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7.27 평화연구 세미나, 안거 시작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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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사회문화 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6시 30분부터 평화재단에서 북한 전문가들을 맞이했습니다. 함께 조찬을 하며 현재의 남북 관계를 진단하고, 북한의 물가변동, 환율변동, 식량부족현황, 감자 · 보리 · 밀 작황 등을 살펴보고 국경 개방의 가능성 등을 논의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위원들과 함께 ‘진보 정치의 성찰’을 주제로 이광재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님을 모시고 평화연구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이 총장님은 과거 대한민국 70년의 역사변화를 평가하면서 미래 30년을 내다보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했습니다.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 분단 극복이라는 세 가지 큰 화두를 갖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산업화도 성과와 한계가 있었고, 민주화도 성과와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공 정책이 40년 동안 지속되었고, 햇볕 정책과 강경 정책을 되풀이하면서 그 후 30년이 지났습니다. 현재는 남북의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한반도의 평화에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전쟁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심각한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30년 대한민국의 도전 과제

최근에 세계 질서는 재편기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그 본질은 기술 경쟁에서 비롯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미래 30년의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도전 과제는 디지털 기술 혁명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국회, 학교 등 대부분의 시스템이 과거의 유산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세 번째 도전 과제는 기후 위기로 인한 지속 불가능 문제가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 물 부족, 빈번한 재난, 질병의 창궐을 가져올 것입니다. 네 번째 도전 과제는 동양과 서양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머지않아 인도와 중국의 GDP를 합치면 전 세계 GDP의 절반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도전 과제는 수명 100세 시대에 새로운 인간의 탄생입니다. 65세에 정년퇴직을 하게 되어도 앞으로 35년 동안 더 살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어서 갈수록 심화되는 국론 분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습니다.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여론 조사를 1천만 명 단위로 실시해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서 국론 분열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정치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이 일 년에 한 번씩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애를 쓰듯이 정치인 평가 시스템을 만든다면 대한민국 정치가 일류 정치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질투의 힘으로 발전해 왔다면, 앞으로는 공존하는 힘으로 발전할 수 있게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발제가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가운데 스님도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출산율 저조 문제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중요하다면 실제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집행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래 낙태를 하고, 한쪽에서는 출산율이 저조하다고 난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낙태하지 않고 아기만 낳아 주기만 해도 국가에서 지원금을 주고 국가가 그 아기를 키우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낙태 비용도 들지 않고, 죄의식을 갖지 않아도 되고, 출산율도 높일 수가 있습니다. 왜 한쪽에서는 엄청나게 낙태를 하고, 한쪽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연간 몇십 조 원을 사용합니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누구든지 아기를 낳으면 천만 원의 지원금을 주고 신원 보장을 해줘야 합니다. 양부모는 지정해 주되 키우는 것은 국가가 함께 키우도록 지원해 주는 방식을 마련하면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을 찾아가서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겠다고 설득하는 정책은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이 100세 시대, 디지털 문명사회에서는 더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총장님도 스님의 의견에 적극 공감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름이 섞여야 창의성이 나옵니다. 그리고 아기를 낳았을 때 부모가 누구인지 묻지 말아야 합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기를 낳으면 국가가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기를 키우는 것을 여성에게만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됩니다. 출퇴근 시간만 없애면 하루에 1.5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유지하기 위해 1.8시간을 사용합니다. 출퇴근 시간을 없애면 개인에게 많은 여유가 생깁니다. 남자의 가사 노동이 많아질수록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통계 자료도 있습니다.”

세 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뜻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서 말씀해 주신 미래 지향적인 구상들을 실현가능 하도록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평화연구 세미나를 모두 마쳤습니다.

곧바로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평화재단의 현안과 발전 방향에 대해 두 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로써 서울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저녁 6시에 문경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세 시간 달려 밤 9시에 문경 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며칠 전 국립중앙의료원 초청 강연에서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요?

“결혼을 한 후 어떻게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일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직장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건강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제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그 기준에 부합하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삶의 동력이랄까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요?”

“재미나 기분 좋은 것을 너무 추구하면 쾌락에 빠지기 쉬워요. 지속되는 재미는 쾌락적인 것밖에는 없습니다. 삶의 안정감을 가지려면 일상에서 재미를 느껴야 해요.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딱 떴는데 내가 살았어요!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병원에 있어보면 눈 감은 채 못 일어나는 환자들이 많잖아요. 살아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만약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합시다. 그로 인해 한쪽 팔이 부러졌어요. 아파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고 나 혼자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면 팔 한쪽 부러진 건 아랑곳없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기독교 신자라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기뻐하겠죠.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관점을 바탕에 두고 삶을 살아야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도 살았네!’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질문자가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 등 소소한 재미라고 표현했던 것들도 사실은 엄청난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은 늘 저에게 ‘잠자는 듯이 죽었으면 좋겠다’ 하고 말합니다. 이것이 소박한 바람 같나요? 아니에요. 엄청난 욕심입니다.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보다 더욱 이루기 어려운 욕심을 부리는 겁니다. 그러니 소소한 재미를 따지지 말고 일상적인 재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아플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어서 감사하다’,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건강하기만을 바란다면 아픈 것이 불행이 됩니다. 그러나 ‘굶주리지 않고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마음을 내면 고민거리가 싹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무기력해질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삶에 생기가 돕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저의 에너지가 넘쳐 보이죠? 수행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주로 오지를 다니기 때문에 저절로 생기가 돋습니다. 물을 구하기 위해 2km를 걸어가야 하는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일을 하거나, 홍수가 나서 엉망이 된 마을에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게 됩니다. 살아 있는 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는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어요. 비포장 길을 걸어가다 보면 가끔 지나가는 트럭이 저를 태워줄 때가 있었습니다. 트럭 꽁무니에 타고 학교 가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트럭에 태워주기만 해도 무척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3세계에 가서 트럭 뒤에 탄다든지, 비행기를 서른 몇 시간 동안 탄다든지 하는 것들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항을 경유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힘들어하는데, 저는 지금도 해외 출장을 다닐 때 두 번 혹은 세 번씩 경유지를 거치는 비행기를 탑니다. 공항은 제가 다니는 오지에 비하면 화장실도 있고, 물도 나오고, 시설이 정말 좋습니다. 직항 타고 일찍 도착해서 놀면 뭐 합니까? 직항 대신 공항을 몇 곳 경유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잖아요. 그 돈이면 물이 없는 오지 마을에 핸드펌프 몇 개는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어떻게 지내도 불편하지 않아요. 사는 게 굉장히 편안해집니다.

질문자는 지금 ‘매일 똑같은 일을 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도 살았네!’ 하고 외쳐 보세요. 요즘 직장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침에 직장에 출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사실은 큰 복입니다. 실직을 해보면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것이 큰 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면 인생이 점점 행복해집니다.

어차피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할 것이 없잖아요?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 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낫잖아요? 그 일을 하면서 맨날 불평하면 결국 질문자만 손해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걸어 다니지 않고 차를 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일상에서 자꾸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때 얼굴에도 생기가 돌게 됩니다.

저는 코로나19 이후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 매일 풀을 베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매일 농사일을 하면 저녁마다 팔과 다리가 쑤시고 아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운동 삼아하는 거예요. 골프를 치며 소비적으로 노는 것보다는 풀을 베며 생산적으로 노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공기와 함께 운동할 수 있으니 이것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이렇게 본인이 처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아이디어가 자꾸 생깁니다. 뜻대로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안 되면 ‘어떻게 하면 되지?’ 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안 되면 저렇게 해 볼까?’ 하고 연구를 할 때는 괴로움이 안 생깁니다.

그럼 실패했을 때 괴로움이 생기는 건 왜 그런 것일까요? 아직 성공할 시기가 안 되었는데 성공해야 한다고 욕심을 내기 때문에 좌절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모든 인류의 발전은 실패해서 온 것입니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왜 실패했지!’,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 하는 의문을 갖고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류의 모든 발견이 실패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실패가 좌절과 절망을 가져온 것이 아니고, 욕심이 좌절과 절망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실패는 연구의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됩니다. 이렇게 관점을 좀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는 여름 명상 수련 및 공동체 하안거 수련이 진행됩니다. 스님은 7일 동안 명상 수련을 지도하며 대중과 함께 명상을 한 후, 다시 7일 동안 공동체 대중과 안거 수련을 할 예정입니다. 이 기간 동안 '스님의 하루'도 연재를 멈추고 잠시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의 하루 휴재 안내>

▶ 휴재 기간 : 7월 31일~8월 14일

▶ 다음 발행 : 8월 15일

안거는 모든 것을 멈추고 자신을 성찰하는 기간입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3개월 동안 수행자들이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모여 안거를 했습니다. 그런 전통에 따라 정토회도 안거 기간에는 모든 일정을 멈추고 정진을 합니다.

전체댓글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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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그럼 실패했을 때 괴로움이 생기는 건 왜 그런 것일까요? 아직 성공할 시기가 안 되었는데 성공해야 한다고 욕심을 내기 때문에 좌절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모든 인류의 발전은 실패해서 온 것입니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왜 실패했지!’,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 하는 의문을 갖고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겁니다."

2023-08-29 23:25:31

옥스

소소한재미보다 일상에서의 재미를 찾아라

2023-08-17 11:20:38

완전 신박한 저출산율 극복방법이네요..
옳소~~👏👏👏

2023-08-14 20: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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