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0.20.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 2일째, 봉암사, 정토수련원
“ADHD 장애를 가진 손녀를 위해 무슨 기도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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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VBS)가 정토회를 방문한 지 2일째 되는 날입니다.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6시 20분에 지하 1층 식당에서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서울 공동체 대중은 스님과 함께 발우공양을 하고,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은 무대 위에서 상공양을 하였습니다.

공양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스님이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정토회 공동체 대중은 매일 하루 한 끼는 불교의 전통 방식으로 발우공양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밑에서 발우공양을 할 테니까 스님들께서는 식사를 하시면서 저희가 발우공양을 어떻게 하는지 참관만 하세요.”


죽비 삼성과 함께 발우공양을 시작했습니다. 소심경 게송에 맞추어 밥을 푸고 국을 뜨고 반찬을 담아 식사를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서울 공동체 대중 모두가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 모두에게 삼배의 예로 인사를 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다녀가십시오.”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은 봉암사로 출발하기 위해 짐을 챙기러 숙소로 올라갔습니다. 틱 티엔 논(Thich Thien Nhon) 큰스님은 오늘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스님은 먼저 떠나는 큰스님을 위해 지하 강당과 옥상 법당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더 오래 계셔 주세요.”

“저도 한국에 오기 쉽지 않은데 더 오래 있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오십시오.”

1층에서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7시에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출발했습니다. 8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어제처럼 인천공항공사에서 귀빈실을 준비하여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틱 티엔 논(Thich Thien Nhon) 큰스님과 귀빈실에서 잠시 차담을 했습니다.

“베트남에는 스님이 얼마나 있습니까?”

“비구, 비구니를 합해서 5만 5천여 명 됩니다.”

“앞으로는 여성들이 똑똑해지니까 비구니들에게 역할을 많이 주세요.”

스님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큰스님은 베트남에 스님을 초청했습니다.

“오는 2025년 베트남에서 UN 베삭데이를 개최합니다. 그 행사에 법륜 스님을 꼭 초청하고 싶습니다.”

“네, 조계종 총무원장님과 함께 저도 참석하겠습니다. 시작하는 게 어렵지 이번에 한 번 만났으니까 앞으로는 만나기가 쉬울 겁니다.”

이번 방문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베트남 불교와 한국 불교의 교류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고, 큰스님을 출국장까지 정성껏 모셔다 드렸습니다.


큰스님이 무사히 출국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스님은 서둘러 차를 타고 문경 봉암사로 향했습니다.

한편 베트남 불교상가 위원회 방문단은 8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차로 2시간을 달려 10시에 문경 봉암사에 도착했습니다.


봉암사는 조계종 종립선원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오직 참선하는 스님들만 오롯이 정진을 하는 곳인데요, 오늘은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을 위해 특별히 방문을 허용해 주었습니다.


"이 분이 법륜 스님에게 큰 가르침을 주신 서암 큰스님입니다. 이곳 봉암사에 조실로 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이 도착하자 봉암사에서 스님들이 나와 곳곳을 자세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봉암사를 한 바퀴 둘러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선유동 정토연수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스님도 선유동 정토연수원에 도착하여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을 맞이했습니다.

식사를 준비해 준 봉사자들이 길 양쪽에 도열하고 서서 차에서 내리는 베트남 스님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 예쁘게 세팅 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이 반찬을 뜨면서 봉사자들에게 웃으며 한마디를 했습니다.

“왜 이렇게 반찬을 많이 차렸어요? 정토회 스타일은 소박한 것인데...” (웃음)

베트남 스님들은 정성스러운 환대에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음식들을 접시에 담은 후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한 후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이 음식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과 연수원에 상주하는 법사님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 분들이 오늘과 내일 아침까지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봉사자들입니다.”

“감사합니다.”

봉사자들은 베트남 스님들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베트남 불교상가 위원회 방문단은 곧바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가장 먼저 대웅전을 참배했습니다. 계단을 올라 어간을 열자 문경 공동체 상주 대중들과 오늘 봉사를 하러 온 대중들이 베트남 스님들을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베트남 스님들은 사홍서원을 짧게 외우며 불상을 참배했습니다. 이어서 대중들이 베트남 스님들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이 대중들을 짧게 소개했습니다.

“이 분들은 정토수련원에 사는 분들입니다. 이곳에서는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수련 등 각종 수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0일 동안 출가수행을 해보는 프로그램인 '백일출가'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어서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를 대표하여 부위원장인 틱 후에 통(Thich Hue Thong) 큰스님이 법문을 짧게 해 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법륜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하여 수행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참 감동적입니다. 눈먼 거북이가 500년에 한 번 바다 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데 그때 바다를 떠다니는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나는 것처럼 불교를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 좋은 인연을 만났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하고 평화로운 정토 세상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대중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법문을 새겨 들었습니다.

다 함께 대웅전 앞 계단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문경 수련원 곳곳을 이동하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곳은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인데, 저희들이 단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소박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대웅전 아래로 내려가면 깨달음의장을 진행하는 수련장이 4개 있습니다. 반대편으로는 대중이 살고 있는 요사채가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큰 강당이 있는데 초창기에 돈이 없어서 조립식으로 지은 것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희양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대강당을 둘러본 후 요사채가 있는 곳을 향해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가는 길에 샘이 하나 있는데 스님이 그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봉암사에 가서 부목 생활을 했습니다. 부목 생활을 마치고 정진을 이어가기 위해 이 산 아래에 텐트를 치고 명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산에 땅을 가진 청년이 저를 찾아와서 땅을 좀 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샘물을 페트병 15개에 담아 가서 서울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병에 50만 원씩 보시를 받아서 그 돈으로 이 땅을 샀습니다.”

베트남 스님들은 정토수련원이 시작된 스토리를 듣고 크게 웃었습니다.

다음은 대중이 생활하는 요사채로 이동했습니다.


“이 집은 ‘백화암’이라고 부르는데, 제가 직접 지은 집입니다. 마을에 내려가서 허물어진 빈 집을 뜯어 와서 이 백화암을 만들었어요. 마을에 사는 부부가 이 집을 짓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흙으로 만든 집이에요.”

“베트남에서도 옛날에는 이런 흙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여기서 똥을 누면 그 똥이 아래에 전부 모입니다. 그 똥을 발효시켰다가 농사지을 때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통역을 하는 각려효 스님은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힘들어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수행자가 ‘불구부정’이라는 말도 몰라요?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는데...” (웃음)

이어서 깨달음의장을 진행하는 제3수련장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여기서 깨달음의장 수련을 진행합니다. 부자들 중에 여기 와서 수련을 하고 싶어 하는데 화장실이 불편해서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호텔처럼 꾸며 놓고 수련에 참가할 수 있게 해 주면 안 되냐고 요청도 많이 합니다. 시설만 보완해 주면 참가비를 10배 더 주고 하겠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조건에서 수련을 해야 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수련을 하는 데 좋은 시설이 왜 필요합니까? 불편하면 오지 말라고 대답했습니다."

틱 후에 통(Thich Hue Thong) 큰스님은 갑자기 스님의 낡은 가사를 보고 한 마디를 했습니다.

“이런 자본주의 국가에서 스님처럼 검소하게 사는 분은 참 뵙기 힘듭니다. 이렇게 낡은 가사를 입으시고, 음식도 소박하게 드시고, 주무시는 곳도 평범하시고, 이런 모습을 보니까 대중들에게 법문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시니까요. 스님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시면서 타 종교인을 돕고 현대식으로 전법을 하고 계시는 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참 검소하게 사시네요. 정말 존경합니다.”

틱 후에 통(Thich Hue Thong) 큰스님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스님은 큰스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상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명상원에서는 명상 수련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온라인 명상수련과 생방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스님들은 방송에 대해 무척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서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무척 재미있어했습니다. 한 분씩 화면에 나온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것으로 문경 수련원 안내를 마친 후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온라인 방송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온라인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사무국 부국장 틱 민(Thich Minh An) 스님이 온라인으로 전환한 정토회의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온라인 전환 과정에 대해 몇 가지 참고해야 할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서 한꺼번에 5천 명이 법회를 들어도 장소에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명상도 자신의 집에서 하면서 온라인으로 명상 지도를 받습니다. 과거에는 1000명이 동시에 명상을 할 수 있는 건물을 지으려고 설계까지 했는데, 온라인으로 전환하니까 그런 건물이 전혀 필요 없어졌습니다.

물론 온라인으로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법회를 하니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고, 지구 저편의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젊은 층의 참여는 늘어나는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은 접근을 못해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모임을 조금 더 보완해야 합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토회 회원이 되면 복을 비는 기도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수행을 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형식만 온라인으로 바뀐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닙니다. 콘텐츠와 온라인이 결합이 되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온라인 기술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베트남 스님들은 내년에도 스님이 베트남에 와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장소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문경 수련원을 출발하여 다시 선유동 연수원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베트남 스님들은 각자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하면서 베트남 불교의 현황이 어떠한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승적을 갖고 있는 모든 스님들의 정보를 어떻게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체계적인 행정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는지, 남부 크메르 민족이 사는 지역에서 불교가 어떻게 발전하고 유지되고 있는지, 불교대학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등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어제는 스님이 정토회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오늘은 베트남 스님들이 베트남 불교에 대해 스님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베트남 불교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테라밧다 불교는 사람들과 굉장히 밀접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리랑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테라밧다 불교는 사회변화에 따라 앞으로 점점 위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동남아에 계신 많은 스님들께 사회변화에 따른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우리는 한국처럼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기 때문에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통사회가 계속 유지된다면 그분들의 얘기가 맞습니다. 하지만 전통사회가 붕괴하면 위기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주로 세 가지 위험을 말씀드립니다.

첫째, 학생입니다. 학생들은 집을 떠나 도시로 유학을 갑니다. 기독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노래나, 컴퓨터, 춤 등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금방 물듭니다.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전통불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노동자입니다. 노동자들도 전통문화가 있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일이 힘들고 친구도 없어서 외롭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 재정 지원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위안을 주면 마음이 흔들려서 전통불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 나간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것은 대부분 기독교 단체입니다. 그러면 점점 기독교에 마음이 기웁니다. 또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도 기독교 단체에서는 많은 지원을 합니다. 스리랑카 스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에 간 노동자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평합니다. 베트남에서도 이런 위험이 존재합니다. 한국에 절을 하나 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조금 더 집중해서 노력해야 할 문제입니다.

셋째, 여성들입니다. 교육받은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들은 평등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라밧다가 비구니 제도를 계속 허용하지 않으면 그들은 불교가 성차별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똑똑한 여성들은 기독교로 전향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니까 다행이지만, 앞으로 이런 현상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유의하셔야 합니다. 앞으로 30년은 베트남에서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회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불교의 상황을 통해 여러분은 그 교훈을 삼을 수 있습니다. 현재 조계종은 전국의 큰 사찰을 거의 다 소유하고 있습니다. 사찰 관광 수입만 해도 엄청납니다. 사찰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정부지원금만 해도 많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나씩 갖추어 나가고 있는 전산시스템, 불교대학, 불교병원, 불교방송국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불교 신자는 계속 줄어듭니다. 그것도 굉장히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승려 수의 감소는 훨씬 더 빠릅니다. 이런 현상을 재정 지원이나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찰 운영이 계속 어려워지면 정부의 재정 지원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 신자 관리에 소홀해집니다. 이렇게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불교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반대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전체 종교 인구는 줄어드는 가운데 기독교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으니까요. 만약 지금 당장 정부가 재정 지원을 끊는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불교는 문화재 관리 명목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부족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꾸 사업을 벌입니다. 예를 들어 채식 사업이나 문화사업 등으로 자꾸 에너지를 씁니다. 그러면 사찰이 일반회사 같은 사업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신자들을 잃을 겁니다. 그러면 이것은 그저 사업일 뿐이지 부처님의 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종교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믿음이 아니라 바른 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을 돈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먼저 그들의 고통을 듣고 도와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보시를 하게 됩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이 먼저 법을 설하시면 거기에 감동한 대중이 공양을 올렸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현대사회에 가장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부처님의 삶, 그분의 일생에 대해 정말 진지한 태도로 새로 공부해야 합니다. 이것은 테라밧다와 마하야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가르침이 절실합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은 것이 연기법입니다. 연기법이란 이 세상 만물이 모두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현재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연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구의 가치관을 따라왔습니다. 서구 문명은 선진이고 우리는 후진이라고 생각했고, 서구화되는 게 곧 선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서구 문명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구 문명의 한계, 기독교 문명의 한계, 자본주의 문명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교리를 그저 외우거나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것을 고집해도 안 되고, 이것과 저것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어떤 것이 정말 바른길인지 찾아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중도’라고 합니다.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세계관이 바로 ‘연기’입니다. 우리는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적절한 방법을 찾는 중도적 입장에 서야 합니다.

연기가 곧 공이며, 연기가 곧 무아와 무상입니다. 무아와 무상이 공입니다. 그래서 대승과 소승이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관념을 가지고 진리를 증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 선불교의 핵심 사상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일어나기 이전의 관점에서 오늘날 현대과학까지 수용해야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대과학,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기독교 사상까지 다 배웠습니다. 이것들을 융합해서 다음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사성제입니다. 고성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각하는 것입니다. 집성제는 그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멸성제는 그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면 괴로움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도성제는 재발을 막으려면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여덟 가지 바른길을 뜻하는 팔정도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불교 사상에 기반해서 사람들의 고뇌와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기독교 또는 불교라고 하는 종교적인 인식을 뛰어넘어 진리를 보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종교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데, 불교와 기독교가 서로 논쟁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종교가 세력을 잃어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그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불교인들이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관점에 서면 좋겠습니다.

저는 원래 과학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승님을 만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출가했습니다. 저는 불교가 굉장히 과학적이어서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불교는 너무 허황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현실의 불교가 진짜 부처님의 가르침인지 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경전을 살피며 부처님의 일생을 새로 보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새로운 길을 찾으셨습니다. 부처님은 종교인이 아니라 진리를 말씀하신 분이셨습니다. 말씀만 하신 것이 아니라 실제 행하신 분이었습니다. 당시는 계급사회였는데도 계급 차별을 부정하시고 모두가 평등한 상가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여자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던 시대임에도 비구니 제도를 인정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시 사회에서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관점에 서서 정토회를 시작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늘 밥은 얻어먹고 나무 밑에서 주무셨습니다. 왕들이 어떤 도움을 제안하더라도 받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고뇌를 풀어주고 바른길을 제시하셨습니다. 당시 장자라고 하는 재벌들에게도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인류의 미래 문명을 바르게 제시하는 부처님 본래의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승려교육은 4년 과정이지만 이 과정을 마쳐도 이런 비전을 갖기 어렵습니다. 불교 내부에서는 유효하겠지만 일반 사회에는 활용도가 낮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여러 학문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과 그 행을 따르는 방향으로 교육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을 여러분들이 좀 더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연구해야 합니다. 지위가 있는 스님들은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잘 안 합니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 승단의 임원들인 여러분께서 이런 문제에 높은 관심을 두시니 굉장히 희망이 느껴집니다.

오늘 여러분 덕분에 베트남 불교에 대해서 잘 알게 됐고, 또 베트남 불교의 건강한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구경만 하고 가실 줄 알았는데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참 좋은 대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를 대표하여 부위원장인 틱 후에 통(Thich Hue Thong) 큰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한국불교와 베트남 불교의 장단점에 대해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베트남 불교의 정체성과 운영, 여러 가지 시스템 제도 등에 대해 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불교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해서 정책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법륜스님 말씀대로 전통 사회의 붕괴는 우리에게 위험이 될 것 같습니다. 잘 짚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사성제, 연기법, 중도, 공 사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더 필요한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 돌아가면 스님의 말씀을 정책에 잘 반영하겠습니다. 우리 불자만이 아니라 베트남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어떻게 잘 전할 수 있는지 연구하며 진행해 보겠습니다.”

끝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다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스님은 베트남 스님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저녁에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강연을 해야 해요. 강연을 얼른 하고 다시 돌아올게요. 그 사이에 여러분들은 정토회에 대한 영상 자료를 좀 보고 계세요.”

스님은 곧바로 연수원을 출발하여 문경 수련원 명상원 방송실로 이동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5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과 질문자들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손녀가 ADHD 장애를 갖고 있다며 손녀를 위해 어떤 기도를 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ADHD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13살이 된 손녀가 있습니다. 5살부터 틱 장애를 가지고 있던 손녀는 1년 전부터 성격과 행동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손녀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받고 지금은 치료 중입니다. 할머니로서 손녀를 위해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기도한다고 해서 아이의 병이 낫는다면 의사가 왜 존재하겠어요? 절이나 교회에서 기도만 하면 되죠. 병이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라고 해서 모든 병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는 사람들의 마음이 답답할 때 위안이 되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종교가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가 할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도를 열심히 했더니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거나, 사업이 잘되었다거나, 병이 나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기도만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믿는다면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거나, 사업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기도만 해서 병이 낫는다면 병원이나 의사의 존재도 불필요합니다. 바라는 것을 이루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다스려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종교의 역할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보기에 의사의 실력이 부족해서 아이의 치료에 진전이 없다고 판단되면 병원을 옮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병원에 가든 저 병원에 가든 현대의학으로서는 병의 완치는 어렵다고 보는 상황이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질문자가 ‘그래도 꼭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급하고 답답한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질문자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덩달아서 위축감을 느끼게 됩니다. 계속해서 아이의 병을 ‘장애’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아이가 문제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열등의식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이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치료를 해보되,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면 마음을 바꿔야 합니다.

‘안 죽고 살아있으니 이만하면 다행이다’

장애가 심하거나 죽는 사람에 비하면 우리 아이는 스스로 걷고, 먹고, 똥을 누는 것만으로도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내면 가족들은 오히려 ‘괜찮다’, ‘이만하기 다행이다’, ‘지금 상태로도 네가 자랑스럽다’, ‘지금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위축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병을 완치시키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을 부리면 질문자 자신도 괴롭고, 아이도 위축감이 듭니다. 수행은 그런 욕심을 버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만하면 다행이다’, ‘이것도 모두 부처님의 가피다’ 하고 생각할 때 나의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이것이 수행이고, 종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절에 다니면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하고 기도하고, 교회에 다니면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은혜로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하시면 됩니다. 그래야 아이의 정신건강이 좋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빨리 낫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게 되면 아이의 병이 잘 낫지 않는 것을 보고 질문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병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좋은 법문 잘 들었습니다. 과거의 손녀의 모습만 생각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마음을 내려놓고, 손녀에게 사랑만 주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질문자도 결혼생활 하면서 남편이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었잖아요. 그래도 부족한 대로 같이 살았잖아요. 아이들도 키우다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항상 감사의 기도를 하면서 ‘안 죽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에 아이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불평하면 ‘공부를 잘하고 똑똑한 것보다는 네가 살아있고 행복한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하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아이가 위축되지 않게 괜찮다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어떻게 하면 엄마가 냉장고를 정리하게 할 수 있을까요? 문을 열면 떨어지는 음식물과 진동하는 냄새 때문에 정리하고 싶은데 엄마가 원치 않으세요.

  • 남자 친구와 성격 차이 때문에 결혼하면 갈등이 예상됩니다. 특히 시댁에서 결혼 전 서류들을 요구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스님은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니 억울해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죄 없는 아이들이 억울하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다 되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서둘러 다시 선유동 연수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베트남 스님들과 이야기를 더 나누려고 했지만, 다들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있었습니다. 내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스님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경주로 이동하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절인 불국사를 안내하고, 점심에는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여 농장과 재활용 센터를 둘러본 후, 오후에는 파주로 이동하여 재한 베트남 사찰을 격려 방문하여 법회를 하고, 저녁 늦게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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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

이만하기 다행이다는 말씀, 새기겠습니다

2023-10-30 15:00:49

법화행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시는 스님께서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손녀의 ADHD를 걱정하는 할머니에게 해주신 말씀 저도 깊이 새기겠습니다. '이만하니 다행입니다.'

2023-10-26 01:24:27

드림하이

바라는 것을 이루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다스려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종교의 역할입니다."

2023-10-24 23: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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