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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나는 3일째 날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아침과 저녁 날씨는 아주 서늘합니다. 가을이 어느덧 깊어 가고 있습니다. 공원에는 나뭇잎에 벌써 단풍이 들어서 떨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무더웠던 여름날도 가고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스님은 미주 정토회관에서 새벽 4시 45분에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6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한국 시각 기준으로 저녁 7시 30분에 맞춰서 법회를 해야 해서 이른 아침 시간에 생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생방송에 접속하자 스님은 지난 일주일 동안의 근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20여 일 동안 유럽과 미국을 거쳐 캐나다까지 순회하며 23회 강연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추석 연휴 기간인데, 저는 이곳에서 우리의 삶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추석 명절을 모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 주말에 전국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한 모습과 스님이 일주일 동안 북미 동부 지역을 순회하며 강연을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지난 9월 1일부터 21일까지 21개 도시에서 23회 강연을 했습니다.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무사히 강연을 마쳤습니다. 각 도시마다 많은 사람이 강연에 참석하여 스님의 말씀을 듣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을 험담하는 사람을 보면 시비심이 일어난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는 험담하는 사람에게 거부반응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별 생각 안 하고 가만히 무언가를 치우고 있는데 문득 가까이 다가와서는 ‘저 사람은 인간성이 나쁘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다.’, ‘저 사람은 잘난 척한다.’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남을 험담하거나 아니면 본인 자랑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감정 쓰레기를 내뱉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것을 들은 날은 저의 온몸이 경직되고, 불쾌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소름까지 돋습니다. 마치 바로 앞에서 저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험담의 주인공이 된 대상자를 변명해 주고 싶은 마음까지 일어납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의 험담을 툭 던지고 가는 사람에 대해서 시비심이 계속 듭니다. 저의 어머니도 남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저와 같은 거부반응 하는 증상이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집에서 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남 얘기를 험담하듯 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남의 험담을 안 하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은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람이 다 한국말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세상 사람들은 영어도 하고, 일본어도 하고, 독일어도 하는 것처럼 각 나라말을 제각각 사용하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람이 다 불교를 믿으면 좋을 것 같죠.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각각 본인의 종교를 믿습니다. 지구환경의 측면에서 보면 모든 사람이 지구환경을 생각해서 검소하게 살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 주위에는 사치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 만물이 서로 화합해서 오순도순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부부지간에도 싸우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싸우고, 지역 간에도 싸우고, 정당 간에도 싸우고, 나라 간에도 싸웁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전쟁을 안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지금 일부 지역에서는 전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남한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서 핵무기를 안 만들면 참 좋겠지요. 그런데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이렇게 우기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독도는 본인들의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것이 세상입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남을 험담하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라고 하고, 남한은 ‘평양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하고, 이렇게 위험한 발언도 뉴스에서 듣고 살면서 ‘저 사람은 말이 많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다.’ 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생각합니까? 물론 그런 말을 안 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험담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험담이 사회에 끼치는 피해도 별로 없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이나 말버릇 같은 것을 어떻게 다 고치겠습니까? 질문자가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일을 갖고 마치 큰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겁니다. 지금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화가 나고 잠을 못 이루고 욕을 해주고 싶다면, 질문자가 너무 민감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남에 대해 험담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분명 험담은 좋은 게 아니에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험담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시비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싸우기까지 한다면 내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수행은 ‘이런 속에서도 내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나에게 거슬리는 일들을 모두 내 마음대로 고칠 수는 없습니다. 고치려면 오히려 더 큰 걸 고쳐야지 사회에 별로 피해도 주지 않는 소소한 것들을 무엇 때문에 자꾸 고치려 들어요? 방 안에 큰 쓰레기가 있으면 그것부터 먼저 치우고 난 뒤에 때가 낀 정도는 나중에 닦으면 돼요. 먼지 하나 남아 있다고 손가락에 묻혀서 ‘이거 봐라. 아직도 먼지가 남아 있지 않으냐’ 하고 시비를 하면 그것은 결벽증이에요. 먼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병을 가진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문자가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험담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닙니다. 험담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그만한 일에 형사처벌을 할 수도 없고요. 그런 정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 비가 너무 내려서 열매를 맺는 수확 철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과일값과 채솟값이 마구 오르고 있죠.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좀 더 주고 사 먹든지, 아니면 먹는 걸 줄이든지 이렇게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남을 험담하는 것을 잘하는 행동이라고 하거나, 또는 그런 사람을 무조건 포용하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겨울이 되면 찬 바람이 불고, 여름이 되면 더운 바람이 불 듯이 세상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그런 일들이 늘 일어납니다. 별일이 아닙니다. 질문자가 시비해서 큰일이 되는 겁니다.
첫째, 우리의 습관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정치인이나 종교인의 험담부터 시작해서 친구나 시어머니 등 주변 사람에 대한 험담이 나옵니다. 만약에 세상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는 말을 모두 녹음해서 들어본다고 합시다. 이야기의 절반 이상은 남을 험담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보통은 사는 것 자체가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의 말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수행자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질문자가 너무 민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는 자세가 잘 안 된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을 권합니다. 동시에 스스로 수행을 좀 더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을 험담하는 것은 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남을 험담하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합니까? 남의 험담을 듣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한 일을 겪는 것에 비하면 소소한 일입니다. 그런 정도는 그냥 두는 것이 낫습니다. 마당을 아무리 깨끗하게 쓸어놓아도 돌아서면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다시 쓸고 돌아서면 또 나뭇잎이 떨어져 있습니다. 나뭇잎 한두 개 떨어졌다고 마당 쓸기를 반복하면 종일 마당만 쓸게 됩니다. 나뭇잎이 많으면 가끔 한 번씩 쓸고, 한두 개 떨어지는 정도는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많이 쌓이면 그때 또 쓸면 됩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제가 조금 민감했던 것 같습니다. 험담을 들으면 온몸이 아파서 걱정했는데, 스님 말씀 들으니 큰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티끌 같은 것을 태산같이 생각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좀 편안해졌습니다. 저도 안 그러고 싶은데, 몸이 이렇게 반응하니까 힘이 듭니다.”
“그렇다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에 제가 시골 친구들을 만나면 시골 친구들은 술과 담배 이야기, 노는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다고 친구들과 의절할 수는 없잖아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죠. ‘세상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저런 고민이 있구나’, ‘지금 저런 스트레스가 쌓여 있구나’ 하고 그냥 봐야죠. 사소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시비하면 혼자 살아야지 누구하고 같이 살겠어요?
질문자처럼 험담을 듣고 몸이 아플 정도라고 하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신경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니까 필요하다면 안정제를 좀 먹고 긴장을 풀어야 해요. 남이 험담하는 것을 무심히 흘려듣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어떤 마음으로 지내면 좋은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추석이 되면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납니다. 명절에는 오랜만에 서로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고, 이로 인해 갈등도 생깁니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생각지 못한 부모님의 말씀과 요구에 속상해지기도 하고요. 특히 시댁에 가면 시댁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관점이 서로 달라 갈등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추석 후에는 이혼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부부 갈등도 더 커지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명절이라고 너무 욕심을 내지 마시고 가볍게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이왕지사 가는 것인데 어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의 얘기를 들으며 ‘저런 마음의 어려움이 있구나’ 하고 이해심을 내야지, 그걸 시비해서 ‘나는 이렇게 정성을 들였는데 내 정성을 몰라줘서 서운하다’ 하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명절에는 차 사고 건수도 많아집니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음주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 일입니다. 부처님의 계율에도 어긋나는 일이니 결코 해서는 안 됩니다.
추석에는 평소 가졌던 마음의 긴장을 풀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가족과 친구를 위하는 넓은 마음을 내보았으면 합니다. 이웃을 둘러보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도록 나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례를 지내며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차례상에 올리는 곡물이 있기까지 요리를 한 나의 수고로움도 있지만, 이 곡물을 생산한 수많은 농민과 자연의 노고가 있습니다. 자연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주까지 미국에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오늘부터는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을 찾아가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눌 계획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우리의 일입니다. 여러분도 추석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친 후 8시에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오늘도 연달아 미팅 약속이 잡혀 있어서 서둘러 정토회관을 나섰습니다.
11시부터 버지니아주 애난데일(Annandale)에 있는 한인 식당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기자들도 반갑게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스님, 20년 전과 똑같으시네요.”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각 신문사에서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에 특파원을 파견해서 각종 소식을 취재하도록 하는데요. 특파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는 북미 관계입니다. 스님에게도 북미 관계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했습니다.
스님은 며칠 동안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나서 했던 이야기들을 특파원들에게 자세하게 공유해 주었습니다.
“일본에 과거를 묻지 않고 획기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었듯이 남북문제도 획기적으로 풀어버리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에 편중된 외교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과감한 외교 정책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가 30년 전보다 위험해졌지만 아무 제약 없이 방치돼 있습니다. 러시아 군사기술이 북한에 유입되는 게 가장 큰 위험입니다. 북·러 군사협력이 2~3년 지속되면 북한의 군사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이를 막기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국제적 왕따였던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분열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를 갖게 되었기 때문에 북한이 조만간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가장 큰 위험 요소입니다. 당장 북한의 핵 역량을 동결이라도 시켜야 합니다. 북한 핵 동결을 조건으로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서 핵 위험을 우선 막는 게 중요합니다.
북·중·러에서 핵심 연결고리인 북한을 빼낼 수 있으면 3국 공조를 늦추게 되어 거꾸로 한미일 협력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도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스님은 미국 조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미국이 북미 국교 정상화와 북핵 동결을 협의하는 과감한 빅딜 정책을 펼칠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 2,500만 명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파원들은 한국 사회 안에서 첨예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권력이 지나치게 독점되어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양극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인정하고 통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연구해야 합니다. 남남갈등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권력이 독점되어 있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국무위원에게 분산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선거구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대안입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개인적인 고민도 질문이 나왔습니다. 약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특파원들에게 영어로 번역한 희망 편지를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특파원들은 아내가 스님의 팬이라며 자신의 이름이 아닌 아내의 이름으로 책에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특파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워싱턴 D.C.로 향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건물에 도착하니 국무부에서 근무하는 손민서 박사님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국무부로 들어가서 손민서 박사님을 비롯한 정보국 직원들과 한반도 평화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줄리 터너(Julie Turner) 북한 인권특사를 비롯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한국/북한과 직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에 5년간 공석이었던 북한 인권특사를 새로 임명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것을 시사했었는데요. 스님은 터너 특사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지금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해도 북한에서는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북한 정부의 책임이지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고 외면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거절하는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이 같지 않습니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들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안보적인 이유를 우선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해결해주지 않고서는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일은 저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지만, 안보 문제는 저와 같은 사람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현재의 상태를 방치하지 말고 북한과 대화를 해서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곡하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1차적인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밥을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밥을 먹을 수 있게 해 준 다음에 정치적 자유를 얘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정치적 자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북한 정부를 비난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어집니다. 인권을 탄압하는 것도 북한 정부이지만 인권을 개선하는 것도 북한 정부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가 만든 헌법에 보장된 인권이라도 지키도록 우리가 충분히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즉,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권 문제들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권 문제가 너무 정치적인 비판에만 치우치면 북한 밖에서만 인권 문제가 얘기될 뿐입니다.”
“스님의 통찰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인권을 정치적인 사안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도부와 고통받는 사람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잘 들었습니다. 스님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다양한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0월에 대사님이 서울을 방문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국무부를 나와 저녁에는 비공개 미팅을 했습니다. 다시 버지니아주로 이동하여 미국 의회 관계자를 만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화를 나눈 후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제이슨(Jason Lim) 님의 댁으로 이동했습니다.
제이슨 님은 2006년 1월에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을 다니던 대학생 시절부터 스님의 영어 통역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졸업 후 워싱턴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스님 일정에 맞춰 휴가를 받아 가며 18년째 통역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스님의 워싱턴 D.C. 일정에서도 스님의 입이 되어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제이슨 님의 아내가 정성껏 차려준 저녁 식사를 함께 먹고 나서 스님은 제이슨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기념사진도 함께 찍었습니다.
제이슨 님의 댁을 출발하여 다시 미주 정토회관으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되었습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미국 워싱턴 D.C. 의 밤하늘에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애나벨 박과 생방송 대담을 하고, 점심에는 미국 국방성으로 이동하여 핵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담당하는 책임자와 미팅하고, 오후에는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강연하고, 저녁에는 하버드대학교 의대 박기범 교수와 북한 주민들의 의료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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