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8. 종교인 모임, 성지순례 회의, 수행법회
“담배 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7시부터 종교인분들을 맞이했습니다. 새해 들어 처음 열리는 종교인 모임입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이 각각 평화재단에 도착하자 함께 식사를 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대화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남북관계의 긴장 고조로 인해 한반도에서 국지적인 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국론 분열로 인해 국내에서 여야의 대립과 갈등이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북한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인가입니다.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지금 우리가 염려를 하고 있는데, 세 번째 주제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현재로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첫 번째 주제로 돌아와 살펴보면, 한반도에서의 분쟁 가능성이 이제는 핵전쟁 위험마저 있는 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그동안 핵무기 개발이 방어용이거나 미국에 대한 견제용이라고만 얘기해 왔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은 대남 전쟁용이며 그것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한 치의 양보 없이 ‘한 대 때리면 두 대 때린다’ 하는 식으로 대응하다 보니까 분쟁의 가능성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미국마저도 한반도에 국지적 분쟁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그래서 일부 정치인들이 북한 핵개발과 관련하여 북한을 비핵화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사실이며, 이제는 핵을 가진 북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느냐는 문제가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 전쟁을 하거나 단절하고 살 것인가?’

‘핵을 가진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할 것인가?’

그런데 핵을 가진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엄청난 저항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도 핵을 개발하자거나, 미국 전술핵을 도입하자거나, 유럽처럼 핵을 미국과 공유해서 공동 운영하자거나, 이런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게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북한의 핵을 외면할 게 아니라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상태에서도 평화를 유지하고 우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가?’

지금 이런 과제가 던져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핵을 가진 북한이라는 존재를 단순히 인정하는 것에서 끝날 게 아니라 오히려 1 민족 2 국가라는 개념까지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핵을 가진 중국과도 외교를 하고, 핵을 가진 러시아와도 외교를 하듯이, 1 민족 2 국가의 개념까지 고려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고는 핵을 가진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좀 더 적극적인 평화 정책이 필요합니다. 통일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 통일을 조금 뒤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평화를 더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은 물론 연구원들도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을 때 예상되는 저항 때문에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저항이 비록 일시적이라 해도 너무나 거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전 70주년, 이제는 평화를 향해

그래서 초기에 비난을 좀 받더라도 종교인 모임에서 아예 솔직하게 이 문제를 제기해서 지금의 분쟁 위기를 돌파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올해가 정전 70주년이기 때문에 그때 즈음해서 담화문이나 호소문을 발표하면 어떨까 해요. 한반도가 70년이나 정전 상태로 있다는 건 엄청난 불행입니다. 이제는 정전체제를 넘어서서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길을 제시해 보면 좋겠습니다.”

스님이 제안한 주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의 관계 정립, 그에 따른 사회적 여론이나 반응이 어떠할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토론이 끝나갈 무렵 스님은 다시 한번 전쟁이 일어날 위험성을 우려했습니다.

“며칠 전 신문 기사에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생존율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생존율이 거의 제로입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한국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탈출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거죠. 쌍방이 보유한 무력의 양이 엄청나고, 지역이 너무 좁은 데다, 인구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탈출할 수단이 거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경우는 워낙 땅이 넓고 전선이 넓으니까 어느 정도 탈출이 가능했지만, 한반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분쟁은 중동이나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아직은 괜찮다고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기에 처하게 되면 외국 기업이 떠나버릴 위험이 큽니다. 안 그래도 지금 무역 적자가 거의 연간 500억 달러에 가까운데, 우리가 4천억 달러의 외환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위기가 확대된다면, 몇 년 안 가서 나라의 경제가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대북 방송 시설입니다. 지금까지는 대북 방송 시설을 철수하고 있었는데, 그걸 다시 설치한다면 이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북한 역시 누구도 못 말릴 도발을 하고 있습니다. 한쪽이 싸움을 걸었을 때 다른 한쪽이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주면 될 텐데, 오히려 두 배로 맞받아치겠다고 나오니까 우발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진 지금,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어떤 시민운동을 할 것인지 새해에는 계속 고민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김명혁 목사님은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지금 법륜 스님이 한 이야기가 모두 불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남북이 화해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고, 우리가 돕는 것도 불가능하고,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만 하고 계셔서...”

스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은 아닙니다. 그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가 핵심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인도적 지원을 통해서 사랑의 힘으로 갈등을 뚫고 나가는 것인데, 그 방법은 북한에서 아예 문을 닫아놓았으니 안 된다는 거죠.”

다음 달 모임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더 찾아보기로 하고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종교인 분들을 길에서 배웅한 후 스님은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인도 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회의를 했습니다. 오늘은 성지순례의 마지막 일정은 상카시아 일정을 함께 점검했습니다.

순례자들이 세계 지도 위에 올라서서 세계 전법을 발원하는 의식을 할 예정인데, 실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스태프들이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방송 제작팀, 스님의하루 제작팀과 회의를 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기간 중에도 스님은 한국에 있는 시청자들을 위해 전법활동가 법회, 수행법회,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계속 생방송할 예정인데요. 그에 따라 실무적으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역할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했습니다. 방송 제작팀에서는 현장 소식을 잘 전하기 위해 새로운 제안도 했습니다.

“8대 성지에서 스님이 1250명과 법회를 하는 모습을 유튜브 생방송으로 한국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요?”

“그러면 좋죠. 저도 원래는 그 방법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이 실무적으로 준비가 어려울 줄 알았거든요. 미리 생방송 일정을 공지해 주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접속해서 시청할 수 있게 한 번 해봅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제안이 있었습니다.

“8대 성지에서 스님이 설명하고 법문 한 내용을 정토불교대학 영상 교재에 넣으면 현장감도 있고 학생들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인도 성지순례는 1250명이 가는 특별한 순례이니까 다녀온 후 영상물로 제작해서 2차 만일결사 입재식에 10분 정도라도 상영하여 정토행자들이 함께 발원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 즉문즉설 채널에 성지별로 시리즈물을 만들어서 방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한 많은 영상을 촬영해 와서 다양한 영상물을 제작해 보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다시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이동하여 오후 4시부터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평화재단 운영과 관련하여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한 후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다음 주는 인도에서 뵙겠습니다

“저는 다음 주 초에 인도로 갈 예정입니다. 1250명의 대중이 수행자가 되어 한 발 한 발 부처님의 가르침과 발자취를 따르고 또 그곳에서 수행 정진하면서 보름간 순례를 하려 합니다. 순례 중에 수요일이 세 번 지납니다. 수행법회 세 번은 인도에서 법회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인도는 인터넷 연결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질문자만 줌에 들어오고 다른 사람들은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성지 순례 기간 중에 하는 큰 법회, 예를 들어 입재식이나 부다가야 대탑 행사, 회향식 등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한번 해보려고 하는데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웃음) 인도가 아직 전파 사정이 한국보다 못하고, 우리가 가는 곳이 대부분 인도 중에도 오지로 손꼽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혹시 가능해져서 여러분께 연락을 드리면, 원하시는 분은 1250명의 대중이 인도 현지에서 장엄하게 법회 하거나 의식을 하는 모습을 한국에서 잠깐 볼 수 있겠습니다. 혹시 생중계가 안 된다 하더라도 영상을 찍어두었다가 순례 다녀온 뒤에 여러분과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다 같이 가면 좋겠지만 우리가 그럴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가지 못하는 분들은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볼 계획입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층간 담배 연기 때문에 힘들다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담배 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저는 아파트로 이사 온 지 1년이 되 었는데 6개월 전부터 담배 냄새로 괴로움이 극심합니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하루 종일 온 집안이 매캐합니다. 남편은 냄새를 잘 못 맡아서 어려움을 공감해 주지 못하고, 이사 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또 이사 가자고 하니 엄청 화를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금리도 높아서 사실상 이사 가기 힘든 상황이라 무기력한 상태입니다. 냄새가 안 날 때는 냄새가 또 날까 두렵고, 냄새가 날 때는 짜증이 납니다. 제 표정이 안 좋아지면 아기가 제 눈치를 보고 시무룩한 게 보여 아기한테 가장 미안합니다. 가볍고 밝게 살고 싶은데, 잘 살다가도 한 번씩 이런 장애가 생길 때 잘 돌이키지 못하고 한없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담배를 실내 공간에서 피우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길에 나가서 담배를 피워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길 가는 사람들도 담배 냄새를 맡게 되고, 또 건물 밖에서 피우니까 그 연기가 위로 올라와서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창문을 열어 놨을 때 냄새가 들어오기도 해요. 또 아파트 같은 경우는 아랫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창문을 열어놓게 되면 그 창문을 통해서나 환기통을 통해서 윗집으로 연기가 들어올 수도 있고요. 그래도 아파트에서는 주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고 냄새가 분쟁이 되는 경우는 드문데, 지금 드문 문제 제기를 해주셨어요. 이런 경우는 건물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의 이야기는 층간으로 연기가 올라온다는 거죠? 만약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워서 그 연기가 문틈으로 들어온다든지 하면 그건 관리사무소에다 얘기하면 돼요. 일단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니까요. 또 요즘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실내에서 피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양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방에서 혹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그 연기가 어찌어찌해서 질문자의 방까지 올라온 경우라면 담배 피우는 사람이 쉽게 동의하거나 자제하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질문자더러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 라며 분쟁이 생길 위험도 있어요.

층간 소음의 경우, 소리의 크기를 확인해서 법규에 위반될 정도로 시끄럽다고 판명되면 시정을 요청할 수 있어요. 그러나 법규를 위반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데시벨인데도 내가 너무 민감해서 잠을 못 이룬다고 할 경우에는 해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귀마개를 하거나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해요. 저는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정신과에 찾아가 도움을 받아보도록 권유합니다. 정신질환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신경이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조금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에요. 안정제를 먹으면 신경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어요. 안정제를 먹고 일단 잠이 들어버리면 신경 쓰이던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니까요. 소리 크기가 법규에 정해진 데시벨을 넘는다면 그건 물론 시정을 요청해야 됩니다. 우선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이야기를 해보고, 조정이 어려우면 쉽지는 않겠지만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겠죠. 상대방이 미워서가 아니라 시정을 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싸우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니니까 고소를 해서 법적으로 조정을 하는 길이 있습니다.

냄새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이 사람이 법으로 허락되지 않은 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다면 그건 문제 제기를 해서 시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집에서 피우거나 길에서 피웠는데 그 연기가 흘러들어 간 경우라면 질문자의 괴로움이 공감받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 편일 가능성도 있고요.

민감하다는 것도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소리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다른 사람은 다 괜찮다고 해도 그 사람만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못 자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어떤 사람은 냄새에 아주 민감합니다. 제가 어릴 때 모셨던 스승님은 냄새에 굉장히 민감하셨어요. 그래서 항상 그분 방에 갈 때는 씻은 발도 한 번 더 씻고 양말도 새로 갈아 신은 뒤에 들어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웃음) 또 맛에 민감한 사람이 있어요. 포도주 한 방울을 먹어보고 어디 산이며 몇 년도 산인지까지 안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니 질문자가 담배 연기에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민감할 수도 있습니다. 민감한 것 자체는 비정상이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본인은 괴롭지만 일반적으로 그걸 개선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상대는 질문자더러 문제라고 생각하니 문제를 개선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겠죠. 질문자 입장에서는 냄새가 너무 나니까 참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일 거예요. 그러니 실질적으로 상대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구역에서 피우는지 여부를 먼저 조사해 보세요. 그렇다고 하면 앞서 말씀드린 방법대로 개선을 해야 하겠죠. 그게 아닌데도 담배 연기가 들어온다 하면 이쪽에서 취할 수 있는 방편을 강구해야 해요. 연기가 환기통으로 들어온다면 공기가 역류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환기통에 설치하고, 연기가 창문으로 들어온다면 냄새가 날 때마다 창문을 닫으면 되겠죠. 공기청정기를 방 안에 설치해서 냄새를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여러 방법으로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민감해서 힘들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정신과에서 가벼운 안정제를 처방받아서 그 민감성을 조금 둔화시키고 안정을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참으면 안 됩니다.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자칫하면 아기에게 짜증을 낼 소지가 있거든요. 상대에게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방책을 최대한 세워보세요.

다시 정리하자면 상대가 불법적으로 담배를 피웠다면 그건 제재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창문을 닫든지 환기통을 막든지 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막아야겠죠. 그래도 냄새가 난다면 그건 질문자 개인의 민감성이 원인이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아요.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그게 병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이런 건 알레르기처럼 개인에 따라 민감도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잖아요. 알레르기가 심하면 알레르기 약을 먹듯이, 냄새에 대한 것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민감하다면 병원의 도움을 받아서 조금 민감도를 완화하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방 안에 공기청정기 같은 대응기구를 설치해서 공기 질을 좀 개선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요. 질문자는 견디기 어렵지만, 남편의 입장에서는 냄새 좀 난다고 이사 가자는 셈이니까 돈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면 이사는 좀 무리가 아닐까 해요.(웃음) 그러니 공기청정기를 사고 창문을 밀폐하는 것 같은 대응을 좀 할 필요가 있겠다 싶네요. 남편은 좀 매캐한 냄새가 난다 해도 견딜 만하다고 여기는데 질문자는 못 견디는 거니까 질문자가 민감할 가능성이 높죠.”

“저희 남편은 예전에 코를 다쳐서 다른 사람보다 냄새를 조금 못 맡아요.”

“그러면 나중에 질문자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보세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좋아요. 냄새 맡으러 오라고 하지 말고, 집에 와서 이야기 나누다가 담배 냄새가 날 때 ‘너희는 냄새 안 나니?’, ‘어느 정도로 냄새가 나?’ 이렇게 확인해 보는 거예요.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 질문자가 정말로 민감한지, 어느 정도로 민감한지를 알 수 있겠죠.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 냄새에 민감한 사람, 맛에 민감한 사람, 피부가 굉장히 민감한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과 알레르기가 있고 어떤 사람은 토마토 알레르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사과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사과가 문제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내가 사과를 가려서 안 먹어야겠죠.

질문자가 냄새에 좀 민감하다면 가능하면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생활을 하지 않고 전원생활을 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개인 주택으로 가도 냄새가 안 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골에서는 이웃집에서 나무를 때면 매캐한 연기가 넘어오거든요. (웃음)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그런 것도 굉장히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힘들어해요. 그런데 시골에 제가 살아보면 할머니들이 비닐도 막 태워버리고, 평소에도 불을 때느라 기압이 낮은 날은 매캐한 냄새가 많이 넘어오거든요. 그런 거를 너무 신경 쓰면 이웃과 같이 살기가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 본인의 민감성도 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사능도 조심해야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살기는 불가능합니다. 방사능이 어떤 수치 이하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도저히 못 견디겠는데 이사는 갈 수 없고 법적인 조정도 어렵다면 질문자의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세요. 공기가 역류한다면 공용 환기통을 막고 질문자네 화장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별도의 환기통을 설치한다든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환기통에 역류 차단 장치를 설치한다든지, 전문가와 상담해 보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거예요.

공기청정기도 냄새를 완전히 제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건강 면에서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냄새가 나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환기를 하면 좋겠죠. 냄새를 못 견뎌서 부드러운 향을 뿌리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 면에서는 향 제품 또한 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있으니 유의해서 사용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현실적으로는 이런 방법으로 대응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대책을 세워야지, 아직 자기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것까지 일일이 제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자체 규약을 정해 놓은 아파트가 많기는 하지만, 법처럼 강력한 제재 효과는 없는 것도 현실이에요.”

“알겠습니다.”

“이게 다 우리가 같이 살다 보니 생기는 문제예요. 도회지에서 너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 층간소음, 공기 오염, 햇빛 가림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래대로 따지면 모두 각 개인이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는 권리를 다 주장하고 살기가 어려워요. 그런 문제는 있지만 반대로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만큼 어느 정도 적응하고 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어요.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건강에도 안 좋잖아요. 특히 아기 엄마로서 아기한테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담배 연기가 아이를 해치는 것보다 엄마의 스트레스가 열 배도 더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상황에서 어렵더라도 조금 적응하거나 대응책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스님께서 방사능을 예로 들어주신 덕분에 제가 담배 냄새 무결한 환경에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그 냄새가 날 때 또 짜증 나는 마음과 민감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이사를 가고 싶은데, 이사 가도 괜찮을까요?”

“이사를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남편의 동의도 얻어야 하잖아요. 그 문제로 부부가 싸운다든지, 아내가 계속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해서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든지 하면 오히려 가정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은 문제 때문에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는 얘기예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무엇보다 질문자가 담배 연기 때문에 짜증을 내면 아이가 담배 연기를 맡아서 입는 피해의 열 배도 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또 이것 때문에 남편을 독촉하다가 남편이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부부 사이가 나빠지거나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눈에 들어간 작은 티끌 하나를 뽑으려다 아예 앞을 못 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화를 자초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일단은 민감한 본인을 먼저 살펴서 풀어가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지금은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면 되나요?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도 또 다른 종류의 사로잡힘인가요?
  • 통일 이후에 독재 체제 하에 있으려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요? 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체제 유지가 안 될 텐데, 스님이 생각하시는 통일 이후의 구체적인 모습이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키쓰루스 NCNK 사무총장과 간담회를 하고, 오후에는 인도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회의를 한 후 결사행자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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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1-26 14:02:48

이수정

남북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입ㄴ다.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1-24 06:38:12

월광

8천만 온겨레는 평화를 염원합니다. 이땅에 다시는 6.25와 같은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미움과 갈등 원망을 해소하기 위해 8천만 민족을 대신해 참회합니다. 한마음 일으킨 욕심이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게 했습니다. 한마음 일으킨 어리석음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였는지를 보았습니다. 남.북.미.중.러.일을 대신하여 참회합니다

2023-01-22 22: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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