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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스님은 연장을 챙겨 수행팀 행자님들과 들깨 모종을 심어놓은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마을 개울에 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야, 이제 도랑에도 물이 흐르네요.”
적당히 내린 비는 농사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스님은 무척 반가운 눈길로 도랑을 바라보았습니다.
들깨밭에 도착하니 들깨와 함께 풀이 무성히 자라있었습니다. 연일 내린 비로 땅도 질척거렸습니다.
“아이고, 풀부터 먼저 뽑고 나중에 거름을 줘야겠네요. 오늘은 땅이 질어서 안 되겠어요.”
발길을 돌려 열무밭으로 갔습니다. 열무밭은 얼마 전에 풀을 매어 두어서 열무가 푸릇푸릇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밭 끝으로 가서 열무를 솎아 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밝은 햇살 아래 울력을 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난 땅은 촉촉했습니다. 열무가 쑥쑥 뽑혔습니다.
“이렇게 먼저 큰 열무를 솎아 내야 작은 열무가 자랄 수 있어요. 반찬도 해 먹고 일석이조죠.”
다섯 줄을 오가며 열무 한 바구니를 수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크고 좋은 열무 한 움큼만 따로 빼서 먹기 좋게 다듬었습니다. 깨끗하게 씻은 후 밭 주인 어르신에게 가져다 드렸습니다.
들깨밭 옆 무성한 풀 사이에는 부추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예초기를 돌리기 전에 부추도 싹 벴습니다.
열무와 부추를 내려놓고 서둘러 산밑밭으로 갔습니다. 울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먼저 가지를 땄습니다. 허리를 숙여 가지를 따다 보니 모자가 자꾸 떨어졌습니다. 스님은 모자를 지지대에 걸어두고 가지를 계속 땄습니다.
토마토, 호박, 오이도 땄습니다. 연일 비가 많이 오고 나니 수확량이 줄었습니다.
순식간에 수확을 마치고 밭을 내려왔습니다.
오후에는 열무를 다듬었습니다. 열무김치를 담그기에는 양이 부족해서 다시 밭에 가서 열무를 솎아왔습니다. 마침 김제동 씨가 스님을 도우러 와서 함께 열무를 솎았습니다.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열무를 다 다듬어 놓고 부추도 다듬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사이 문경, 서울에서 공동체 법사님들이 도착했습니다. 산윗밭에 풀이 많이 자랐는데 스님 혼자 다 벨 수 없어서 공동체 법사님들께 긴급히 도움을 요청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햇살이 한풀 꺾인 5시가 되어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늘은 아랫단 도라지밭에 풀을 맬 거예요.”
법사님들은 흩어져서 도라지 사이사이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산윗밭은 주로 법사님들이 울력을 해왔습니다. 법사님들은 능숙한 손길로 풀을 맸습니다.
묘당법사님과 유수스님은 과수원 밭으로 올라가서 예초기로 풀을 벴습니다.
스님도 처음에는 도라지밭에서 풀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앉은 두둑에는 도라지보다 풀이 더욱더 많았습니다.
“아이고, 풀이 너무 많아서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여광법사님이 이 줄에서 도라지가 있는 곳 주변을 먼저 낫으로 베 놓으면, 그 외에 풀은 예초기로 싹 벨게요.”
스님은 도라지를 피해 예초기로 풀을 시원하게 벴습니다.
도라지 한 두둑에 난 풀을 벤 다음 고랑에 난 풀을 벴습니다.
법사님들은 예초기로 벨 수 없는 곳에 난 풀을 뽑았습니다.
왱 하고 쉼없이 돌아가던 예초기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줄이 다 떨어졌습니다. 줄을 가는 동안 스님은 낫으로 풀을 계속 벴습니다.
“이 밭을 다 매야 갈 수 있어요.”(웃음)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울력은 계속 되었습니다.
날은 점점 어둑해지고, 풀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다 했다!”
2시간 30분 만에 풀매기를 마쳤습니다. 모두 땀과 비로 몸이 젖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에 문을 닫고 밭을 내려왔습니다. 법사님들은 도구를 씻어서 농막에 두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모임을 가진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주말에 열린 행복학교 특강에서 나눈 즉문즉설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지난 50년간 현장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긴 시간 동안 현장 생활을 해서인지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어떻게 하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행복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살던 모습 그대로 살아도 됩니다. 저도 일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에요. 동작을 빨리빨리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은 빠르게 움직이되 마음은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자신의 속도를 기준으로 해서 다른 사람이 빠르지 않다고 짜증을 내거나 성질을 낸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빨리빨리 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남방불교의 위빠사나(Vipassana) 수행법은 동작을 천천히 하면서 알아차림을 유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방불교 스님들 대부분이 동작을 천천히 합니다. 그런데 선불교의 참선(參禪) 수행법은 조금 다릅니다. 선불교는 칼과 칼이 부딪치는 전쟁터에서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빨리빨리 움직이는 속에서도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도록 수행합니다. 남방불교의 수행법 중에는 ‘포행(布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천천히 걸으면서 발의 감각과 몸의 동작을 알아차리는 수행법입니다. 선불교에서도 포행을 합니다. 그러나 선불교에서는 천천히 움직일 때뿐만 아니라 빨리빨리 움직이면서도 동작을 알아차리고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연습도 함께 합니다.
빨리빨리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이 조급한 것은 문제예요. 동작이 빠른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마음이 늘 쫓기듯이 바쁘다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동작이 빠른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욕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동작보다 앞서가기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선불교에서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자신의 발밑을 살피라는 뜻입니다. 절에서는 항상 자신의 발밑을 살펴서 신발을 가지런히 벗도록 되어 있습니다. 신발을 벗을 때 발의 동작에 깨어있어야 신발을 가지런하게 벗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발을 벗는 동작에 깨어있지 못하고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방안에 가버리면 신발이 흐트러지게 됩니다. 사람들이 벗어 놓은 신발을 누군가가 모양이 좋게 가지런하게 놓는 것이 절의 규칙이 아닙니다. 신발을 벗을 때 발의 동작에 깨어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리 정돈을 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가 모양이 좋게 물건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물건을 쓰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때 깨어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걸레를 사용했으면 빨아서 원래의 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이 중요해요. 항상 자신의 삶에 깨어있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조급하면 깨어있지 못하게 됩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는 욕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동작을 빨리빨리 하면서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면 됩니다. 꼭 천천히 행동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에요. 빨리빨리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하다면 마음을 살피라는 겁니다. 또한 질문자가 빠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느리다고 짜증을 내서는 안 됩니다. 질문자가 천천히 여유 있게 살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연세가 많으시니까 이제는 아무 일도 안 해도 됩니다. 그 말은 일을 새로 벌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아무 일도 벌이지 말고 그저 아내가 밥을 해주면 감사히 먹고, 아내가 밥을 안 해주면 내가 밥을 해서 먹고, 내 방은 내가 청소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관점을 딱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관점을 가지면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걸 쉬어버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명상이에요. 7월 말에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명상수련이 있으니까 신청하셔서 명상을 한 번 해보세요. 4박 5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수련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막상 명상을 해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 때문에 계속 몸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자꾸 이 생각 저 생각이 일어납니다. 목표는 생각도 안 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것인데, 현실은 계속 생각이 일어나고 움직임이 생깁니다. 그걸 경험하면 ‘내가 그동안 조급하게 살았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5일 동안 아무리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않고, 온갖 생각이 일어나도 그것에 의미 부여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 보는 겁니다. 이런 연습을 자꾸 하면, 일이 있으면 있어서 좋고, 일이 없으면 없어서 좋은 경지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일이 없으면 심심하다고 불평하고, 일이 많으면 바쁘다고 불평하잖아요. 일이 있으면 운동 삼아 일해서 좋고, 일이 없으면 한가하게 놀수 있어서 좋습니다.
질문자는 놀 줄 모른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노래하고 춤추고 술 마시는 것을 뜻한다면 그런 것은 안 하는 게 건강에 더 좋습니다. 굳이 그렇게 놀 필요는 없어요. 그 말이 혹시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면 가만히 있는 연습을 좀 해봐야 됩니다.
소가 목장에서 풀을 뜯을 때 바쁘게 풀을 뜯습니까? 천천히 풀을 뜯습니다. 소는 풀을 다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풀밭에 떠억 누워 있습니다. 파리가 날아오면 꼬리로 파리를 쫓으면서 한가하게 앉아있죠. 소가 게을러서 그런 겁니까? 소가 심심해 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에요. 소는 아무리 누워있어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소는 풀을 뜯어도 바쁘지 않고, 누워있어도 게으르지도 않고, 그냥 배가 고프면 풀을 뜯고, 배가 부르면 누워있는 겁니다. 풀을 뜯을 때도 한가하고, 누워있을 때도 한가해요.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저런 일이 많이 닥쳐도 마음은 한가해야 합니다. 동작은 빠르더라도 마음은 쫓기지 않고 한가해야 돼요. 아무 할 일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잘 안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한 번 지내보세요.
그리고 연세가 많으시니까 이제는 일을 쉬어야 됩니다. 자꾸 일을 만들면 안 돼요. 일이 쉬어지지 않는다면 쉬는 연습을 자꾸 해봐야 합니다. 안 쉬어지면 안 쉬어지는 대로 계속 일을 해도 되지만, 대신에 일을 하고 나서 힘들다는 불평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머리가 하얗고 연세가 많은 분이였는데요. 아내에 대해서도 질문할 것이 있다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내가 꾸짖는 듯한 말투로 말하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행복학교에서 마음 편을 공부하면서 화가 나는 것을 인지하고 불편한 말은 쓰레기로 처리하라는 말씀을 명심하고 지금 연습하고 있습니다. 화가 날 때 제가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내가 불편한 거지 아내는 자기 할 말을 하는 것뿐이에요. 아내의 말이 내 마음에 안 드니까 불편한 거죠. 아내의 말을 바람소리와 새소리처럼 듣고 그냥 지나가면 됩니다. 부부지간에 벌써 사오십 년을 살았으면 이제 아내의 말은 바람소리처럼 들을 줄 알아야죠. ‘아내가 지금 중얼중얼하는구나’ 이렇게 들어야지 말 한마디마다 의미를 부여해서 옳으니 그르니 따지면 내가 힘들어서 같이 못 삽니다.
나도 빨리빨리 하는 습관이 안 고쳐지듯이 부인도 잔소리하는 습관이 안 고쳐지는 겁니다. ‘이제 그만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미 습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듣는 사람이 ‘그러려니’ 하고 듣는 게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유를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나이 값을 못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걸 깨닫고 행복학교를 신청했는데, 오늘 스님이 해주신 말씀을 기틀로 잡아서 남은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내일도 공동체 법사단과 함께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잠시 활동을 멈추고 휴식과 함께 나를 돌아봅니다.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생방송 여름명상은
각자의 개인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7/26(수)까지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토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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