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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에 평화재단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이 모두 도착하자 다 함께 식사를 하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김명혁 목사님에게 감사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목사님, 오늘도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해 주시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온갖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 죄인들을 아직 살려주시고 건강을 지켜주시고 모든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께 모든 찬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하나님의 심부름꾼이 되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축복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사기도 드립니다.”
“아멘!”
스님도 큰 목소리로 ‘아멘’ 하고 목사님의 기도에 응답했습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한반도의 평화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7월 27일에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여 종교인 평화선언을 프레스센터에서 했었는데요. 오늘은 그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계획에 대해 의논을 했습니다.
“지난 종교인 평화선언에 다 함께 참가를 했습니다. 그 후 반향이 좀 있었는지 각 종단별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주로 언론에서 종교인 평화선언의 내용을 기사화시켜 주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면서 이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해나가면 좋을지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이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말했습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원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것보다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북·중·러도 긴밀한 협력관계로 가게 되었는데 이것이 미국에 유리한지, 아니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서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에서 어느 정도 분리하는 게 유리한지 미국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 같아요.
게다가 최근에 남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 간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러시아의 분노를 사게 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행동은 북한에 핵 기술과 미사일 기술 등 군사 기술을 넘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넘기면 북한의 군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게 되면 관계되는 전문가들을 만나서 과연 이 상황을 미국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대화해 보려고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관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러 협력관계의 강화가 중국에게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공식적으로 해제하지 않고 밀수만 단속하지 않아도 1200km에 달하는 북·중 국경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되고,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하게 된다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나진항이나 청진항을 사용하도록 북한이 허락한다면 일본 역시 동해안 방어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미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북한 핵을 동결시켜 북한의 지나친 군사력 확장을 억제하고 북한이 중간지대로 오도록 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이익이 되는 동아시아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막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다음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일본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미·일 중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푸는 데에 가장 유리한 처지에 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설득할 수 있으면 이를 계기로 미국과 한국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강조하는 바람에 동아시아에서 북한 문제를 푸는데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유리한 국면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을 견인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푸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 종교인 여러분도 함께 해법을 모색해 보면 좋겠습니다.”
9월 말에 스님이 미국을 방문하여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한 후 다음 모임에서 이후 활동 방향을 논의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이동하여 오전 10시부터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접속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하와이에서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캐나다에도 산불이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여름을 맞으며 산불 피해로 지구 곳곳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산불은 통상적인 자연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기후학자들을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고 날씨가 건조해지고 강풍이 잦아진 기상이변을 산불의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북극지방부터 열대지방까지 전지구가 기후 변화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정토회 회원들은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삶을 지향하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비 줄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소비를 무한정 늘리는 것이 미덕이고 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검소하게 살고 소비를 적게 하고도 마음의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고 정진하는 것만이 소비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수행과 전법을 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 삶의 자세를 점검해 보고 개선해 나가는 환경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실천들이 우리의 생활을 조금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환경실천 항목을 늘리고, 그 깊이도 더해가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주 내내 무더위 속에서 풀베기에 전념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한 달간 유럽과 미국에서 순회법회를 해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농사일을 마무리해 놓고 가려다 보니 조금 무리하게 일을 하게 됐습니다.” (웃음)
이어서 지난 한 주 동안 스님이 농사일을 한 모습과 대중들이 전국 으뜸절에서 실천 활동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눈 후 12시가 다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해외로 출국하기 전에 여름 농사일을 마무리해 놓는다고 지난 열흘 동안 무리를 했더니 목소리가 계속 잠겨 있습니다. 병원에서 약처방을 받고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사법체계와 정치개혁’을 주제로 이탄희 국회의원을 모시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탄희 의원님은 사법부가 정말로 정의를 구현하려면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정치가 국민의 애환을 해결해 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도 이 의원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스님의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와 저녁 7시 30분부터 저녁반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오전 법회처럼 스님의 일주일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최근 신림동 둘레길 성폭행 사건을 보고 마음이 계속 불안하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최근 신림동 둘레길 성폭행 사건을 보고 마음이 많이 불안해졌습니다. 혼자 인근 산에 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산에도 혼자 못 가는 건 아닌지 답답합니다. 여성이자 수행자로서 점점 범죄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전 세계에서 여성이 혼자서 산행을 하거나 밤중에도 마음대로 산행을 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는 열 손가락이 채 안 됩니다. 그 열 손가락 안에 우리나라가 들어갑니다. 만약에 우리나라 여성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살던 생활 습관대로 지내다가는 큰 사고가 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여성도 외딴곳이나 밤길을 혼자 마음대로 다녔던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인도에 가서도 우리나라에서 살던 습관대로 다니다가 많은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험이 매우 클 뿐이지 치안은 비교적 안정된 나라입니다. 소위 남북 관계만 보더라도 막 전쟁할 듯이 위협적일 때도 테러는 거의 없잖아요.
그러나 중동에서는 테러 단체들이 있어서 적대 관계에 있는 지역에 폭탄 테러를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봐도 무장 세력을 키워 노골적으로 폭탄 테러를 일으켜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고 한반도에 긴장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테러는 거의 없잖아요. 물론 1968년에 북한 특공대가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일상적으로 테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치안은 매우 안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묻지 마 폭행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안전한 나라였던 우리나라 치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치안이 불안한 이유는 바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중이 자꾸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여자 혼자 산책하거나 밤에 다니기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해 봤을 때는 아직은 매우 안정된 나라에 속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범죄에 노출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조심은 해야 합니다. 조심은 하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비유를 들자면 코로나 팬데믹을 연상해 보세요. 제가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자마자 초기에 맨 먼저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예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두려워하고 불안해했다면 지금은 대부분이 두려워하지도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잖아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져서일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초기와 지금의 차이는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조심은 해야 돼요. 남들이 거리낌 없이 다닌다고 나도 그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면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급사할 가능성도 있고, 사망자는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되고 항상 조심해야 돼요. 그러나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행자라면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방관자로 있으면 안 되고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도움이 되는 실천적 행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묻지 마 폭행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주에 저녁 5시에 퇴근하는데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전철에서 제 옆에 수상한 사람이 앉았다가 저를 쫓아왔습니다. 개찰구에서 지하철 출구까지 따라 올라오는 걸 보고 근처 체육 센터에 들어가서 숨어 있다가 간신히 따돌리고 집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도 정신이 이상해 보이기는 했어요. 저는 수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직접 겪으니까 불안하고 무서웠습니다. 제가 해코지를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몸에 집착하기 때문인 걸까요?”
“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부처님께서 ‘여래는 두려움이 없다’ 하고 말씀하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몸에 집착하면 몸이 다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재물에 집착하면 재물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집착을 내려놓으면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질문자의 두려움은 몸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게 맞아요.
그러나 두려움에 빠져서 불안해하고 있지만 말고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진 곳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 같으면 두려워하고 있지만 말고 주위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거나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혹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호신용 물품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안전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상대가 갑자기 위협적인 행동을 했을 때 방어할 수 있는 소형 스프레이나 전자봉 같은 것을 소지하고 다닐 수도 있죠.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못 됩니다. 적절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묻지 마 폭행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자들은 상대방이 두려워할수록 더 따라다닙니다. 상대방이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즐기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교실에서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더 쫓아다니면서 괴롭히잖아요. 정신적으로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더 필요합니다만, 드러나는 현상으로 보면 두려워할수록 더 괴롭히는 건 맞아요. 그래서 두려워하는 것은 절대 도움이 안 됩니다.
산에 가서 짐승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두려워하고 도망을 가면 더 공격을 합니다. 대부분 놀라서 두려워하다가 피해를 더 당합니다. 딱 바로 서서 정신을 차리고 방어책을 갖는 게 현명합니다. 요즘 시골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 도망가면 거의 대부분 받쳐서 피해를 입습니다.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는 길에 다닐 때는 우산을 갖고 다니라고 하잖아요. 멧돼지가 다가왔을 때 우산을 확 펼치면 아주 덩치 큰 상대가 자기 앞에 나타난 줄 알고 공격을 안 한다고 합니다. 산에 갈 때 지팡이를 가져가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게 유사시에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혼자서 밤늦게 외진 곳을 갈 때는 조심하는 게 필요합니다. 제가 언젠가 설악산에 한 번 갔는데, 밤에 여자 혼자서 야간 등산을 하는 모습을 봤어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외국은 낮에도 혼자 등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전에 대해서 둔감한 측면이 있긴 해요. 그러나 이런 흉악 범죄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10대부터 20대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우울증이나 불안증 질환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서 17퍼센트까지 높아졌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10명 중에 2명은 불안 심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초기 증상은 대부분 자살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조금 더 진행되면 자기 혼자 죽는 게 너무 억울해서 같이 죽겠다는 경우도 생깁니다. 원한에 사무쳐서 특정인을 죽이겠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량 살상은 안 일어나는 거예요. 미국은 총기 사용이 자유로우니까 수십 명씩 한꺼번에 죽이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유의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는 이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를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강력한 처벌과 경찰력 증대 이런 방식으로 대응해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포퓰리즘적으로 인기를 끌려고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대중들은 ‘죽여라’ 이렇게 감정적인 흥분을 하게 되거든요. 미국에서는 경제가 안 좋아지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이민자들을 증오하게 해서 그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방법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미리 예방을 해야 합니다. 사건이 났을 때는 좀 더 신속하게 구제하는 안전조치가 필요합니다.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 학교마다 영양사를 배치하고 동마다 보건소를 두는 것처럼, 날마다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요즘 사회에서는 학교마다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고 읍·면·동마다 상담전문가를 배치해야 합니다. 학생들이나 주민들의 정신적인 이상행동을 빨리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하도록 해야 하고, 더 악화되면 바로 병원에 입원시키고 격리해야 합니다.
지난번에 발생한 묻지 마 폭행 사건도 병의 진단을 받아놓고도 치료를 안 하거나 해서 생긴 문제이지, 약을 먹고 치료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약을 먹다가도 중간에 멈추었을 때 극단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면 앞으로는 안전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사건이 터져도 지금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정쟁이나 갈등만 일삼는다면 예방책은 점점 요원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질환자인데 이들을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가 안 되면 격리 조치를 해야 됩니다.
범죄가 일어나는 횟수로 말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두려워할 만큼은 아닙니다. 굉장히 안전한 나라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방심하지 말고 약간은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어날 확률이 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일을 가지고 벌벌 떤다면 그것은 질문자가 예민한 것입니다. 그러니 수행자는 이러한 추세를 이해하고 주의는 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혼자 다녔더라도 이제는 혼자 다니는 것을 조심하는 정도로 유의는 하되 두려워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완전히 해탈을 했다면 두려움이 없겠지만, 설령 두려움이 없는 상태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도록 해나가야 합니다. 저도 아무리 수행자라고 하지만 급하게 길을 가는데 갑자기 뱀이 발에 콱 밟혔다고 한다면 깜짝 놀라거나 가슴이 서늘합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그럴 때도 마음이 차분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잘 안 되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인정하고 빨리 돌아와야 합니다. 두려워서 덜덜 떨게 되면 과잉 대응을 하게 됩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대화를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훨씬 더 적절한 대응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부처님처럼은 안 되지만 자꾸 수행 정진을 해나가면 살고 죽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적으로는 무지한 상태에 빠지거나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두려움이 일어나지만, 그걸 알아차리면 금방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치며 스님이 9월에 진행되는 해외 순회강연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제가 9월에는 유럽과 미국을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합니다. 오랜만에 해외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강연이니까 인연이 있는 지인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아시아 지회 회원의 날 워크숍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평화재단 통일의병들과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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