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8 수행법회
“말다툼 후 아무리 사과해도 갈등이 풀리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행법회를 오전과 저녁에 두 번에 걸쳐서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두북 수련원에서 생방송을 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모둠 구성과 수행법회 운영 방식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스님은 달라진 모둠 구성과 수행법회 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세 명이 질문을 신청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15년 알고 지낸 스승님과 말다툼을 하고 나서 아무리 사과를 해도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며 언제까지 사과를 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말다툼 후 아무리 사과해도 갈등이 풀리지 않습니다

“저는 평소에 다른 사람과 잘 싸우는 편이 아니지만 몇 달 전에 15년 넘게 알고 지내던 스승님과 크게 말다툼하였습니다. 그 후 미안하다고 말해도 쉽게 풀리지 않고, 선생님은 제게 잘못한 점만 지적하시고, 믿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저는 그 정도로 잘못한 것 같지는 않은데 제 잘못을 부풀리시고, 하지 않은 말까지 했다고 지어내시며 화를 내십니다. 전화로 사과를 해도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니 분별심이 나고 그 사람을 탓하게 됩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사과해야 하고 언제까지 사과를 계속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 질문드립니다.”

“질문자가 잘못하지 않았다면 사과를 하지 말아야지 왜 사과를 합니까?”

“선생님이 화를 내시기에 저도 좀 시원하게 화를 냈거든요.”

“질문자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사과를 하면 되고,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면 사과를 안 하면 되죠.”

“그런데 같은 업종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는 분이라서요.”

“그렇다면 그 정도의 손실은 감수해야죠. 물질적 손실이든, 어색한 관계에서 오는 손실이든, 손실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어요. 사과란 상대가 받아들여야지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과라고 할 수 없죠. 내가 잘못한 만큼 사과를 했는데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손실을 감수할 건지, 상대가 받아들일 때까지 사과할 건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한일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이 정도 사과를 했으면 됐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오랫동안 갈등 관계가 지속되고 있잖아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징용 피해자 문제도 직접 피해를 당한 사람은 일본 정부나 기업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직접 피해를 보지 않은 정부 관계자들은 개인의 문제로 인해 한일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게 국가의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돈으로라도 피해 보상을 해주고 한일관계를 좋게 풀어보자는 거죠.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돈 몇 푼 받으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군국주의 일본의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 동원된 것이라서 일본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과를 먼저 하고 사과의 의미로 보상을 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과도 하지 않고 제삼자가 돈만 준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다르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1965년 한일 양국이 협정을 맺으면서 국가 간 배상 책임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했습니다. 일본은 과거야 어떻든 이걸로 끝내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국가 간에는 끝난 게 맞지만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일본은 양국 간에 이미 종결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국제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보면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국가 간에 합의했기 때문에 종결되었다는 견해도 있고, 국가 간에 합의했지만 개인이 합의를 한 게 아니라서 개인은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수많은 사례도 있습니다.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각자 유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한 것이고, 현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견해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 개인의 손해배상은 우리 정부가 돈을 모아서 지원한다는 입장입니다. 1965년 한일 협정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우리 기업에 나눠주어 경제 개발을 했는데, 그때 혜택을 받은 기업이 돈을 내서 배상을 대신해 주라는 것입니다. 이런 정부의 방안에 대해 징용을 당한 당사자들은 ‘돈 받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가 사과의 의미로 정부 차원에서나 해당 기업이 돈을 내야 한다’ 하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판결한 내용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에 가서 강제 노역을 한 기업에 소송을 한 것이고, 판결에서 승소를 했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배상하지 않으면 한국에 있는 해당 기업의 재산을 압류 처분하면 됩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그 기업이 배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더 심각한 것이에요.

이처럼 사과를 하고 상대가 받아들이면 적절한 선에서 갈등이 해소됩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화를 내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데, 감히 제자가 어떻게 스승에게 그럴 수 있냐고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사과로는 수용하지 못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스승이 먼저 화를 내놓고 그 정도를 가지고 쫀쫀하게 그러느냐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더 선생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동안 존경했던 마음도 헛일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죄송하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이 정도 선에서 갈등을 끌고 가면서 데면데면하든지, 안 그러면 용서를 받을 때까지 엎드려 빌든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선생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습니까? 제가 그때는 화가 나서 눈에 뵈는 것이 없어서 그만 불충을 저질렀습니다’ 하고 눈에 띄는 사과를 해보든지요. 그래도 안 풀릴 수 있어요. 질문자가 조금만 사과해서 결과를 무마하려고 하는 얄팍한 수를 내기 때문에 생기는 번뇌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말단직원이 고객에게 실수한 것을 말단직원이 책임져야 할지, 중간관리자가 져야 할지, 기업대표가 져야 할지 등 일반적 책임의 개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경전에 부처님께서 정진하실 때 선정에 들어 계셨다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명상과 참선, 선정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선정에 든 상태는 어떤 상태인지 궁금합니다.

답변을 다 하고 나니 법회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3월 19일에 열리는 2차 만일결사 입재식에 많은 회원들이 참석할 것을 당부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1시부터는 정토회 사무처 국장 및 팀장들과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했습니다. 지원국, 교육국, 회원활동국, 회의지원팀, 불교대학팀, 기획홍보팀, 시스템팀, 법회팀, 실천활동팀 등 각 부서에서 올해 사업계획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눈 후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농사팀과 함께 올해 농사 지을 논과 밭을 둘러보고 어떻게 농사를 지을지 의논을 한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정토회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의 시작을 앞두고 모둠 구성이 어떻게 달라지고, 책임봉사제가 어떻게 시행될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새봄을 맞아 정토회는 제2차 만일결사를 새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지난해에 30년간 꾸준히 해온 제1차 만일결사 정진을 마쳤습니다. 다가오는 3월 19일에는 앞으로 30년을 내다보고 2차 만일결사 중 첫 번째 천일결사에 입재를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새로 출발할 때 모든 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시행착오도 많았고 운영도 주먹구구식인 것도 있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부터는 안정화되고 제도화되고 시스템화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토회의 회원에는 전법회원과 일반회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봉사를 하는 방식에 따라 책임봉사자와 자율봉사자가 있습니다. 자율봉사자란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 회원 교육을 받고 수행법회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수행, 보시, 봉사를 지향하지만 그것을 의무나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분들을 말합니다. 그에 반해 책임봉사자란 수행, 보시, 봉사를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여 한 꼭지를 맡아 책임지고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일주일에 2시간 이상, 한 부분은 내가 책임진다

전법회원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진행자가 되려면 교육도 받아야 하고, 수업 전에 리허설도 해야 하고, 실제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수행 법회에도 참여해야 하고, 주말에는 학생들과 실천 장소에 가서 실천도 해야 합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4일은 시간을 내야 합니다. 이런 전법회원들은 모두 책임봉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법회원처럼 많은 시간을 내서 봉사하지는 않지만 일반회원 중에는 불교대학 돕는 이를 맡거나 법회 그룹장을 맡은 분들처럼 일부분을 책임 맡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모두 책임봉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천장소에서 창고 정리를 책임지거나, 화단 가꾸기를 책임지거나, 농사의 한 부분을 책임진 분들도 모두 책임 봉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임봉사자는 법회 참여 외에 한 가지를 더 수행해야 하는데, 바로 천일결사 수행입니다. 책임봉사자는 천일결사에 참여하여 정진을 해야 합니다. 일반회원 중에는 천일결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님 법문만 듣고 다른 것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정토회는 무엇보다 수행을 우선으로 합니다. 그래서 봉사를 정기적으로 할 의향이 있으면 수행을 먼저 해야 합니다.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정진하는 사람이 책임 봉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책임봉사자는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한 꼭지를 맡아 책임지고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봉사 시간은 평균 주 2시간 이상, 월 8시간 이상입니다. 그러나 시간보다 책임이 중요합니다. ‘두북 수련원의 전기 시설은 내가 책임진다’, ‘상하수도 시설은 내가 책임진다’, ‘낮이든 밤이든 시설이 고장 나면 내가 책임을 진다’ 하는 것처럼 약속을 하는 겁니다.

정토회는 월급을 받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책임지고 봉사하는 모자이크 붓다 방식으로 운영이 됩니다. 그래서 많은 책임봉사자가 필요해요.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을 관리하고 운영하려면 월급을 받는 직원 6명만 고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고용을 하지 않고 봉사자들이 관리하고 운영하니까 150여 명의 책임봉사자가 필요합니다. 150명이 업무를 나누고 요일과 시간을 나눠서 6명이 상근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해냅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비효율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씩을 맡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책임봉사자가 필요합니다. 으뜸절에도 많은 책임봉사자가 필요하고, 두북 수련원에도 많은 책임봉사자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추를 모종 할 때부터 수확할 때까지 주 2시간 이상 책임지고 봉사하겠다고 하면 책임봉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모자이크 붓다가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세상

책임봉사자는 모둠의 정규 멤버가 됩니다. 모둠에는 자율봉사자도 포함되지만,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모둠에서 어떤 의사를 결정한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책임봉사자는 모둠장을 선출하거나 모둠이나 지역의 사업을 결정할 권리를 줍니다. 우리 지회에서 할 일을 결정할 때도 책임봉사자는 모둠 구성원으로서 결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누구나 책임봉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책임봉사자를 모집할 때 신청을 하게 되면 교육과 실습을 받은 후 한 꼭지를 맡게 됩니다. 이런 책임봉사자가 점점 많아져서 모자이크 붓다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시간을 내어 활동하는 법사나 진행자가 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내 일상에서 종잇조각만큼이나마 시간을 정기적으로 내어 모자이크 붓다가 되겠다는 마음을 내면 책임봉사자가 됩니다. 더 나아가 책임봉사자가 되면 정토회를 넘어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한 활동도 하게 됩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환경 캠페인을 벌이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평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해나가는 여러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 어제 하루 정진을 했는데 벌써 하기 싫은 마음이 듭니다. 수행의 목표는 편안함이라고 하셨는데, 편안함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은 계속 도전하고 안주하지 말라는 것인가요?
  •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시기 전에 왜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가 희생해야 되는지 의문을 가지셨다 하는데, 출가 후에 답을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몇 달 전에 조언을 했다가 다툼이 있었습니다. 제가 또 조언을 했다가 그분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 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이동한 후 병원 진료를 받고, 오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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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이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시기 전에 왜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가 희생해야 되는지 의문을 가지셨다 하는데, 출가 후에 답을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오전 수행법회에 나오는 내용인가요? 오후꺼에 들어도 없었는데... 스님이 주신 답변이 궁금합니다... !

2023-04-04 17:47:53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3-24 10:21:03

김숙경

_()_

2023-03-19 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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