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4 수행법회
“결혼 후 폭식을 하는 제 모습이 밉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새해 첫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에는 업무를 보고, 오후 1시에는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차담을 마치고 오후 2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이제 한 해 농사는 모두 마무리를 지었고, 오늘부터는 서울로 올라가서 인도 성지순례 준비와 2차 만일결사를 위한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차로 4시간을 달려 오후 6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에 창 밖으로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1층 법당에서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새해 들어 첫 번째로 열리는 수행법회입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온라인 법회에 참석하자 스님이 새해 인사를 건넸습니다.

“2023년 새해 들어 첫 법회입니다. 나날이 같은 날이지만 우리들의 마음이며 생각이 ‘오늘부터 새해다’ 이렇게 정함으로 해서 새해 새 날이 된 것입니다. 날은 날마다 똑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 공전하는 것을 주기로 해서 1년을 잡고, 이렇게 어느 하루를 정해서 시작이라 일컫고, 끝을 만들어서 연말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새해, 마음을 새롭게 가지는 날

새해라는 것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마음을 새로이 가지는 날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을 갖는다면 매일매일 새해를 맞으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옛 선지식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은 다 마음이 짓는 바다.’

‘부처네 중생이네 하지만 그 또한 모두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다.’

‘내 마음 깨달으면 부처요, 내 마음 어리석으면 중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밖을 향해서 부처를 찾고 행복을 찾고 자유를 찾지 말아야 합니다. 내 마음 가운데 부처가 있고 정토가 있고 극락이 있고 행복이 있고 자유가 있습니다.

밖으로 향한 눈을 안으로

이것을 늘 명심해서 밖으로 향한 눈을 안으로 향하도록 해야,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자신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려야 빼앗길 수 없는 행복과 자유를 간직할 수 있어요. 새해를 맞아서 이런 자세를 꼭 간직했으면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결혼을 하고 나서 폭식을 하게 된 자신이 밉다며 어떻게 수행을 하면 좋을지 질문을 했습니다.

결혼 후 폭식을 하는 제 모습이 밉습니다

“저는 무대에 서는 직업을 갖고 있어 항상 40킬로그램 대의 마른 몸매를 유지하고 주위에서 예쁘다는 말을 들으며 외모로 ‘나’를 삼았습니다. 하지만 가정환경이 불우하여 집에서는 항상 불안하고 무서웠습니다. 최근 결혼 후 생활에 안정감을 느낍니다. 집이 이렇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처음 느껴보았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쉬지 않고 먹게 됩니다. 살이 찌고 외모가 변하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스스로에게 화가 납니다. 결혼 후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드니 답답하기도 합니다.”

“비쩍 말라서 혼자 사는 게 나아요, 좀 통통하더라도 결혼해서 사는 게 나아요?”

“결혼해서 사는 게 낫습니다.”

“그럼 됐죠. 지금 질문자는 두 가지를 다 가지려는 거예요. 결혼도 하고 인기도 얻고 싶고, 편안하기도 하고 예쁜 몸매도 갖고 싶고요. 그건 욕심입니다. 그게 다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결혼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좀 살이 쪄도 괜찮아요. 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비만이 지나쳐서 질병을 유발할 정도라면 조심을 해야겠죠. 그러나 먹는 건 실컷 먹고 몸은 홀쭉하게 되기는 어려워요. 막 먹어도 홀쭉한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소화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웃음) 다시 말하면 연비가 떨어지는 사람들입니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은 연비가 좋은 사람이에요. 자동차로 치면 연비가 좋은 자동차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질문자도 괜찮은 체질인 거예요. 그러니까 자신의 체질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먹고 싶은 욕심은 못 버리고 몸매는 홀쭉하게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 모순 때문에 문제가 생길 뿐이죠. 홀쭉하고 싶으면 먹고 싶어도 안 먹어야 합니다.

인생을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먹고 싶은 거 먹고 조금 통통한 편이 더 좋잖아요. 결혼한 사람들은 좀 통통한 게 또 서로 좋아요. 옛날에 할머니들은 여윈 사람을 보면 건강을 걱정하고, 통통한 사람을 보면 ‘아이고, 인물도 좋네’ 이렇게 말했잖아요.

지나치게 비만한 게 아니라면 통통해도 괜찮습니다. 통통한 게 나쁘다는 건 요즘 와서 생긴 비정상적인 사고예요. 본인의 키에 맞는 적정 체중의 범위를 참고하되, 비만이나 저체중이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건강에 문제가 없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적정 체중 보다 조금 더 살이 쪘다 해도 건강에 해로운 정도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질문자는 달리기 선수도 아니니까 너무 체중에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배우라면 통통한 배역을 맡으면 되요. 험상궂게 생겼다고 배우를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갖가지 배역이 있으니까요. 늙었다고 연기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에요. 나이든 연기자도 필요하고, 젊은 연기자도 필요하고, 통통한 연기자도 필요하고, 홀쭉한 연기자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배역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역할을 찾으면 되요. 배역에다가 자꾸 본인의 몸을 맞추려는 것은 사람 몸에 옷을 맞추지 않고 옷에다가 사람 몸을 맞추려는 것과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가 조금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노력해서 자신의 생각에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그건 이미 어려워요. 자신의 처지에 맞게끔 생각을 바꾸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러나 수치상 지나친 비만에 들어가는 경우라면 조절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좀 통통한 정도이고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좋은 거예요.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네.”

“앞으로 뭐가 더 되고 싶어서 그래요? 결혼하고 어린 시절의 불안한 마음까지 안정되었다면서요. 연기를 하고 싶다면 통통한 배역을 맡으면 돼요. 왜 꼭 홀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굳이 홀쭉해지고 싶다면 밥을 적게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왕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맛있는 것도 안 먹고 그렇게 홀쭉해져서 뭘 하려고요? 그냥 먹고 즐겁게 살죠.

제가 볼 때 질문자의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어떤 역할이 필요하면 이 몸에 맞는 역할을 맡으면 됩니다. 학생들은 공부는 하기 싫은데 좋은 대학에는 가고 싶어 합니다. 또 직장 다니는 사람은 일은 하기 싫고, 승진은 하고 싶고, 성과는 내고 싶어 해요. 이것저것 맛있는 건 다 먹으면서 체중은 적게 나가서 홀쭉해 보이고 싶고, 운동은 안 하면서 몸매는 예쁘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점집에 가고 사주를 보고 절에 가서 비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비합리적인 바람을 이루려면 뭔가 합리성을 벗어난 일이 일어나야 하니까요. 사람들은 그걸 가리켜 기적이라고 해요. 그게 바로 허황한 생각입니다.

내가 어느 정도 체중을 조절하려면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먹는 시간도 좀 조절해야 돼요. 가능하면 밤에 안 먹도록 하고요. 그리고 건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챙기고 싶다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기가 바라는 목표에 맞게끔 실천을 해야 해요. 시험을 잘 치고 싶다면 공부에 집중을 해야 하잖아요. 자기는 행동을 안 하면서 그저 결과가 공짜로 생기는 걸 원하는 건 인연과보의 원리에 맞지 않아요. 부처님은 이처럼 어리석은 자, 허황된 자를 깨우쳐 지혜롭게 이치에 맞게끔 살아가도록 가르쳐주셨습니다. 허황하면 자꾸 자기 바깥의 어떤 존재에 의지하게 되고, 지혜로우면 항상 자기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아이가 수도권에 직장을 잡아서 방을 구하려다 보니 좀 더 돈을 모아 놓을 걸 하고 껄떡입니다. 이 껄떡거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딸이 불안증세가 있어서 정신과에 다니고 있고, 한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트라우마 증상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좋아졌는데, 엄마가 돼서 나만 좋아지는 게 괜찮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화상회의 방에 참석한 청중들의 의견도 함께 듣는 시간을 가진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평화재단 임시 운영위원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하루 종일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결사행자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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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1-11 12:00:15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둘다 가지려고 하는건 욕심이다. 본인의 상태를 긍정적으로 보고 편안하게 사는 길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1-09 14:29:39

금광화

스님 감사합니다 🙏

2023-01-09 09: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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