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2 평화재단 창립 19주년 심포지엄, 에나벨 박 미팅
"남과 북의 헤어질 결심, 한반도 평화 만들기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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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창립 19주년 심포지엄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새벽부터 병원에 정기 검진을 다녀왔습니다. 심장과 눈을 검사한 후 눈을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는 평화재단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오후 2시 30분부터 정토사회문화회관 2층에서 심포지엄 발표자 분들과 사전 미팅을 했습니다.

차담을 나누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3시 정각에 심포지엄이 열리는 지하 대강당으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오늘은 평화재단을 창립한 지 19년이 되는 날입니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며 우리 사회의 원로 어르신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시작했지만 아직 평화와 통일의 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오늘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평화재단이 지난 19년 동안 걸어온 역사를 영상으로 함께 본 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대표하여 박종화 목사님이 기조 발언을 해주었습니다.

“심포지엄 제목이 ‘남과 북의 헤어질 결심’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정말 헤어져야 할 때가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일까요? 네타냐후 정권도 그렇고, 하마스 무장 세력도 그렇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는 달라야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가 옵니다. 남한과 북한이 새로 만날 결심을 할 수 있게 그 방법을 여러분께서 찾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이어서 큰 박수와 함께 발표자들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배기찬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발상’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습니다.

“남북은 상호 적대적 의존성에서 벗어나 '각자성'을 확보하고 서로에 대해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은 서로에 대해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는 국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명해야 합니다. 즉, 남북관계가 아니라 한조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남북관계를 현재와 같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잠정적인 특수 관계보다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특수 관계'로 규정해야 합니다. 남북 적대 관계의 근원에는 상대의 정체성 부정, 국가성 부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통일을 빌미로 남북이 상호 국가성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남북 관계가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7월 26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서 제안한 북미 수교와 북한 핵 동결을 협상하자는 안은 현재 시점에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략)

이어서 종합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배 전 사무처장의 발표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서로 오갔습니다. 스님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이정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가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반문하면서 군비 통제 협상을 입구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과 평화의 힘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한국 사회에서 대립되는 담론인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안 심리입니다. 국가는 국민이 갖는 불암감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저는 남과 북이 군비 통제 협상을 통해서 이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협상의 결과는 두 개의 국가론일 수도 있고, 북한 비핵화 담론일 수도 있습니다.”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이미 분단이 되어 살고 있는데 헤어질 결심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고 반문하며,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3조를 언급하면서 “헌법 3조의 영토 규정 폐지가 없는 2국가론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묻기도 했습니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 연구 위원은 “원코리아 정책의 폐기는 민족 동질화 시도를 쓸데없는 일로 만들어 남북을 영원히 다른 나라로 갈라놓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남북 관계의 국가 대 국가 관계로의 전환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우선권에 대한 국제적 사회의 긍정적인 인식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님은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없어보인다”고 전제하면서 “북한의 이런 정책은 결국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나아가 나토와의 협력 체제도 강화해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당과 야당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두 분이 토론자로 나와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북한은 지금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협상 공포증에 빠진 것 같다”고 하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제 제재 해제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향후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남한이 구경꾼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북한에게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가 생겼기 때문에 당근을 주는 정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면서 “북한과 협상을 하는 방법은 북한을 압박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군사 훈련과 대북 전단 살포, 한류 문화의 유입을 위해 위성 인터넷 제공 등을 제시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심포지엄을 시청한 분들에게도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시간을 가진 후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약 두 시간 반 동안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다른 의견을 활발하게 주고받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정말 보기 드문 자리였습니다. 이런 자리를 자주 갖게 된다면 한반도의 평화도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심포지엄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현재 한반도가 처한 현실과 그 원인,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여러 각도에서 말씀해 주신 많은 전문가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동유럽권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이후 1994년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었습니다. 1995년 북한은 최악의 식량난인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경제도 붕괴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였던 당시,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생존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2003년에 개최된 6자 회담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저항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주 관심사였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과 강경 정책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마저도 매우 불편한 입장이었습니다. 북한의 편을 들면 중국과 러시아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되고, 그렇다고 북한을 압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강경 정책과 햇볕 정책을 넘어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남한은 강경 정책과 햇볕 정책이라는 두 가지의 정책을 번갈아 가며 실행했습니다. 붕괴 직전에 몰린 북한에 더 압박을 가하여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강경 정책이고, 위기에 처한 북한을 달래서 항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햇볕 정책입니다. 남한은 이 두 가지의 정책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강경 정책과 햇볕 정책 중 어떤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 논쟁을 할 상황이 아닙니다. 과거에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이 살 길은 오직 미국과의 관계 개선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대결과 갈등으로 인해 북한에게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고, 외교적으로도 위기를 벗어난 유리한 국면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한 다음 북한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과거의 관점을 고수하면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이유

지금 한반도의 가장 큰 위협은 북한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입니다. 북한 대량 살상 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그대로 둔 채 확장 억제 정책을 쓰는 것은 군사⋅안보적인 대응책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확산을 중지시킬 수 있는 실효성은 없습니다. 오히려 대량 살상 무기를 방치하거나 더 확산시킴으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전쟁을 통해서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중지시키는 방법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는 있지만 힘에 의한 문제 해결 방식은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되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이 뒤따릅니다.

결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서 대량 살상 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제안들은 북한에 주는 선물이 아니라 대량 살상 무기 확산 중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보아야 합니다. ‘뭐가 부족해서 북한에 고개를 숙이느냐’, ‘왜 북한에 선물을 주느냐’ 하는 관점에서 보면 안 됩니다. 더 이상 북한에 대한 과거의 정책을 두고 옳고 그름을 논하거나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하지 말아야 합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유연하게 대처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이라는 부담을 가중시켜 그 불안 심리가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되면 많은 불상사를 빚을지도 모릅니다. 학계나 정치계에서 국민들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심포지엄을 마쳤습니다. 스님과 발표자 분들이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발표하고 토론해 준 전문가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심포지엄 도중에, 미국에서 커피 파티 운동을 일으켰고 다양한 시민 참여 운동을 해오고 있는 사회 운동가 에나벨 박이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2016년에 한국을 방문하여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온라인 네트워크와 풀뿌리 시민운동에 대해 여러 강의를 해준 적이 있었는데요. 그 후 7년 만의 한국 방문입니다.

에나벨 박은 심포지엄 내용을 경청한 후 스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지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에나벨 박과 식사를 하며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엄청나게 죽이는 지금 상황에 대해 미국이 용인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가 아니지 않아요?”

“맞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민간인이 너무 많이 죽고 있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왜 이 상황을 용인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AIPAC(유대인공공정책위원회)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 엄청난 돈을 지원하기 때문에 누구도 반대를 못하는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치고 접견실로 이동하여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에나벨 박은 한국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구글 번역 앱을 활용하여 심포지엄을 열심히 경청했는데요. 심포지엄을 듣고 나서 궁금한 점을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은 잘 진행된 것 같다고 보세요?”

“잘 진행된 거예요. 왜냐하면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다 참석해서 토론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어때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처럼 지금 남한과 북한도 서로 강경한 입장을 가진 정부가 대립하고 있어요.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용기가 없어서 발언도 못하고, 제3 세력을 만들지도 못하고 있어요.”

“미국 정치도 지금 미래가 밝지 못해요.”

미국의 정치 상황, 한반도의 평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주간반 시청자들을 위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서울 구치소에서 초청 강연을 한 후 JTS 활동가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하고, 저녁에는 다시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저녁반 시청자들을 위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0/200

바람

남북관계가아니라 한조관계라는 명명이 새롭습니다

2023-11-15 20:30:17

드림하이

헌법 3조

2023-11-09 12:01:42

정유경

나무와 숲을 같이 보시는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3-11-08 05: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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