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0.6 JTS 활동가 간담회, 정토사회문화회관 즉문즉설
"실연을 당한 후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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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오프라인 즉문즉설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4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4시간 달려서 아침 8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해가 떴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업무를 보다가 오전 10시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과 주간반 시청자들을 위해 오전에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온라인 금요 즉문즉설

28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38일 동안 부탄, 유럽, 미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한 후 마지막 일주일은 워싱턴 D.C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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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동안 네 명이 질문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제가 2주 정도 편지 한 장 써놓고 여행을 다녀왔더니 남편이 그 이유 때문에 우울하고 잠이 안 온다고 호소합니다. 그게 정말 저 때문인가요?
  • 아빠가 얼마 전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시신 기증을 신청해 놓으셔서 대학병원에 시신이 있습니다. 제사 날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요?
  •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ADHD를 가지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를 보면 화가 나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하루하루가 우울하기만 합니다. 어떡하죠?
  • 선하고 마음이 따뜻한 스님들이 오히려 자식을 많이 남겨서 특정형질을 널리 퍼뜨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왜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자식을 남기지 못하게 하나요?

대화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누구나 생각을 잘못할 수가 있습니다. 잘못 생각한 것은 바로잡으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방과 내가 서로 다른 것에 대해 나를 기준으로 ‘상대방이 틀렸다’ 하는 관점을 가집니다. 그리고 상대방 역시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 하는 관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갈등을 극복하려면 옳다 그르다 하는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아이 입장에서는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 하겠구나’, ‘아이 입장에서는 게임을 하고 싶겠구나’ 이렇게 이해를 하면 내가 화가 안 납니다. 공부를 안 하고 계속 게임만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의 인생에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아 걱정된다면,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야단을 치거나 체벌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말을 듣지는 않습니다. 야단을 치면 그 자리에서 안 할 뿐이지 방에 들어가서 자버린다든지 숨어서 게임을 하게 되는 겁니다. 충분히 대화를 해봐도 도저히 개선되기가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내가 보는 데서 아이들이 무엇이든 하도록 해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항상 자기식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와 항상 싸우게 되는 겁니다. 말로는 아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와 싸우는 것이죠. 그런 방식은 아이들의 교육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 문제뿐만 아니라 이 세상도 조금 더 열린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부작용이 조금 더 적은 쪽을 향해 노력할 뿐입니다. 이상세계란 없습니다.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밥만 굶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상세계가 되는 겁니다. 추위에 떨던 사람들은 옷만 충분해도 이상세계가 되는 겁니다. 모두 자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상을 논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불만이 생깁니다.

어른 세대가 자녀 세대를 보면 세상이 곧 망할 것 같은데, 그런 조건에서 태어나서 살다 보면 또 그런 조건이 정상이 됩니다. 그래서 늘 부모는 자식을 걱정하고, 기성세대는 후세대를 걱정하는 것입니다. 후세대는 또 그렇게 살아가다가 그다음 세대를 걱정하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좋은 쪽으로 가다가 정체가 되기도 하고, 그곳에 안주해서 다시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또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줄 알고 있더라도 이미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통을 엄청나게 겪고 자포자기가 될 즈음이면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앞장서는 사람이 나오고, 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사회가 다시 결집이 되고,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자신을 행복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선 정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정체가 되면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떨어지고 있으면 떨어지는 속도를 조금 늦추어지도록 해보고, 완전히 떨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도록 해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주어진 조건에서 조금씩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하루를 살더라도 자신을 행복하게 그리고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남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 사실은 나의 삶을 위하는 일입니다. 남을 위하는 것도 사실은 나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기대가 없고 실망이 없게 됩니다. ‘너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었는데 내 마음을 몰라주냐’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서야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또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실망하고 ‘에잇, 그만할래’ 하면서 그만두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정진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정토회관을 나와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11시 30분에는 손님이 찾아와서 스님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인도JTS 활동가 간담회

이어서 오후 1시 30분에는 인도JTS 활동가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했습니다. 인도JTS의 학교, 유치원, 마을개발 등 각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인도인 스태프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스님의 근황을 나누고 무더운 여름을 보낸 인도인 스태프들의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내느라고 수고들 많았습니다. 인도에서는 모내기를 할 만큼 비가 충분히 왔는지 모르겠네요. 아삼주에 가서 학교 짓는 일을 하느라 수고하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상카시아에 있는 활동가들도 뭄바이에 답사를 하고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인도에서는 모내기를 몇 퍼센트 했나요? 또 날씨는 좀 시원해졌나요?”

“상카시아가 있는 인도 유피(UP) 주는 비가 잘 와서 100퍼센트 모내기를 마쳤습니다. 더위도 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수자타 아카데미가 있는 둥게스와리에는 비가 안 와서 산 너머 마을에서 10퍼센트 정도만 모내기를 마쳤고요. 학교 가까이에 있는 마을은 70퍼센트만 모내기를 마쳤습니다.”

“저는 8월 말에 부탄을 방문해서 국왕과 만나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의논을 했습니다.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을 방문하여 여섯 번 강연을 했습니다. 또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해서 열일곱 번의 강의를 했고, 워싱턴 D.C. 에 있는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등을 방문해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난 10월 2일에 한국에 돌아와서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아삼주에 파견을 가서 학교 건축 공사를 하고 있는 두 명의 활동가로부터 현장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습니다. 자세한 보고를 듣고 나서 궁금한 점이나 어려운 점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아삼주 마을에 학교를 짓기 시작했고 지금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앞으로 3학년부터는 교통비, 교복, 학용품 등 교육비 부담이 커질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 수자타 아카데미가 현재 8학년까지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정부에서 엄격한 감사를 통해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우리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인가를 취소하면 어떡하죠?

  • 지금까지는 스태프가 된 사람들이 교사 역할을 해왔는데요. 앞으로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더 늘릴 것인지 궁금합니다.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확보하려면 교육비가 많이 들고 4년 교육 과정이 필요합니다.

  • 상카시아의 땅값이 또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상카시아에 땅을 더 많이 확보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상카시아에도 학교 운영, 마을 개발, 의료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화를 나누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에서는 얼마 전 사고가 몇 차례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늘 이런저런 사고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걸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가능하면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그런데도 일이 생기면 우리는 침착하게 그 일을 잘 수습해서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그동안 사고를 수습하느라 여러분 모두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인도인 여러분들이 수자타 아카데미의 얼굴입니다

내년 1월은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30주년이 됩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손님들이 많이 올 예정입니다. 수자타 아카데미가 지난 30년 동안 해온 많은 일들을 평가하는 준비를 해야 하니까 여러분들도 지금부터 많이 바쁠 겁니다. 다 함께 마음을 내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수자타 아카데미를 한국 사람들이 아닌 인도인 여러분들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가 수자타 아카데미의 명예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운영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만 잘하면 되었지만 이제 여러분들이 책임자가 되어 운영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행동이 수자타 아카데미의 얼굴과 이미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립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온라인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오프라인으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찾아뵙던 법륜스님 즉문즉설이 드디어 화면 밖으로 나왔습니다.

140여 명의 봉사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1층 입구에서부터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시민들은 현장 접수를 한 후 번호표를 한 장씩 추첨함에 넣은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400석의 자리에 사람들이 가득 찬 가운데 7시 30분 정각이 되자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59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워싱턴 D.C. 에 머물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활동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늘 화면으로만 보던 스님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자 모두가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며 기뻐했습니다.


스님도 활짝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여러분들을 얼굴을 직접 보면서 강연을 하게 되네요. 9월 한 달 동안 유럽과 미국, 캐나다를 순회하면서 교민들과 외국인들을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23회 강연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강연회를 하니까 온라인으로 할 때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좋았습니다. 그랬더니 ‘왜 외국에서만 오프라인으로 강연을 하고 국내에서는 안 하느냐?’ 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앞으로 한국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첫 번째 자리가 마련되었어요. 이곳까지 오시기가 좀 불편하지 않았어요?”

“괜찮았습니다.”

“온라인으로 할 때보다 나아요?”

“네!”

이어서 질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일곱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10년 전에 실연을 당한 후 우울증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막막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실연을 당한 후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10년 전에 실연을 당하고 제 장래 희망이 완전히 꺾이면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가정 불화를 겪으며 자랐어요. 그래서 정서가 굉장히 불안하고 애정 결핍이 심하고 강박증이 심했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너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반성을 하고 앞으로는 독신으로 저 혼자의 힘으로 꿋꿋이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답을 구하고, 무엇에 의지를 해야 할까요?”

“우선 생각을 좀 바꾸셔야 돼요. '실연을 당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가 피해자가 되거든요. 왜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서로 좋아서 만날 수가 있고, 도중에 한 사람이 싫으면 헤어질 수도 있는 거죠.”

“저와 헤어진 남자가 다른 여성과 결혼했으면 저는 실연 당한 것이 아닌가요?”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질문자만 피해자가 되잖아요. 상대는 이 사람 저 사람 사귀다가 더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 결혼할 수도 있잖아요. 결혼한 사람도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이혼하고 헤어지는데 결혼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것 아니에요?”

“네, 그렇죠.”

“그런데 왜 실연을 당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가게에 단골이 되어서 맨날 물건을 사러 그 가게에 갔습니다. 그런데 근처에 새로 슈퍼마켓이 생겨서 가보니 물건도 좋고 값도 싸서 그 가게로 구입처를 바꾸면 제가 배신자예요? 단골 가게를 바꾸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잖아요. 그것처럼 남자든 여자든 결혼 상대를 바꾸는 것은 그 사람의 권리예요. 내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그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관점입니다.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생각이에요. 질문자는 피해를 입은 바가 없습니다. 그 남자와 몇 년 사귀다가 헤어진 것일 뿐입니다. 그 남자에 대해서는 '그래도 너를 만나서 지난 3년 동안 재미있게 잘 지내서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 남자를 안 만나고 계속 혼자 있었던 게 나아요, 그래도 3년간 사귄 게 나아요?”

“그런데 제가 3년 동안 사귀면서 많이 힘들어했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이 약간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질문자가 생각을 잘못했어요.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이 든 겁니다. 만약 누가 나한테 '10년간 매달 10만 원씩 줄게' 이렇게 약속을 해놓고 3년 동안 돈을 주더니 갑자기 안 준다고 합시다. 그럼 그 사람을 미워해야 돼요? 아예 안 준 사람도 안 미워하는데 왜 3년이나 준 사람을 미워해요? 지난 3년이라도 줘서 고맙다고 생각해야죠. 10년 동안 돈을 준다고 해놓고 안 주니까 좀 아쉽긴 하지만 3년이라도 돈을 준 사람은 고마운 사람 아니에요? 고마운 사람을 고맙다고 봐야죠.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10년이란 말에 너무 집착해서 그래요. 질문자가 지금까지 아무런 남자를 만나지 않고 혼자 살았다면 그게 더 좋았겠어요? 3년이든 5년이든 남자를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재밌었잖아요.”

“그랬죠.”

“고마운 일이잖아요. 피해자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그냥 만났다가 헤어진 거예요. 우리 인생이 그렇습니다. 인연이 되면 만나고, 인연이 다 되면 헤어지는 것입니다. 상대가 좋으면 헤어지는 게 괴로움이 되고, 상대가 싫으면 만나는 게 괴로움이 될 뿐입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좋고 싫고 하는 내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자꾸 여러분은 만나는 게 문제이고, 헤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상대가 싫으면 만나는 게 괴로움이 되고, 상대가 좋으면 헤어지는 게 괴로움이 되는 거예요.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그냥 자연의 원리입니다. 내가 좋을 때 헤어지는 인연이 되면 괴로움이 생기고, 내가 싫을 때 만나는 인연이 되면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나에게 좋고 싫고 하는 마음이 사라져 버리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무런 괴로움이 되지 않습니다.

계절도 선호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가을이 오면 좋고, 가을이 가면 괴로워요. 계절은 그냥 늘 반복될 뿐입니다. 가을이 오면 좋지만 가더라도 괜찮고, 겨울은 또 겨울대로 스키 타는 재미가 있어서 좋습니다. 봄은 꽃 보는 재미가 있고, 여름은 수영하는 재미가 있고, 가을은 단풍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 년 내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아무리 좋아해도 언젠가는 헤어져요. 살아서 헤어지기도 하고 죽어서 헤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한 달 만에 헤어졌냐, 1년 만에 헤어졌냐, 10년 만에 헤어졌냐, 이렇게 시기만 차이가 날 뿐이에요. 나무에 돋아난 잎은 언젠가는 떨어집니다. 벌레가 먹거나 누가 따서 일찍 떨어지는 잎도 있어요. 그러나 가을이 되면 다 떨어집니다. 꼭 가을에 떨어져야 좋은 일일까요? 먼저 떨어진다고 자연 전체에서 봤을 때 그게 뭐 큰 대수겠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사람은 60에 죽고, 어떤 사람은 70에 죽고, 어떤 사람은 90에 죽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현상이에요. 그런데 오래 사는 것에 집착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너를 안 만났으면 혼자서 외롭게 살 뻔했는데 그래도 너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밌었다' 좀 더 만나면 좋겠지만 또 인연이 끝나서 가는 걸 어떡하겠어요? 이렇게 생각해야 다음 사람을 만날 때도 편한 거예요. 이별이 트라우마가 되고 내가 피해자가 되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겁이 납니다. 이 인간이 또 몇 년 있다가 날 배신하고 가지 않겠나 하고 내내 의심하느라 못 만나는 거예요. 이걸 탁 놓아버려야 만나기도 쉽고 헤어지기도 쉽습니다. '너는 내 옆에 한 달 있다 가든지 1년 있다 가든지 너 좋을 대로 해라' 이렇게 딱 놔둬야 돼요. 그러면 사람을 만나는 게 쉬워집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어릴 때 피해를 입어서 그렇다고 설명하는 것은 학자들이나 분석하는 거예요. 본인이 힘들다고 하면 학자들이 대화를 해보고 '당신 어릴 때 피해를 입어서 이러이러하다'라고 하는 거지요. 내가 키가 작다면 그걸 지금 어떡하겠어요? 학자들은 키 작은 사람을 보고 '키가 작은 이유는 어릴 때 영양이 부족했거나, 유전적 요인이다'라고 분석합니다. 작으면 작은 대로 검으면 검은 대로 여자면 여자인 대로 그냥 주어진 대로 살면 됩니다.

질문자가 힘들다고 말을 하니까 전문가들이 질문자와 대화를 해보고 ‘당신이 어릴 때 어떤 피해를 입어서 현재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한 거예요. 만약 학자들이 키가 작은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본다면 ‘키가 작은 것은 어릴 때 영양이 부족했거나 유전적인 요인 때문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키가 작은 것을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하겠어요? 키, 피부색, 성별과 같이 타고난 요소에 대해 불평한다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도 ‘나는 어릴 때 가정불화로 우울증이 생겨서 괴롭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신 ‘나에게는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때, 무조건 상대방을 탓할 게 아니라 나에게 병이 있는 것을 감안해서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질문자에게 이미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조건에 맞게 생활하면 됩니다.

어떤 일이든 단정 짓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나는 혼자 살겠다’라고 결정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고민이 됩니다. ‘나는 누군가와 같이 살겠다’라고 결정했는데, 같이 살 사람이 안 나타나면 또 고민이 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다가 누군가 만날 수 있으면 만나고, 아니면 혼자 살면 됩니다. ‘나는 90세까지는 살 것이다’라고 결정했는데 80세에 죽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반면에 ‘나는 80세까지만 살다 죽겠다’라고 정해 놓았는데 80세 이상까지 살게 되면 ‘왜 아직까지 안 죽나?’하고 불평합니다. 몇 살이든 사는 데까지 그냥 사는 거예요. 어떤 일이든 미리 정해 놓고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저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건 장사잖아요. ‘내가 너에게 이만큼 했으니까, 너도 이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물건을 만들어 팔면 얼마의 이익을 얻을 것이다’라는 생각과 같은 맥락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인간관계를 장사로 계산하기 때문에 ‘손해 나는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저는 인간관계를 장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도 손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렇구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질문자도 인간관계에서 계산은 그만하고 그냥 편하게 사세요.”

“저는 ‘착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심해서인지 인간관계에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호구 취급을 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착하게 사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착하게 살 수 있으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하지만 ‘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질문자 편한 대로 살면 됩니다. 다만,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남을 해치지 마라. 둘째, 남에게 손해 끼치지 마라. 셋째, 남을 성적으로 괴롭히지 마라. 넷째, 욕설이나 사기를 쳐서 남을 괴롭히지 마라. 다섯째, 술이나 마약 등의 중독성 물질을 먹고 남을 괴롭히지 마라. 이 다섯 가지 이외에는 이것저것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년 동안 삼배를 했습니다. 자녀들과 남편 그리고 아침에 생각나는 사람들이 옆에 있음을 감사해하는데, 이런 저의 바람을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지요?
  • 아들이 자폐 증세를 갖고 있어 어려서부터 집을 나가 돌아다니다 경찰에서 찾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어느 날 너무 힘들어 연락처를 쓰지 않고 내보냈더니 아들이 시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벌써 30년이 지났고 아들을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아동학대법으로 많은 교사들이 고발 당하고 자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참아왔던 것이 밖으로 표출되어 우울감과 긴장감이 계속됩니다. 어떡하죠?
  • 저는 임산부인데 곧 아이를 만날 생각에 설렘도 있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현명한 엄마가 되려면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잘릴까 봐 불안합니다. 업무 속도가 느리고 결과물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요?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개인의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금요 즉문즉설을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즉문즉설을 해보면 질문자는 스님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청중의 반응에도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청중의 호응이 일종의 집단 상담 치료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즉문즉설 시간에 자신의 고민을 내놓는 것 자체가 치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는 순간 치유가 시작되는 이유

보통은 자신의 고민을 쉽게 내놓지 못합니다.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야만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민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만큼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자가 이미 어느 정도 스스로 치유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고민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유가 되지 않은 사람은 고민을 내놓지 못합니다.

더 나아가 고민을 청중 앞에 드러냄으로써 치유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다가도 청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나에게 좀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과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스님과 대화하면서 ‘남편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스님이 ‘헤어지세요’라고 말합니다. 질문자는 ‘아이는 어떻게 합니까?’라고 반문합니다. 그러면 스님이 ‘그럼 같이 사세요’라고 대답합니다. 이와 같은 대화가 몇 번 오가다 보면 질문자는 남편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지금 잔머리를 굴리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생기는 것이죠.

자각은 모든 깨달음의 출발입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이 자각으로부터 일어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강제로 지시하면, 자식은 억지로 참고 하기 때문에 잠시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다가 그만두게 됩니다. 하지만 내부로부터 자각이 일어나면 서서히 변화가 시작됩니다. 스스로 ‘내가 고집이 세나?’, ‘내가 내 생각에만 빠져있나?’ 하고 돌이키는 것을 자각이라고 합니다. 깨달음은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런 자각을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나 놓고 보면 별일 아니다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화를 나누면 보이지 않는 장점이 많습니다. 대신 고민을 드러내기 위해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즉문즉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고민을 들어보면 사실은 우리 모두가 다 겪는 일들입니다. 이상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우리가 나누는 것입니다. 질문하는 당사자만 그 문제가 자신만의 큰 문제인 줄 알고 두려워서 끌어안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드러내놓고 보면 별것 아닙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이런저런 작은 일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어떤 일이 벌어지든 ‘지나 놓고 보면 별일 아니다’ 하는 관점을 가지고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현장에서 참가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유튜브로 참여한 사람들은 실시간 댓글창에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두 시간 동안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생방송을 종료하고 바로 이어서 현장에 직접 오신 분들을 위해 도서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추첨함에서 번호표를 뽑으면 스님이 직접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당첨된 분은 환호를 지르며 무대 앞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대강당에 모인 청중이 모두 빠져나가고 1층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서서 스님의 사인을 받으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 강연 듣고 제가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계단에 봉사자들이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즉문즉설!”

다 함께 즉문즉설을 외치며 다음 강연도 성공적으로 치를 것을 다짐했습니다. 스님은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정토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 2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는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통일축전에 참가하여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불교환경연대 2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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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0-18 07:31:03

오늘도행복

감사합니다.

2023-10-12 17:37:28

이윤주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 것을 부여잡고, 있는 밑 마음에 내 옳음을 주장하고 싶은 마음을 봅니다.
지나 놓고 보면 별일 아님을 알아 탁 내려놓는 연습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10-12 09: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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