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8.19 발심행자 수계식, 정토회 합동회의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청년들이 행동에 나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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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논장화를 신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꽃밭논에서 피를 뽑기로 했습니다. 기도를 할 때만 해도 부슬부슬 비가 내렸는데 울력을 시작할 즈음 비가 그쳤습니다.

잎마다 새벽에 내린 빗방울이 맺혀있었습니다.


두북공동체, 문수팀 행자님들도 함께 피를 뽑았습니다. 논장화를 신고, 손에 낫을 하나씩 들고 논으로 입장했습니다. 논둑에는 어제 뽑아서 던져 놓은 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벼와 피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여전히 벼와 피를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행자님들에게 스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피가 많아도 너무 많네요. 모가 심어진 줄이 아닌 곳에 난 풀은 싹 베버리세요. 아직 피꽃이 안 피어서 그렇지 꽃이 피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려워요.”

허리보다 높이 자란 벼 사이로 스님과 행자님들은 허리를 푹 숙이고 들어가 피를 베어냈습니다. 초록 물결 사이로 사람들이 사라졌다가 피를 뽑아 들고 나타났습니다. 한 행자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꼭 해녀가 된 것 같네요. 해녀가 한 번 입수하면 전복이며 굴을 캐잖아요. 한 번 피를 벨 때마다 수확량이 엄청나요.”

“벼를 키울 게 아니라 아예 피를 키워야겠어요. 사람 손을 타면 오히려 농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피를 키우면 반대로 벼가 피처럼 저절로 자라지 않을까요?”

“올해는 배추반을 운영했는데, 내년에는 피반을 만들어야겠네요. 벼반 피반.”

“그럼 피반에는 빈혈이 있는 사람들로 모집하면 되겠네요. 고개를 숙였다 일어났다 하면서 빈혈을 극복하는 거죠.” (웃음)

힘든 울력 속에서도 행자님들은 재미난 상상을 하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손으로는 계속 피를 베어나갔습니다.


연회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던 스님의 옷은 빗방울과 땀방울로 진회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스님, 8시가 넘었습니다. 오늘 9시부터는 수계식이 있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합시다.”

스님은 나가자고 말하며 걸음을 옮기다가도 피를 뽑고 또 뽑았습니다.

“오늘 저는 오후 내내 방송이 있어서 울력을 더 할 수가 없어요. 피가 많이 남았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스님은 논을 나왔습니다. 땀을 씻어내고 서둘러 방송실로 갔습니다.

오늘은 지난 1년 동안 발심행자교육을 수료한 분들을 위해 수계식을 하는 날입니다. 오전 9시에 제5차 발심행자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발심행자교육을 수료한 137명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한 가운데, 타종, 예불, 반야심경과 함께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서 수계식에 참여해 법문을 하였습니다. 신규 발심행자들이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자 스님은 삼귀의와 오계 수계식이 생긴 연유와 앞으로 발심행자가 되면 어떤 실천 덕목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수행자에게 있어서 오계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불자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은 불자가 지켜야 할 가치 기준인 오계를 명확히 지키지 않습니다. 불자들이 오계를 지키며 살아간다면, 전국에서 살인, 폭력, 강도, 절도, 성추행, 성폭행, 사기를 저지른 사람들을 조사했을 때 불교 신자는 거의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범죄자들 중에서 불교 신자들이 적다는 통계적 근거가 없습니다. 즉, 불교 신자들 중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비율이 세상 사람들의 평균치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많은 불자들이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제사를 지내며 복을 비는 종교적 활동에 중점을 두거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불교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활동에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

대다수의 불교 신자들이 기복 불교와 불교 철학에 중점을 둠으로써 수행자로서의 분명한 가치관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형식적으로 계를 받기 때문에 계를 받았다는 수계증과 별명처럼 불리는 불명만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오계를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드뭅니다. 그들을 ‘불교 신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수행자’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들이 수행자의 대열에 참여하려면, 비록 과거에 잘못을 범한 적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오계라는 다섯 가지 기본 가치관을 명확히 지켜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폭력, 살인, 도둑질, 성추행, 성폭행, 사기, SNS를 이용한 모독과 비난을 흔히 목격할 수 있습니다. 술에 취해 행패를 피우는 사람들도 자주 만납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이 다섯 가지 윤리 기준을 잘 지킨다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범죄의 90퍼센트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만큼 오계를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을 해치는 행위는 곧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수행자는 남을 해치거나 괴롭히거나 손해를 끼치면 안 되고,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도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오계를 지켜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오계를 지키지 못했다면 ‘놓쳤구나’ 하고 바로 참회하고 다시 오계를 지킬 것을 맹세해야 진정한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온라인으로 참회, 연비, 수계 약속, 헌화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전법활동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발심행자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발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수계 받은 이 공덕을 고통받는 일체중생들에게 회항하오니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을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오늘 수계 받은 이 공덕을 한반도에 회향하오니 북한 동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고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발원하옵니다.”

다음은 불명을 받는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한 후 수계증을 수여했습니다. 대표로 한 분에게 수계증을 전했습니다.


수계를 받은 발심행자들은 이어지는 2부 프로그램에서 소감 나누기를 이어나갔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업무를 보다가 오후 1시부터 정토회 임원 합동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정토회 합동회의는 대중부, 공동체, 사회활동위원회를 비롯해 정토회 산하에 모든 단체의 임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각 단위 사업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참석자들은 사전에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오늘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먼저 토론에 앞서 스님이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가 요즘 맞이하고 있는 시기는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정토회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발전해 온 만큼 현재 상태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정토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하나씩 이겨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성공적으로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거의 매일 같이 일이 생기는 와중에 그걸 수습하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반면에 요즘은 전반적으로 활동이 안정되어 가고 있어서 현재 상황에 안주할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정토회의 성장과 변화를 보면서 늘 이런 부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잘 살펴야 하는 부분은 세대교체입니다. 1세대와 2세대 사이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에 많은 사업들이 혼란을 겪거나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안주하게 됩니다. 1세대가 너무 빨리 손을 놓으면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1세대가 너무 오래 남아 있으면 2세대가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장애가 됩니다. 즉, 2세대가 새로운 사업을 맡아서 추진해 보겠다는 마음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1세대가 늘 잘해왔으니까 우리는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임감과 창의성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렇다고 2세대가 섣불리 ‘이제는 우리가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하고 1세대를 몰아내면 사업의 연속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세대가 교체될 때는 분열이 일어나거나 사업이 정체될 위험이 있습니다.

안주할 것인가 vs 도약할 것인가

정토회는 지금까지 늘 화합을 강조하면서 지내왔기 때문에 분열에 대한 염려는 적은 편입니다. 대신 지금까지 진행해 온 사업들이 정체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은 기초를 닦는데 급급해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중구난방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즉흥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설계를 하는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지도부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기반으로 좀 더 계획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간다면 정토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 모두가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분열하지도 않고, 무책임해지지도 않고, 오히려 세대교체를 하면서 이 상황을 발전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들은 자리를 물려주면서 경험을 전해주고, 후배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선배들이 해온 사업의 성과를 잘 계승한다면 정토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위기와 기회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평가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10년이나 20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을 돌아보면서 ‘그때 정토회가 잘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기회가 됐다’ 하고 평가를 할 수도 있고, ‘그때 정토회가 이러이러한 잘못을 해서 정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하고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정치권, 경제권 등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분열이 심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돈도 있고, 기술도 있고, 인재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성장한 것을 잘 이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할 위험도 있는 시기입니다.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성과에 만족하며 안주하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소비지수가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뭐든지 혜택만 누리려고 하고, 자기 욕심대로만 하려고 하다 보니 정치적 갈등도 심하고, 산업계 갈등도 심하고, 세대 간 갈등도 심하고, 성별 간 갈등도 심하고, 게다가 남북 간 갈등도 심합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이미 정체 국면에 들어섰는지도 모릅니다. 정토회에서는 이 상황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계기를 통해 지금까지의 발전에 안주하지 않고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원(願)을 세우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국가를 움직일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보니까 나름의 아이디어가 있었음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분열과 갈등, 침체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사이 세계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진 상황까지 되다 보니 우선 긴급하게 평화 운동에 집중하게 된 겁니다. 평화와 통일도 좋지만 자칫 전쟁이 나게 되면 그건 파멸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전쟁으로 번지는 것부터 막아야 합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대한민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상황에서 그것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세상은 성주괴공(成住壞空)하기에 집착할 바가 없다고 하지만, 좋은 기회를 조금씩 놓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법문에서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일곱 가지 법과 상가가 망하지 않는 일곱 가지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처럼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고, 정토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수행자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중지를 모으기 위해 오늘 합동회의를 개최한 것입니다.”

입재 법문을 한 후 곧바로 안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 상반기 전국 사업보고를 듣고 나서 지부 별로 진행한 사전토론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전토론 내용 중에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환경 실천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공동체 지부에서는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이용할 때 엘리베이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걷고 싶은 계단 만들기 프로젝트를 제안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한국어 전법, 외국어 전법, 청년 전법에 대한 사업 보고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휴식을 한 후 전국 으뜸절 사업과 온라인 플랫폼 개발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 합동회의를 마무리하며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토론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아직 미진함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청년특별지부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환경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청년들이 행동에 나서야 할까요?

“정토회가 수행공동체이기 때문에 수행과 전법을 기반으로 해서 여러 가지 실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차 만일결사부터 청년전법과 세계전법을 화두로 해서 문명전환을 꾀한다는 목표를 듣고 무척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을 중심으로 해서 전법을 해나가는 것도 너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데, 환경 위기는 시간이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다 보니까 마음이 조급해지고 빨리 대사회적인 운동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있는지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문제 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체를 봐야 합니다. 지구적으로는 환경 위기가 도래하고 있고, 인류적으로는 절대빈곤과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고, 나라 사이에 갈등이 커지면서 전쟁의 위험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개개인은 물질문명에 중독되거나 마약, 알코올, 성에 노출되어 점점 자아를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이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가 하는 것입니다.

제일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문제는 ‘자아상실’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갑작스러운 교사의 죽음, 묻지마 살인 사건 등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사건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살률도 높고, 사람들의 방황도 심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자아상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아상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토회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정토불교대학과 행복학교를 확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수행을 가장 중심에 놓고 가야 됩니다. 수행을 중심에 놓고 가면 환경 운동도 동시에 해결이 될 수가 있습니다. 환경운동을 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개인의 삶은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그들의 내부 의사결정 구조는 비민주적이라든지,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그들의 개개인은 소비주의에 물들어 있다든지, 이런 경우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적 관점을 가지게 되면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청년들이 불교대학을 광범위하게 확산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환경 실천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 실천은 누군가가 모범을 보여주면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실천 활동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옷을 사준다고 해도 옷을 새로 사지 않고, 아무리 운동화를 사준다고 해도 운동화를 새로 사지 않는 ‘물건 안 사기 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유럽에는 많습니다. 이렇게 검소하게 살기 운동이 수행과 관계없이 이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아직 그런 의식이 없습니다. 일부 환경 의식이 있는 청년들도 투쟁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정도이지 자신의 생활 속에서 환경 실천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는 청년들이야말로 수행과 환경 실천을 결합해서 해보면 좋겠어요. 소비주의에 물든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참여를 안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많은 청년들이 쾌락에 빠져서 방황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부처님 법에 귀의하여 적극적인 실천 활동을 해나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청년들이야말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해보면 좋겠어요. 수행을 제외한 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환경운동 단체를 하나 더 만드는 것밖에 안 됩니다. 아무런 특색도 없고 우리의 장점도 살려질 수 없어요. 후발주자에 불과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수행에 바탕을 두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은 눈치 보지 말고 불교대학에서 배운 내용과 깨달음의 장에서 자각한 내용을 삶 속에서 바로 실천하는 운동을 전개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져야 오히려 청년들이 모입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하면 청년들은 안 모입니다. ‘이상을 위해서 한번 살아보자’ 하는 제안을 청년들에게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기후 위기와 수행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아 상실을 극복하는 수행 운동을 바탕에 두고 환경 실천을 해나가는 게 더욱 효과적입니다. 검소하게 사는 운동 속에는 수행과 환경 실천이 모두 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어서 여러 질문들을 받고 다양한 제안들을 수렴한 후 더 이상 질문이 없자 대중은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삼귀의 중에 귀의승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보고를 받고 토론을 하느라 수고들 하셨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정토회 상반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충분히 공유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합니다. 우리들 개개인은 가진 돈도 적고 할 수 있는 역할도 미미합니다. 하지만 수천 명 수만 명이 모인 정토회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전법을 하고, 평화운동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하는 우리 도반들이 매우 소중합니다. 의견 차이가 다소 있다고 해서 도반을 미워하고 외면한다면 그는 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이 따로 산다면 자기 하나 살기도 힘들고, 자기 가족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요. 물론 남을 위해 보시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어쩌다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하나 건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가 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모인 정토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을 많이 합니까? 홍수 피해 지역을 돕고, 지진 피해 지역을 돕고, 수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습니다. 곳곳에서 평화운동도 하고, 좋은 법을 널리 전하는 일도 합니다. 하나하나는 티끌 같을지 몰라도 그러한 티끌이 모이면 태산 같아질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개인이 선의를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선의가 세상에서 유용하게 쓰이려면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 합니다.

함께하는 도반들에게 귀의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토회 회원으로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만 귀의할 것이 아니라 정토회 도반들에게도 귀의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공동체에 귀의하고 자신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조금 힘들다고 그만둔다면 공동체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내가 들락날락하더라도 정토회가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이유도 다 우리 도반들의 덕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함께 할 때 빛난다는 관점을 분명히 가졌으면 좋습니다.

지난 상반기 동안 여러분들은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조금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전법이라는 큰 원을 세웠는데도 일은 작년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잖아요. 약간 막막할 수도 있고, 목표가 손에 안 잡힐 수도 있고, 목표가 허황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아, 원을 세우고 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30년 전에 젊은 사람 몇 명을 데리고 지구를 구하는 환경 운동을 시작하고, 세계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도모하고, 불교를 새롭게 하고자 원을 세운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대부분이 허황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는 덜 허황해요. 일단 출발할 수 있는 기본은 갖추었으니까요.

부처님의 세 가지 신통력에는 천안통, 숙명통, 누진통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하면 미래에 어떻게 될지를 아는 것, 즉 원인을 지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능력을 천안통이라고 해요. 현재에 일어나는 일이 과거에 어떤 일을 원인으로 비롯되었는지를 아는 것, 즉 지금의 결과를 보고 과거의 원인을 아는 것을 숙명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오늘날 우리가 여기에 있기까지 과거에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고, 우리가 이렇게 하면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런 지혜가 부족하니까 자꾸 흔들리는 거예요. 또한 지금 일어난 일의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아는 것이 누진통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항상 깨어있어 누진통을 얻어야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할 수 있습니다. 수행을 할 때는 누진통이 있어야 괴로움이 없어지고, 교화와 전법을 할 때는 천안통과 숙명통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런 점을 깊이 이해한 토대 위에 함께 정토회를 일구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 전법행자대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밤 9시가 다 되어 합동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스님은 절뚝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농사일을 하고,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생방송하고,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을 생방송한 후, 오후에는 정토경전대학 졸업식을 생방송하고, 통일의병 입문과정 강의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0/200

도연숙

감사합니다

2023-09-06 10:43:09

드림하이

여러분들이 수행자의 대열에 참여하려면, 비록 과거에 잘못을 범한 적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오계라는 다섯 가지 기본 가치관을 명확히 지켜야 합니다."

2023-08-31 00:53:06

최태자

오계를 잘 지키겠습니다.

2023-08-24 20: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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