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7.1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청춘톡톡
“회사에서 억지로 술자리에 가야 할 때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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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한 달에 한 번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인간 붓다 수업을 6강까지 공부했고, 일상 속 수행연습과 실천 활동도 해보았습니다. 먼저 교실별로 진행한 빈곤퇴치 거리모금 활동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천일결사 맛보기 활동을 해본 두 명의 소감도 들어보았습니다. 이제 막 수행의 첫발을 내디딘 분들의 체험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괴로운 이유는 어릴 적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공동 정진을 시작했고, 한 배 한 배 엎드려 절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고 감사 기도를 해보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신랑에게 투사하고 있는 제 마음도 알아차렸습니다. 혼자 기도를 했다면 며칠 만에 그만두었을 겁니다. 그러나 함께 하니 계속할 수 있었고, 기도가 즐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진행자의 권유로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서 저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에 대해 드디어 감사한 마음을 낼 수 있었고, 응어리진 마음이 풀렸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 하겠습니다.”

소감 발표가 끝나고 모두가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잠시 명상을 한 후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수행 소감을 들으면서 출발선상에서 몇 발을 내디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두 발을 내디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분은 다섯 발을 내디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분은 열 발을 내디딘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몇 발을 갔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보다는 더 나아졌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는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 발이라도 내디뎠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농사일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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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맑은 공기와 자연 속에서 적당히 땀을 흘리는 육체노동을 함으로써 삶을 조금 더 자연친화적으로 가꾸어갔으면 합니다. 화면으로만 보니까 재미있어 보이죠? 옆에서 구경하면 재미있는데 실제로 해보면 힘듭니다. 몸은 고단하지만 막상 일을 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요. (웃음)

여러분도 실천 장소에 오셔서 농사일과 창고 정리에 일손을 보태주십사 하고 말씀드립니다. 또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환경 캠페인도 꾸준히 해나가고,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돕는 모금 활동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사전에 다섯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마음 알아차림에 대해 배웠는데 마음을 알아차린 다음에는 어떤 수행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마음을 알아차린 다음에는 어떤 수행을 해야 하나요?

“불교대학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은 기복신앙이 아니라 수행자가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이 곧 수행이라면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하고, 깨어 있으려면 알아차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아차림 이후에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화가 날 때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 하고 가끔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화가 나는 순간 조금 참거나, 성질대로 하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아차림 이후에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알아차린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아직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제대로 알아차리면 알아차림이 끝입니다. 알아차림 이후에 어떻게 한다는 게 없어요. 알아차리지 못하면 알아차리면 되고, 알아차린 다음에는 그 알아차림을 지속할 뿐입니다.

한 번 알아차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금도 알아차리고, 그다음 순간에도 알아차리고, 그다음 순간에 또 알아차리고, 이렇게 알아차림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화가 나면 화가 사라질 때까지 화가 나는 상태에 대한 알아차림이 지속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알아차림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화가 사라질 때까지 알아차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만 알아차릴 뿐이다’ 하고 말하는 거예요.

알아차린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는 것은 의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각오하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것은 아직도 세속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겁니다. 수행은 각오하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알아차릴 뿐이기 때문에, 화가 사라질 때까지 알아차림을 유지합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화가 나는 걸 알아차리긴 했는데 그래도 계속 화가 납니다’ 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말은 화가 날 때 알아차리긴 했지만 그 뒤에는 계속 화에 끌려 다녔다는 뜻입니다. 화가 나는 걸 계속 알아차리고 있지 않은 거죠. 한 번 알아차리긴 했지만 그다음 찰나에서 놓쳐버린 겁니다. 그래서 찰나 찰나에 계속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걸 다른 말로는 ‘지켜본다’ 하고 말합니다.

지켜보는 것은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화가 나면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화가 나는 걸 놓치고 화를 내버렸으면 ‘화를 내버렸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넘어지면 ‘넘어졌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넘어진 걸 넘어졌다고 제대로 인지하면 저절로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넘어진 줄 아는 사람한테는 일어나라는 말도 필요가 없습니다.

알아차림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사람은 넘어지면 일어나게 되고, ‘잘못했구나’ 하고 알면 뉘우치게 되고, ‘몰랐구나’ 하고 알면 물어서 알게 됩니다. 자꾸 세속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그다음에는 어떻게 합니까’ 하고 묻게 되는 거예요.

화가 일어나는 걸 알아차리면 화는 사라집니다. 그런데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화가 나는 걸 느끼긴 해도 화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납니다. 그런데 원리를 생각해 보면 본래 화날 일이 없습니다. 화날 일이 없는데도 화가 난 것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면 화날 일이 없는 쪽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넘어지면 일어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제대로 알아차리면 화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알아차림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수행은 각오하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게 아닙니다. 편안한 가운데 ‘현재 상태가 이렇구나’ 하고 알 뿐입니다.

누군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할 때도 ‘그건 맞는 말이다’ 또는 ‘잘못된 말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저렇게 믿고 있구나’, ‘저 사람은 저걸 안 믿고 있구나’ 그냥 이렇게 알 뿐이에요. 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밤새도록 논쟁을 해도 끝이 안 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믿음이 다르구나’ 이렇게 알면 해결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편이 화를 냈다고 해도 ‘아, 남편이 화가 났구나’ 이렇게 알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내가 집에 왔는데 ‘네가 왜 화를 내냐’ 이렇게 대응하면 싸움이 시작되죠.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때는 ‘무슨 이유인지 내가 아직 잘 모르지만 저 사람이 화가 났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예요. 다만 내가 지금 그 이유를 모를 뿐이죠. 상대는 일단 화가 났으니까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물어보면 돼요. ‘조금 전에 무슨 이유 때문에 화가 났어요?’ 이렇게 물어보고 그때 이런 이유로 화가 났다고 말해주면 ‘이 사람은 그럴 때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이 ‘네가 늦게 와서 화가 났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기다렸다는 거잖아요. 나를 기다렸다는 것은 나를 보고 싶었다는 뜻입니다. 남편이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그러면 ‘내가 그것도 모르고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말해주면 됩니다.

이렇게 찬찬히 생각해 보면 문제가 될 게 없어요. 인생은 원래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내가 좀 늦게 온 걸 가지고 네가 왜 화를 내느냐’ 자꾸 이렇게 접근하니까 문제가 되죠. 상대방이 화를 내면 ‘화가 났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우선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화난 걸 받아주다가 ‘그런데 왜 화가 났어요?’ 하고 물어보고 ‘네가 늦게 왔잖아’ 하면 ‘나를 기다린 줄도 모르고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잘 안 되죠. 이번에 해보고 안 되면 ‘이번엔 안 되네’ 이렇게 알고 다음에 또 해보면 됩니다. 해보고 알아차리고, 또 해보고 알아차리고, 이렇게 조금씩 해나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담배 피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게 어려워요, 안 피우는 게 어려워요? 가만히 살펴보면 담배를 피우는 게 더 어렵습니다. 담배를 피우려면 일단 담배 살 돈이 있어야지, 담배를 사 와야지, 담배를 빼물어야지, 불을 붙여야지, 연기를 들이켜야지, 내뱉어야지, 일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런데 담배를 안 피우는 건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니까 아주 쉽습니다. 수행이란 이렇게 담배를 안 피우는 것과 같이 아무런 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것이 어려운 사람이 있어요. 어떤 사람일까요? 바로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든 사람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든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금연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담배를 안 피우는 게 어렵다고 하면 ‘저 사람은 담배 피우는 습관이 들었구나’ 이렇게 알 수가 있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화를 안 내는 게 더 어렵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 저 사람은 화내는 습관이 들었구나’ 이렇게 알 수 있는 거죠. 누가 욕심을 안 내기가 어렵다고 하면 ‘저 사람은 욕심 내는 습관이 들었구나’ 이렇게 알 수가 있습니다.

수행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길이기 때문에 쉬운 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수행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화가 날 때는 ‘어, 내가 지금 화가 났네’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생각으로 옮겨가니까 일이 자꾸 복잡해지는 거예요. 마치 ‘저는 이제 담배를 안 피우는데, 담배를 안 피운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요?’ 이렇게 묻는 것과 같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할 일이 있지만,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은 아무런 할 일이 없습니다. ‘담배를 안 피우면 그다음에는 뭘 할까요?’ 이렇게 묻는 것은 또다시 할 일이 있는 쪽으로 나아가는 거예요.”

“오늘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제가 제대로 안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답을 얻으려고 마음이 앞섰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섯 명의 질문자와 대화를 나눈 후 현장에서 추가 질문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여러분이 인생을 살면서 고생을 안 하려고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일부러 찾아가서 고생하는 건 고행이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주어지는 건 피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차가 없이 걸어가면 걸어가는 심정이 어떤지 알 수가 있고, 차를 타고 가면 차를 타고 가는 심정이 어떤지 알 수가 있고, 싸우면 싸우는 심정이 어떤지 알 수가 있고, 실수를 하면 실수했을 때 마음이 어떤지 알 수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다 공부거리입니다.

일상 속에 깨달음이 있다

스님이 농사짓는 모습을 여러분에게 보여주는 이유도 특별한 게 아닙니다. 수행이나 깨달음이 신비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거예요. 법륜 스님도 호미를 쥐면 밭을 매는 사람이고, 예초기를 돌리면 풀을 베는 사람이고, 감자를 캘 때는 감자를 캐는 사람이고, 설거지를 할 때는 그냥 설거지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일상을 사는 가운데 지혜가 작용하는 것이지, 산에 가서 뭘 안 먹어야 깨달음을 얻고, 솔잎만 먹어야 깨달음을 얻고, 등을 땅에 안 붙이고 자야 깨달음을 얻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자꾸 깨달음에 대해 신비감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에 제가 틈나는 대로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려고 하는 겁니다.

깨달음에 대해 신비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내가 땅에 등을 안 붙이고 자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못 깨닫는다’, ‘고기를 안 먹어야 되는데 내가 고기를 못 끊어서 못 깨닫는다’ 하면서 자꾸 쓸데없는 핑계를 댑니다. 깨달음은 그냥 일상 속에 있는 거예요.

여러분은 일상에서 괴로움을 느끼고 상처를 받잖아요. 아직 지혜가 열리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 겁니다. 지혜가 열리면 어떤 것도 다 경험이 됩니다. 고생을 해도 경험이 되고, 욕을 얻어먹어도 경험이 되고, 넘어져도 경험이 되고, 다쳐도 경험이 돼요. 작은 일 하나하나가 다 깨달음의 길로 연결됩니다.

꼭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생을 하는 게 꼭 나쁜 게 아닙니다. 저는 어릴 때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제3세계에 가면 그곳 사람들과 금방 친해집니다. 그 사람들의 일상이 다 제가 어릴 때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말해도 금방 알아들어요. 경험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공감하는 척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죠. 저는 일상이 그랬으니까 과거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는 거예요.

저는 비행기를 탈 때도 가장 저렴한 티켓을 끊어서 다닙니다. 여러 곳을 경유해서 가면 그 돈으로 가난한 마을에 핸드펌프를 몇 개나 더 설치할 수 있는데 굳이 빨리 갈 이유가 없잖아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검소하게 살면 내가 힘듭니다. 그러나 저는 어릴 때부터 검소하게 살았기 때문에 검소하게 사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것처럼 여러분도 일상 속에서 괴로움이 없는 상태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상 속에서 수행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달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12시가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불교대학 반별 활동과 실천 활동을 하기 위해 층마다 많은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스님은 지하 공양간으로 가서 베트남에서 온 각려효 비구니 스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차담을 나누며 10월에 베트남 불교협회 스님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의논을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초안을 공유한 후 최종 결정은 이후에 더 논의하기로 하고, 스님이 몇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어렵게 살고 있으니까 베트남 스님들이 그들을 정신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보면 좋겠어요. 법률 지원, 의료 지원, 법회 장소 제공 등은 정토회가 방법을 마련해 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베트남 노동자들을 도우면서 한국말도 할 수 있는 스님이 세 분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노동자들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것이 베트남 엄마를 둔 아이들 같아요. 아이들에게 엄마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면 좋겠어요. 노동자들은 돈을 벌어서 베트남으로 귀국을 하지만,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 남자와 결혼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아이들은 한국 사람이에요. 그런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로 글짓기 대회, 웅변 대회, 노래 대회를 열어서 수상한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고향을 함께 방문해 보는 기회를 준다든가 하면 베트남에 대해 굉장한 자긍심을 심어줄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엄마의 나라가 부끄러워할 나라가 아니고 자랑스러운 나라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해요.”

“아이들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만나고 오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베트남 노동자, 여성,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 곳곳을 안내해 주며 10월에 베트남 스님들이 한국에 왔을 때 이곳에서 숙박을 해도 괜찮을지 각려효 스님과 함께 점검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로 이동해서 청년들을 위한 청춘톡톡 생방송을 했습니다. 청년들 1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먼저 사회적 이슈를 다룬 두 개의 영상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이슈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었고, 두 번째 이슈는 ‘전쟁에 대한 불안’이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이 준비한 영상과 대화 내용을 경청한 후 이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문제로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쟁의 위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남한이든 북한이든 당장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현재 정세는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한이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상대를 압도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무력을 갖추는데 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남한은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군비를 확충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과 남한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 하므로 핵무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이렇게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어느 순간 실수에 의해서라도 전쟁이 날 확률이 점점 높아집니다.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예전보다 높아지는 것과 전쟁이 실제 일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전쟁 위험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무력 증강을 멈춰야 하고, 남한과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북한이 느끼는 안보 위협 요소를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붕괴시키려는 정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북한이 유엔 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핵동결을 목표로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시도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려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청년 여러분들은 이런 관점을 가지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 활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각 후보나 정당이 평화와 관련해 어떤 입장인지 확인하고 투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 예를 들어 Co2 방출 감소 대책 등을 제시하는가를 보아야 합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청정에너지를 쓴 제품을 구매해서 소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지요. 정치적인 이유로 극단적인 주장을 하거나 너무 불안에 떠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어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회사에서 억지로 술자리에 가야 하거나 유흥을 즐겨야 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분노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회사에서 억지로 술자리에 가야 할 때 힘듭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직급이 높은 분들의 기분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제가 마시기 싫은 술을 마셔야 하고 즐기기 싫은 유흥도 억지로 즐기는 척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피하지 못하면 즐기자’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면, 불법을 만난 이후로는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라면 다 그렇지’ 하는 말로부터 시작한 그분들의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변명은 이제 저를 분노하게 만듭니다. 상대의 권력이나 지위에 머리를 숙이는 비굴한 제 자신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냥 마음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지 궁금합니다.”

“회사에서 상사가 술 마시러 가자고 할 때 나는 술 안 먹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 ‘No, thank you’라고 말하면 됩니다.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술을 먹지 않습니다. 다른 일을 시키시면 제가 기꺼이 하겠습니다만 술자리는 너무 힘듭니다’

이렇게 의사를 한 번, 두 번, 세 번 정도만 분명히 말하면 나중에는 상사가 권유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나중에는 ‘쟤는 안 되겠다’ 하고 제쳐버립니다. 그럴 때 질문자는 손실을 감수해야 됩니다. 승진을 시킬 때 점수가 똑같으면 기왕이면 본인의 말을 잘 따르는 사람을 승진시키지, 본인의 말을 안 듣는 사람을 승진시킬 리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승진이 안 되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을 월등하게 잘하면 친분에 구애받을 수가 없습니다. 실력이 모자라는데 승진하겠다는 욕망을 갖고 있으니까 비굴하게 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줄을 잘 서야 승진을 할 수 있지 실력으로는 안 되니까요.

수행자라면 욕망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승진을 안 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실력으로 승진이 되면 다행이지만 뒷줄을 대면서까지 승진할 생각은 없다’ 이런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비굴하게 굴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은 부도덕합니다’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어요. 내가 채식을 하면 ‘저는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되지 ‘고기 먹는 것은 나빠요’ 이렇게 말할 필요가 없잖아요. 식성의 차이이기 때문에 ‘저 사람은 나와 식성이 다르구나’ 하고 받아들여야지 ‘저 사람은 나쁘다’ 하면서 화를 내는 것은 올바른 사고방식이 아닙니다.

아니면 술을 먹는 자리까지는 같이 가되 한 잔만 마시고 한 잔은 몰래 부어버리든지 요령껏 대응하면 됩니다. 그런데 부도덕한 곳에 가자고 할 때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죠. ‘저는 오늘 일찍 가야 됩니다. 저의 종교적 신념하고 관계가 돼서 도저히 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당신은 나쁘다’ 하고 말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그것은 하기 어렵습니다’ 하고 얘기하면 됩니다.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면 항상 약간의 손실을 감수해야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나는 손실을 감수하고 그런 자리에는 빠지겠다’ 하는 입장이라면 질문자가 손실을 좀 감수해야 됩니다. 사람들이 비굴하게 구는 이유는 실력은 부족하지만 승진은 하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잘 보여서 위로 올라가고 싶으니까 시중을 들고 놀아주고 비위를 맞춰주게 되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안 쫓겨나려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서 술자리에 안 갔다고 부당하게 해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가지되 약간의 융통성을 갖고 대응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

“친분을 쌓기보다는 실력을 키우라는 말씀이 좋았습니다. 내가 안 할 뿐이지 내 의견을 고집하지는 말라는 스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네 명이 더 질문을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몇몇 청년의 말씀 속에 직장 문제, 주택 문제, 연애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왔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늘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가 안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기복신앙이지 수행이 아닙니다. 수행은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것을 내 문제로 인지하고 능히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사실 크게 보면 세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결혼했다가 이혼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큰 문제입니까? 결혼 안 한 사람이 볼 때는 아무 문제도 안 돼요. ‘그래도 결혼 한 번 해봤지 않냐’ 이렇게 볼 수도 있는 문제잖아요. 크게 보면 세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좁혀서 보면 티끌 하나도 엄청난 문제가 됩니다. 돋보기로 보면 티끌도 기둥만 하게 보이고, 멀리 떨어져서 보면 기둥도 티끌만 하게 보입니다. 항상 한발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하는 통찰력을 가지면 인생살이에 큰 괴로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겪는 모든 문제는 다 공부거리예요. 연애를 실패하든, 부동산을 실패하든, 직장을 그만두든, 앞으로 여러분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이 됩니다. 실업을 당하면, 자녀를 잃으면, 비난을 받으면 어떤 마음이 되는지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울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부다 여러분의 큰 자산입니다.

실패를 자꾸 실패라고 말하지 마세요. 안됨으로써 되는 길을 찾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좌절은 실패에서 오는 게 아니고 욕심에서 오는 것입니다.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창조할 수 있고,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부러 실패할 필요는 없지만 최선을 다했는데 실패했다면 그것은 하나도 손해 날 일이 아닙니다. 실패를 통해서 우리는 더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큰 눈으로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방송실을 나오니 오후 4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보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제 2차 만일결사 중 1차 천일결사, 2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하고, 오후에는 인경지부 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하여 즉문즉설을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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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여러분은 일상에서 괴로움을 느끼고 상처를 받잖아요. 아직 지혜가 열리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 겁니다. 지혜가 열리면 어떤 것도 다 경험이 됩니다. 고생을 해도 경험이 되고, 욕을 얻어먹어도 경험이 되고, 넘어져도 경험이 되고, 다쳐도 경험이 돼요. 작은 일 하나하나가 다 깨달음의 길로 연결됩니다."

2023-08-26 14:45:46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7-17 15:38:31

성인숙

다시 들어도 좋습니다.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리겠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일에 대해서도 두려워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구나 하며 배우는 자세로 알아차리는 자세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23-07-14 0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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