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세 번의 강연이 있고, 그 사이에 계속해서 미팅이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에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조찬을 하고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6층 국제회의장에서 군장병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2박 3일 동안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군장병 행복학교를 진행했습니다. 종교인성 심화교육의 일환으로 군법사님의 인솔 하에 20여 명의 군장병들이 행복학교 수업을 체험했습니다. 오늘은 행복학교 수업을 마무리하며 궁금했던 점에 대해 스님과 함께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즉문즉설을 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종교적인 주제로 대화를 하거나 또는 불교 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의문이 있으면 의문을 얘기하고, 소감이 있으면 소감을 얘기하고, 스트레스나 괴로움이 있으면 그것도 한 번 토로해 보고, 이렇게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야, 이건 이런데 어떠냐?’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얘기하면 되는 자리입니다. 제가 승복을 입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 권위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전통의상이라고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대화에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제 법사님이 여러분들에게 미리 질문을 받는다고 하셔서 제가 미리 질문을 받지 말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즉문즉설은 지금 일어나는 마음을 갖고 대화하면 되지, 미리 고민해서 얘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문즉설은 부처님이 행하신 대화 방식이고, ‘자기 마음을 알아차린다’ 하는 선불교의 직지인심 견성성불을 바탕으로 한 대화 방식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메모를 할 필요도 없어요. 지금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면 됩니다. 가끔 화가 나서 막 욕설을 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런 경우만 제외한다면 어떤 얘기를 해도 좋습니다. 대화의 소재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어요. 그러니 편안하게 얘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군장병들은 정말로 친구가 친구에게 묻듯이 편안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일곱 명이 질문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람을 깊게 사귀기 어려워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사람을 깊게 사귀지 못해 항상 외로움을 느낍니다
“저는 사람을 사귈 때 깊이 친해지지 못하고 벽이 있는 것 같다고 항상 느낍니다. 그래서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딱히 없습니다.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고, 항상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질문을 들어보면 정말로 문제가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가 없는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자꾸 해서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예요.
사람을 사귈 때는 그냥 사귀면 됩니다. ‘깊이 사귀어야 된다’, ‘얕게 사귀어야 된다’ 하는 것을 미리 정할 필요가 없어요. 대화가 되면 저절로 깊이 사귀어지는 겁니다. 내가 ‘깊이 사귀어야겠다’ 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실제로 깊이 사귀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에 대해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공감하는 것이 많아서 깊이 들어갈 때가 있고, 사회 문제를 얘기하다가 서로 뜻이 맞아서 동지가 될 수도 있어요.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을 깊이 사귀어야 되겠다’ 또는 ‘사람을 깊이 사귀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정할 필요가 없어요. 깊이 사귀고 싶다고 해서 깊이 사귀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아무 문제가 없어요. 사귀다가 저절로 의기투합이 되면 깊이 사귀어지는 것이고, 의기투합이 안 되면 깊이 사귀어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 ‘깊이 사귀어야 된다’ 하고 미리 정하면 깊이 사귀어지지 않을 때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나는 깊이 사귀지 않아야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을 만나 깊이 빠져들게 되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미리 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사람을 깊이 사귀고 싶다고 원한다면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됩니다. 사람을 깊이 사귀려면 내가 먼저 접근을 해야 됩니다. 나부터 마음의 장벽을 내려놓아야 해요. 즉, 사람을 사귈 때 이해관계를 너무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화를 하다가 자꾸 이해관계를 따지잖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조건을 체크하면서 사람을 사귑니다. 그러면 깊이 사귀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사람을 사귈 때는 몇 가지 조건은 체크를 하고 사귀어야지, 전혀 체크를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체크를 안 하고 사귀면 자칫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많죠. 그러나 그런 것을 너무 염려하고 경계하면 사람을 깊이 사귀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깊이 사귄다’, ‘안 사귄다’ 이런 것을 정하지 말고 그냥 사귀는 게 좋습니다.
허물없이 지내는 경우는 대부분이 초등학교 친구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상대가 가진 조건에 대해 아무런 체크를 안 하거든요. 어른이 되면 ‘너희 집 아버지는 뭐 하느냐’ 이런 조건들을 따지면서 사람을 만나지만, 초등학생일 때는 부자인지 가난한지 그런 조건을 안 따집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친구들 중에 한 두 명은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위 학교로 올라갈수록 서로 경쟁이 되기 때문에 허물없이 사람을 사귀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질문자는 아직 스물몇 살 밖에 안 되었으니까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다 보면 저절로 어떤 사람을 허물없이 만나게 돼요. 종교적으로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깊이 공감이 되서 사귀기도 하고, 이렇게 살다보면 저절로 그런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또 죽을 때까지 그런 기회가 안 주어져도 특별히 문제가 없어요. 부처님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깊이 안 사귀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군장병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하고 싶은데 유혹에 흔들려요.
사람을 깊게 사귀기 어려워요.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습니다.
얼마 전 상사에게 너무 과하게 혼이 났습니다. 스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나요?
젊을 때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해서 여행을 많이 했는데요. 막상 다녀오니 남는게 없습니다. 의미있는 경험과 의미 없는 경험이 있나요? 어떤 경험을 추천하시나요?
군대 오기 전에 취직을 했었는데 일도 서툴고 인간관계도 서툴렀어요. 전역하면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미래가 불확실해서 걱정입니다.
근심걱정이 많은 성격입니다. 스님은 걱정이 생길 때 어떻게 하시나요?
광활한 우주 속에 인간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즐거움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거움을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행복에는 반드시 괴로움이라는 불행이 따라다닙니다. 이렇게 즐거움과 괴로움이 되풀이되는 것을 ‘윤회’라고 합니다.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아 추구하면 마치 물체에 늘 그림자가 따르듯이 여러분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괴로움이라는 불행이 항상 따르게 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열반’입니다. 요즘 표현으로 한다면 ‘지속 가능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행이 따르는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 없는 행복을 열반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곧 괴로움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들은 즐거움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괴롭지 않은 것이 행복입니다. 건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무엇을 건강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역도 경기에서 얼마나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지, 또는 100미터 달리기에서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이런 것을 두고 건강하다고 표현하나요? 그건 건강한 게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이미 건강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프지 않은 게 바로 건강이기 때문입니다. 성인이라면 성인대로, 어린아이라면 어린아이대로,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어떤 질환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것을 건강이라고 하는 것처럼 행복은 괴롭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럼 괴로움이란 무엇일까요? 화나 짜증, 미움이나 원망, 근심이나 걱정, 불안이나 초조, 방황, 이런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괴로움이라고 합니다. 배가 고프다거나 힘이 든다는 것은 괴로움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 괴로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수행,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어려움이 많이 생기면 이것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싫어하면 그것은 곧 괴로움이 됩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좋은 점이 있음을 알면 괴로움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육체적 고통이 있더라도 마음은 괴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고 해봅시다. 등산하면 다리도 아프고 땀도 나죠. 하지만 보통은 괴롭다고 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쉬어 가면서 간식도 먹고 얘기도 나눕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어 올라갑니다. 하지만 완전군장을 하고 훈련으로 산에 오른다면 마치 죽을 것 같잖아요? 두 가지 상황 모두 신체적으로 힘든 것은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들과 등산하는 것은 자발적인 반면 훈련은 피동적이라는 것입니다.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생각하면 괴로워집니다.
군인이 훈련을 피할 수 없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그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는 겁니다. 매사에 복종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훈련을 피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괴로워하면서 하는 것보다 즐겁게 하는 게 낫잖아요? 그래서 운동장을 뛸 때도 체력단련을 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야 합니다. 수행이라는 건 꼭 명상을 하거나 108배 절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행의 핵심은 ‘긍정적 사고’입니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행입니다.
실수로 백 원의 손해를 보았지만 이를 통해 앞으로 천 원 손해 볼 일을 미리 방지하게 되었다면 백 원은 학습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습비로 백 원을 지출했다고 생각하면 이번 손해는 더 이상 괴로움으로 남지 않습니다. 쓰레기가 아니라 거름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점만 바꾸면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늘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다 존엄합니다. 여러분들은 학교 교육에서 배운 질서라든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질서라든지, 그런 질서들을 기준으로 자기 삶의 기준을 삼습니다. 그 기준들보다 좀 더 위에 있으면 교만해지고, 조금 밑에 있으면 열등하다고 느낍니다. 그런 인생은 언제든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돈이나 권력을 자기 삶의 기준으로 삼지 말고, 항상 자기 마음을 살피며 주변을 평등하게 보는 관점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면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종교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죠. 저는 그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우리를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붓다는 나의 존재를 누구보다도 더 존엄하게 만드는 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것은 종교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점을 좀 더 자각해서 자신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군장병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모두 마쳤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군장병들은 스님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하며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흔쾌히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군장병들은 서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퇴소를 하고 각자의 부대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곧이어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연이어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오후 3시부터는 법사 교육을 받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과 온라인으로 수련을 했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법사 교육을 시작한 지 오늘로 209일째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교육 받고 수행하고 도반들과 서로 탁마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먼저 그 소감을 팀별로 한 명씩 발표를 했습니다. 스님은 행자님들의 소감을 경청했습니다.
소감문 발표를 마치고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자님들은 수행하면서 생긴 의문점을 비롯하여 세상과 정토회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했습니다.
알아차리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일을 잘 진행하는 것을 우선하면 사람이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을 잘 해야 한다’ 하는 전제마저 내려놓아야 할까요? 일과 사람 중에 어떤 걸 더 우선해야 할까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며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도 높아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이 있을까요?
경전 공부를 통해 현대물리학인 상대성 원리와 양자역학이 불교 교리인 공, 무아, 무상, 연기법과 거의 일치함을 이해했습니다. 불교 수행이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이번 베트남 불교상가 위원회의 방문이 향후 베트남 불교 전체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굉장히 의미있는 행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오후 5시가 다 되었습니다.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약속한 시간이 되어서 스님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화엄반 행자님들은 팀별로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진 후 온라인 수련을 마쳤습니다.
오후 5시에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에서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손님들을 배웅한 후 저녁 강연 시간에 맞춰 서울 정토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66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들판에는 일주일 사이에 벼 수확을 다 했습니다. 제가 짓는 논농사도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에 수확을 마쳤습니다. 기계를 이용하니까 정말 빨리 수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추수를 다 하고 밭에 남은 건 가을 김장배추와 무입니다. 날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11월 하순이 되면 또 김장을 하게 되겠죠. 김장을 마치면 이제 올해 농사는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지적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애광원 식구들과 함께 가을 소풍을 가서 경주 불국사, 첨성대, 천마총을 안내했습니다. 그 영상을 여러분과 잠시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 영상 보기
영상 속에는 애광원 식구들이 가을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노래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영상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젊든 늙든,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장애로 인해서 불편을 겪고 있는 분들도 웃으면서 살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그에 비하면 건강한 것만 해도 큰 복입니다. 지금 나의 상황이 복인 줄 알면 사실은 괴로워할 일이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항상 문제를 삼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다섯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이 50이 넘으니 무기력함이 찾아왔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이들 다 키우고 나이 50이 넘으니 무기력해집니다
“저는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생활하느라 바삐 지내오다가 이제는 아이들 모두 성인이 되고 여러 면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도 않고 어떤 결정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50대가 된 나는 예전과 너무 다르게 겁도 많아졌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나이 50이 넘었으면 딱 방향을 정하고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바보가 되어버렸습니다. 30여 년 직장생활에 지쳐 지금은 쉬고 싶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여러 가지 생각해 보지만 갈팡질팡 고민만 하다 맙니다. 잘못된 선택이 될까 봐 아무것도 안 하고, 꼭 해내야 하는 직장 일만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평온한 것 같지만 무기력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 별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질문자는 지금 호강에 받쳐 요강 깨려고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은 ‘몸이 아프다’, ‘직장을 잃었다’, ‘아이가 애를 먹인다’, ‘남편이 애를 먹인다’ 이런 걸로 인해서 고민을 얘기하는데, 질문자는 지금 아무런 사건이 없으니까 '무슨 사건이 좀 생겨야 하는데, 왜 나는 사고가 안 생기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화를 부르는 기도를 하고 있는 거예요. 편안한 것을 오히려 지루하다고 느끼면 곧 화가 닥칠 겁니다. 그래서 그 일을 수습한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생기가 돌고, 선택하기 싫어도 선택을 하게 됩니다. ‘무슨 선택을 할까’ 이런 걱정을 한다는 것은 질문자가 지금 편안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얘기예요.
편안한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되는데, 오히려 편안한 것을 문제로 삼으니 곧 무슨 재앙이 좀 닥쳐야 문제가 해결되는 겁니다. 그래야 생기가 돌게 되니까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정신없이 바빠져야 사람은 생기가 돕니다. 그래서 지금 질문자의 생각은 썩 바람직한 생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컸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선택을 한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까 돈도 벌어야 되고, 승진도 해야 되고, 여러 가지 욕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컸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 나이에 새삼스럽게 승진을 하거나 사업을 크게 벌이거나 그럴 일이 없잖아요. 퇴직하기 전에 마무리만 좀 해주면 되니까 쫓겨나지 않을 정도로만 적절하게 일하면 될 것이고, 설령 나가라고 하면 직장에 30년이나 다녔으니 퇴직금이든 국민연금이든 충분하니까 사는 데 문제가 없을 거잖아요. 할 일 없으면 집에서 차나 마시고, 앞으로 누웠다가 뒤로 누웠다가 하면서 지내도 되고, 또 바깥에 갈 일 있으면 나가면 되잖아요.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야 될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하고, 안 생기면 안 하고, 그러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지금 왜 새삼스럽게 나이 50이 넘어서 새로 선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지 얘기해 봐요.”
“직장에서 나가라고 하면 할 수 없이 나와야 되지만, 나가라는 소리를 안 하면 나가라고 할 때까지 직장을 다니는 게 좋아요. 덜컥 직장을 나와서 있어 보면 또다시 무료함이 느껴질 수가 있고, 그래서 새로 직장을 구하려면 이만한 직장을 구할 수가 없고, 보상도 그만큼 안 되고, 낯선 곳에서 새로 적응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후회가 막심해질 거예요. 그러니 직장은 완전히 중병이 들어 도저히 못 다닐 정도가 아니면 그냥 다니는 게 좋습니다. 직장에서 나가라고 하면 그 때 나오면 됩니다. 내가 선택할 필요가 없어요.
때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으면 그때 그만두면 됩니다. 그때는 아쉬워하지 말고 기꺼이 '30년 동안 잘 벌어먹고 살았습니다' 하고 그만두면 돼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밥값만 하면서 직장을 다니면 됩니다. 출근시간 맞춰 출근하고, 퇴근시간 맞춰 퇴근하고, 더 욕심낼 것도 없고, 그렇다고 농땡이 칠 것도 없고, 월급을 받으면 월급 값은 해야 되니까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은 지켜서 일을 하고, 그렇게 적당하게 지내는 게 좋습니다. 또 어떤 선택이 어려워요?”
“최근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 있었는데, 지나놓고 보니까 정반대로 선택해야 했더라고요.”
“심사숙고를 하니까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심사숙고할 필요 없이 되는 대로 그냥 선택하면 돼요. 되는 대로 인연 따라 지내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스님께서 화를 부르는 기도를 하고 있다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편안한 것에 감사한 줄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난 후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절망에 빠지지 말고, 넓게 보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를 3시간 30분 달려 새벽 1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하고, 이어서 지난 9월에 입학한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한 후, 오후에는 청년들과 함께 경주 역사기행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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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그래서 운동장을 뛸 때도 체력단련을 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야 합니다. 수행이라는 건 꼭 명상을 하거나 108배 절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행의 핵심은 ‘긍정적 사고’입니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