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14. 필리핀 민다나오 4일째 알라원
"제가 이곳에 다시 오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안녕하세요.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4일째입니다. 오늘은 걸어서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깊숙한 원시림에 위치한 오지마을 알라원을 방문해 학용품을 지원했습니다.

새벽 4시, 도량석이 울리자 기숙사 홀에 모여 새벽예불을 드렸습니다.

알라원은 키탕글라드 산 해발 1,200m의 깊숙한 원시림에 위치한 오지마을입니다. 가는데만 3-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새벽예불만 드리고 일찍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갈 준비를 하는 사이 스님은 준비를 마치고 4시 50분에 10분 일찍 출발했습니다.

JTS 센터에서 키탕글라드 산 입구까지 가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둡고 미끄러웠습니다. 땅이 마를 새 없이 매일 비가 오다 보니 흙에도 이끼가 끼어있었습니다. 조심조심했지만 결국 한 번은 꽈당하고 넘어졌습니다.


걷는 사이 동이 트고 점점 밝아졌습니다.


30분을 걷자 원주민 마을 비석이 나왔습니다. 이 비석이 있는 곳에서 산으로 들어서면 알라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스님이 쉬려고 앉자 곧이어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아니, 벌써 오면 어떡해요? 천천히 가려고 일찍 출발했는데요.”(웃음)


잠시 쉬었다가 산으로 들어서자 정글이 펼쳐졌습니다.

“이곳은 자연보호구역이라 세계에 몇 안 남은 원시림일 거예요.”


3-5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비가 오다 보니 대부분 진흙길이었고 돌마다 이끼가 끼어있었습니다.


“이건 커피나무예요. 나무에도 이렇게 이끼가 끼었어요.”

얼마나 습한지 나무가 온통 이끼로 뒤덮여 초록색이었습니다.

스님은 뒤이어 오는 사람들에게 선두를 양보했습니다.

“저는 쉬엄쉬엄 갈게요.”

사람들을 보내고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르고 내리는 길이 반복되었습니다.

“지금 내리막길이 편하다고 좋아해도, 돌아갈 때는 다 오르막길이에요.”


좁고 넓은 계곡도 몇 번이나 건넜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 JTS와 원주민들이 함께 세운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물이 워낙 세차게 흐르다 보니 건너기에 위험했습니다. JTS에서 다리를 놓겠다고 했을 때, 원주민들은 처음에 자재를 가져오기가 어렵다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그러나 시멘트와 철근을 여기까지 이고 지고 와서 결국 다리를 놓았습니다. 이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구경하며 건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건너자 드디어 앉아서 쉴 수 있는 원두막이 나왔습니다. 원두막에 앉아 참으로 가져온 주먹밥과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스님은 숨이 차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다시 알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맨발로 걸어 내려오던 원주민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마용분딱!”(좋은 아침이에요.)


조금 더 걷자 산 위로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 왔다!”


마지막 고개를 넘자 알라원 학교가 햇살 아래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2005년에 JTS가 알라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당시 마을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주민은 마을리더를 포함해 단 2명이었습니다. 그분들마저도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닌 게 전부였습니다. 주민들은 학교 교육에 대한 열망이 높았지만 학교가 12km나 떨어져 있어서 통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JTS는 주민들과 회의를 거쳐 이곳에 학교를 짓기로 결정했고, 11개월 만인 2006년 1월에 완공했습니다.


학교 앞에서 마을 주민들은 JTS 일행을 위해 불을 피워 커피를 끓이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땀을 닦고 있는 사이 미리 삶아놓은 고구마와 토란, 카사바를 내왔습니다. 소박한 음식 속에 주민들의 정성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학용품을 나누어줍시다.”

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벗자 양말이 온통 젖어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니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16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산 아래 마을로 일을 하러 내려간 사람들이 많아져서 처음 학교를 지을 때 보다 학생 수가 줄었습니다. 스님은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 후 학년별로 필요한 학용품 꾸러미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선물꾸러미 앞에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이들은 스님과 JTS 일행에게 미리 준비한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율동과 함께 3곡을 불러주었습니다.


“잘했어요! 우리도 답가를 불러줍시다.”

스님의 제안으로 JTS일행은 함께 산토끼를 불러주었습니다. 서로 가사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함께 박수를 치며 노래를 즐겼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학년별로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자 아이들은 자리로 돌아가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과자 봉지를 뜯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한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저도 하나 주세요.”

아이는 선뜻 두 개를 건넸습니다. 스님은 하나만 받아 함께 먹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주민들이 준비해준 고구마와 커피를 먹었습니다.

“저는 이번이 알라원에 오는 마지막일 거예요.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왔어요. 이제 언제 여기에 또 오겠어요.”

스님은 산 위에 집들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는 천천히 갈게요.”

스님은 먼저 학교를 출발했습니다.

알라원을 내려가는데 이제 막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알라원은 보고 가야지요. 늦지 않게 내려오세요.”


올 때 오르막길은 내리막길이,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다리가 풀렸는지 더 자주 미끄러졌습니다.


“신발을 10년이나 신었더니 밑창이 다 닳았나 봐요.”

그래도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왔던 길을 꾸준히 걸어갔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길도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산을 나와 JTS 센터까지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조심조심 걸어와 센터 앞에 도착해서 스님은 모자를 벗었습니다.

“나무에서 거머리가 떨어져서 모자를 벗을 수가 없었어요.”


12시 전에 스님이 도착하고 먹구름이 점점 하늘을 뒤덮더니 비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못 내려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올라갔던 사람들이 두 시간도 더 지나 온통 젖은 채로 무사히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오후에는 내일 있을 필리핀 JTS 20주년 행사를 함께 준비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바갈랑잇에 방문해 학용품을 지원하고 인근 농장부지를 둘러본 후 오후부터는 필리핀 JTS 20주년 행사를 할 예정입니다.

JTS 후원하기 ► https://www.jts.or.kr/donation/donation.html

전체댓글 175

0/200

중혜

스님~

고맙고 감사합니다~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래 오래 계셔 주세요~

2022-10-02 10:00:28

하심

아니, 벌써 오면 어떡해요? 천천히 가려고 일찍 출발했는데요.”(웃음)ー벌써 오신 분 누구십니까~~~~~미오ㅋ

2022-09-27 13:42:42

묘명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22-09-24 21:21:0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