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2.23. 북한 전문가 모임, 만일준비위원회 간담회, 기획위원회 회의
“혼자 사는 게 편안한데, 제가 비정상적인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지난 3주 동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 성지순례를 한 후 서울에서 사회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지난 3년 동안 주로 머물렀던 두북 수련원으로 다시 내려가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평화재단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가 되자 북한 전문가들이 모두 평화재단에 모였습니다. 북한 전문가들과 최근 북한 주변의 식량 사정과 시장의 물가 변동 상황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한반도 평화 유지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10시부터는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와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 시작을 앞두고 정토회 조직도, 백일의 약속 실천과제, 청년특별지부 지원구조, 천일결사 10대 목표, 지회별 으뜸절과 실천장소 배정안 등 다양한 안건들을 논의한 후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간담회를 마치자마자 점심 식사를 하고 12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4시간 동안 달려 오후 4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아직 추위가 매섭긴 하지만 두북 수련원에는 벌써 화단에 홍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목련은 곧 꽃을 피우려고 하는지 봉오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고, 양지바른 곳에는 땅 밑에서부터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회의에 이어서 신임 기획위원 선임과 기획위원회 산하 분과 조정안에 대해 논의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밤늦게까지 원고 교정을 보고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9일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혼자 사는 게 편안한데, 제가 비정상적인 것일까요?

Thanks to your teachings, I feel more comfortable and less depressed than before. However, instead of being relatively comfortable now, unlike before, I find goals and wishes that I used to or might have are disappearing little by little. Since now I believe I should be satisfied with any situation whatever it would be like, I feel that my desire for improvement in life or society is decreasing. It is not that I don't see any problems with my life or world I am living in, but the need to fight against for improvement seems to be gradually fading.

I mostly stay alone. I mostly work alone and live a daily life alone. Sometimes I ask myself "am I being too alone?", but I don't reach out to people first to be connected actively nor go out for meeting people 'not to be alone'. That is maybe because, I think, we just are responsible for our own lives, not others, in the end, and we cannot fully understand each other ultimately, so I don't feel it is mandatory to try hard to have many good relationships with people. However, it doesn't mean I don't like hang around people at all, nor people around me hate me. I get along well with people around me, but when they leave me or I leave them, I actually do not get emotional much, I do not feel much sadness or loneliness, which makes me not put much effort to keep in touch with them. My family is worried if I am left alone when I get old. I sometimes got worried too if this is abnormal way of living. Do you think this is problematic? Or is this all OK because it just is one of the diverse ways of living and not harming anyone?”

(스님 가르침 덕분에 예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우울해지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상대적으로 편안해지는 대신, 예전에 갖고 있던 제 목표와 소망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만족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삶이나 사회의 개선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고 있음을 느낍니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나 세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개선을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필요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부분 혼자 일하고 혼자 일상생활을 합니다. 이따금 스스로에게 ‘내가 너무 혼자인가?’ 하고 묻습니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먼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지도 않고, 혼자 있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은 결국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있고,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거나, 제 주변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지만, 그들이 저를 떠나거나 제가 그들을 떠날 때 별로 슬프거나 외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연락을 이어가는데 큰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나이가 들어 혼자 남겨지면 어쩌나 걱정하고, 저도 가끔은 이게 비정상적인 생활방식이 아닐까 걱정되곤 합니다. 이게 문제점이라고 보시는지요? 아니면 이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보시는지요?)

“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적인 가족문화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조금 ‘정이 없다’ 이렇게 느낄 수는 있겠네요. 그러나 미래는 질문자와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더욱더 개인화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질문자가 남과 적극적으로 연락을 안 하면서 친구가 없다고 외로워한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결과를 바라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질문자가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 외로워하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가족들이 보기에는 문제로 느껴지겠지만 제가 볼 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불법(佛法)을 조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악착같이 살지 않으니까 편안해져서 좋은데, 세상을 개선하거나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이 많이 줄었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고, 절대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홍수가 난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자들을 어떻게 도울지 계속 의논하고 있고, 시리아와 터키에 지진 피해자들에게는 어떤 물품을 보낼 것인지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의논하고 있습니다. 또, 인종이나 성별, 계급을 갖고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철폐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고 있기 때문에 저는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여 어떻게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저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공기가 맑아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저도 피해를 입잖아요. 저도 어릴 때 식량 부족을 겪으면서 자랐습니다.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평화를 유지하고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왜 남의 문제입니까? 이것은 나의 문제입니다. 학벌이 낮다고, 영어를 못 한다고, 아시아인이라고, 소수가 믿는 종교라고,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습니다. 이런 차별을 없애나가는 일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좋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면 행복해질 수 있겠다’ 하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전법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편안해지면 이렇게 세상을 좀 더 정의롭고 평화롭게 만들어가는 일에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겁니다. 내가 편안해진다고 왜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집니까?

마음이 편안한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원(願)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세상일에 무관심해지는 것은 일시적인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그동안 뜻대로 하겠다고 의지를 내서 열심히 살기만 했기 때문에 그런 욕망을 내려놓으니까 ‘그럼 나는 세상에 관심이 없다’ 하는 쪽으로 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사실 할 일도 없습니다. 나이가 칠십인데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동시에 할 일이 매우 많습니다. 저는 여유 시간이 생기면 주로 농사일을 합니다. 농사일을 해보면 끝이 없습니다. (웃음)

지난 3년은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없어지면서 농사를 마음껏 지을 수 있어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일들이 많아져서 농사지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나 수행이란 이런 상황이 되면 이렇게 일을 하고, 저런 상황이 되면 저렇게 일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첫째,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인간관계는 맺고 싶으면 맺고, 맺기 싫으면 안 맺어도 되는 개인의 자유에 속합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삶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둘째, 모든 행위에는 과보가 따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연락을 안 하면, 그 사람들도 나한테 점점 연락을 안 하게 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안 하게 되면, 그들도 점점 나에게 서비스를 안 하게 됩니다.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으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많은 서비스를 해야 되는 거예요. 그걸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answers. For the second part of my question, I asked you what if I feel alone when I get old. I think that it’s a kind of unnecessary worries. Actually, it is caused by my behavior or thoughts to avoid consequences that I’ve done. So, I’ll try to accept the consequences I’ve done and that I’m doing now or in the past. Thank you for that.

And for the first part of my question, I feel much more comfortable now but maybe I am ignoring the problems or things for improvement. Maybe I don’t take those things as my own things. I don’t take in those problems as my thing. So as you just mentioned, for example, environmental problems, human right problems, it actually should be my problems. Maybe I just ignored. I take it as others’ problems, not mine. So I understand your point fully and we’ll try to be part of the people or society that fight against for improvement from now on. Thank you for your answers.”

(스님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제 질문의 두 번째 부분에서 제가 나이 들어서 외롭다고 느끼면 어쩌나 질문을 드렸는데, 쓸데없는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걱정은 제 행동의 결과를 피하고자 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 행동의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질문의 첫 번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제가 지금 훨씬 편안하지만 여러 문제들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서는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문제들을 제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았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신 환경 문제나 인권 문제들이 사실은 제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런 문제들을 못 본 척하거나 다른 사람의 문제라고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스님 말씀을 충분히 이해한 것 같고요, 이제부터는 저도 그런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는데 함께 하겠습니다.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에 살면서 한국 사람이라고 차별받고, 미국에 살면서 동양인이라고 차별받고, 여성이라고 승진에 차별을 받아 보면, 차별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곧바로 느끼게 될 거예요. 질문자가 아직 차별을 별로 안 받아봐서 그래요. (웃음)

수행 차원에서는 차별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됩니다. 그래야 내 마음에 불평이나 화가 없어집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이런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하는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차별은 사회적 정의 측면에서나 자연계의 흐름에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편안한 가운데 사회 정의를 위해서 행동을 해야 합니다. 화가 나서 사회 정의를 위한 행동에 나서면 폭력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면 갈등을 더 부풀리게 됩니다. 반대로 기존 질서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사회적인 개선을 하지 않으면 지배 질서나 불평등을 용인하고 살게 됩니다. 결국 지배 질서에 협조하는 결과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류는 지난 역사 속에서 종교나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왕권이나 남성 중심의 지배 질서에 순종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오늘날 중국이나 북한 같은 곳에서는 국가주의적인 이유로 순종을 강요하고 있고, 중동 같은 곳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순종을 강요하고 있잖습니까. 이것은 지난 역사에서 한국도 다 겪어왔습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꾸준히 사회 정의를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물론 ‘무엇이 정의냐’ 하는 것은 또 새로운 논의가 필요합니다. 편안한 가운데 사회적 실천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Thank you.”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을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비날하우스 안에 감자를 심는 일을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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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3-16 09:43:08

박범숙

개인적으로 꽃가꾸기 좋아합니다
그러나 꽃만가꾸면 인생이 재미가 없을것 같아요
그래서 환경에도 역사에도 관심 많습니다
명상에도 관심이 많아요
나의 습관에서 벗어나서 나도 행복하고 다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2023-03-09 17:32:06

엄효빈

단독자라고 생각하며 내것을 너무나 키워 저 또한 연결됨을 알지 못했습니다. 스님 말씀 깊이 새기며 새롭게 눈 뜨겠습니다.

2023-03-03 13: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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