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1 수행법회
“상대가 진심이 없다고 느껴지면 관계를 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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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과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에는 배추밭에 물을 준 후 부추를 베고 다듬었습니다.

배추를 6000여 포기 심었지만 대부분 죽고 병들어 뽑아버려 올해 김장 축제를 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남은 배추라도 잘 키워 김장 축제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마무리 지어야 할 농사일이 남았지만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부터 5일 동안 서울에서 각종 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4시간 달려 오후 6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생방송을 하기 전에 세면을 한 후 7시 30분에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 저는 약 300명의 청년들과 함께 경주로 역사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첫째 날은 김유신 장군묘, 태종 무열왕릉, 사천왕사지, 선덕여왕릉, 문무대왕의 화장터에 세운 능지탑을 차례대로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가진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둘째 날은 아침에 동해 바다에 가서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보고, 감은사지와 불국사, 황룡사지를 둘러보았습니다. 청년들과 역사 기행을 하면서, 한반도의 동쪽에 치우쳐 있었던 작은 나라인 신라가 어떻게 민족사의 주류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신라가 우리 민족사의 주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야와 전쟁을 치르지 않고 평화적인 합의 통합을 이뤄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청년들과 경주 일대를 산책하면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벼 수확을 끝내고 밭에 보리를 심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한 주 동안 스님이 농사일을 한 모습과 함께 청년들과 경주역사 기행을 다녀온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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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주말에 회원들이 전국 으뜸절과 실천 장소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문경수련원과 연수원, 아도모례원, 죽림정사, 천룡사, 미륵사, 봉림사지, 두북수련원, 정토사회문화회관 등 곳곳에서 봉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봉사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러한 봉사활동이 여러분에게 놀이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사전에 다섯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상대가 진심이 없다고 느껴지면 관계를 단절하는 일이 반복된다며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상대가 진심이 없다고 느껴지면 관계를 끊게 됩니다

“저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 사이가 가까워지면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싫은 점이 보이거나 저에게 진심이 없다고 느껴지면, 심술이 나서 관계를 망쳐 버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때마다 반복되는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그 사람이 싫어지면 관계를 끊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되죠. 뭐가 어려운 일입니까? 보통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갑자기 먹기가 싫어지면 안 먹잖아요. 과일도 먹다가 먹기 싫으면 안 먹고, 옷도 입다가 질리면 안 입잖아요. 안 입는 옷은 아나바다 장터에 내어놓으면 될 일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문제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면 됩니다. 뭐가 문제입니까?

우리의 일상이 다 그렇습니다. 먹는 것이든, 입는 것이든,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그 사람이 좋으면 만나면 되고, 싫으면 안 만나면 되는 일입니다.”

“계속 이렇게 살면 나중에 제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죠. 사람을 만나다가 싫다고 해서 그만두는 일을 반복하면 질문자의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질문자처럼 살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좋고 싫은 마음을 따라가면 과보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싫다고 멀리하면 나중에 혼자가 되는 과보를 받아야 합니다.

오히려 부처님은 가능한 혼자 있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친근하게 지내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괴로움이 많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혼자 있으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사람을 싫어하니까 오히려 잘 됐네요. 주위 사람들을 멀리 떠나보내고 혼자 살면 되니까요.

또한 부처님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혼자 가고 싶어도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 가기가 어려운 일인데, 질문자는 다 쫓아버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혼자서 잘 갈 수 있겠네요. 그래서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외로운 것이 싫어서 고치고는 싶어요. 그런데 심술이 딱 올라오는 순간에 성질이 제어가 안 돼서 사람을 자꾸 쳐내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대신에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됩니다. 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자꾸 먹으면 비만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잖아요. 운동하기 싫어서 운동을 안 하면 근력이 약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잖아요. 술을 먹고 싶다고 자꾸 술을 먹으면 건강을 해치는 걸 감수해야 하잖아요.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을 따라가게 되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합니다. 음식은 많이 먹고 싶은데 살은 안 찌고 싶고, 공부는 하기 싫은데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고, 내 성향과 안 맞는 사람을 내치고 싶은데 많은 사람을 가까이하고 싶고, 이런 것을 모순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 바람은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했으면 그에 따른 과보를 받으라는 거예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공부가 하기 싫어도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살찌기 싫으면 먹고 싶어도 음식을 자제해야 하고, 많은 사람을 주위에 두고 싶으면 싫은 사람도 싫은 내색을 안 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좋다고 할 수 없어요. 다만 이렇게 할 건지, 저렇게 할 건지, 질문자가 선택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공부는 하기 싫으면서 성적은 오르고 싶고, 돈은 빌리고 싶으면서 나중에 갚기는 싫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예요. 어떤 선택은 나쁘고, 어떤 선택은 좋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돈을 빌렸으면 이자를 덧붙여서 갚아야 합니다. 자꾸 음식이 당기면 살이 찌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사람이 싫다고 내쳤으면 나중에 혼자 있을 각오를 해야 하는 거예요. 좋은 성적을 얻고 싶으면 공부가 하기 싫어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봄에 꽃놀이를 가고 싶어도 공부하고, 여름에 더워도 공부하고, 가을에 단풍 구경 가고 싶어도 공부하고, 겨울에 추워도 공부해야 하는 거예요.

어떤 선택이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혼자 있기 싫고 여러 사람과 같이 있고 싶으면 내 성향을 고집하면 안 됩니다. 내 성질을 고집했으면 사람이 떠나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이 떠나는 게 싫으면 내 성향을 고집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내 성향을 고집해 버렸으면 사람이 떠나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이 떠나는 걸 못 받아들이겠으면 싫은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내색을 안 해야 합니다.”

“선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직장에서 직원들의 텃세가 심해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 아버지의 폭행과 폭언으로 어린 나이에 불안증과 우울증을 얻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잘 안 되고, 자주 음주를 하게 되고, 마음을 컨트롤하지 못하겠습니다.

  • 욕구를 알아차리기만 하고 끌려가지 않는 것이 참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지난 법회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불쌍하면 채소를 가져가지 않고 보시만 하는 방법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렇게 했을 경우 채소 파는 분을 모욕하는 행위로 비치지 않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남과 북의 헤어질 결심, 한반도 평화 만들기는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평화재단 창립 19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한 후, 저녁에는 미국에서 커피 파티 운동을 일으켰고 다양한 시민 참여 운동을 해오고 있는 사회운동가 에나벨 박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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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그런데 질문자는 공부는 하기 싫으면서 성적은 오르고 싶고, 돈은 빌리고 싶으면서 나중에 갚기는 싫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예요. 어떤 선택은 나쁘고, 어떤 선택은 좋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돈을 빌렸으면 이자를 덧붙여서 갚아야 합니다. 자꾸 음식이 당기면 살이 찌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사람이 싫다고 내쳤으면 나중에 혼자 있을 각오를 해야 하는 거예요.

2023-11-09 10:58:30

오늘도행복

감사합니다.

2023-11-07 14:46:55

자유

내가 한일에 책을을 져야한다는 말씀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2023-11-07 07: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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