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8.29 부탄 방문 1일째, 국왕 면담,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대화
“적게 소비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삶의 모델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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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에 도착해 국왕을 면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논의하는 날입니다.

어젯밤 9시 1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밤 11시 45분에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스님은 곧 앉은 채로 단잠에 들었습니다.


하노이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수하물을 찾았습니다. 부탄 비구니 재단에 줄 책상다리가 입국심사대에서 걸렸습니다. 꼼꼼하게 포장한 박스를 도대체 무슨 물건인지 뜯어봐야겠다는 공항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겨우 수하물을 찾았습니다.

다시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수속을 밟고 나니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탑승구 앞에서 잠시 휴식한 후 새벽 3시 10분에 다시 인도 캘커타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캄캄한 하늘에서 붉은 해가 떠올랐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새벽 4시 40분이 되어 캘커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캘커타 공항에는 부탄 일정 동안 통역을 하기 위해 미국에서 온 국제지부 지부장 김지현 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수하물을 찾고, 부탄으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다시 출국 수속을 밟고 수하물을 부쳤습니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8시 20분에 캘커타를 출발하여 부탄으로 향했습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캘커타 공항을 보며 스님은 옛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처음 인도에 온 게 32년 전이네요. 그때는 캘커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부처님의 나라에 왔다는 감동에 땅에 절을 하고 입을 맞추었어요. 그때 공항이었던 건물이 아직도 저쪽 한 곳에 남아 있네요. 안 바뀔 것 같은 인도도 참 많이 바뀌었어요.”

비행기는 구름보다 더 높이 떠올랐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을 보면서 오전 10시에 부탄 파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을 떠난 지 15시간이 지났습니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와 푸른 하늘, 흰 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졌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왕실에서 나온 외교부 직원이 귀빈실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공항에서 준비해 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입국 수속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공항 밖으로 나왔습니다. 국왕의 초대로 방문하니 귀빈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부탄 비구니 재단 사무총장인 타시 장모 박사님이 활짝 웃으며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Welcome to home.”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차를 타고 부탄 비구니 재단으로 출발했습니다.


“스님, 국왕께서 비구니 재단에 묵으셔도 괜찮은지, 더 좋은 호텔로 모셔야 하지 않느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비구니 재단 숙소가 가파른 곳에 있어서 오르내리는 길이 힘들다고 걱정하셨습니다.”

“비구니 재단이면 충분합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며 타시 박사님과 여성출가자 교육 문제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을 달려 부탄의 수도인 팀푸에 도착했습니다.



부탄 비구니 재단에 살고 있는 넌(여성출가자)들은 모두 인도로 하안거를 떠나고 한 명의 넌이 남아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부탄 비구니 재단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짐 정리를 했습니다. 수하물로 부친 짐에는 국왕에게 증정할 선물과 비구니 재단에 기증할 책상다리, 한국 음식 재료가 들어 있었습니다. 먼저 국왕에게 선물할 물건을 포장했습니다.

타시 박사님이 된장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한국에서 여러 가지 재료를 싸왔습니다. 타시 박사님은 무거운 짐을 들고 먼 길을 달려온 정성에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짐정리를 마치고 오후 2시가 넘어 부탄의 국왕을 친견하기 위해 왕궁으로 향했습니다.

부탄은 히말라야 남쪽 산기슭에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세계 언론에서는 부탄을 소개할 때 항상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하는 수식어를 달고 있습니다.

현재 부탄의 국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 님은 2008년 왕위에 오르자마자 자신의 모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탄의 국왕은 모든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스님은 왕궁으로 들어가 약 1시간 30분 동안 국왕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I would like to express my sincere gratitude for your visit to Bhutan.”
(부탄을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스님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비하여 새로운 삶의 모델을 부탄에서 마련해 보고자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관점에 서 있는 현대문명은 기후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잘 사는가 하는 것을 1인당 국내 총생산(GDP)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기후 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적게 소비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삶의 모델을 만들어 봅시다

국왕께서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로 우리의 삶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저는 매우 감명 깊게 들었고, 전적으로 동의하고 받아들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를 만들고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2600년 전에 이미 그런 삶의 모델을 상가공동체를 만들어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불교는 세상의 복을 구하거나 소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탄에서는 국민총행복지수(GNH)를 기준으로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류가 적게 소비하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모델을 부탄의 한 지역에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한 지역에서 그런 모델을 만들어 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소비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걸 실현하려면 소비 수준을 많이 낮춰야 합니다. 그러면 큰 저항에 부딪혀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부탄은 아직 개발이 덜 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조금 개선해 주면서 어느 정도 이상은 개발하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탄이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조건이 너무 열악하면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약간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삶의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곳 부탄에 와서 살아 봤을 때 ‘조금 불편하지만 공기 좋고 물 맑고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도 환경을 지킬 수 있으니 이런 삶도 괜찮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지속 가능한 삶의 모델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해 봅니다.

지난번에 제가 부탄을 방문했을 때 부탄의 동부 지역까지 답사를 해봤습니다. 답사를 하고 나서 여섯 가지 정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사람들의 의식주 등 생활 환경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둘째, 농수로 개선, 농산물 보관 창고 마련, 1차 가공 등 농업 생산 방법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셋째, 교육시설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넷째, 의료시설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전력, 도로와 같은 사회 간접자본이 확충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발을 할 때는 탄소 제로를 이루어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맞게 해야 합니다. 물질적 개발뿐만 아니라 정신적 개발을 통해 만족을 얻는 수행도 병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공동체를 건설해야 합니다.

부탄에서도 가장 개발이 되지 않은 한 개 지역을 선정해서 부탄 정부와 JTS가 협력하여 10년 계획을 갖고 함께 개발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렇게 개발한 곳에 사람들이 와서 보고 ‘조금 불편하지만 이 정도면 살 만하겠다’ 하고 생각할 정도는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단순히 둘러보기형 관광 상품이 아닌 ‘부탄 가서 한 달 살아보기’와 같은 체험형 관광 상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왕께서 이런 제안에 동의하셔서 이를 담당할 정부 부처를 소개해 주신다면, JTS가 함께 구체적인 설계를 하고 재정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이 아닙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삶의 모델을 만든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해당 지역의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었다는 좋은 결과가 남을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욕망을 어느 수준에서 멈추게 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부탄 비구니 승단에 붓다 담마를 교육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부탄 비구니 승단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제안은 여기까지입니다.”

국왕은 스님의 제안에 적극 동의하면서 자신이 국민들을 위해 진행했던 사업들과 앞으로의 새로운 계획을 함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국왕은 붓다 담마에 기초해서 새로운 도시 개발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왕의 계획을 경청한 후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왕께서는 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이상주의자라고 하는데 오늘 국왕의 말씀을 들으니 저보다 더 이상을 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스님은 국왕의 업적을 높이 치하하면서 그동안 국왕이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질문했습니다. 국왕 스스로 검소하게 사는 삶을 실천하면서 국민을 위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진심으로 부탄의 국민들을 위해 가장 가난한 지역을 선택해서 돕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의 제안은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현재 부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되, 그러나 추가적인 개발은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빈곤층이 10억 명 정도 되는데 저는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개발이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서 가난하더라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부탄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가장 적은 돈으로 어떻게 사람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으려면 적어도 1년 이상 현지 조사가 이뤄져야 됩니다. 왜냐하면 이 방법에 대해 주민들 모두가 찬성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무조건 많이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될지 주민들과 같이 의논해서 조정해야 합니다. 어떤 지역은 도로가 우선이고, 어떤 지역은 농업개발이 우선이고, 어떤 지역은 교육이 우선이고, 요구 사항이 동네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전부 주민들과 논의를 해서 가난하면서도 행복도가 높은 개발을 해보려고 합니다.

주민들에게 꼭 무슨 교육과 기술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행복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부탄에 태어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복이다’ 하고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I am truly impressed by your noble intentions, and I also want to offer my support. This project is something I have never tried before, and I really want to see if it succeeds. If it does, it will become a remarkable model. However, it won't be easy.”

(스님께서 하시려고 하는 것이 정말 고귀하게 느껴져서 저도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렇게 해본 적이 없는 프로젝트이고, 저는 이것이 정말 성공하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정말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겁니다.)

“네, 실패해도 손해 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물질적 삶의 질이 조금 더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했을 때 GNH가 높아진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성공적인 모델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GNH의 샘플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Yes, I think it's a good idea to proceed. What will be the sample size of this experiment and the location of the area?”
(네, 진행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샘플의 사이즈나 지역의 위치가 어떻게 될까요?)

“저는 부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을 선정해서 추진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협력을 해야 됩니다.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 공무원들이 이 취지를 이해하고 함께 해야 됩니다. 정말 우리의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지 주체적으로 연구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 내 돈처럼 아껴 쓰는 공무원들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인 국가는 제가 볼 때 부탄이 유일하기 때문에 부탄 정부와 이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국왕께서 그런 관점을 갖고 계시고, 또 아직 부탄은 저개발 상태이고 인구도 적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더 나은 개선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외국인을 위한 부탄이 아닌 부탄 사람들을 위한 부탄을 만들기 위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You can bring some Koreans with you.”
(한국인은 좀 데리고 오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어떤 나라를 가든 그 지역 사람들만을 위합니다. 저는 부탄을 아끼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I would like to have more meetings with the people in charge later."
(이후에 담당자들과 더 회의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얼마든지 좋습니다.”

국왕의 제안으로 내일 시간이 되면 다시 의논을 하기로 하고 왕궁을 나왔습니다. 스님은 한국에서 준비해 간 풍경을 국왕에게 선물했습니다.

“이 풍경을 처마에 걸어놓으면 바람이 불면서 소리가 납니다. 제가 드리는 이 선물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너무 사람들의 소리만 듣지 말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둘째, 관리들의 소리만 듣지 말고 국민들의 소리를 들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셋째, 남들이 하는 얘기만 듣지 말고 내 마음속에 있는 양심의 소리를 들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Thank you. Receiving a present like this makes it feel like today is my birthday.”
(감사합니다. 이렇게 선물을 받으니 오늘이 제 생일인 것 같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다시 부탄 비구니 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지도를 펼쳐놓고 국왕이 말한 개발하기 좋은 지역이 어디가 될 지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저녁 7시에는 국왕의 어머니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국왕의 어머니는 다시 부탄을 찾은 스님을 무척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I am deeply thankful for your return to Bhutan.”
(이렇게 부탄에 다시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최말순 보살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재료로 손수 무채, 된장찌개, 두부조림을 만들었습니다. 한국 음식과 국왕의 어머니가 싸 온 반찬들로 멋진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국왕의 어머니는 직접 키운 꽃과 과일을 스님에게 선물하면서 지난번 방문 때 선물 받은 스님의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I was deeply impressed after reading your book. The content of the book is beautiful and profound.”
(스님의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주 아름답고 심오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어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저의 제안은 JTS가 부탄 개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고 같이 만들어가자는 취지입니다. 같이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돈을 들여서 최대한의 효과가 나도록, 즉 자기 돈을 쓰듯이 아껴서 써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부 관리들이 굉장히 정직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는 정부 관리들이 국민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탄은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가 지원을 해준다고 하면 돈을 함부로 쓰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방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항상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합니다. 그래서 단체 이름도 ‘Join Together Society’라고 정했습니다.”

“I believe the approach you've mentioned is truly excellent.”
(스님이 말씀해 주신 방식이 너무나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원래는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정신적인 지원을 주로 해야 합니다. 물질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붓다 담마의 원칙에 맞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붓다는 절약해서 내가 남을 돕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Your words are very insightful. There aren't many people who think like you.”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스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물질주의에 중독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오늘 왕궁에 가봤는데 너무 검소하게 살고 계셔서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화는 밤 9시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좋은 만남을 이어가기로 하고 작별을 고했습니다.

부탄의 캄캄한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습니다. 스님은 손전등을 밝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원고 교정을 본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팀푸 주변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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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현

국민총행복지수. 부탄 국왕과 스님의 대화를 들으면서 마음의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10-13 06:53:23

오정숙

스님의 명쾌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2023-09-12 20:00:31

김은미

스님의 부탄 방문을 보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네요 나의 소비형태를 다시 한번 돌이키는 시간입니다 풍경소리에 대해서 자연의 소리 상대방의 소리 내마음의 양심의소리를 들으며 눈이 번뜩 떠집니다 수행자임에 감사합니다

2023-09-08 17: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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