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0.21 베트남 불교상가 위원회 방문 3일째, 불국사, 재한 베트남 사찰 방문
“시골 폐교에 살아도 전 세계와 소통이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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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VBS)에서 정토회를 방문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문경 선유동 정토연수원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4시 30분에 연수원 상주 대중과 함께 예불을 한 후 식당으로 이동하여 베트남 스님들과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5시 10분에 연수원을 출발해 경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으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 7시 40분에 불국사에 도착했습니다. 오전에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절인 불국사를 참배하기로 했습니다.

일주문 앞에 세워진 지도 앞에서 스님의 설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국사를 안내하지만 올 때마다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안내해 줍니다. 오늘은 베트남 스님들이 알아듣기 쉽게 불교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을 했습니다.

“이 절은 1300년 전에 지어진 절입니다. 그런데 400년 전에 일어난 임진왜란 때 일본 군대가 불을 질러서 건물이 전부 소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400년 전에 일부만 복원이 되었다가 50년 전에 나머지를 모두 복원했습니다.

이 절은 스님들이 지은 절이 아니라 재가 신자가 지은 절입니다. 스님들이 절을 지으면 자신들의 종파를 중심으로 절을 짓습니다. 그러나 이 절은 재가 신자가 절을 지었기 때문에 여러 종파의 모습을 합해서 절을 지었습니다.

여기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시는 사바세계이고, 법화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세계이고, 정토삼부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비로자나 부처님이 계시는 연화장 세계이고, 화엄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천태종의 사상, 정토종의 사상, 화엄종의 사상이 모두 합해진 곳입니다. 재가 신자이니까 종파를 생각하지 않고 불교에서 좋은 건 다 합한 거예요.” (웃음)

베트남 불교도 융합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불국사의 창건 배경에 베트남 스님들도 모두 흥미로워했습니다.


천왕문을 지나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 도착했습니다.


“곳곳에 경전을 근거로 해서 절을 지었어요. 경전에 따르면 부처의 세계로 가려면 33천을 지나야 합니다. 그래서 계단을 33개로 만들었습니다. 이 계단은 국보입니다.”

스님은 불국사의 축대에서 배울 수 있는 모자이크 붓다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기 위해 대웅전 앞마당으로 올라갔습니다.

“33천을 지나면 자하문을 지나 부처의 나라에 도착하게 됩니다. 부처의 나라는 신성하기 때문에 붉은 안개가 서려 있다고 해서 문의 이름이 ‘자하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묘법연화경에 근거해서 모든 것을 배치했습니다. 묘법연화경 11품 견보탑품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을 하실 때 땅에서 보배의 탑이 솟아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이 모두 진실이라고 증명을 했습니다. 그것을 상징해서 이 탑을 다보탑이라고 합니다. 화강암으로 만들었는데도 마치 나무로 만든 것처럼 아주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밑에 사각 모서리는 사성제를 뜻하고, 그 위에 팔각 모서리는 팔정도를 뜻하고, 그 위에 동그란 원은 깨달음을 뜻합니다. 반대편에 석가탑이 있습니다. 보통은 탑이 한 개만 있는데 두 개의 탑을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석가탑 앞으로 가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이 탑이 모든 한국 탑의 정형이 되어서 대부분의 한국 탑이 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가 나왔습니다.

탑의 주변에 연꽃 모양의 자리가 8개 보이죠? 이것은 부처님이 앉았던 연화좌를 의미합니다. 법화경에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을 하실 때 온 세계에서 부처님과 보살들이 설법을 들으러 왔습니다. 8개의 연화좌는 온 세계에서 오신 수많은 부처님들이 앉았던 자리를 상징합니다. 탑 주위에 8개의 연화좌가 있는 것은 석가탑 밖에 없습니다.”

대웅전을 참배한 후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기둥 위 천장 사이에는 여러 동물 조각이 있어서 베트남 스님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흰 코끼리와 용이 보에 걸쳐 있었고, 앞쪽 기둥에는 사자가 걸쳐 있는데 사자의 등에는 업경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대웅전을 나와 무설전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담장 너머로 불국사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담겼습니다.


“이곳이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여러 개의 처마가 한꺼번에 보이죠?”

“Đẹp quá”
(아름답습니다.)

관음전을 보고, 비로전을 지나, 나한전을 본 후 마지막으로 극락전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축대가 나타나서 스님은 모자이크 붓다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기둥 사이에 작은 돌들을 많이 쌓아 놓았죠? 여러분들이 이런 기둥 역할을 하고, 신자들은 기둥 사이에 돌과 같은 역할을 하면, 부처의 나라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오케이!”

베트남 스님들은 ‘오케이!’ 하고 크게 대답했습니다.

극락전 앞에는 돼지 모양의 동상이 있어서 모두가 의아해했습니다. 스님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극락전 현판 뒤에 돼지 모양을 한 조각이 있었는데 그동안 현판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보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어느 해가 돼지띠의 해였는데, 한국에서 돼지가 복을 상징합니다. 돼지띠의 해에 누가 간판 뒤에 있는 돼지 모양의 조각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돼지를 보려고 자꾸 모여들어서 결국 이 돼지 동상을 여기에 세운 겁니다. 불교와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베트남 스님들은 돼지를 만지며 아주 재미있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화교와 칠보교 앞에 도착했습니다. 불국사를 배경으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개인별로도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불국사의 풍경이 한눈에 보여요. 함께 사진을 찍고 갑시다.”

불국사를 두 시간 동안 둘러보고 두북 수련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차로 30분을 달린 후 먼저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농막 앞에 내린 후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여기 왜 왔는지 궁금하시죠? 여기에서 제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2헥타르는 논농사를 짓고 있고, 2헥타르는 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곳 시골 마을에서는 제가 가장 젊습니다. 나이가 팔십이 넘어야 노인이지 그 밑으로는 노인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을 얻어서 제가 농사를 짓고 있어요.”

스님의 설명을 듣고 틱 낫 뜨(Thich Nhat Tu)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저도 이 마을에 오면 청년이니까 땅을 받을 수 있겠네요. 저한테도 땅 좀 주세요.”

“뜨 스님이 이 마을에 오면 제가 노인 취급을 받기 때문에 안 돼요.” (웃음)

베트남 스님들은 농기구를 하나씩 만져보며 무척 재미있어했습니다.

“이건 씨앗 심을 때 사용하는 기구예요.”

비닐하우스 안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여기는 고추 농사를 짓고 있어요.”

비닐하우스를 나와 다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지금 가는 곳은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인데 폐교가 되어서 그걸 재활용하여 정토회가 사용하고 있어요. 거기서 점심을 먹겠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자 공동체 대중과 자원봉사자들이 양쪽으로 도열하여 베트남 스님들을 반갑게 환영 해주었습니다.

시골 폐교에 살면서 전 세계와 소통을

베트남 불교승가 위원회 방문단은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학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방송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렇게 시골 폐교에도 방송실만 꾸며 놓으면 전 세계와 소통을 할 수 있어요. 도시에 빌딩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여기서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방송실에서 강의를 합니다.”

베트남 스님들은 시골 폐교에서 전 세계와 소통한다는 스님의 말에 크게 감명을 받은 듯했습니다. 법당에서 대중들이 기다리고 있는 데도 방송실 곳곳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법당으로 들어가자 두북 공동체 대중들과 오늘 행사를 준비하러 온 봉사자들이 베트남 스님들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부위원장 스님의 법문을 짧게 청해 들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복도를 걸으면서 공동체 대중이 살고 있는 방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가 남자 대중이 사는 방이에요. 1인당 옷장 하나씩 배정을 받아서 삽니다.”

수련실에 도착하자 봉사자들이 정성껏 차린 음식이 예쁘게 세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두북 수련원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물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인 '살리고센터'를 둘러보았습니다. 옷, 신발, 가전제품 등 많은 물품들이 있었지만, 베트남 스님들은 목탁, 염주, 죽비 등 불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염주를 하나씩 선물로 드린 후 살리고센터를 나왔습니다. 두북 수련원 앞에서 스님과 일대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법륜 스님이 다닌 학교라고 하니 여기서 꼭 기념사진을 찍어야 해요.”

원래는 법주사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재한 베트남 사찰을 방문하고 싶다는 베트남 스님들의 요청으로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재한 베트남 사찰이 파주에 있기 때문에 경주에서 파주까지 360km를 달려가야 합니다.

두북 수련원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서둘러 파주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차 안에서 스님은 호치민 불교대학 상임부총장이자 이번 방문 일정을 총괄한 틱 낫 뜨(Thich Nhat Tu)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분이 왔나 했더니 다 중요한 분들이 오셨군요. 준비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그분들이 스님께 꼭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베트남에 오실 수 있으면 언제든지 한 번 와주세요.”

“네, 불법을 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고속도로를 5시간 동안 달려 저녁 5시 30분에 파주에 있는 재한 베트남 사찰에 도착했습니다.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이 도착하자 베트남 청년 불자들이 환영식을 해주었습니다. 베트남 스님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베트남 불교의 전통 방식으로 맨 앞에 선 사람이 종을 치며 부처님을 모시는 봉청 의식을 아주 여법하게 하는 가운데 다 함께 법당으로 입장했습니다.

스님도 재한 베트남 사찰을 처음 방문했는데요. 한국식으로 스님이 직접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불법승 삼보님의 가피가 이 베트남 사찰에 내려서 날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어서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을 대표하여 부위원장 스님이 베트남 청년 불자들을 위해 기념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은 큰스님들이 먼 길을 달려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는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짧은 기념 법회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법당을 내려와 베트남 청년 불자들이 만들어 준 베트남 쌀국수를 함께 먹었습니다.

“소박한 쌀국수이지만 맛있게 드셔 주세요.”

스님은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의 부사무총장인 틱 푸옥 응우엔(Thich Phuoc Nguyen) 스님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에 와서 정착하는 게 어렵습니다. 자기 살기도 바쁜데 이렇게 절에 나와서 활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베트남 큰스님들이 이 청년들에게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틱 푸옥 응우엔 스님도 대답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도 많습니다. 스님께서도 베트남에 절을 지으셔서 한국 교민들을 위로하고 심적인 도움을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담소를 나누다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베트남 호치민 불교대학 부총장인 틱 낫 뜨(Thich Nhat Tu) 스님이 내일 세미나 일정으로 인해 오늘 밤 비행기로 먼저 출국을 해야 해서 서둘러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 방문단도 오늘 숙소인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 저녁 8시가 넘어서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베트남 불교상가위원회가 정토회를 방문한 지 4일째 되는 마지막 날입니다. 오전에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초청하여 특별 법회를 하고, 스님과의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오후에는 공항으로 이동하여 베트남 스님들 모두가 출국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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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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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5 14:58:37

이충재

불교를 통한 베트남과의 교류가 두나라의 과거 아픔을 잊도록 도와줍니다..

2023-10-25 13:48:35

이윤주

배우고 또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10-25 09: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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