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13 필리핀 민다나오 3일째, 마하약, 까따블라란, 깔라카판
“이 학교가 생기기 전에 아이들은 글을 읽을 줄 몰랐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한 후 5시에 숙소를 출발했습니다. 버스로 40분을 달려 산페르난도 군에 도착해 모두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여기서부터 6.5km는 가파른 산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스님은 10분 정도 오르막길을 걷다가 뒤따라오던 JTS 방문단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제가 심장이 안 좋아서 오르막길을 빨리 걷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맨 뒤에서 천천히 올라갈게요. 앞에 서면 뒤가 밀리니까 부담이 되어서요. 올라가다가 너무 힘들면 저는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갈게요. 행사는 이원주 대표님이 진행해 주세요.”

“스님께서 맨 뒤에 가신다고요?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다 오네요.”

“제가 맨 뒤에 간다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네요. 오늘은 제가 맨 뒤에서 노약자들을 책임지겠습니다. 여러분은 먼저 출발하세요.” (웃음)

다들 놀란 표정으로 스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결국 스님을 맨 뒤로 하고 모두 앞으로 출발했습니다.

사람들을 모두 앞으로 보내고 맨 뒤에서 뚜벅뚜벅 산을 오르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원래 건강상으로는 안 가는 게 맞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스님이 중간까지라도 올라가 줘야 모범이 되죠. 처음부터 안 간다고 하면 김이 새잖아요.”

곳곳에 땅이 움푹 파여 있고, 물이 고여 있거나, 진흙 구덩이로 변해 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간혹 오토바이를 탄 청년들이 오르내리거나, 말을 타고 가는 마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약 2시간을 걸었을 무렵 산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기 시작했고, 발아래에 구름이 펼쳐지자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전 8시가 되어서 드디어 마하약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때마침 아이들도 JTS에서 나눠준 교복을 입고 막 등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햇빛 아래에 줄을 세우고 있자 스님이 큰 목소리로 선생님을 향해 말했습니다.

“땡볕에 아이들을 세우지 마세요. 여기 그늘로 오세요.”

학생들은 다시 그늘 아래로 모여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학년별로 한 줄로 나란히 섰습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데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학교 오기가 힘드니까 안 오는 게 낫겠어요? 그래도 학교 와서 공부하는 게 더 나아요?”

“공부하는 게 더 나아요.”

“올해 들어와서 하루도 안 빠지고 학교에 나온 사람 손들어 보세요.”

대다수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형이 장가를 가거나, 누나가 시집을 가거나, 집안에 무슨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오늘은 학교 가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해요? 집에 있어야 해요, 학교에 가야 해요?”

“학교에 가야 합니다.”

“대답 잘했어요. 그래서 오늘 JTS에서 여러분 모두에게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학생들 모두에게 학용품과 비스켓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김제동 씨는 아이들을 위해 마술을 보여 주었습니다. 찢긴 종이가 다시 깜쪽 같이 다시 붙여져 있는 마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환호했습니다.


학용품과 비스킷을 손에 든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가무떼!”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가무떼를 외쳤습니다. 가무떼라는 말은 고구마를 뜻하는 말인데, 사랑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비스킷을 먹으며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로 들어가고, JTS 방문단은 마을 주민들이 마련해 준 아침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JTS 방문단은 학생들과 작별 인사를 한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구름이 걷힌 산 아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산을 내려가는 길, 발은 아프지만 눈은 즐거웠습니다.


산을 내려온 JTS 방문단은 이제 까따블라란 마을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버스로 1시간 40분을 달려 깔라카판에 도착한 후 4륜 차와 트럭으로 갈아탔습니다.

“예전에는 길이 험해서 오타바이에 매달려서 한참 동안 가야 했던 길인데, 차가 들어갈 정도로 길이 닦였네요.”


까따블라란은 젊은 군수의 적극적인 원주민 지원 정책으로 다른 곳보다 수월하게 학교 공사가 진행되었고, 험준한 길도 많이 정비가 될 수 있었던 곳입니다. 가장 가까운 학교가 10km가 넘는 산 밑에 위치해 있어 어린아이들이 먼 길을 걸어 다녀야 해서 문맹률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러나 JTS가 이 마을에 학교를 세움으로 해서 산에 흩어져 살던 우마얌논 부족이 새로운 마을을 형성하게 된 곳입니다.

길이 잘 닦여진 덕분에 오토바이로 한 시간 걸리던 길을 차로 30분 만에 갈 수 있었습니다. 까따블라란 학교에 도착하자 ‘WELCOME JTS’라고 적힌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마을 주민들이 마련해 준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을 잔치가 열린 것처럼 주민들도 푸짐한 식사를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까방라산군 군수님과 교육청 관계자가 스님을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두 가지 요청을 하였습니다.

“JTS가 이 마을에 학교를 세운 이후 산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이 마을로 점점 모이고 있어요. 그래서 입학생 수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교실 3칸에 2개 학년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데, 교실 3칸을 더 증축하면 학년별로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요청이 있는데요. 이 지역에 장애인 학교가 없어요. JTS에서 장애인을 위한 학교도 하나 더 지어주시면 안 될까요?”

스님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교실 3칸을 증축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게요. 지금 당장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장애인 학교는 좀 더 고려해야 할 게 있습니다. JTS가 지금까지 민다나오에 3개의 장애인 학교를 지었는데 대부분 완공 후에 운영이 제대로 안 되었어요. 더군다나 장애인 학교에는 일반 학교에 비해 건축비가 세 배는 더 들어가요. 여러분이 운영만 제대로 한다면 저도 오케이입니다.”

“다른 군은 몰라도 저희는 다릅니다. 보시다시피 까따블라란 학교처럼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고, 군수님 이하 교육청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거든요.”

“알았어요. 의논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군수님 이하 교육청 관계자가 아주 적극적인 분이어서 그런지 행사 분위기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행사를 시작하면서 원주민 전통 의식에 따라 축원 기도를 했습니다. 우마얌논 부족은 산속에 모든 동식물들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축복을 기원했습니다.


이어서 학생 중 한 명이 우마얌논 부족의 전통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독수리가 나는 모양을 표현하는 춤 같았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박자에 맞춰 징을 치는 사람을 보니 냄비에 나무 작대기를 치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전통 악기가 있었는데 망가져서 지금은 사용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열정, 군수님의 열정, 교육청 관계자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학교를 적극적으로 운영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군수님의 축사, 선생님의 축사, 교육청 관계자의 축사를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JTS가 학교를 세우기 전에 이 마을 아이들은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쓸 줄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글자를 쓸 수 있고, 아마도 한국말도 몇 마디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학교 덕분에 마을 주민들 간의 화합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JTS와 스님, 이원주 대표님에게 무한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수)

이어서 스님도 축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가 지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륜입니다. 저는 여기 오면서 아주 마음이 기뻤습니다. 예전에 이곳에 올 때는 한 시간 이상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서 굉장히 어렵게 왔어요. 그런데 오늘은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몇 년 사이에 큰 변화가 온 것을 실감했어요. 이렇게 도로가 놓여서 주민 여러분도 기쁘시지요?”

“예!”

“도로를 놓아주신 군수님과 부군수님에게 감사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학생들을 향해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학생 여러분, 공부 잘하고 있어요?”

“예!”

“선생님들이 공부 잘 가르쳐 주세요?”

“예!”

“여러분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과 이 선생님들을 보내주신 교육청 부교육감님께 감사의 박수드립시다. 이곳에 학교가 필요하다고 처음 말해 주신 여기 선생님께도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그리고 이곳 학교를 짓는 데는 우리 민다나오 JTS 대표이신 이원주 님과 스태프들이 수고하신 것은 물론 JTS 활동가들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분들께도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여러분, 교실이 좀 좁죠?”

“좁아요!”

“그래서 방금 전에 시장님이 한 교실에 한 학년씩 들어갈 수 있도록 교실을 3개 더 짓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JTS에서 교실을 더 지어주면 부교육감님이 선생님을 3명 더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시장님과 부교육감님의 요청을 제가 받아들이는 게 좋겠어요, 안 받아들이는 게 좋겠어요?”

“받아들여 주세요!”

“한국에 ‘사람이 곧 하늘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이 곧 신이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사람이 원하는 것은 곧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신들이 원하는 일이니까 해야 하지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이렇게 JTS에서는 여러분을 위해서 교실도 더 짓고, 교육청에서는 선생님도 보내주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들 공부 열심히 할래요?”

“예!”

“집에 무슨 일이 있거나 비가 온다는 이유로 학교에 안 나와도 될까요, 빼먹지 말고 학교에 나와야 할까요?”

“나와야 해요!”

“올해 학교 개학한 이래로 한 번도 결석을 안 한 사람 손들어 보세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스님도 초등학교 때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녔지만, 6년 동안 한 번도 결석을 안 했어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하든, 얼굴이 검든 희든, 누구나 다 교육받고 훈련받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서 이 마을의 지도자, 민다나오의 지도자, 필리핀의 지도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JTS를 환영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교육청 관계자들이 스님과 JTS에게 감사패를 선물했습니다.

행사를 마친 후 전교생에게 학용품과 비스킷을 나눠주었습니다. 학용품과 비스킷을 손에 든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스님은 교실 3칸을 어느 위치에 증축하면 좋을지 군수님과 상의를 한 후 학교를 나와 다시 트럭에 올라탔습니다.

다음은 깔라카판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신인민반군(NPA)이 상습적으로 출몰하는 지역으로 정부군과의 충돌이 잦아 군대가 상시적으로 주둔하는 곳입니다. 2011년에 실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생겨 마을 사람들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 마을이 붕괴가 되었다가 2015년 이후 안정을 되찾아서 다시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2019년에 JTS가 유치원을 이곳에 건축하면서 마을은 더욱 평화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어서 이 유치원을 짓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용접 작업, 드릴 작업 등 전기가 필요한 작업들은 발전기를 돌려서 진행이 되었고, 발전기 고장으로 여러 번 공사가 중단되었고, 치안이 불안정해서 인부들이 철수를 해야 하는 일도 여러 번 발생했습니다.

유치원 문을 열고 들어서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여기는 거의 인도 둥게스와리 수준으로 생활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곳이에요. 제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비스킷을 나눠주었습니다.


다시 트럭에 오른 스님은 20분을 달려 버스가 서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원주민들을 돕고 있는 군수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버스에 올랐습니다.


JTS 방문단을 태운 버스는 이제 민다나오 JTS센터로 향했습니다. 오늘 저녁부터는 JTS센터에서 20주년 기념행사를 비롯해 남은 일정들을 가질 예정입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에 JTS센터에 도착했습니다. JTS 활동가들이 준비한 저녁 식사를 하며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을 한 후 곧바로 알라원 학교를 향해 3시간 산행하여 학용품을 지원하고, 다시 3시간 산행하여 JTS 센터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JTS 후원하기 ► https://www.jts.or.kr/donation/donation.html

전체댓글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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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같이 함께 한다는게 느껴집니다. 군수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네요. 원이 사람을 움직인다. 선한 원이 사람을 움직이는구나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2022-09-20 09:51:38

정경임

스님과 JTS의 사랑과 봉사가 이곳 어린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움을 통해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일하시는 모든 분들 존경하고 감사드립니다.

2022-09-19 22:27:34

성용훈

한번의 도움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과 후원으로 점점 나은 환경 만들어 그들을 더 이롭게 하고자하시는부분 마음에 와 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19 21: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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