 된다고 하니까 제가 볼 때는 질문하는 내용이 말이 되나 싶어요. 아침에 늦잠 자는 게 걱정인가요? 출근을 안 하는 게 걱정인가요? 잔소리를 못하는 게 걱정인가요? 무엇이 걱정인지를 잘 몰라서 다시 물어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한 덕분에 스님 말씀대로 욕심만 줄이면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먼저 은퇴한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아내하고 못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보일 때는 화가 나서 싸우고,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해서 ‘어디 갔나?’ 하면서 싸운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런 어려움은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제 개인을 위해서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조금 의미 있는 일들을 하면 좋겠습니다. 공원 귀퉁이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면서 남은 30년을 보내기에는 조금 허무할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이라면 불안해할 일은 아닙니다. 은퇴하고 빈둥빈둥 놀아도 되지만 이왕 노는 거 남에게 도움이 되면서 노는 방법이 없겠냐고 묻는 것이라면, 스님은 그런 방법을 무진장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웃음)

제일 먼저 회사에다가 이런 얘기를 해볼 수 있어요. 근무시간을 70퍼센트 정도로 줄이고 월급도 절반으로 줄이겠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느냐고 회사에 물어보세요. 지금 건강상 특별한 이상이 없고 다른 계획도 없다면 충분히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 새로 취직하는 것보다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보직을 낮추어서 근무를 하는 게 더 낫잖아요. 퇴직을 안 하고 계속 있겠다는 게 아니라 퇴직을 하되 재취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내가 회사에서 부장까지 했다’ 하는 생각은 다 버려야 해요. 수위를 해도 괜찮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안 그러면 한 분야의 고문을 맡아도 괜찮고, 아직 건강하다면 영업을 해도 괜찮아요. 퇴직을 안 한다고 하면 회사가 또 나에 대해 신경을 쓰니까 퇴직은 하되 월급은 신규 채용을 할 때처럼 적게 받는 겁니다. 내가 가진 경험을 회사가 필요로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회사가 필요 없다고 하면 내가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질문자의 경험이 필요한데도 질문자가 고위직을 계속 가지려고 하고 월급도 많이 달라고 하면 회사는 부담이 됩니다. 고위직 한 사람을 은퇴시키면 신규 채용을 두 명이나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우선 요구 조건을 낮춰야 합니다. 직책이나 직위도 전혀 신경 쓰지 말아야 하고요. 매일 집에만 있기가 무료하면 이런 자리를 회사에 알아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정년퇴직 나이를 75세로 높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60세를 기준으로 해서 임금피크제를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5천만 원이라고 하면 60세부터는 4천만 원, 3천만 원, 이렇게 조금씩 연봉을 낮추어야 합니다. 근무 시간도 일주일에 3일만 나오든지, 오전만 근무한다든지, 각자의 건강에 맞게 근무 시간을 조절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그 사람이 가진 경험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수많은 퇴직자들이 길거리에서 휴지를 줍는 이런 일들을 하면 자기가 쌓은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잖아요. 그러나 정년퇴직 나이를 높이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훨씬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런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까 질문자가 먼저 회사에 제안을 해보세요. 1년 반 동안 회사에 있으면서 그런 일이 자회사에 있는지도 알아보세요. 그러려면 질문자가 겸손해져야 합니다. 옛날에 한 가닥 했다고 고집하면 사람들이 다 싫어해요. 요즘은 부모도 다 큰 자식한테 뭐라고 하면 다 싫어하거든요. 요즘은 싫다고 말도 안 해요. 그냥 집을 나가버립니다. 부부도 서로가 싫어지면 말을 안 해요. 옛날 사람들은 싸우기라도 했는데 요즘은 안 싸웁니다. 어느 날 보따리 싸서 나가버려요. 싸우는 것도 귀찮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집안 문제는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만약 회사를 퇴직하게 되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말고 내 집에 취업을 하는 거예요. 퇴직하는 날 부인한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여보, 그동안 수고했어. 내가 직장 다닌다고 집안일도 거들지 못하고, 대소사도 당신한테 맡겨놓고, 돈 좀 번다고 큰소리치고 살았는데, 내가 직장을 그만뒀으니까 앞으로 3년은 내가 집안일을 다 할게. 당신은 편안하게 지내.'

다음날 아침부터는 내가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아내의 등도 좀 두드려주고, 식사 후에는 커피도 좀 끓여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데 아내와 왜 싸우겠어요? 그동안 아내는 남편이 직장을 나가니까 밥도 해주고 커피도 끓여주고 신문도 갖다 주고 한 겁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밥 차려라, 뭐 해라, 이러니까 속으로는 '너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옛날에 혼자 집안일의 대소사를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트라우마가 돼서 확 올라오는 겁니다.

옛날에는 돈이라도 버니까 봐줬는데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요구가 많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퇴직금은 내가 벌었지 않냐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퇴직금은 부부 공용입니다. 퇴직금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혼을 해도 딱 반반씩 나누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참았다가 딱 퇴직하는 날 이혼 소송해서, 퇴직금의 반을 가져가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황혼 이혼을 안 당하려면 스스로 반성을 좀 해야 돼요.

집안일을 하면 운동도 됩니다. 그렇게 집에서 일을 거들면서 부인이 여행을 가자고 하면 여행도 가고 그렇게 살면 돼요. 그렇다고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껴 쓰되 집안일을 좀 도맡아 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3년 정도는 이렇게 해야 아내의 한이 풀어지고 마음이 다시 신혼처럼 돼요. 신체 구조상 나이가 칠십이 넘으면 남자는 병들기가 쉽습니다. 여자가 평균적으로 오래 살기 때문에 남자의 병시중을 여자가 해야 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건강할 때 이런 투자를 안 해놓으면 진짜 늙었을 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거예요. 이런 투자를 좀 해놓으면 늙어서 질문자가 병이 나도 덜 미안합니다. 그러니 우선 집안일부터 하세요.

NGO 단체나 봉사 단체에 나가서 작은 소일거리를 하겠다면, 아직 1년 반이 남았을 때 지금부터 봉사를 나가야 됩니다. 미리 연습을 해봐야 해요. 귀농을 하겠다면 퇴직 후 곧바로 귀농을 하지 말고, 지금부터 주말마다 시골에 가서 농사도 거들어주고 하면서 1년 반 후에 하려고 하는 걸 미리 해봐야 됩니다. 막상 해보면 안 되는 게 부지기수예요. 젊었을 때는 실패해도 새로 도전하면 되는데, 늙어서 어떤 사업을 시작해서 실패하면 아주 곤란해져요. 그러니 질문자가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이 육십에 은퇴하면,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되거든요. 과거 30년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살았으니까 앞으로 30년은 세상에 이익을 환원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할 일이 천지입니다. 정토회에 나오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경주 같은 곳에서는 관광가이드를 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분황사 앞에 앉아서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안내해 준다고 하면, 시청에서 약간의 경비를 지급해 주기도 합니다. 월급 수준은 안 되지만 용돈 수준은 지급을 합니다. 이렇게 사회에서 유의미한 일을 찾으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그건 걱정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퇴직하면 우선 아내한테 진 빚을 갚아야 해요. 돈으로 갚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인간관계에서 진 빚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밥을 해준 것은 밥을 해줘서 갚고, 빨래를 해준 것은 빨래를 해줘서 갚아야지, 돈으로 갚는 것은 크게 체감 효과가 없습니다. 빚도 갚고, 가족관계도 풀고, 아이들과 대화도 나눠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잔소리만 하면 쫓겨나기가 쉽습니다. 빚을 갚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약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오프라인 강연이다 보니 질문자들도 청중의 반응을 들으며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분의 질문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퇴직을 앞둔 분도 가볍게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좀 커서 스님이 제안하신 대로 요청하면 회사에서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 같아서요. 그냥 마음 편하게 집에 재취업을 하겠습니다. 가족에게 빚도 갚고, 집중 투자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도서관이나 문화시설 같은 곳에서 봉사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보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스님도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투자를 했을 때 가장 확실한 효과가 나는 곳은 집입니다. 집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의 안전을 가장 잘 담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마치며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낮에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을 텐데, 여러분은 직장을 안 나가는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지, 직장을 빼먹고 왔는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많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오프라인에서 강연을 해보려고 하는데, 직접 참석해 보시니까 온라인보다 낫습니까?”

“네, 좋습니다.”

“정말이요? 오프라인 강연이 점점 많아지게 되어서 저도 좋은 시절이 다 갔습니다. 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조기 은퇴를 했다고 생각하고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잘 살았는데,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다시 세상으로 불려 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어 좋은 시절에 안주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제가 국내에 머물 때는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여러분을 자주 만나보려고 합니다. 다음 달에도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큰 박수와 함께 즉문즉설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선물 추첨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가 추첨권을 뽑아서 번호를 호명하면, 당첨자가 무대로 달려 나와 스님으로부터 직접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선물 추첨 시간을 마치고 곧바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무대 위에서부터 객석까지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의 책 사인을 기다렸습니다.

“스님,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모두 한결같이 스님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사인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계속 지연이 되었습니다. 스님의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길 상황이 되어 급기야 양해를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인을 못 받은 분들은 저녁에 강연을 들으러 또 오세요. 제가 교도소에서 법회가 있어서 지금 출발해야 합니다.”

스님은 양해를 구하고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나왔습니다. 점심 식사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출발했습니다.

서울구치소 초청강연

차는 30분 만에 서울구치소에 도착했습니다. 서울구치소 교정위원 선타스님과 과장님이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바쁘신데도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연을 하기 전에 청사에서 구치소 소장, 부소장님을 비롯한 직원들과 차담을 했습니다.


“법륜스님은 우리 대한민국의 제일 핫한 스님이신데 이렇게 와주셔서 영광입니다.”

“면회는 와봤지만 법문은 처음이네요. 초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곳에 몇 명이나 살고 있습니까?”

“3,500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마약 관련 수용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저도 한국이 이제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소식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참,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못하고 왔습니다. 오전에 강연이 있었는데 30분 늦게 끝나서 바로 왔습니다.”

“아이고, 저희가 얼른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70일 동안 단식도 했는데 한 끼 굶는 게 무슨 대수라고요.”(웃음)

1시 30분이 되어 기념사진을 찍고 청사 내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스님은 30년 전 구치소에서 살게 된 경험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얼마 전에도 제가 이곳에 면회를 하러 왔었거든요. 그런데 여러분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기는 처음이네요. 오늘 제가 특별히 여러분께 해줄 얘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 고통, 의문이 있다면 친구에게 말하듯이 편안하게 대화하면 되겠습니다.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의문이 풀리거나 그 고뇌가 해결이 되면 이것을 법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냥 잡담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법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고뇌가 해결이 되면, 그것이 무슨 대화든 법문이 됩니다. 아무리 고상한 대화도 우리의 고뇌가 해결되지 않으면 잡담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하려고 하지 말고 자기 마음속에 있는 고민에 대해 대화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 40년 전에 구치소에 살게 된 적이 있습니다. 1983년에 집시법 위반으로 서대문 구치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구치소에 들어온 사람들과 같이 지내보니, 다들 억울해하더라고요. 밖에서 볼 때는 ‘저 사람은 어떤 나쁜 짓을 했구나’ 하고 단순하게만 생각했는데, 구치소 안에 들어가 한 공간에서 지내며 얘기해 보니까 전부 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억울함이 있더라고요. 아마 여러분들도 자기 처지에 대해서 다들 억울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억울한 마음이 있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대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억울한 마음, 답답한 마음 등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교도소가 존재하는 핵심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수감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교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는 ‘교화’입니다. 교도소를 나가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아무리 처벌을 한들 뭐해요? 국가 재정만 손실입니다. 여러분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도록 깨우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단박에 깨우치면 단박에 나가게 해 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부처님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도 단박에 깨우쳐서 출가를 시키고 스님이 되게 하셨습니다. 부처님과 같은 안목으로 사람을 교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들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지 죄에 대한 처벌이 핵심은 아닙니다. 처벌은 복수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벌을 받는 것이 아닌 깨우치는 시간으로

교도소를 운영하는 핵심 이유는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마라’, ‘앞으로는 남을 헤치거나 손해 끼치지 마라’, ‘남을 괴롭히지 마라’ 이걸 깨우치게 하는 거예요. 이걸 깨우친 사람은 사실 내일 다 내보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깨우쳤는지 아닌지 보증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형량만큼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겁니다. 교도소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우리나라의 교도 행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너는 잘못했으니 벌 받아!’ 하는 관점은 복수일 뿐입니다. ‘다시는 잘못하지 않도록 깨우쳐서 더 이상 이런 일은 하지 마’ 하는 방향으로 깨우치게 하면 사람들을 이곳에 오랫동안 붙들어 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깨우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나만 억울하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사회에 다시 나가면 똑같은 잘못을 범할 수가 있어요. ‘내가 법을 잘 몰랐구나’, ‘나는 잘한다고 했는데 타인에게는 손해가 됐구나’, ‘이런 행동은 순간적인 즐거움밖에 안 되고 나에게 손해이니 안 하는 게 좋겠다’ 하고 깨우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를 지은 것에 대해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 중에 억울한 사람은 한 번 손들어봐요.”

쑥스러운지 몇몇 분들만 손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오늘 제 이야기가 조금 도움이 됐어요?”

“예!”

“오늘 나눈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부처님께 기도하면 죄를 없애주고, 감형을 해주는 게 아닙니다.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 깨우침을 통해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괴로움 없이 살 수가 있습니다. 괴로움 없이 산다는 것이 바로 열반이에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괴로움이 없는 열반을 증득할 수 있습니다.

열반으로 나아가려면 자기를 합리화하는 쪽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이렇지만, 남이 보면 저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수용하는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뺏겼다고 생각하면 최대한 확보하도록 노력을 하되, 그 결과를 수용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좋은 인생이 아닙니다. 비싼 집에서 잔다고 좋은 인생이 아닙니다. 언제나 안심입명(安心立命)을 하여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도(道)입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만나 뵙겠습니다.”

수감자들 모두 환한 웃음을 보이며 스님에게 박수갈채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늦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JTS 활동가 간담회

오후 4시 30분부터는 인도, 필리핀,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JTS 활동가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했습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스님에게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내년 JTS 사업에 대해 함께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고 있는 스리랑카 구호사업, 태국 국경변에 미얀마 난민들을 돕는 사업, 필리핀 민다나오 사업, 인도 수자타아카데미 교육 사업, 인도 아쌈 지역의 소수민족 지원사업, 상카시아 담마센터 건축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JTS의 원칙과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가 가난한 나라에 가서 좋은 일을 하면 무조건 좋은 결과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건 순진한 생각이에요. 초등학교가 없다고 해서 초등학교를 지어주면 모두가 고마워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생기면 이제 중학교를 보내달라고 요구합니다. 중학교를 안 보내주면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보내주면 대학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대학을 안 보내주면 욕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해코지를 합니다. 그래서 대학을 보내주면 취직을 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취직을 안 시켜주면 해코지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함까지 해서 손해를 끼칩니다.

마을 주민들과 늘 소통을 해야 하는 이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가 능력을 키워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할 수는 없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 방법은 주민들과 계속 소통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마을의 불만을 듣고, 우리의 뜻을 마을에 전달하고, 이런 역할을 계속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이 하는 불평을 늘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도와주었더니 은혜를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불평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불평을 들어야 현실을 알 수 있고, 현실을 알아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마을 주민들 수준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한국에서처럼 편리하게 시설을 갖추어 놓고 살면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가 점점 벌어져서 나중에 큰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건물을 짓더라도 생활은 검소하게 해야 부작용이 없습니다. 우리가 잘 사는 모습을 보면, 마을 주민들이 겉으로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다 욕을 합니다. 그래서 항상 마을 주민들과 균형을 이루어가면서 살아야 합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저녁 7시가 다 되어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 시간대 시청자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이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400석의 자리에 사람들이 가득 찬 가운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7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스님이 청년들과 함께 경주 역사기행을 다녀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객석이 가득 찬 모습을 보고 스님은 다들 어디에서 온 분들인지 확인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살지 않고 지방에서 오신 분이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꽤 많은 분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차비가 많이 들 텐데 돈이 남아돌아요? 뭐 때문에 이 먼 곳까지 왔어요? (웃음) 이게 경상도식 인사입니다. 멀리서 온 분에 대한 반가운 마음을 경상도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느 분이 선물을 사 오면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아이고, 돈도 쌨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표현도 경상도식 고맙다는 인사말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이렇게 역설적 표현을 많이 씁니다. 저도 여러분께 역설적 표현으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녁 먹고 할 일도 없나, 여기 왜 왔어요?” (웃음)

스님의 경상도식 표현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며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는 여덟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13살 연하의 남자와 일 년 동안 만났는데 미래도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13살 연하의 남자 친구와 계속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저는 지금 연애 중인데요. 13살 연하 남자 친구가 있어요. 스님은 결혼을 안 하셨는데 이런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도무지 부럽지가 않습니다.”(모두 웃음)


“다행입니다. 남자 친구를 일 년 정도 만났는데 사람이 너무 괜찮아서 계속 만나고 싶고, 미래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처음 만날 때는 남자 친구가 소개팅을 하거나 다른 여자 친구가 생기면 제가 그냥 양보하기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양보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이 너무 괜찮다 보니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생깁니다. 이 욕심을 어떻게 관리해야 될까요? 지금은 둘 다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연령 차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남자가 나이가 많고 여자가 나이가 적든, 여자가 나이가 많고 남자가 나이가 적든, 다 똑같아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은 나이 차이가 24살입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부인도 나이 차이가 25살입니다. 그런데 마크롱은 부인이 연상입니다. 질문자처럼 13살도 아니고 25살이나 많아요. 그러나 아무도 트럼프와 그의 부인의 연령차이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안 하는데, 유독 마크롱 부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문제 제기를 합니다. 게다가 마크롱은 고등학교 친구의 어머니를 좋아해서 부부를 이혼시킨 후 결혼을 했거든요. 그러니 13살 차이는 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마크롱이 부인한테 아이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쯤 됐으면 두 사람 사이에 정이 멀어질 때가 되었다 싶은데도 부인이 영부인 노릇을 아주 잘하고 있어요. 마크롱 대통령이 나이가 젊은 데도 나라의 수장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부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 치고는 정치력이 굉장히 안정적이잖아요. 물론 그 사람의 타고난 성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부인의 침착함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처럼 연령 차이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질문자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연애할 때는 괜찮은데 남자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게 되면 부모나 가까운 친지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남자는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여자 얘기만 들을 수는 없잖아요. 부모가 반대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들리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질문자는 섭섭한 마음에 남자 친구에게 문제를 제기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겠지요. 남자 친구나 그의 가족이 아이를 원할 경우 두 사람만 생각하면 아이를 입양해도 되는데, 혹시라도 질문자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라면 여기서 또 갈등의 소지가 생깁니다. 연애할 때는 나이 차이가 있어도 상관이 없지만 결혼할 때는 반드시 나이의 많고 적음을 보편적으로 따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두 사람이 헤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이럴 때 질문자는 처음 두 사람이 만나서 약속했던 것처럼 헤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배신감을 느끼면 안 됩니다. ‘그동안 만나서 참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헤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지금 헤어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만나면 됩니다. 이미 처음부터 연애는 가능하지만 오래가기 어렵고, 결혼은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 관계를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만나다 보니 사람이 괜찮아서 자꾸 욕심이 나는 것인데, 욕심을 내게 되면 나중에 고통이 따를 위험이 큽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할 가능성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내 인생에 있어서 큰 고통이 생기겠죠. 그러니 ‘좋은 사람하고 연애를 해봐서 참 좋았다’ 하고 언제든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연애와 결혼은 서로가 좋아서 해야지 혼자서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고, 그 사람이 나하고 함께 못 할 사정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에,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좋지만 결론은 그 사람이 선택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만나다 보면 끝까지 갈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유로 인해 만남을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시고 만남을 유지하면 좋을 것 같아요.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면 지금 좋은 것이 나중에 큰 괴로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련을 내려놓으시면 좋겠습니다.”

“말씀은 맞는 것 같은데요, 마음이 잘 안 내려놓아져요. 나중을 생각하면 슬프고요.”

“인간이 많아야 100살을 사는데 ‘언젠가는 죽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슬퍼서 어떻게 살아요? 나이가 들면 늙는다는 사실을 걱정하면 지금 어떻게 살 수가 있겠어요? 우리의 삶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내일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지, 모레 암에 걸려서 죽을지 알 수가 없어요. 그것처럼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에 질문자가 먼저 죽을지, 남자 친구가 교통사고가 나서 먼저 죽을지, 지금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알 수가 없는 사실을 미리 생각해서 슬퍼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지금 좋음에 만족해야 합니다. 앞으로 같이 살게 되면 기꺼이 같이 살고, 헤어지게 되면 기꺼이 헤어지면 됩니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불안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괴로울 징조를 내포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나중에 고통이 뒤따르게 됩니다. 부처님 법이 아닌 길을 가면 고통은 필연적입니다. 지금 여기에 만족해서 최선을 다해 사시면 좋겠습니다.”

“스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얼마가 되든 만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청중의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달구었습니다. 밤 9시가 넘었지만 한 명의 추가 질문을 더 받았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청중석에서 오늘 참가한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한 분이 손을 번쩍 들고 오프라인 강연에 참석해 본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숙이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과제인데요. 한 달 전에 강연장에 처음 와봤습니다. 100명 정도의 자원봉사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분들은 무슨 이유로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겨줄까, 스님은 어떤 마음으로 살인적인 스케줄로 다니실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내가 내 남편에게 숙이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사과했고 갈등도 잘 풀렸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스님과 봉사자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법문뿐만 아니라 청중들과 봉사자들의 만남을 통해서도 훈훈한 감동이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스님은 사인을 하며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청중들이 강연장을 모두 빠져나가고, 오늘 두 번의 강연을 준비한 강원경기동부 지부의 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스님은 오전과 저녁에 두 번 연속 강연을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수고가 많았던 봉사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많인 시민들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은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2를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정토경전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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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향

스님의 양말과 고무신을 보고 뭉클했습니다.
스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2023-11-11 07:27:21

선우

감사합니다.🙏

2023-11-10 10:46:06

드림하이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의문이 풀리거나 그 고뇌가 해결이 되면 이것을 법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냥 잡담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법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고뇌가 해결이 되면, 그것이 무슨 대화든 법문이 됩니다. 아무리 고상한 대화도 우리의 고뇌가 해결되지 않으면 잡담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

2023-11-09 12: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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