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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버스에 짐을 싣었습니다. 행사 뒷정리와 담마센터 회의를 위해 남아있던 석가족 수바스지 가족이 나와 스님과 실무자들을 배웅했습니다.
“수고했어요.”
“고맙습니다. 스님.”
수바스지는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새벽 3시가 되어 상카시아에서 델리로 출발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예불과 천일결사기도를 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6시가 되어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버스에서 6시 30분부터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을 해야 합니다. 휴게소에서 잠깐 쉬어도 괜찮겠어요?”
“네.”
실무자들은 모두 내려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스님은 버스 안에서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곧 다가오는 정토회 선거를 앞두고 지원국에서 선거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인도에서의 마지막 법회가 되겠네요. 성지순례객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고요. 저는 상카시아에서 석가족들을 위해 법회를 한 후 오늘 상카시아를 출발해서 델리로 가는 중입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다가 법회 시간에 맞춰서 버스를 세우고 법회를 하고 있습니다. (웃음)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해준 덕분에 1250명이 무사히 순례를 마쳤습니다.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20분간 법문을 하고 이후에는 상카시아에서 성지순례 회향 법문 녹화한 것을 틀어준 후 다시 버스는 델리로 향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스님은 성지순례가 끝나고 남은 간식을 실무자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11시가 가까워 델리 시내 한복판에 있는 지하철역에 도착했습니다. 실무자들에게는 밤에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델리에서 잠깐의 여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스님은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12시 30분에는 이번 성지순례를 도와준 주인도 대사관 영사들을 만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곧이어 2시 30분에는 인도국제센터(India International Center)로 가서 히로 교수와 불교학자들과 만났습니다.
4시 30분부터는 IBC(International Buddhist Coferderation, 국제불교연맹) 사무총장인 아브히지트 하더(Abhijit Halder)와 사전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회의장으로 이동해 인디라 간디 국립예술센터 학자들을 비롯하여 IBC(국제불교연맹) 관계자들과 함께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인도불교의 성지보호, 현대문명 위기의 대안으로써 불교의 위상,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에 맞이하여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인도의 불교 인구가 적다 하더라도 세계 모든 불교인들은 인도를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불교인들이 인도를 방문하는 겁니다. 저는 매년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의 성지를 순례하며 붓다 담마(Buddha Dhamma)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지난주에는 1250명이 함께 순례를 했습니다. 수가 많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부처님의 제자들 1250명이 모여서 수행을 했다는 기록에 따라 이들처럼 수행자가 되어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갔습니다. 저는 앞으로 갈수록 더 많은 불자들이 순례를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에 ‘고향’을 찾아오는 불자들을 여러분이 잘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20세기는 미국의 시대였고, 21세기는 중국과 미국이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저는 22세기는 인도의 시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를 선도하려면 여러분이 힘만 갖출 게 아니라 마음이 좀 넓어야 해요. 세상과 인류를 포용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 위기입니다. 또 갈수록 국가 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대량살상무기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또 지구 인구의 20%에 가까운 사람들은 아직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빈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는 더 이상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붓다의 가르침이 중요한 해답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2600년 전의 가르침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오늘날에는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떤 아이디어가 될 수 있겠느냐는 관점에서 붓다 담마를 다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그저 복을 빌고 복을 받는 것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교를 떠나서 우리 모두가 붓다 담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종교는 무엇이든 본인의 선택에 따르면 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붓다 담마에 다시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출가하기 전 부처님은 왕자였습니다. 생활에 아무 불편이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고뇌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한 끝에 그는 결국 왕위를 버리고 출가를 했습니다. 오늘 우리들이 누리는 풍요로운 삶은 그 당시 왕자가 왕궁에서 누리던 삶과 같습니다. 물질은 매우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고뇌는 아직 해결되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물질적 풍요 때문에 고뇌가 더 커졌을지도 모릅니다. 물질적인 발전만 갖고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물질문명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물질문명만으로는 우리의 고뇌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 고뇌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바로 출가하기 전 부처님이 가졌던 문제의식이며, 이는 오늘날 우리들이 갖는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붓다 담마에 좀 귀를 기울이자는 겁니다. 불교라는 종교를 믿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식적 측면에서 불교를 연구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이 괴로움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종교나 종파를 떠나 함께 의논하고 협력하자는 것입니다.
제 법명은 법륜(法輪)입니다. 인도 말로는 ‘다르마 차크라(Dharma Chakra)’라고 합니다. 붓다 담마, 즉 불법(佛法)을 널리 전하라는 뜻에서 스승님께서 이렇게 지어주셨습니다. 저는 원래 과학자가 되려고 했어요. 종교는 너무 신비롭고 허황하다는 이유로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모두 웃음)
교회에도 가보고 절에도 가보았지만 다들 허황한 이야기만 하기에 별로 종교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붓다 담마를 만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고뇌는 과학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절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출가한 지 50년이 넘었습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여러분도 붓다 담마를 공부한다면 참다운 평화를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종교도 다르고, 문화도 다릅니다. 이러한 다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오늘은 시간이 짧으니 우선 이렇게 말씀드리고, 다음에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모두 박수)
회의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자가들이 몰려와 질문이 쏟아졌지만 곧 공항으로 이동해야 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델리 공항에 도착하자 델리 불자회 우정민 회장님 부부와 강호봉 한인회장님이 스님을 배웅하러 나와 있었습니다. 잠깐 인사를 나누고 출국 수속을 밟았습니다.
밤 10시 40분이 되어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잠든 사이 비행기는 캄캄한 밤하늘을 뚫고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한국에서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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