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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수행법회를 생방송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오전 10시에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고, 며칠 전 진행된 정토회 임원선거 결과에 대해 선거관리위원장인 묘당 법사님이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 대표로 당선된 전해종 님이 임명직 소임자들을 발표했습니다.
축하의 박수를 뒤로 하고 이어서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날씨가 좀 쌀쌀해졌죠? 아침저녁에는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중에도 봄은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 농사 계획도 세울 겸 며칠 전에 두북 수련원에 가서 농장을 한 번 둘러봤는데, 비닐하우스 안쪽에는 벌써 쑥이 자랐기에 뜯어와서 쑥국을 끓여 먹었어요. 밭에는 냉이도 나고 있고, 또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온 머위도 벌써 작은 잎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바깥으로는 땅이 얼어 있지만 땅 아래쪽에서는 벌써 봄의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두 번 더 추위가 닥칠 수는 있겠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방금 전 2차 만일결사 중 첫 번째 천일결사 기간 동안 정토회를 이끌어갈 임원을 발표했습니다. 정토회는 1993년 3월 7일에 만일결사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까마득해 보였던 30년이 훌쩍 지나가고, 40세 무렵에 시작했던 제가 70세를 넘어서게 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정토회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직 회원들에 의해서 오늘의 정토회를 이루어냈습니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유산, 비유하자면 부모가 물려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불교의 기득권이나 혜택 없이 바닥에서 시작했고,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한 푼의 도움 없이 온전히 회원들의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토회를 지금까지 이끌어오는 데 누구도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원봉사에 의해서 오늘의 정토회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구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거대한 종단들보다 앞서서 신속하게 큰 규모의 구호 활동을 펼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운동이나 평화운동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원 여러분들이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수행적 관점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작은 기적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상에서는 권력이나 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만, 우리는 그런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오직 수행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수행은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실천을 하는 데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회원 여러분들이 증명해 주었습니다.
이런 1차 만일결사의 경험을 딛고 3월 19일에는 2차 만일결사를 새로 시작하게 됩니다. 제가 1차 만일결사에 처음부터 참여해서 30년을 한결같이 정진해 왔듯이 여러분도 2차 만일결사의 첫출발에 빠짐없이 참가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 일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고, 또한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즉 우리나라와 세계 인류를 위한 일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다들 2차 만일결사에 참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여는 말씀을 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두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춘기 아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엄마로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13살 된 아들과 10살 딸이 있는데 아들이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딸이 아토피가 심해서 치료에 매진하다 보니 제 몸이 너무 힘들어서 아들에게는 화와 짜증을 많이 냈고 억압과 간섭, 잔소리를 심하게 하며 키웠습니다. 표현을 안 하는 아이라 속으로 삭이는 줄도 몰랐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표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항상 밝게 지내서 학교생활도 문제가 없는 줄 알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책상에 앉아서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는 게 더 좋다고 합니다. 소리에 예민해서 친구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많이 싫어하고, 힘이 센 친구들을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면서 스스로 친구들과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아들은 지금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데 불안과 강박증이 있고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놓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친구들과도 어울려 놀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은 아마도 저의 양육 태도에 의해서 형성된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어머니의 가출로 저도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기에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결국 제 업식대로 키운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이와 저를 분리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을 걱정하고 잔소리를 하고 있는 저를 봅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아이를 바라봐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죽어서 극락 가느냐, 천당 가느냐, 이런 죽음 이후의 문제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살아서 내가 출세를 하느냐, 돈을 많이 버느냐, 결혼을 하느냐, 이혼을 하느냐, 사업이 잘 되느냐, 이런 것을 구하는 가르침도 아닙니다. 이 점을 먼저 여러분이 알아야 합니다. 불교대학을 입학하는 날부터 법사가 될 때까지 제가 이 점을 수없이 얘기해도 여러분은 귓등으로 듣는 것 같아요. 그저 불교를 믿고 부처님께 기도하면 남편도 내 말을 잘 듣고, 자식도 내 말을 잘 듣고, 돈도 잘 벌리고, 건강해진다고 믿는 것 같아요. 이건 복을 구하는 마음이에요.
복을 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의 심리가 복을 구하는 쪽으로 일어나게 마련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이 수행의 목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복을 구하는 종교 행위를 하고 싶으면 하라고 늘 말씀드리잖아요. 교회에 가고 싶으면 교회에 가서 하고, 절에 가고 싶으면 절에 가서 하고, 혼자서 하고 싶으면 혼자 하세요.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간섭을 안 하겠다는 겁니다.
수행이란 내가 혼자 살아도 괴롭지 않고, 둘이 살아도 괴롭지 않고, 죽음이 와도 괴롭지 않고, 병이 나도 괴롭지 않고, 애가 말을 안 들어도 괴롭지 않고, 결혼을 해도 괴롭지 않고 결혼을 안 해도 괴롭지 않고, 사업이 잘 안 돼도 괴롭지 않은 거예요.
‘어떤 상황에 놓이든 내가 괴롭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려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게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에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근심하고, 걱정하고, 화내고, 짜증 내고,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니까 제대로 대응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차분하고, 불안하지 않고, 괴롭지 않은 상태로 대응하면 대응을 더 잘할 수 있겠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게 복이 될 수는 있습니다. 수행을 하면 결과적으로 사업이 잘 될 수도 있고, 건강해질 수도 있고, 가정이 화목해질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것은 수행을 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고,가정이 화합하고 나라가 평화로워지는 게 목표는 아니에요. 내가 편안한 게 수행의 목표예요. 내가 편안하면 결과적으로 주변 상황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변화는 떡고물이에요. 떡은 ‘내가 지금 괴롭지 않은가’ 이 문제예요. 아토피 있는 아이를 두고도, 손가락 물어뜯는 아이를 두고도, 머리카락 뽑는 아이를 두고도,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두고도, 바람피우는 남편을 두고도, 나는 괴롭지 않게 살아가야 합니다.
내가 편안한 가운데 전쟁이 안 일어나도록 어떤 행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그 행동을 취한다면 그건 내 선택이에요. 전쟁이 안 일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내가 선택을 하면,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내가 그걸 해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사람은 하다가 힘들면 그만둬 버리기 때문에 지속성이 없습니다. 열심히 하다가 지치면 나가떨어져 버립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선택을 하면 그걸 꾸준히 해나갑니다. 내가 선택을 했기 때문이에요.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부처님이 관여하시지 않습니다. 수행은 결혼 생활을 하겠다고 선택했다면 결혼 생활을 편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혼자 살겠다고 선택했다면 혼자 사는 생활도 편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게 수행의 관점입니다.
질문자가 지금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면 그건 아이가 문제인 것이 아니고, 학교가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내가 수행적 관점을 놓치고 있다고 봐야 해요. 아이가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또박또박 말하고, 친구를 사귀고 싶을 때 먼저 다가가서 어울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런데 아이가 그러지 못하니까 내가 답답하잖아요. 이걸 나한테 똑같이 적용해 보세요.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든, 아토피가 있든, 내가 차분하게 대응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내가 괴로워하고 있잖아요. 이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또 내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 나물에 그 밥인 셈입니다. 나도 못하면서 아이더러 하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물론 내가 된다고 해서 아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되면 아이도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내가 안 되면 아이는 될 가능성이 애초에 거의 없어요. 엄마도 안 되는데 아이가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항상 수행은 본인 우선이어야 합니다. 먹는 것이나 입는 것 등을 이기적으로 나 먼저 챙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수행은 내가 먼저 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질문자는 지금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머리카락을 뽑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도 죽는 것에 비하면 살아있는 게 낫고,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돌보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아이가 죽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살아있는 게 낫잖아요. 아이가 죽는 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지금 질문자의 고민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가 편안해야 해요. 이게 수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내가 우선 편안해져야 아이에게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편안한 가운데 네가 할 말을 해라’ 이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나도 불법을 만나서 이렇게 행복해졌으니까 아이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 하고 희망을 갖게 되면 아이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게 됩니다.
첫째, 자기 정진을 해야 해요. 물론 질문자가 애초에 가정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학대도 안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좋았겠죠. 그건 폭우나 혹한이 안 오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세상에는 폭우도 내리고 혹한도 오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날씨의 좋은 면을 보고 또 적응해서 살아가잖아요. 그것처럼 비록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오히려 감사할 수 있어요.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랄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 하면 죽으면 됩니다.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에요. 그런데 ‘그래도 태어난 건 좋은 일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환경은 못 됐지만 그래도 태어났으니까 이런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그래도 나를 낳고 나를 키워줬잖아요. 고함을 질러대고 때렸다고는 해도, 밥도 먹여주고 학교도 보내줬어요. 비중을 따져보면 그래도 고마운 게 많습니다.
물론 애초에 그런 부정적인 경험을 안 했다면 좋았겠지만, 어떻게 인생이 다 내 뜻대로 되겠어요? 그런 측면에서 부모에게 고마워하라고 하는 거예요. 100 중에서 90이 이득이고 10이 손해인데, 그 10의 손해 때문에 자꾸 90까지 버리려고 하니까 안타까워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부부 관계도 그래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10 때문에 확 성질이 나서 이혼을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돌아보면 그 10 때문에 좋았던 90까지 버린 것이 후회가 됩니다. 이혼하라거나 결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조금 객관적으로 살펴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자꾸 ‘스님은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스님은 이혼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받아들여요. 여러분이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제가 왜 여러분의 인생에 간섭을 하겠어요?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손해 날 것 같은 상황에서 굳이 이혼을 하겠다고 하니까 그런 사람에게는 ‘손해 나는 게 뭔지 점검했나요?’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굳이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까 ‘결혼하면 중간에 이혼할 것 같은 데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점검해 보는 거예요. 여러분이 이혼을 하든 결혼을 하든 제가 거기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법문은 누구에게 간섭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약간 문제가 있는 걸 모르고 있으니까 그 부분을 좀 점검해 주는 것뿐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상처도 그렇습니다. 어릴 때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게 두들겨 패고 고함을 질러대는 가운데 자랐으면 아무 상처가 없습니다. 내 친구들도 다 그러면 ‘아, 세상이 이런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안 그런 집이 있다 보니 비교가 되어서 문제로 여겨지는 거예요. 저 같은 사람들은 어릴 때 두드려 맞기도 하고 야단도 많이 맞고 살았지만 별 상처가 없어요. 동네 아이들이 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사는 게 본래 그런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선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변소 뒤에 집합시켜서 때리곤 했거든요. 그래서 학교는 원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게 문화였기 때문에 별 상처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저희 세대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상처가 크겠죠. 옳고 그름, 강인함과 유약함의 문제를 떠나 문화가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질문자의 부모님은 고함지르고 술 먹고 주정하는 부정적인 면이 있었지만, 크게 보면 나를 낳고 키워주신 분들이에요. 사는 게 힘들어서 악을 좀 썼을 뿐이지, 나를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내가 지금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내 성질 때문에 그렇지, 내가 일부러 아이가 제대로 못 자라도록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닌 것과 같아요. 이젠 나도 다 자랐고, 막상 아이도 키워보니까, 부모님의 심정이 이해가 좀 되잖아요? 부모님을 이해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하는 게 의무라는 뜻도 아니에요. 다만 내가 커서 돌아보니까 ‘아, 우리 부모도 자기 인생이 힘들어서 그렇게 악을 쓰고 살았구나’ 이렇게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어린 나에게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된 지금 돌아보면 이해는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감사할 것은 감사해야 해요. 더 이상 미워하고 원망해 봐야 나만 괴롭지, 아무런 해결책이 안 되잖아요. 대신에 어릴 적 경험을 거울로 삼아서 지금의 나를 개선할 수는 있어요.
‘술 먹고 주정하던 아버지의 학대 행위가 나한테 큰 상처가 됐다. 나도 그렇게 악을 쓰면 우리 아이에게 상처가 되겠구나. 그러니 나는 이런 걸 안 해야겠다.’
미워하고 원망해 봐야 소용없어요. 그러나 나는 부모님처럼 똑같이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러니 자녀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겁니다. 부모님은 어리석어서 그렇게밖에 살아갈 수 없었으니까 이해하고 감사하되, 나는 불법을 만나 배웠으니 달라져야죠. 내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고함치고 잔소리하는 건 아이한테 상처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런 행동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습관이 돼서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내가 생긴 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걸 어쩌겠어요?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건 아니에요.
살다 보면 물고기도 잡아먹고 고기도 먹게 돼요. 그걸 갖고 죄의식을 가질 건 없지만, 그래도 다른 생명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게 바람직한 건 아니에요. 그러니 가능하면 삼가는 게 좋겠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죄의식까지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삼가야 합니다. 불법의 핵심은 삼가라는 거예요. ‘그런 걸 알면 가능하면 삼가라’ 이런 얘기예요. 자기 수행을 우선하는 것이 근본입니다.
둘째, 지금 아이가 심리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잖아요. 그러니 심리 상담만 받지 말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필요하면 치료도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심리적 상담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약간의 약물 치료나 다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이런 건강 문제는 항상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의사가 100% 항상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밥 먹고 하는 일이 그 일이니까 80%는 믿을 만합니다. 건강 문제는 의사가 전문가니까 일단은 의사에게 물어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합니다.
마음공부가 수행이지 병을 고치는 게 수행이 아니잖아요. 건강 문제는 저도 의사를 찾아갑니다. 눈이 안 보이면 안과에 가고, 귀에 문제가 있으면 이비인후과에 가고,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내과에 가고, 이렇게 도움을 받아야 해요. 의사의 도움을 먼저 받고, 그다음으로 나도 조심을 해야 해요. 우선 신경정신과에 가서 심리 불안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으면 약물로 치료하고, 그런 다음 심리 억압이 된 부분은 심리 상담을 통해 풀어나가면 됩니다.
만약 더 이상 치료가 안 된다고 한다면 그 상태를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기도하면 치료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안 돼요. 다만 내가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스스로 수행을 통해서 치유해 가면 아이에게 더 이상 가해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옛날에 가했던 건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 추가적인 가해를 하지는 않을 수 있어요. 아이가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할 때도 내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엄마가 어리석어서 그때는 그랬다. 앞으로는 안 그럴 거야’ 이런 정도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죽을죄를 졌다. 모두 내 탓이다’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 죄의식은 아직도 확연하게 깨닫지 못했을 때 갖는 거예요. 후회는 미워하는 것과 사실상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아이가 병원 치료와 상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꾸 내가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 기도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다만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 꾸준히 기도하다 보면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를 위한 것이 될 수는 있어요.”
“감사합니다, 나름 수행을 한다고 해왔지만 계속 괴로움을 안고 있었는데, 스님 말씀 듣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 방침이 변화되는 것에 따라서 추후 깨달음의 장 수련이 다시 재개될 수 있음을 알려주며 앞으로 정토회는 온라인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지만 오프라인 참여의 폭도 조금씩 넓혀가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그룹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나누기를 이어나가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오후에는 손님이 정토회관을 찾아와서 차담을 나눈 후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에서 기획위원들과 평화재단의 운영 방향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와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전 법회처럼 정토회 임원 선거 결과를 발표한 후 신임 정토회 대표님이 임명직 소임자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정토회 임원 선거 결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며 2차 만일결사부터 달라지게 되는 회원 제도와 봉사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4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회사에 여자 신입 직원이 들어왔는데 서로 기세 싸움을 하게 된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회사에 여자 신입 직원이 왔습니다. 저도 들어온 지 3개월 되었습니다. 여자 직원은 제가 다가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고, 초반에는 약간 기세 싸움을 하듯 경계하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런 것이 아주 불편해서 현재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상대가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보러 올 때까지 말도 걸지 않고 관심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동정하는 마음이 또 올라옵니다. 저는 어떤 상태이고 어떤 관점이 필요할지 여쭤봅니다.”
“관심을 끄세요.” (웃음)
스님의 한 줄 답변에 질문자도 화통하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좋게 말하면 질문자가 지금 신입 직원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흑심을 품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거예요. 뭘 도와주고 싶다든지, 상대가 먼저 나한테 인사해야 내가 인사를 하겠다든지, 이런 잔머리를 굴리는 것도 다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번뇌입니다. 그냥 남자 직원이 새로 들어온 것처럼 관심을 딱 끄고 내가 할 일을 하면 돼요. 말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말하고, 상대가 와서 말을 걸면 대답하면 됩니다. ‘네가 먼저 말하나, 내가 먼저 말하나’, ‘관심을 가져야 하나, 안 가져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일반인처럼 대한다는 원칙을 갖고 상대를 대해 보세요. ‘내가 말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대가 신입이냐, 아니냐’ 이렇게 복잡한 생각이 자꾸 드는 이유는 모두 본인이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심을 끄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냥 자기 일에 충실하면 저절로 해결이 돼요.”
“감사합니다.”
유쾌한 답변에 화상회의 방에 들어온 청중도 웃음을 보였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는 수행법회와 전법활동가 법회가 통합된다고 들었습니다. 정토회 회원 제도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는지 지금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보살은 모든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으뜸절은 정토회 회원을 위한 공간입니다. 2차 만일결사부터는 24시간 개방하는 으뜸절이 되면 어떨까요?
일반회원을 위한 나눔의 장이나 깨달음의 장 수련이 4월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이유가 뭘까요?
실내마스크가 권장사항이 된 이후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불교대학 오프라인 수업이나 오프라인 수행법회를 으뜸절에 모여서 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2차 만일준비위원회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고, 저녁에는 정토회 기획위원회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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