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8.21 논둑 예초, 배추 모종 심기, 도라지밭 예초
“연애를 하고 싶은데 거절당할까봐 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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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 스님은 새벽부터 밤까지 농사일을 했습니다.

새벽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작업복을 입은 후 논으로 나갔습니다.

새벽 6시, 향존법사님과 부산울산, 대구경북, 경남지부에서 온 7명의 거사님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경남지부에서 온 거사님은 매일 풀을 베는 스님을 보고 휴가를 내서 온 가족과 함께 왔습니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명심문을 한 후 오늘 할 일을 안내했습니다. 풀을 베야할 곳이 많아서 거사님들은 예초기를 싣고 2명씩 4조로 나누어 각각 다른 곳으로 가서 풀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2,400평, 1,000평, 800평 논과 비닐하우스 주변을 먼저 예초하고 나서, 앞밭 3단 경사면과 울타리 주변, 300평 밭까지 총 6곳을 예초했습니다.


거사님들을 보내고 스님도 예초기를 하나 둘러메고 비닐하우스 주변으로 가서 풀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앞에 난 풀을 깨끗이 깎고, 비닐하우스 옆 논둑에 풀도 벴습니다.

“스님, 이쪽은 이장님 논이라 이장님께서 벤다고 하셨어요.”

“이장님이 우리가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고 이 논에 약도 못 치고 있어요. 이 정도 서비스는 해야죠.”

평평한 땅에 예초기를 돌려도 쉽지 않은데 경사면은 더욱 힘이 듭니다. 스님은 묵직하게 어깨를 내리누르는 예초기의 무게를 감당하며 쉼 없이 팔을 오르고 내렸습니다.


7시가 넘자 공동체 법사단이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8월 말에 해외로 떠나기 전 최대한 농사일을 해놓고 가기 위해 이번 주 내내 아침저녁으로 울력을 했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이 일주일 내내 함께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스님은 결국 공동체 법사단에 긴급히 울력을 요청했고 법사님들은 1박 2일 동안 울력을 하기 위해 두북으로 왔습니다. 새벽에 문경, 서울에서 출발해 두북에 도착한 법사님들은 간단히 참을 먹고 곧바로 산밑밭으로 왔습니다.


스님은 법사님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참 더 예초기를 돌리다가 문수팀 행자님에게 남은 부분을 부탁하고 앞밭으로 갔습니다. 법사님들은 배추 모종과 무 씨앗을 심고 있었습니다.


“스님, 오셨어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스님도 함께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배추 생장점에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네!”



모종을 심기 전에도 땅에 물을 주고, 심고 나서도 한 차례 더 물을 주었습니다. 어느새 통에 가득 모아둔 빗물을 다 썼습니다. 다시 물을 길어 와서 모든 모종에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모종을 다 심고 가지, 토마토, 고추를 수확했습니다.




한참 수확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 밭에서 예초를 마친 거사님들이 스님을 불렀습니다. 시간이 어느덧 9시가 다 되었습니다. 출근을 해야 하는 거사님도 있어서 스님은 서둘러 거사님들에게로 갔습니다.

예초기를 정리하고 농막으로 가서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지난번에 거사님들과 예초하러 와서 ‘스님, 이제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하고 동영상까지 찍었는데 스님의 하루를 보니 스님께서 또 매일 풀을 베시는 거예요. 오늘 조금이라도 풀을 베고 가니 마음이 가볍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읽다가 스님께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리시는 것 같아서 가족 휴가를 겸해 온 가족이 함께 왔습니다. 앞으로도 잘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팔이 아팠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요령이 조금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딜 가든 다 공부거리가 있어서 좋습니다.”

“지도법사님께서 휴가 내라는 말씀을 전혀 안 하시는데, ‘출근을 안 하면 안 되나’ 하시는 걸 보고 일이 정말 많구나 싶었어요. 거사님들께서 흔쾌히 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저도 누군가 부탁할 때 흔쾌하게 들어줘야겠다는 돌아봄이 있었습니다.”

끝으로 스님도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어제 농사팀장이 해야 할 일을 산더미처럼 적어서 보냈어요. 가만 보니 행자님들이 풀을 감당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외국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해놓고 가려고 요즘 매일 논밭에 붙어살았어요. 거사님들이 와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거사님들을 배웅하고 나니 마침 공동체 법사님들도 산 밑밭에서 울력을 마치고 내려왔습니다.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한 후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잠시 휴식을 했습니다.

햇살이 약해지는 오후 4시부터 다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깨밭으로 갔습니다. 열무를 뽑고 난 빈자리에 배추 모종과 무를 심었습니다.

먼저 3인 1조로 거름을 주었습니다. 한 명이 파종기로 구멍을 내면 두 명이 각기 다른 거름을 넣어주었습니다. 스님이 빠르게 파종기를 옮기자 거름을 넣어주는 법사님들의 손놀림도 덩달아 빨라졌습니다. 순식간에 거름을 다 주었습니다.


곧바로 구멍마다 물을 주었습니다. 뒤따라 법사님들이 배추 모종과 무 씨앗을 착착 심었습니다.




구멍에 물을 다 준 스님은 땅에 심어진 배추 모종에 한 차례 더 물을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주전자에 물을 담아서 조심스레 줬습니다.


스님은 무얼 해도 빨랐습니다. 심는 속도보다 물 주는 속도가 빠르니 더 이상 물을 줄 곳이 없었습니다. 스님은 지체 없이 빈자리로 가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반으로 자른 작은 페트병으로 모종을 덮고 흙을 망설임 없이 팍 덮어주었습니다. 배추에 흙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페트병을 사용하니 더 빠르게 심을 수 있었고, 배추에 흙도 덜 튀었습니다.



한 시간 만에 배추모종과 무 씨앗을 다 심었습니다.

“자, 이제 산윗밭으로 갑시다. 아직 할 일이 많아요.”


곧바로 산윗밭으로 갔습니다. 따로 휴식 없이 천천히 밭으로 가는 시간이 휴식이었습니다. 산윗밭에서는 법사님과 문수팀 행자님 중 5명이 먼저 가서 예초기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도착한 법사님들은 도라지밭으로 가서 풀을 매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예초기로 벨 수 있는 풀을 다 베고 나서는 풀을 맸습니다. 앞치마를 벗자 땀이 얼마나 많이 흘렀는지 바지까지 젖어있었습니다.


울력을 시작한 지 2시간 30분,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습니다.

“시원한 물 한 잔씩 드세요.”


잠시 목을 축이고, 남은 울력을 어떻게 할지 상의했습니다.

“이제 과수원 세 곳 예초가 남았어요. 도라지밭도 더 매야 하고요. 어떻게 할까요?”

“올라온 김에 오늘 저녁에 다 하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한 시간 안에 다 해봅시다.”

스님을 포함한 여섯 명은 과수원을 예초하기로 하고, 나머지 법사님들은 도라지 밭을 매기로 했습니다. 과수원이 세 곳이니 두 사람씩 한 곳을 예초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가장 풀이 많이 자란 과수원을 선택했습니다. 몸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어둡기 전에 일을 마치기 위해 더욱 빨리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모두 부지런히 움직인 끝에 한 시간이 채 안 돼 과수원 세 곳을 모두 예초했습니다.






“이제 내려갑시다.”

과수원으로 오르는 길에 난 풀을 깎으며 밭까지 내려오니 법사님들이 하나 남은 도라지 두둑에서 풀을 매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예초기를 내려놓고 함께 풀을 맸습니다.


“다 했다!”

“이제 밭 같네요.” (웃음)

“알찬 하루였어요.”

긴 울력을 마친 법사님들의 표정이 밝았습니다. 8시가 가까워지자 날이 빠르게 어둑해졌습니다. 산길을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마을에는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이 켜졌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은 간단히 씻은 후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공동체 법사님들과 새벽에 콩밭에 난 풀을 매고 회의를 한 후 서울로 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연애를 하고 싶은데 거절당할까 봐 겁이 납니다.

“저는 연애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레 겁이 납니다. 이전의 연애 경험들에서 나온 마음인 것 같습니다. 연애할 당시에 상대방과 오래 사귀지 못했고, 만나는 동안에도 ‘나같이 못난 사람이 저렇게 잘난 사람과 사귀어도 되는 걸까?’, ‘상대방이 나에게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나곤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계속 들면 그냥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요?”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혼자 지내기로 하든, 모두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날 때 ‘연애를 해야겠다’, ‘결혼을 해야겠다’ 이렇게 의도를 갖고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도를 갖고 접근하게 되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는 그냥 친구로 만나는 게 좋습니다. 심지어 사귄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냥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필요하면 연락을 할 수도 있는 친구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친구를 사귈 때는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했든 안 했든,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아무런 조건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혼할 상대를 만날 때는 조건을 따집니다. 나이를 따지고, 인물을 따지고, 학벌을 따지고, 직업을 따지고, 성격을 따집니다. 따진다는 것은 내 이익이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상대방에게 이기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가 한눈에 딱 마음에 들었다면 그것은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결혼을 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 욕심이 극치인 상태에서 만났기 때문에 실제로 결혼해서 살아보면 실망이 더 커집니다.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의도를 갖고 만나는 것은 불행을 가져오는 길임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막상 친구가 되어보면 연애할 마음을 갖고 접근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조건을 가진 사람 중에도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했다가 이혼 한 사람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애가 있는 사람이거나, 약간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이거나,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 중에도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연애나 결혼할 의도를 갖고 있으면 사람을 선별해서 접근하게 되지만, 친구를 사귀려고 할 때는 아무런 차별 없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친구로 만나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할 수가 있겠죠. 그럴 때 연애 관계가 되려면 나만 상대를 좋아해도 안 되고, 상대만 나를 좋아해도 안 됩니다. 나도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연애로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 친구를 사귀려고 할 때는 그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친구들 중에 서로가 소통이 돼서 상호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연애를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결혼을 하려고 할 때는 조금 다릅니다. 친구 관계나 연애 관계까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국적이 달라도 괜찮지만, 결혼은 그로 인한 가족관계가 새로 형성되기 때문에 주변에서 반대를 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가족과 관계를 다 끊고, 과거 인연도 다 끊고, 오직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맺어온 인간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혼을 하겠다고 할 때는 가족들의 의견도 어느 정도 존중해야 됩니다. 그렇다고 가족들의 의견에 항상 끌려다닐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존중을 해야 되기 때문에 결혼은 연애와 좀 다르다는 걸 알아야 됩니다. 연애를 할 때는 괜찮았는데, 결혼을 하려고 하니까 가족관계에 갈등이 생겨서 결국에는 연애 관계까지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자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너무 자신의 욕망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연애를 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인물도 괜찮아야 되고, 나이도 괜찮아야 되고, 몇 가지 조건을 이미 갖춘 사람한테 접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하고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정작 상대방은 나보다 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연애를 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저 사람이 떠나면 어떡하나’ 하고 늘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내가 눈을 약간 높여서 상대를 선택하기 때문에 오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내 실력이 보통인데 용케 재벌 회사에 합격을 하게 되면, 회사 생활을 할 때 기를 못 펴게 됩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못할까 봐 늘 조마조마하고, 사람들한테 실력 없다고 지적받을까 봐 항상 눈치 보고 살아야 합니다. 내 수준보다 높은 곳에 합격하게 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불행의 시작이에요. 심리가 위축되고, 눈치를 보게 되고,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만약 내가 좋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못 받고, 월급도 적은, 그런 직업에 종사하면 항상 떳떳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여기 말고도 다른 곳에 가서 얼마든지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월급 받고 일할 바에야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 하는 그런 직장에 다닌다면, 사장이 내 눈치를 보지, 내가 사장의 눈치를 안 봅니다. ‘저 사람 나가면 어떡하나’ 싶어서 사장이 늘 전전긍긍하게 되죠. 꼭 직원이 사장 눈치를 보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 그 순간에는 좋지만, 그다음부터는 눈치를 보며 조마조마하면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눈을 약간 낮추면 그럴 필요가 없어집니다. 만약 질문자의 나이가 서른이고, 사귀는 여성의 나이가 마흔이고, 학벌과 수입도 여성보다 질문자가 더 높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에는 여성이 더 눈치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자기가 정한 기준보다 낮은 사람과 사귀게 되면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지고 떳떳해집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딱 고정해 놓고 접근하기 때문에 거절당할 확률이 높으니까 말도 못 하게 되는 겁니다. 또한 뜻밖에 사귀게 되었어도 깨질까 봐 늘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그것은 연애 때문에 오는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가 약간 눈높이를 높여서 관계를 맺고 있어서 혹시 나의 부족한 점이 들통날까 봐 두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첫째, 친구로 사귄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만나보세요. 그러다가 서로 뜻이 맞으면 연애를 하면 돼요. 둘째, 처음부터 연애로 만나고 싶거든 눈을 좀 낮춰서 접근해 보세요. 거절당할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연애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의 욕심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저는 그동안 친구를 사귈 때도 관계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람에게 좀 빨리 질리는 스타일 같아요. 친구와 잘 지내다가도 금세 질려서 연락을 안 하게 되고, 또 혼자 지내면 다시 외로워지고, 친구가 필요해서 연락하면 또 금세 질려서 연락을 안 하게 됩니다. 뭔가 목적을 가지고 친구를 사귀어야 오래 사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왔다 갔다 하는 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왔다 갔다 하면 되죠. (웃음) 한두 사람만 깊게 사귀어도 괜찮고, 다양한 사람을 얕게 여러 명 사귀어도 괜찮아요. 과일을 먹고 싶을 때 계속 사과만 먹어야 하나요? 오늘은 사과 먹고, 내일은 배 먹고, 그다음에는 토마토 먹고, 그다음에는 귤 먹고, 이렇게 계속 바꿔 먹어도 되잖아요. 그것처럼 사람을 사귀는 방식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너무 딱 정해 놓지 마세요. 살다 보면 저절로 사귀어지기도 하고, 또 사귀고 싶어서 사귀어지기도 하고, 잘 지내다가 뜻하지 않게 헤어지기도 하고, 헤어져서 외로우면 또 다른 사람도 사귀기도 하는 겁니다.

왜 한 사람하고만 계속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한 사람과 꾸준히 관계를 맺게 된 것은 괜찮은데, ‘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렇게 딱 정해 놓으면 중간에 헤어지게 되었을 때 괴로움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그렇게 정해 놓지 마세요. 요즘 같은 세상에 좀 유연하고 자유롭게 살면 어떨까요?

요즘은 혼자 살아도 괜찮은 세상이잖아요. 옛날에는 혼자 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어요. 스님이나 신부님 빼고는 혼자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 사는 사람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혼자 살면 생활이 굉장히 불편했어요. 그러나 요즘은 남자든 여자든 혼자 사는 것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음식도 혼자 사 먹을 수 있고, 밥은 전기밥솥이 해주고, 반찬가게에 가서 반찬을 사 올 수 있잖아요.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가 있기 때문에 혼자 사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혼자 산다’, ‘결혼한다’ 이렇게 정할 필요가 없어요. 살다 보니 혼자 살게 되었다면 혼자 살면 되는 것이고, 살다 보니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연애를 하면 되는 것이고, 살다 보니 상대가 결혼하자고 하면 결혼하면 되는 것이고, 살다 보니 상대가 헤어지자고 하면 다시 혼자 살면 되는 것이고, 이렇게 편안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질문자는 너무 의도를 갖고 있어요. 의도를 가졌으면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든지요. 그런 역량이 없으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수행자는 어떤 일을 한 번 결정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일이 드뭅니다. 계속할 뿐이지 되고 안 되고 이런 것은 별로 따지지 않습니다. 필요해서 정했으면 그냥 합니다. 질문자는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는 성격이라면 또 그런 성격에 맞게 살면 됩니다. 성격은 금방 그만두는 성격인데, 꾸준히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니까, 서로 안 맞아서 생기는 문제예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좀 더 가볍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도 스님 말씀처럼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마음은 하기 싫은 거예요. 머리는 ‘해야 한다!’ 이러는데, 마음은 ‘에이, 그거 하면 뭐 해’ 이러는 겁니다.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는 이유는 일어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못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일찍 일어나기 싫어서 못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알아야 해결책이 생깁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하고 싶은데 안 됩니다’ 이 말은 누가 강제로 질문자를 가두어 놓았을 때 통하는 말입니다. 본인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표현해야 정확합니다.”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해외 출국 전 마지막으로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공동체 법사단과 회의를 한 후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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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하고 싶은데 안 됩니다’ 이 말은 누가 강제로 질문자를 가두어 놓았을 때 통하는 말입니다. 본인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표현해야 정확합니다.”

2023-08-31 14:05:25

오정숙

스님의 명쾌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2023-08-30 12:24:56

오늘도감사

감사합니다.

2023-08-25 17: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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