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5.16. 스리랑카 극빈자에게 쌀 배분, 마을 답사, 현지 활동가 만남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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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국가부도로 어려움에 처한 스리랑카 빠싸라(passara)로 가서 극빈자 가구에 쌀을 배분하고 산동네 마을을 답사한 후 현지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어젯밤 10시에 스리랑카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밤새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이동해 오늘 새벽 4시 30분이 되어 우바주 빠싸라에 도착했습니다.

지난해 5월 스리랑카 정부는 국가부도를 선언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JTS 안산다문화센터에 연락해서 스리랑카 내부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안산다문화센터장 월광 법사님은 안산다문화센터와 인연이 있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누안 님에게 자국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물었고, 누안 님은 본인의 고향인 빠싸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JTS에서 조사를 해보니 빠싸라는 국가부도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원래 스리랑카 우바주에서 가장 극빈자가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이에 JTS에서는 5월 초부터 빠사라에 활동가를 파견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빠싸라 인근 6개 마을에서 극빈자 1,300 가구를 선정했고, 5월 8일부터 각 가구에 쌀 20kg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빠싸라 중앙학교 초등부 306 가구에 쌀을 나누어 주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에 빠사라에 도착해서 먼저 와 있던 JTS 활동가의 숙소에서 세수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학교로 출발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자 교장선생님이 스님을 맞이해주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우리 학교 학생들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후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책상에 직접 앉아보았습니다. 의자는 높은데 책상은 낮았습니다.


교실을 둘러보고 있는 중에 교육부 직원들이 스님께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아, 교육부에서 오셨다고요, 여기에 잠시 와보세요.

스님은 교육부 직원들과 함께 교실로 갔습니다.

이것 보세요. 책상이 이 정도는 높아야 할 것 같은데, 책상이 너무 낮아요. 이 책상으로 공부를 하면 학생들이 허리를 굽혀서 글을 써야 해요. 아이들이 성장기이기 때문에 특히 자세가 안 좋아질 것 같네요.

“네, 맞습니다. 관계자들과 상의해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교실을 마저 둘러본 후 선생님들과 교무실에서 차담을 나누고 쌀을 배분하기 위해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교무실 밖으로 나오자 스님을 기다리고 있던 초등학생 밴드부가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을 따라 강당까지 이동했습니다.



강당에 들어서니 약 5백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모여 있었습니다. 스님이 자리에 앉자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환영 공연 잘 봤습니다. 스리랑카 전통 춤은 아름다웠고, 한국 춤은 경쾌했습니다 (웃음) 제가 스리랑카 빠싸라에 온 이유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누안 님이 고향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스리랑카는 원래 경제 사정이 나쁜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국가부도가 발생한 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서 더욱 어려워졌지요. 이제 코로나 사태도 끝났고, 국가부도도 수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어렵지만 조금 있으면 좋아질 것입니다. 한국말에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어렵다고 해서 JTS는 친구로서 찾아왔습니다. 우리의 작은 기부를 통해 함께 우정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무리 가정 형편이 어렵더라도 아이들은 꼭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이 배워야만 미래가 밝아집니다. 남자아이들 뿐만 아니라 여자 아이들도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교육받은 여성이 사회 발전에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장선생님과 학교 선생님들,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11시 30분부터 쌀을 배분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전 교직원들이 질서 정연하게 쌀을 배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한 시간 만에 306 가구에 쌀을 배분하고 뒷정리를 했습니다.




스님은 이번 사업을 함께 준비해 준 학교 선생님들과 활동가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12시 30분부터는 산 위에 있는 폴갈란드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빠싸라 지역에서는 주로 차(茶)를 재배하는데, 차밭은 대부분 국가 또는 대형 기업이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윤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차밭에서 일을 하거나 타 지역에서 노동을 해서 살았는데 코로나19로 그나마 있었던 일자리도 잃었다고 했습니다.

극빈자 가구를 몇 군데 방문해 보니 집집마다 어려운 사정이 있었습니다. 몸을 다쳐 생계를 부양할 수 없게 된 가장, 코로나 사태 이후 물가가 급등해서 학교를 그만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장애가 있는 사람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들은 후 한 현지 활동가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현지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쌀 배분을 해보니 어땠어요?

“힘도 들었지만 매우 행복했습니다.”

저는 스님입니다. 사람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지 물적 지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어려운 사람에게 물적 도움을 주는 것은 여러분의 일입니다. (웃음) 그런데 제가 이렇게 물적 지원을 하는 이유는 사람이 생존하는데 최소한 ‘물, 음식, 옷, 집, 전기, 기초교육’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이 여섯 가지조차 갖추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리랑카는 원래 이 여섯 가지에 어려움이 있던 나라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국가부도에 처해서 밥 먹는 것, 학교 가는 것도 어려운 사람이 생긴 거죠.

JTS는 ‘기본권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을 돕자’라는 취지로 설립한 단체입니다. 아까 마을에서 한 아이가 학용품이 비싸서 학교를 못 가고 있다고 했잖아요. JTS에서는 그런 학생들을 고등학교까지 지원하기는 어려워도 초등학교까지는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지붕에 비가 새는데도 고칠 돈이 없어서 비가 새는 채로 살고 있다면 그런 사람은 도와줘야 해요.

그러나 JTS는 ‘더 좋은 학교를 지어 달라. 더 좋은 시설을 만들어 달라’와 같은 요구는 받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학교가 없거나, 책상이나 학용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면 그건 도와줄 수 있어요.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이거 해 주세요, 저거 해 주세요’라는 요청은 받아줄 수가 없어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겠어요?

“네.”

누가 봐도 도와야 할 사람을 도울 때는 마을 사람 전체가 동의할 거예요. 아까 어린 학생이 학용품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는데, 학용품을 지원해서 학교 보내자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거잖아요.

“네. 맞습니다.”

제가 볼 때 스리랑카는 2,3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경제가 다시 회복될 때까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여러분이 지금처럼 기쁜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다면 JTS와 함께 할 수 있어요. JTS는 전부 자원봉사자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와 함께 온 이 한국인들도 전부 자원봉사자예요.

‘나는 밥은 먹고 사니까 밥도 못 먹는 사람을 돕자.’

‘나는 옷을 입고 있으니까 옷을 제대로 못 입는 사람을 돕자.’

‘저 사람 집에 비가 새니까 지붕을 조금 수리해주자.’

이런 마음이라면 여러분도 JTS와 함께 할 수 있어요.

“네.”

자, 그러면 이러한 방식으로 같이 일 해 봅시다. 오늘까지 극빈자 가구를 추려서 지원했지만, 나중에 추가로 지원해야 할 가구도 생길 거예요. 그렇더라도 일을 너무 크게 벌이지는 마세요. 여러분의 생계가 우선입니다. 각자 생계는 스스로 책임지고 여유가 남으면 할 수 있는 만큼 봉사를 하면 됩니다. 먹고사는 것을 다 내려놓고 봉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좋은 일도 욕심으로 하면 나중에 힘이 듭니다.

“네, 일단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진행해 보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이 오기 전에 빠싸라에서 사전 조사를 하고 쌀 배분을 함께했던 현지 활동가들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스리랑카 남부 땅갈레(Tangalle)로 이동했습니다.

내일은 땅깔레 인근에 사는 스님을 만나고 콜롬보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저는 딸을 세 명 키우고 있습니다. 그중 둘째 아이가 2주 넘게 학교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1년 전 학부모 상담 때 아이가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 참여도 잘하지 않고 과제도 잘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대안형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한 건 엄마의 권유였지 본인이 오고 싶어 온 학교가 아니라며 자퇴를 하겠다고 합니다. 현재는 아이돌을 하고 싶어 해서 오디션 데뷔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은 학교는 가지 않고 학원만 꼬박꼬박 가고 있습니다. 제가 차분하게 자퇴를 수용하자, 아이는 한 걸음 물러서면서 자퇴는 두렵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겠다고 합니다. 아이의 결정을 수용하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병원에도 다니며 상담을 받았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아 불쑥 눈물이 올라옵니다. 저는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아직도 아이의 속마음을 모르는 것 같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생각에 굉장히 괴롭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야 할까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는 것 같아요. 병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를 환자라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보통 아이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안 풀리는 거예요. 아이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이를 치료하고 있는 담당 의사의 진단을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질문자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첫째, 의사와 상담을 하세요. 둘째, 학교 선생님과 의논을 하세요.아픈 아이를 아프지 않은 본인을 기준으로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아이가 학교를 하루 결석하는 일로 그렇게 성질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

질문자는 의사도 아니고 아이 문제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어요. 지금 이 문제는 전적으로 질문자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퇴를 하느냐 아니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느냐 하는 문제는 질문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의 문제는 전학을 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자퇴를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잠시 괜찮아졌다가 다시 문제가 반복될 뿐이에요.

아이가 자퇴를 하든, 전학을 가든, 학교를 빠지고 아이돌 학원만 다니든, 질문자는 아이의 선택에 구애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은 아이가 아이돌 학원을 잘 다니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학원을 그만두면 ‘병 때문에 하던 일에 싫증을 내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교마저 그만두겠다고 하면 ‘병이 또 도져서 저러는 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치료를 해서 다행히 학교를 계속 다니면 좋고, 치료가 소용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자퇴를 하면 그뿐입니다.

아이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아이가 앓고 있는 병의 증상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할 뿐이란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 좋고, 아니면 싫다’하고 분별심을 내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아이가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자꾸 이런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지금 아이의 문제는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에요. 치료는 의사에게 맡기고 질문자는 부모로서 아이의 기본 생활만 보살피면 됩니다. 배고파하면 밥을 주고, 옷이 더러우면 빨래를 해주고, 학교든 학원이든 가겠다고 하면 보내주고, 어디도 안 가겠다고 하면 집에서 쉴 수 있게 해주면 돼요. 아이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그건 아이한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다시 건강해질까?’, ‘어떻게 해야 아이가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까?’ 하고 욕심을 내면 이 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본인도 괴롭고, 아이도 괴로울 뿐이에요.

지금부터라도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학교를 안 가지만 학원은 가서 다행이다’, ‘자퇴를 안 하고 전학이라도 가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직은 병이 심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중에 병이 심해지면 ‘학교도 학원도 안 가겠다’ 할 수 있고, 그보다 더 심해지면 ‘자살하겠다’ 이렇게까지 될 수가 있어요. ‘그렇게 악화되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학교만 가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결석은 안 해야지’, ‘지각은 안 해야지’ 자꾸 이런 욕심을 내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질문자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연구하거나 마음을 이해하거나 할 필요가 없어요. 다만 부모로서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해주고 생활을 도와주는 일만 하면 됩니다. 병은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서 치료를 하면 되고, 학교를 다닐지 안 다닐지는 아이와 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면 돼요. 학교를 꼭 가야 된다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도 한번 해보고, 저렇게도 한번 해본다는 생각을 가지면 돼요. ‘전학도 시켜보고, 자퇴도 해보고, 다시 복학도 해보고, 그냥 인연 따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괴롭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를 둔 엄마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의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만약 이런 아이를 둔 엄마는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질문자만 괴로울 뿐이에요. 아이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해줬으면 얘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자꾸 그렇게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받죠.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들기 하는 꼴이잖아요. 왜 옛날에 잘못한 것은 잘 알면서 지금 잘못하는 것은 몰라요. 옛날에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을 알았으면 지금은 잘해야 될 것 아니에요. 만약 아이가 나중에 자살해서 죽어버렸다고 하면 질문자는 '그때 학교 안 가겠다고 하는 걸 들어줄 걸', '그때 학원에 가겠다는 걸 허락해 줄 걸' 하고 또 후회할 겁니다. 지금은 어리석게 살고, 나중에는 후회하고, 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밥해 주고, 빨래해 주고, 청소해 주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의사와 상담해서 결정해 주고, 학교 선생님과 의논해서 결정해 주는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고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해요.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질문자도 좋고 아이한테도 좋습니다.아이가 지금은 전학을 가겠다고 해도 며칠 또 지나면 그냥 학교를 다니겠다고 할 수도 있고, 다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더라도 또 며칠 지나면 전학을 가겠다고 할 수 있어요. 아이는 지금 병이 들었기 때문에 아이가 하는 말 한마디에 너무 끌려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지금 학교를 안 가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아이가 학교를 간다고 할 때까지 내버려 둘까요?”

"그런 것을 스님한테 물을 필요가 없다니까요. 선생님과 의논하면 됩니다. 선생님이 '더 이상 길어지면 안 됩니다' 하면 애한테 '얘야, 더 이상 길어지면 너 자퇴가 된단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선생님이 ‘애가 병이 든 것이니까 더 길어져도 괜찮습니다’ 하면 그냥 놔두면 됩니다. 아이 스스로 자퇴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하면 그때 가서 전학을 가면 됩니다. 그것을 선생님과 의논하라는 겁니다. ‘그만둬야 되느냐, 전학을 가야 되느냐, 학교를 보내야 되느냐?’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질문자의 생각대로 결정을 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왜냐하면 내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또 아이의 생각이 변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막다른 골목에 가서 그때 물어보고 '이러다가는 자퇴가 낫겠다' 하면 자퇴하고, '전학을 가겠다' 하면 전학을 가면 됩니다. 이렇게 질문자부터 여유가 있어야 됩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전문가한테 물어서 정보를 좀 알아야 되겠죠. 학교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보를 파악해서 아이와 대화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왔다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그때는 전학조치를 취해야 되겠죠."

"네, 알겠습니다. 제가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질문자부터 우선 여유를 가지세요.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이것만 해결이 되면 인생이 걱정 없겠다' 이렇게 조급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이런 일보다 더한 사건이 생겨도 나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세요. 나중에 애가 죽는다든지 하는 문제와 비교하면 학교에 안 가는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에요. 막상 학교를 잘 다니게 되면 그때는 또 성적이 낮은 걸 두고 괴로워하게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끝이 없어요. ‘이 일은 별 일 아니다’ 하면서 그저 인연 따라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를 가지면 좀 여유를 가질 수가 있을 겁니다."

"제가 남 탓하고 조급해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잘 살펴보겠습니다."

"이런 아이를 둔 엄마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당해서 아이가 죽었다면 그런 아이를 둔 부모는 죽을 때까지 괴로워하며 살아야 합니까? 그런 부모도 웃으며 살아야 됩니다. 질문자가 지금 웃으며 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질문자는 아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욕심대로 안 되어서 괴로운 것입니다. 아이의 문제라고 보는 게 바로 남 탓 하는 겁니다. 자기 문제라고 보고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중점을 두어야 해요. 그래야 아이를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아이를 원망하게 돼요. '너 때문에 내 인생 다 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항상 '네가 있어서 엄마는 행복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자기 인생에 임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61

0/200

방지현

감사합니다~~

2023-09-14 20:52:09

드림하이

지금 웃으며 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2023-08-17 18:40:41

김희진

여유를 가지고 살펴보라는 말씀 감사합니다.

2023-06-02 15: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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