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8.28. 정토회 대표자 및 국장단 회의, 부탄으로 출국
“결혼을 잘하기 위해 동거를 해보는 게 필요할까요?”

▲ 오디오로 듣고 싶은 분은 영상을 클릭하세요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스님이 유럽, 북미 해외 순회강연을 하기 위해 출국을 하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외부에서 사회 인사분과 미팅을 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국론 분열 등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논의한 후 평화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회 각 단위 대표자 및 국장단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스님이 해외 순회강연을 떠나기 때문에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은 사안에 대해 각 단위별로 내용을 준비해 와서 질문을 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2024년도 정토회 일정, 국운 융창을 위한 만인 법회, 행복시민모임 운영 방안, 정토사회문화회관의 위상과 역할, 국제협력팀 신설과 다문화 사업 확대 방안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경청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충분히 논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님은 양해를 구하며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를 충분히 못해서 죄송합니다. 부족한 것은 제가 해외를 다니면서 틈틈이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논의합시다. 저는 오늘 부탄으로 출국해서 유럽, 북미 순회 법회를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각 단위 대표자들은 먼 길을 떠나는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인사를 했습니다.

점심시간부터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에 해외로 가져갈 짐을 쌌습니다. 짐을 싣고 나서 오후 6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부탄에 가져갈 선물을 수하물로 부치려고 했는데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다 보니 무게 제한이 많았습니다. 기내로 가져갈 수 있는 짐의 무게도 7kg을 넘으면 안 되었습니다. 캐리어 안에 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여기저기로 물건을 옮긴 후 겨우 무게 제한을 통과하여 수하물을 무사히 부쳤습니다.


“수고했어요. 돈을 절약하려면 이 정도 수고는 해야죠.”

스태프들이 수하물 부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스님은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처리해야 할 원고 교정과 업무들을 보았습니다.

스님을 비롯하여 동행하는 스태프도 짐을 최소화해서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밤 9시 1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현지 시간으로 11시 45분에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에서 부친 수하물을 되찾았습니다.

수하물을 끌고 다시 하노이에서 콜카타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국 수속을 밟았습니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스님 일행은 공항 한쪽 편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습니다.

3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하며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새벽 3시 10분에 다시 하노이 공항을 출발하여 인도 캘커타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스님은 하늘 위에서 하룻밤을 새웠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즉문즉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결혼을 잘하기 위해 동거를 해보는 게 필요할까요?

“대학원 졸업 후 직장을 다니고 있는 20대입니다. 이제야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목표는 생활습관이 비슷하고 인성이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생활습관이 서로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동거가 필요할까요?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미국에 살고 있지만 동거를 섣불리 했다가 일어날 문제점이 걱정됩니다. 헤어지게 되면 집 문제, 돈 문제, 사람들의 시선 등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결혼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결혼을 못했을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반대로 결혼을 안 하겠다고 결정을 해놓으면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번민이 생겨요.

‘요즘 같은 세상에 혼자 살아도 괜찮아. 그런데 혹시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살아보지 뭐.’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옛날에는 한 번 결정하면 바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동거를 하다가 결혼을 해도 되고, 동거를 하다가 헤어져도 되고, 결혼하고 나서 이혼을 할 수도 있어요. 여러 가지 경우를 선택할 수가 있기 때문에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는 ‘하면 한다’, ‘안 하면 안 한다’ 자꾸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동거를 꼭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고민이 되는 겁니다.

아직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동거를 할 건지 안 할 건지를 왜 지금 결정을 해요? 먼저 친구를 사귀고, 친구들 가운데 서로 애정이 생기면 연애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는 다릅니다. 연애는 인종이 달라도 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되고, 국적이 달라도 되고,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결혼은 그로 인해 자녀가 생기고, 남편의 부모가 내 부모가 되고, 내 부모도 남편의 부모가 되고, 거기에 따른 형제들도 생기는 등 가족관계가 복잡해집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정도가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가족관계가 더욱 복잡해져요. 자녀가 있는 사람과 결혼을 했을 때도 가족구성원이 복잡해집니다. 또 인종이 다르면 부모님의 반대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렇게 결혼은 연애와 많이 다릅니다.

먼저 연애를 해봐야 결혼을 할지 말지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의 생활 태도가 대충 파악되면 그냥 결혼하면 되지 꼭 동거할 이유가 없잖아요. 같이 살고는 싶은데 가족이 반대한다든지 해서 결혼할 조건이 못 된다면 그럴 때는 잠시 동거 기간을 거칠 수가 있겠죠. 그러나 상대의 생활 태도를 알아본 후 결혼할지 안 할지 결정하기 위해 동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는데 서로가 좋으면 연애를 넘어서 동거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혼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하면 되지 뭣 때문에 동거해보고 나서 결혼을 하려고 합니까? 그런 측면에서 동거가 필수적이냐 아니냐 이런 관점 자체를 좀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저한테 아기 기저귀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결혼을 했냐고 물으니 안 했대요. 남자는 있냐고 물으니 없대요. 남자도 없고,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안 낳았는데, 벌써 아기 기저귀를 챙기는 사람이나 질문자나 비슷합니다. (웃음)

미리 점검하는 건 좋지만 너무 앞서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 중에 좋은 감정을 주고받는 사람이 생겼는데 상대편이 같이 살자고 하고 결혼은 아직 결정을 못 내리겠다면, 그때 동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질문하세요.

요즘 서양에서는 결혼을 안 하고 그냥 동거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결혼이란 결혼식을 했는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법적인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법적 결혼을 안 하고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이 50퍼센트를 넘는다고 해요. 그들이 생각하는 동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거와 성격이 좀 다릅니다. 결혼을 하면 재산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법적인 구속이 따르기 때문에 요즘 유럽에서는 동거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왜 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계에 국가의 법이 관여하는가? 같이 살든지 헤어지든지 우리가 결정하겠다. 국가기관에 신고하고 재판받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으로 동거를 하는 것이지 질문자처럼 같이 살아보고 결혼할 만 한지 아닌지 알아보려고 동거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같이 살지 말지는 두 사람이 합의하면 되지 왜 국가기관이 관여하느냐는 거죠. 물론 가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법이지만, 지금은 법이 사람을 속박하는 정도까지 갔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법적인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이 사람과 살다가 저 사람과 살다가 하는 것이 동거가 아닙니다. 평생 같이 살지만 결혼이라는 법적인 형식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인 결혼을 하게 되면 세금을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혜택이 있는데 법적인 결혼을 안 하면 그런 혜택은 못 받습니다.

그러니 너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고 정해놓고 하지 마세요. 현실에 맞게끔 조정하며 사는 것이 좋습니다. 남을 따라 하지 말고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살펴서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상사가 개인의 발전을 위해 공부하라고 해서 부담돼요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회사에서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자꾸 공부를 하라고 합니다. 저는 이제 입사 1년 차로 현재 업무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그래도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제가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안주하는 걸까요? 저는 편하게 살고 싶은데 정말로 편하게 살았다가는 저만 도태가 될까 봐 걱정입니다. 진급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조금 더 노력해서 좋은 곳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필수적일까요?”

“인생에서 필수적이라는 건 없습니다. 선택이 있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앞으로 회사에서 승진을 하려면 조금 더 학력을 쌓아놓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조언을 하는 것 아닐까요? 조언을 듣고 안 듣고는 내가 결정하는 거예요. 조언을 들어보니까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나는 지금도 너무 벅차서 그것까지 하다가는 병이 날 것 같다면 아무리 좋아도 하지 말아야죠. 병이 나면 회사까지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제 건강이 안 좋고 지금은 회사 일도 벅차기 때문에 당분간은 회사 일에만 충실하겠습니다.’

이렇게 상사에게 말씀드리고 지금은 회사 일에만 충실하면 됩니다. 나중에 회사 일에 좀 익숙해지고 건강도 회복되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그때 공부를 시작하면 되죠. 그러나 자신의 인생관이 승진에 별로 욕심이 없고 내 전문분야에서 주어진 업무만 착실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상사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면 됩니다.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현재 제 업무도 벅차서 다른 일을 더 이상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내가 맡은 일만 하면 됩니다. 아직은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 몇 년 간은 회사에 적응을 먼저 한 뒤에 공부를 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같이 입사한 사람들 중에 상사가 추천한 공부를 한 사람들이 먼저 승진하는 걸 보고 나서 ‘내가 너무 안주했나?’ 하는 반성이 들면 그때 가서 한발 늦게 공부하면 됩니다. 아예 안 가는 방법도 있고, 한발 늦게 가는 방법도 있고, 같이 가는 방법도 있고, 한발 먼저 가는 방법도 있어요.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괜찮습니다. 우선 현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회사 업무가 벅차서 적응하는 것을 우선하겠다고 선택하더라도 ‘앞으로도 공부를 안 하고 계속 내 업무만 하겠다’ 이렇게 단정을 짓지 마세요. 반대로 지금 하는 일이 벅찬데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공부를 해야 되겠다’ 하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도 마세요. 지금은 적응이 우선이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뒤에는 필요하면 공부를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승진을 꼭 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승진의 기회가 생기면 승진을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승진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승진이 안 되었을 때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승진을 안 하겠다고 결심할 필요도 없어요. 승진해도 좋고, 승진을 안 해도 그만입니다. 필요하면 승진도 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 공부도 할 수가 있는 거예요. 이렇게 인생은 늘 열어놓고 살아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동거가 무엇인지 개념이 좀 잡혔습니다. 너무 이른 걱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삶에 있어 필수적인 것은 없다는 말씀을 상기하며 살겠습니다.”

“아직 20대이니까 앞으로 수많은 경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안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을 하지 마세요. 이렇게 하겠다고 해도 살다 보면 저렇게 되어 있기도 하고, 저렇게 살겠다고 해도 살다 보면 이렇게 살고 있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큰일 같았는데 지나 놓고 보면 별일 아니에요. 그러니 너무 단정을 짓지 말고 큰 방향에서 ‘나는 이렇게 살겠다’, ‘가능하면 결혼을 하겠다’ 이런 정도만 정해놓고 사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면 결혼을 안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을 하면 됩니다. 절대 결혼을 안 하겠다는 생각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요. 가능하면 결혼을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적당한 사람이 안 나타나면 결혼을 안 하면 됩니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너무 매달리면 엉뚱한 사람과 결혼해서 고생하게 돼요. 큰 방향에 대해서는 대충 정하지만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 단정적으로 정해놓으면 자유로움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 조금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합니다.”

내일은 새벽에 콜카타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부탄으로 입국한 후 오후에는 부탄 국왕을 친견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의논할 예정입니다.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 강연을 시작합니다. 21일 간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5개국 21개 도시를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해외에 인연이 있는 분들에게 많이 소개해 주세요.

  • 기간 : 2023년 9월 1일 ~ 9월 22일
  • 도시 : 총 21개 도시 (유럽 6개, 북미 15개)
  • 강연 : 총 23회 (한국어 14회, 영어통역 9회)
  • 문의 : jungtousa@jungto.org

▼ 법륜스님 해외 강연 세부 일정 보기


전체댓글 38

0/200

김희란

감사합니다

2023-09-06 16:06:58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09-04 06:16:11

이정화

스님 건강히 잘 다녀오시길 기원합니다^^

2023-09-02 18:43:3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